<반딧불이> 인천 연수점 조성만 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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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대학원을 나와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8년 가까이 일한 조성만 점주(49). 남들이 보기에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육아와 살림을 떠맡고 있는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었고 두 딸과의 관계도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성만 점주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안정적인 연구소를 박차고 나왔다. 그렇게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됐다.
지하철 무가지 신문에서 본 <반딧불이> 광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던 조성만 점주는 무가지 신문에 난 <반딧불이> 창업 광고를 보게 된다. <반딧불이>는 오염된 실내 환경을 정화시키는 서비스를 하는 회사였다. 가맹점주가 하는 일은 장비를 사용해 실내의 유해물질이나 오염된 곳을 항균 시켜주는 것이었다. 의미도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무점포 창업이고 큰돈을 들여서 하는 게 아니라 눈에 띄었다. 큰돈도 없었고 실패하더라도 가계에 큰 타격이 없을 것 같았다. 마침 생후 100일 된 조카가 아토피에 걸려 고생하고 있던 때라 좀 더 관심이 갔다. 그 길로 <반딧불이>의 사업에 대한 사전조사를 시작했다.
부모님과 주변의 반대...급기야 <반딧불이>에서도 거절당하다
<반딧불이>를 창업하겠다는 조성만 점주의 말에 아내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반딧불이면 무주에서 하는 축제로만 알았지 너무 생소했다. 2005년도 설립된 <반딧불이>는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회사였기 때문에 알려진 게 거의 없었고, 2007년 당시만 해도 환경 문제, 새집증후군에 대한 이슈가 크게 일지 않았던 때라 더욱 그랬다.
부모님이 특히 반대를 하셨다. 대학원까지 나와 공부만 하던 아들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영업에 가까운 일을 하겠다고 하니 외판원처럼 된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반딧불이> 창업을 하려고 본사에 찾아갔는데 조성만 점주의 이력서를 본 본부장에게 거절을 당하고 만다. 연구소에서만 일해 온 사람이 영업 일을 할 수 있겠냐며 권할 수 없다고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본사의 거절을 당한 뒤 조성만 점주는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앞으로 환경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점점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부모님을 다시 설득하고 본사를 다시 찾아가 허락을 받아냈다.
돈 벌려고 사기 친다는 주위의 오해
<반딧불이> 사업은 쉽지 않았다. 유형의 물건이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를 설명해줘야 하는 게 첫 번째 난관이었다. 전단지 한 장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고 카탈로그나 전단지를 놓고 오면 피드백이 없었다. 만나서 붙잡고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시간을 무한정 내어주는 고객은 없었다. 처음에는 남들이 하는 보험·자동차 영업처럼 해보려고 쫓아다니며 영업을 했는데 조성만 점주에게는 잘 맞지 않았다. 돈 벌려고 별 이상한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시간이 흘렀다.
블로그 마케팅으로 입지를 넓혀 나가다
조성만 점주는 쫓아다니며 사람을 만나는 영업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해 보기로 했다. 돈 주고 홈페이지 만들 돈은 없었고 남들보다 학습 능력은 있었기 때문에 공부해서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다. 블로그나 카페는 사진을 많이 보여줄 수 있어서 직접 대면을 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셀프로 동영상도 찍어서 공정과정을 설명하고 포스팅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응이 왔다. 그때 당시 맘카페가 활성화될 시기였는데 그쪽으로 입소문이 났다. 직접 만나서 하는 영업을 못하는 한계점을 블로그 운영으로 상쇄시켜서 효과를 본 것이다.
무료 봉사로 신뢰를 얻다!
블로그 운영만으로는 돈벌이가 되지 못했다. 고객들은 오염된 실내 환경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그걸 정화시켜주는 사업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 고객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신뢰를 얻는 게 필요했다. 어떤 게 좋은지 알려주고 믿게 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2008년 창업 초창기에 저소득층 아동들이 이용하는 공부방 13군데를 한 달 동안 무료로 서비스해주는 자원봉사를 했다. 무료 서비스 후 칭찬도 많이 받았고 돈 안 받고 일하니까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무엇보다 조성만 점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달라짐을 느꼈다. 우연인지 그 다음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조성만 점주는 일 년에 두어 번 무료 이벤트를 연다. 이벤트로 당첨됐던 고객 중에 아토피가 심했던 아이가 있었다. 집안 환경이 매우 안 좋았는데 시공 뒤에 아토피가 많이 개선되어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3000명의 고객 리스트가 재산
조성만 점주는 일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하는 편이다. 일이 많으면 아무래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내 몸이 피곤하면 조금 더 할 거 안 하고 갈 수 있다. 조금만 일하더라도 나만의 고객, 나만의 충성고객을 많이 만들자는 게 조성만 점주의 신조다. 그런 신조가 신뢰를 주어 단골 고객을 많이 만들었다. 조성만 점주가 갖고 있는 고객명부에 리스트업 되어 있는 고객이 3000명 정도 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가 있을 때 이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문자를 보내 인사를 한다. “제가 일해 온 12년 간 저에게 5번의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있다. 이사 갈 때마다 불러 주신 거다. 힘들 게 하는 고객도 있지만 이런 고객이 있어 지금까지 힘을 얻어 이 일을 해온 것 같다.”
조성만 점주는 “돈만 번다고 다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일은 사람들의 건강에 관련된 것이고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일이기 때문에 직업적으로 보람도 있다. 의사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줬다는 사명감,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자 하프타임인 <반딧불이>
조성만 점주는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장밋빛 꿈에 부풀어 대박을 꿈꾸지 말라고 조언한다. 창업으로 대박을 노리겠다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하며 조성만 점주는 말한다. “창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마라톤처럼 완주를 목표로 세우는 게 필요하다.”
<반딧불이>는 조성만 점주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자 하프타임 같은 의미를 지녔다. 공부만 하고 연구만 하다가 정글에 뛰어들게 된 터닝 포인트이자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는 하프타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딧불이> 사업을 평생 할 수는 없다. 그러나 12년간 닦아온 열정과 노하우로 어떤 일이든 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것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자신감이 있기에 후반기 인생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지만 불안하지만은 않다. 시작은 느리지만 목표를 이루고야마는 뚝심을 지닌 조성만 점주. 그의 희망찬 앞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