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사례

대구의 코로나19와 싸운 청년 음식점 사장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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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로 대구가 멈춰 섰다. 북적이던 거리는 인적이 뜸해지고 곳곳에 문 닫는 가게들이 속출했다. 대구 북구 침산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33세의 청년 사장에게도 위기는 피해가지 않았다. 가게에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매출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2012년에 오픈 한 뒤 최대 위기였다. 그러나 주변에 휴업하는 가게들을 보면서도 청년 사장은 꿋꿋이 버텼고 곤두박질쳤던 매출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20세 청년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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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침산동에서 돈가스·우동전문점 ‘우쿠야’를 운영하는 조현만 사장(33)의 어릴 적 꿈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는 각종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직접 벌기도 했다.

20세 청년이 내린 결론은 장사를 시작해보자는 것이었다. 장사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대학에 다니면서는 직접 의류판매업을 하며 장사의 기틀을 닦았다. 그렇게 내공을 쌓아 대학을 졸업하고 25세가 되던 해에 현재의 식당인 ‘우쿠야’를 오픈했다.

처음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장사라 이것저것 챙길 게 많았다. 상권을 분석해서 매장 선정하는 것부터 시장조사, 업종 선택까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나이가 무기였다. 아직 무서울 게 없을 20대라 어떻게든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나이 같으면 두려움이 커서 쉽게 창업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조 사장은 말했다.


◆장사는 전쟁이었다! “하루하루 매출 등락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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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쿠야는 돈가스·우동 전문점이다. 침산점은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상권에 위치 해있어서 위치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기존 매장을 인수했고 창업 비용은 1억 원 정도 들었다. 부모님의 도움과 소상공인 대출을 이용했다. 장사가 잘됐던 곳이라 매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오픈 후 월 매출액도 4천만원이 훌쩍 넘어 일단 성공적이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매출은 만족스러웠지만 15평의 가게에서 매출이 높다보니 아침 11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상주하며 끊임없이 오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컴플레인이라도 들어오면 그날 하루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식사도 제때 할 수 없고 매출의 등락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몸이 힘들다보니 내가 이걸 왜 했을까 후회감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견디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버티자 시간이 흐르면서 매장 일이 손에 익어 몸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장사는 기쁨도 주었다! “매일 먹고 싶은 음식 맛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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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장사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칭찬은 당연히 음식 맛이 좋다는 것이 아닐까. 8년 동안 매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손님을 상대하며 마음 상하는 일도 많았지만 조 사장은 흡족할 때도 많았다. 바로 음식 맛을 칭찬받을 때였다.


조 사장의 가게에는 유난히 단골이 많은데 특별히 기억나는 손님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은 초등학생이었는데 매일 와서 돈가스를 포장해 갔다. 맛있냐고 물으니까 ‘매일 먹고 싶은 맛’이라고 말했다. 어떤 부부 손님은 ‘먹어 본 돈가스 중에 가장 맛있는 돈가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사장 매장의 음식 맛을 잊을 수 없다며 한 시간 떨어진 먼 곳에서 와서 먹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장사는 분명 힘든 일이지만 기쁜 일도 있었다. 33세의 청년 사장은 장사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워갔다.


◆8년 동안 월 4천만원대를 유지하던 매출이 코로나19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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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8년 동안 평균 4천만 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조 사장도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대구는 그야말로 침묵의 도시가 됐다. 거리에는 인적이 끊기고 손님들이 줄기 시작한 가게들은 하나둘 휴업하거나 폐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조 사장의 속이 타들어 갔다. 뉴스 보기도 두려웠다. 조 사장의 가게에도 손님이 확연히 줄어만 갔다. 매출이 20~40%가 떨어졌다. 행여 확진자가 다녀갈까 손님이 오는 소리를 들어도 덜컥 겁이 났다. 입맛은 없고 몸무게는 빠져갔다.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에 승부수를 던지다! 코로나를 이겨낸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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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장의 가게도 매출이 최대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가게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뭔가 묘수를 짜내야 했다. 조 사장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기로 하고 가게를 재정비했다. 그렇게 참고 견디며 이겨내자 곤두박질쳤던 매출은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조 사장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첫째, 음식 맛에 더욱 정성을 다했다. 평소보다 돈가스를 튀길 때도 고기의 신선도와 기름에 더욱 신경을 썼다. 이 매장에서 파는 돈가스는 스테이크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을 자랑하는데 그 비결은 좋은 원재료에 있다. 충남 양돈의 포도씨유를 먹인 돼지고기를 돈가스 등심용으로 수제 가공했는데 육즙이 빠지지 않는 천연숙성기법으로 염지한 것이 특징이다.


튀김 기름도 일반 돈까스 전문점과 다르다. 불포화지방산이 83% 함유된 올리브쿠킹 오일로 튀기니 고소한 맛이 남다르다. 올리브오일은 착즙 후 찌꺼지를 걸러내 발연점을 높인 튀김용을 사용한다.


우동 육수의 컨디션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조 사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맛에서 만큼은 최고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맛이 코로나19를 누그러뜨려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손님들의 말을 듣고서야 알게 됐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밀키트나 간편식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맛에 대한 기억은 유혹적이라는 것이다. 집콕 음식 소비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만족스러운 맛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조 사장은 “맛있지 않으면 간편식에 밀려요. 살아남을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배달을 강화했다. 가맹본사의 도움으로 떡볶이 전문점 ‘올떡’과 제휴해 떡볶이 메뉴를 강화했다. 배달 음식 사업에서는 메뉴 구성이 중요하다.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돈가스가 매콤한 떡볶이를 만나면서 인기있는 세트메뉴가 됐고 덕분에 객단가가 높아졌다. 그것이 신의 한수가 돼서 코로나19 이전 매출인 4천만원보다는 훨씬 낮지만, 2천7백만원대에서 더 떨어지지 않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에는 확진자수가 줄면서 매출이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 번째, 청결과 위생의 강화이다. 대구는 확진자가 급증한 곳이다보니 고객들의 조심성이 더 컸다. 조 사장은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매장 전체를 소독약으로 청소하고 의자와 테이블을 닦았다. 매장에는 손소독제를 비치했다. 직원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복장도 더욱 단정하고 깔끔하게 하도록 지시했다. 덕분에 단골손님들로부터 매장이 달라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청결을 체험하면서 고객들도 매장을 더 신뢰하게 됐다는 게 조사장의 판단이다.


네 번째, 단골들에게 서비스를 강화한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지난 8년간 월 매출이 4천만원이 넘던 매장이라 늘 고객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고객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산속에서도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더욱 친절하게 대했고 음료수 서비스를 주거나 사이드 메뉴를 더 주는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다섯 번째, 직원들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했다. 평소 조 사장은 직원들과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워낙 직원들이 알아서 해주는 부분도 있고, 말을 많이 하면 오해가 생기고 좋을 게 없다는 것이 조 사장의 생각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힘들어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말 한마디를 해도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


여섯 번째, 맑은 날 비올 때를 대비한 덕분이다. 주변에는 폐업하거나 휴업한 음식점들이 많다. 조 사장이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상황이 좋을 때 열심히 경영해 매출이 높았기 때문이다. 15평 매장에서 월 4천만원대 매출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매출이 높았기 때문에 40%까지 매출이 떨어져도 남들 버는 만큼 매출은 나온다. 그래서 버티는 거다. 만일 2천만원하던 매출이 40%까지 떨어졌다면 조사장도 못버텼을 것이다. 맑은 날  열심히 했던 노력은 비오는 날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서 깨닫게 됐다.


◆앞으로 장사는 계속된다! “위기는 물러나고 다시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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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손님들은 알아줬다. ‘음식 맛이 변함없고 맛있다’ ‘요즘 장사하기 힘들어서 어떡해요’라고 말을 건네고 가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그런 손님들의 말 한마디에 조 사장은 울컥하고 힘이 났다. 8년 간의 장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한 보람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버틴 덕분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던 매출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물론 예전의 매출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조 사장은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믿는다. 이번 기회에 메뉴를 재정비하고 매장 환경도 개선 하는 계기도 됐다. 지난 8년간 어떻게 장사해왔는지 되돌아볼 수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조사장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값진 경험을 했다.


조 사장은 창업을 하려는 많은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업을 하다보면 이번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도 중요하다. 또한 사업은 공부다. 주변 음식점을 벤치마킹하여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가 왔을 때 버티는 힘이다.


코로나19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 지난 8년간의 세월을 뒤돌아보는 기회가 돼 심기일전할 수 있었다. 고객 한 분 한 분의 소중함을 깊이 느꼈다. 다시 코로나19같은 사태가 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지도 배웠다.  비결은 다름아닌 비록 프랜차이즈이지만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맛집이 되어야 한다는 것, 평소에 열심히 해서 단골이 많은 사랑받는 음식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 확진자 발생도 점점 그 수가 줄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도 점점 물러나는 중이다. 위기는 지나가고 다시 도약할 일만 남았다. 8년간 식당을 운영 해 온 뚝심과 근성으로 조 사장은 앞으로 또 다른 장사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