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트렌드001] 잘나가는 식당의 메뉴 설계 비법, 스몰플레이팅과 공유형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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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39 등록일등록일: 2025-11-14본문
홍보나 광고, 프로모션은 고객 수를 늘리고 매출을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상품은 잘 개발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순 매출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식당 경영도 마찬가지다. 홍보로 띄운 매장도 상품력이 없으면 단명한다.
홍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도 결국은 메뉴 전략이라는 말이다.
최근 외식업의 메뉴 전략은 ‘양보다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양한 맛, 함께 즐기는 문화로
한 번의 식사에서 여러 가지 맛을 즐기고, 새로운 조합을 탐색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스몰플레이트(Small Plates)’와 ‘공유형 메뉴(Sharing Format)’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메뉴 구성의 변화가 아니라, 식문화 전반이 ‘함께 먹는 경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스몰플레이트 전략부터 보면, 시작은 미식의 도시에서 비롯됐다.
뉴욕의 ‘ABC Kitchen’, 런던의 ‘Dishoom’, 도쿄의 ‘L’Effervescence’ 같은 레스토랑은 메인디시 중심의 정식 코스 대신, 3~4명이 여러 접시를 나누어 맛보는 방식을 제안했다. 한 접시의 양은 줄였지만, 경험의 폭은 넓어졌다. 식탁 위에 놓인 다양한 질감과 향, 색감이 고객의 대화를 이끌어내며, 식사는 ‘공유된 감정의 이벤트’가 된다.
한국에서도 이 트렌드는 빠르게 번지고 있다.
서울 연남동과 한남동의 모던 다이닝 레스토랑들도 ‘스몰플레이트’를 기본 구조로 메뉴를 짜고 있다. 한 접시에는 2~3입 정도의 양, 계절마다 교체되는 식재료, 그리고 주방이 직접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링. 고객은 ‘한 끼의 완결’보다 ‘여러 맛의 여정’을 소비한다. ‘파인다이닝의 대중화’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사진=우니도 네이버 플레이스
◆ 한 그릇에 다양한 맛을 담는, 스몰 플레이팅
대중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카이센동 맛집으로 유명한 우니도의 스페셜 카이센동에는 해산물과 튀김, 야채 등 한 그릇에 다양한 식재료가 조합돼 있다. 39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손님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스몰플레이팅이 주는 다채로운 맛의 만족도 때문이다.
#사진=피자드시우
부산의 피자 맛집 ‘피자드시우’는 다양한 피자를 혼합한 반반피자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반반피자는 여러 피자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반면 주방에서는 조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고객은 천원, 이천원을 더 주고서라도 반반 피자를 선호한다.
분식에도 요즘은 스몰플레이팅 메뉴가 인기다. 얌샘김밥은 김치찌개와 돈까스를 결합한 돈까스 김치찌개, 돈까스 떡볶이 김밥을 하나로 즐길 수 있는 모다기 메뉴를 판매하는데 단품 메뉴보다 훨씬 인기가 높다. 이 또한 대표적인 스몰플레이팅의 사례이다.

#얌샘김밥 모다기 메뉴
◆스몰플레이팅의 다양한 방식
기본 메뉴는 동일하지만, 토핑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스몰플레이팅을 구현하기도 한다. 부산의 카레 맛집 ‘오노고로 동래본점’은 기본 카레에 새우튀김, 차슈, 부채살 스테이크, 야채, 우삼겹, 가라아게 등 다양한 취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메인 재료 하나로는 부족하다. 우삼겹에 계란 후라이, 각종 야채가 함께 들어가 스몰플레이팅을 완성한다.
◆스몰플레이팅이 공유형 메뉴를 만나면
스몰플레이팅이 가미된 ‘공유형 메뉴’는 또 다른 흐름이다. 과거에는 각자 원하는 메뉴를 하나씩 시켜서 먹는게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메뉴를 시키더라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하나의 ‘문화적 가치’가 되고 있다.
MZ세대에게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가 아니라 ‘관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공유형 메뉴는 이런 심리를 정확히 짚는다. 예를 들어 스페인 타파스(Tapas), 일본 이자카야, 한국의 안주 문화는 모두 ‘나눔’의 경험을 통해 연결되는 구조다. 이 포맷은 공간의 분위기와 브랜드 콘셉트를 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공유형 메뉴가 스몰 플레이팅과 결합해서 함께 즐기돼 다양한 맛을 나눈다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한국의 모던 중식 메뉴 구성이다. 과거 중식은 코스로 나오는 고가 메뉴가 많았으나 요즘은 식사와 요리를 세트로 묶어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안하는 사례가 많다. 식사는 각자 취향대로 볶음밥, 짜장, 짬뽕 등을 선택하고 요리는 세트로 묶어서 함께 공유하는 방식이다.
◆ 대박 식당의 비결도 바로 이 것
일품요리를 테이블 중앙으로 놓이고, 손님들은 개인 접시가 아니라 젓가락으로 음식을 함께 덜어 먹는다. 단순한 식사 이상으로, ‘함께 먹는 행위’ 자체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완성한다. 
#사진=오봉집
오복 오봉집을 대박 식당으로 만든 낙지오봉집 스페셜이나 오징어요리전문점 해탄의 세트메뉴도 모두 공유형 메뉴라는 게 특징이다.
#사진_해탄
‘오복 오봉집’의 낙지 오봉집 스페셜은 직화낙지2인, 보쌈, 김치, 쟁반막국수가 푸짐하게 구성돼 59000원이다.
해탄 한상은 65000원인데 오징어볶음2인, 꽃삼겹수육, 오징어무침, 오징어튀김이 함께 나온다. 2~3인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해물탕 하나를 2~3인이 즐기는 게 아니라 해물탕에 무침 튀김 등 이 것 저 것 조금씩 나눠서 함께 즐기는 것이다.
◆음식의 속도와 운영 효율, 객단가 인상 높여
오복 오봉집과 해탄, 두 브랜드의 메뉴 모두 밥도 술도 된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공유형 식당에서는 ‘음식의 속도’가 가장 큰 품질 요소다. 운영 측면에서도 이는 강력한 효율을 만든다.
메인요리 중심의 식당보다 회전율이 빠르고, 메뉴 조합에 따라 평균 객단가를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
공유형 메뉴는 대부분 가격이 1인용 메뉴보다 높은 일품요리형 메뉴가 많아 객단가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오복오봉집은 일반 식사가 1만원대 전후인데 공유형 세트는 4만~5만원대다. 해탄도 비슷하다. 일반 식사가 만원대라면 공유형 요리는 6만원대까지 받을 수 있다.

#사진_봉자막창
요즘 고깃집에서도 빠지지 않는 메뉴가 바로 공유형 메뉴다. 모듬 고기는 다양한 부위의 고기 맛을 한 번에 맛 볼 수 있다. 봉자막창의 경우 ‘봉자고기반반 섞어한판’ 메뉴처럼 막창전문점이지만 막창반 삼겹살 반을 한 불판에 플레이팅해서 제공하는 스몰플레이팅 공유형 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하남돼지집
하남돼지집 왕십리점에서는 프리미엄 모듬 한 판이 인기 메뉴다. 프리미엄 한돈삼겹살, 목살, 생갈비, 반찬 6종과 구운 김치 등 고기 600g을 54000원에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스몰플레이트형 공유형 메뉴다.
◆함께 하는 퍼포먼스, 외식업 구조를 바꾸다
이 트렌드는 외식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정 메뉴를 대표하는 유명 맛집들은 여전히 냉면이나 막국수, 설렁탕 등 ‘대표 메뉴 하나’로 승부를 하고 있지만, 새로운 식당들은 ‘다양한 조합’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며 경쟁하고 있다.
요즘 젊은층들은 단품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에서조차 여러 메뉴를 시켜서 조금씩 덜어먹으며 다양한 맛을 공유하며 즐긴다.
고객은 메뉴 하나의 맛보다 ‘전체 경험의 균형’을 평가한다. 메뉴 구성은 더 이상 조리법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 설계의 문제’로 진화했다.
결국 스몰플레이트와 공유형 메뉴는 효율보다 공감, 속도보다 대화의 시대를 상징한다. 식사는 이제 혼자 먹는 루틴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퍼포먼스다. 브랜드는 그 무대를 연출하는 연출자다.
한 접시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밀도는 더 깊어졌다. 작은 접시들이 모여 하나의 경험을 완성할 때, 고객은 브랜드를 단순한 식당이 아닌 ‘이야기 있는 공간’으로 기억한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 본 내용은 필자가 매일경제 신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