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진출한 '고기미인' 최훈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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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920 등록일등록일: 2019-07-17본문
사드 사태 이후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포기하고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진출이 녹록치 않은 이 때 중국 시장 개척에 땀 흘리는 청년 사업가가 있다.
美人烤肉 ‘고기미인’ 최훈재 대표(만 39세)다. 2015년 중국 항저우에서 1호점을 개점하고 4년 만에 7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며 8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회사다. 80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3명이다.
◆ ‘하이디라오’같은,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식기업을 꿈꾸다
최훈재 대표의 꿈은 ‘하이디라오’같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하이디라오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회사다. 테이블 4개로 출발해 연간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식기업이다.
▲'고기미인' 최훈재 대표. 사진출처=고기미인
‘고기미인’은 현재 항저우 소산구에 있는 1호점 외에 항저우 빈강에 2호점, 상하이 진차오에 3호점, 항저우 왕상청 푸드코트에 4호점, 이우 바오롱에 5호점, 상하이 양광청에 6호점이 있다. 7호점은 고기미인의 프리미엄 버전인 ‘청담동 미인’으로 항저우 완샹후이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의 성과를 기반으로 제2, 제3의 항저우 같은 상권으로 진출하면서 중국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외식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훈재 대표의 목표이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요즘 최훈재 대표에게 배울 수 있는 중국 사업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중국어는 필수다. 중국에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현지인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연수 유학 여행 등 중국 문화와 중국인의 습관을 직접 체험하고 언어를 배워야 한다.
최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대학에서 호텔관광학과를 졸업했다. 중국에서 중국인들과 본과 생활을 한 덕분에 의형제같은 중국 친구들이 있으며 당연히 중국어도 잘한다.
◆ 업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중국을 공부하라
둘째, 사업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최훈재 대표는 한국에서 이미 외식업을 창업해 바닥부터 배우며 여러 경험을 쌓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발로 뛰며 직접 모든 것을 배웠으며 전문성을 갖춰서 중국으로 진출했다.
▲한국 복고문화 포스터들이 가득 붙어있는 '고기미인' 식당 내부. 사진출처=고기미인
원래는 대학 졸업 후 중국 현지에서 바로 사업을 하려고 했으나 당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어쩔 수 없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군 시절 사단 간부식당에서 근무한 그는 식당 전체의 시스템을 2년간 군인 정신으로 올바르고 빠르게 습득했다. 그리고 웨스턴 바가 엄청나게 유행하던 2000년대 중반 바텐더를 경험한 그는 칵테일, 양주, 맥주 등 음료에 관련된 지식을 쌓아나갔다.
친한 외식기업 사장들을 통해 식자재 유통을 어깨 너머로 배우고 난 후 2009년 서울 홍대에서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의 ‘애플트리’라는 술집을 직접 인테리어 공사하면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고기미인’이라는 브랜드로 서울 목동과 쌍문동에서 2개의 매장을 열었고 베트남 쌀국수집도 운영했으며 2015년에는 목동에서 ‘야옹이네 책다방’이라는 지금은 너무나도 흔해진 도서관카페를 목동 최초로 오픈하기도 했다. F&B(음식과 음료)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꾸준히 쌓으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고 중국 사업에 도전했다.
셋째, 좋은 현지 파트너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성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단순한 술자리 친구가 아닌 가슴으로 사귈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야 한다. 최훈재 사장의 경우 운이 좋게도 의형제같은 절친이 항저우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최 대표가 한국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중국으로 가게 된 것에는 절친의 영향이 컸다. 대학 동문 절친인 ‘정건풍’씨는 최 대표에게 중국에서 한국 고깃집이 큰 인기라며 중국 진출을 권했다. 당시 중국에는 한류 바람이 한창이었고 ‘서래갈매기’라는 한국 브랜드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 2선, 3선 도시에 미래의 성장 기회가 있다
넷째, 지역 선택이다. 2015년 당시 중국 진출 하면 대부분 한국인이 많은 북경과 상해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과감하게 2선 도시인 항저우를 택했다. 친한 친구가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앞으로는 1선 도시보다 2선, 3선 도시에 더 많은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저우는 소비 수준이 높고 외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드라마 등을 통해 한류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북경 상해 등과 달리 한국인 거주자가 적어 현지인들이 한국 문화나 음식을 맛볼 기회가 거의 없는 지역이었다. 정착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희소성 때문에 더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다섯째, 음식을 넘어 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고기미인’은 단순히 한국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함께 전달하는 공간이다.
1호점의 컨셉은 한국 오빠들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함께 사업을 하던 동생들(최대표는 직원이라고 말하지 않고 동생이라고 부른다)을 데리고 갔는데 최대표는 물론이고 연예인급 외모를 가진 동생들이 많았다.
▲'고기미인' 1호점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는 최훈재 대표의 인형. 사진출처=고기미인
‘고기미인’ 1호점의 입구에는 한국 미인 그림과 함께 한국 오빠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매장 입구에는 KFC처럼 최훈재 대표의 인형이 손님들을 맞는다. 매장을 가로지르는 진열장에는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인형들이 가득하다. 태권도를 하는 인형, 장구치는 여성, 부채춤추는 인형, 지게를 진 인형, 한국경찰인형 등 모두 최대표가 한국에서 직접 구입해서 간 것들이다.
매장에는 한국 가요가 흘러 나오고 벽에는 한국의 복고문화를 담은 포스터가 붙어있다. 음식을 넘어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호점, 3호점 등 매장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컨셉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상권의 특성에 따라 고객층과 인접한 경쟁업소가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지의 트렌드 변화,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도 고려한 전략이다.
◆현지화를 통해 한국의 맛과 문화를 알린다
여섯째, 현지화 전략이다. 중국은 하나의 국가로 묶어서 생각하지 말고 관심있는 지역을 세분화해서 깊이있게 공부하며 지역별 현지화를 해야 한다.
항저우 1호점은 메뉴수가 많다. 고기, 치킨, 삼계탕, 짜장면, 냉면, 부대찌개 등. 어찌 보면 현지 고객들의 입맛을 테스트하는 의미도 있다. 치즈떡볶이가 가장 잘 나가는데 고기를 다듬고 나오는 여분을 활용한 우삼겹돌솥비빔밥도 인기다. 중국인들은 둘만 먹어도 많이 시켜먹는다는 점을 감안한 메뉴 전략이다.
부대찌개, 치킨, 구이는 기본이고 다른 요리도 사이드가 아닌 정식 메뉴로 주문한다. 1인 객단가가 한화로 1만 7천원대에 달한다. 한국 사람들이 먹으면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맛을 가진 음식도 있지만 이는 현지 고객을 고려한 현지화의 결과이다.
메뉴 전략 역시 매장에 따라 다르다. 푸드코트 매장으로 운영되는 4호점은 돌솥밥과 김치볶음밥, 치즈떡볶이,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상권 특성인 공항과 기차역을 고려한 메뉴전략이다. 돌솥비빔밥은 인기는 있는데 푸드코트 특성상 스피드가 느려 고민이다. 현대적 인테리어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미해 고기류만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한식의 정체성은 유지하지만 상권 특성과 고객층, 인근 경쟁점을 고려해서 메뉴를 기획한다.
▲ 사진출처=고기미인
중국은 땅이 넓어서 지역별로 입맛이 다르다. 한 가지 맛으로 중국에 진출하면 안된다. 최훈재 대표는 기본 레시피를 준비하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애 한국인과 중국인에게 모두 테스트를 거친 후 메뉴를 출시한다. 가령 한국에서는 매운 맛 떡볶이가 인기지만 절강 사람들은 단맛을 선호한다.
◆ 핵심인재 중심의 조직관리, 좋은 팀워크가 성공을 만든다
일곱 번째, 지역 친화전략이다. 해외에 진출하면 외국 기업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지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크든 작든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민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최대표는 절강관광대학 한국어학과와 자매결연을 통해 ‘고기미인’을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학생들의 현장실습장으로 활용했다. 장학금도 제공한다. 그렇게 체험한 학생들이 매장에 취업을 하기도 한다.
한국요리를 접해 보지 못 한 중국인 직원을 교육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초등학생 가르치듯 하나하나 가르쳐 나가야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이해도가 훨씬 빠르다. 먼저 교육 받은 직원이 롤 모델이 되어 현재는 한국에서 온 동생들보다 현지에서 채용한 현지인 직원이 대부분이다.
여덟 번째, 팀워크가 중요하다. 중국 진출 초기에는 한국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 5명이 함께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 중에는 상해에서 함께 공부했던 대학 동기도 있었다. 손발이 맞는 직원들이 함께 일했기 때문에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현지인 직원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났지만 여러 개의 점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기미인'의 프리미엄 버전인 '청담동미인' 내부 전경. 사진출처=고기미인.
최대표는 핵심인재 위주로 조직을 운영한다. 핵심인력들만 잘하면 그 밑에 직원들은 상사들을 보고 스스로 열심히 한다. 점장, 홀 매니저, 육부(고기관리부서), 주방장 등 핵심인력에게는 다른 곳 보다 10~15만원 정도 급여를 더 주고 중국에는 없는 연차휴가도 도입했다. 이 때문인지 다른 곳은 춘절에 일할 사람이 없어 1~2주 정도 쉬는데 ‘고기 미인’의 경우 직원이 모두 남아 영업을 했을 정도다.
◆ 미국과 세계 1위 겨루는 중국, 만만하게 보지마라
아홉 번째, 마케팅이다. 외식업은 문화사업이다. 하이디라오가 기발한 마케팅과 탁월한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고기미인’도 기발한 마케팅과 서비스로 고객들을 즐겁게 한다.
마케팅의 첫 출발은 ‘컨셉’ 설정이다. 2015년 1호점을 열 당시는 중국이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 빅뱅이나 투애니원에 열광할 때였다. 최대표가 설정한 ‘한국오빠 컨셉’은 큰 호응을 얻었다.
▲'고기미인' 내부에 한국을 알리는 탈과 한국문화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사진들로 꾸며져 있다. 사진제공=고기미인
한국에서 온 젊은이가 서울의 명동을 벤치마킹해서 중국친구들에게 한국을 알려주는 컨셉으로 매장을 꾸민 것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오픈 당일 200명이 줄을 섰을 정도다. 최대표는 오픈 마케팅으로 양복 입고 폭죽을 터트리는 기념식을 하려고 했는데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을 정도이다.
각종 이벤트는 위챗 등으로 홍보한다. 유통기간이 얼마 안남은 재고가 있으면 ‘오빠가 쏜다’, ‘오 부장이 쏜다’라며 원플러스원, 반값 등 행사를 한다. 이 외에도 신메뉴 이벤트나 VIP손님에게 공짜이벤트도 한다.
열 번째, 중국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한국 사업가들은 과거 소득 수준이 낮던 시절의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중국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것 이상으로 긴장을 풀면 안 된다.
최 대표도 어려움을 겪었다. 친한 중국인 대학 동기의 매형과 합작으로 운영하는 상하이 매장이 현장 관리 부재로 인하여 서비스 및 레시피가 흔들렸다. 한국인 직원을 파견해도 안될 정도로 시스템이 무너졌고 관리자 자신이 독단적으로 매장을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부진의 책임을 오로지 최훈재 대표에게 떠넘기는 바람에 중국 법정에 서기도 했다. 현재 법정 소송 중인데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이 현지의 관행에 따라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모든 면에서 미국과 세계 1위를 놓고 경쟁하는 나라이다. 중국을 무시하면 안 된다. 한국식이 아니라 중국식을 공부해야 한다. 또 선악 혹은 맞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어떤 문제들은 왜 한국과 다르지라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최대표도 자신이 겪는 문제를 철저하게 중국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고기미인 최훈재 대표처럼 시행착오도 있지만 많은 준비와 치밀한 현지화로 중국시장을 개척한다면 불가능은 없다. 위험이 많을수록 성과도 큰 것은 당연하다. 조급하게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중국에서 전통 한국식 고깃집은 한국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스시집 같은 이미지이다. 고급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현지인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형성되고 브랜드가 알려지다 보니 ‘고기미인’은 현지에서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사드 사태가 쭉정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서 지금은 오히려 알짜만 살아남았다.
‘고기미인’은 향후 테이블 3개 정도의 작은 매장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배달 중심 매장을 계획하고 있다. 도로변 등에 포장과 배달 중심 매장을 개설해서 우수 직원에게 매장을 내줄 계획이다. 단, 쇼핑몰에 입점하는 매장은 청담동 스타일의 프리미엄급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명성과 실속을 함께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최대표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꺼려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부지런히 애써며 정성을 다해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 최훈재 대표에게 배우는 중국 사업 비결
첫째, 높은 수준의 중국어 실력과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중국에서의 대학 생활 뿐 아니라 현재도 중국어 실력 향상과 중국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
둘째, 중국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관계가 좋음
셋째, 사업 초기 한국인 팀원들의 추진력과 집중력
넷째, 홀, 주방, 인테리어, 유통 등 바닥부터 준비한 한국에서의 외식업 경험
다섯째, 승률이 51% 이상이라 생각한 확신과 자신감
여섯째, 한국적 사고를 버리고 중국적 사고를 흡수하려한 노력
일곱째, 초기부터 믿고 따라 준 한국과 중국의 핵심 직원들
여덟째, 한국식 정통 고깃집이라는 이미지로 상권내 블루오션 선점
아홉째,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한 현지 매뉴얼(현지화)
열 번째, 주변의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는 정신력과 자제력
□글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부자비즈 운영자.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 트렌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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