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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테마 메뉴로 줄서는 미니 식당의 창업 성공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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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등록일: 2024-03-13 조회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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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한 식당 사업에서 가만히 있어도 마케팅이 저절로 된다면 그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는 독특한 콘셉트 덕분에 가만히 있어도 홍보가 되는 식당이 있다.

김진욱사장(46)가 운영하는 조그만 한식당  <금신전선상유십이(이하 금신전선)>다. 하절기에는 3가지 종류의 메밀국수를, 동절기에는 육개장과 곰탕을 파는 이집은 여기 저기서 앞다퉈 홍보를 해준다.고객들도 매장에 방문하면 그냥 가지 않는다.


이 곳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이유는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를 한식에 접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매장 인테리어부터 메뉴명, 음식 플레이팅까지 모두 충무공 이순신을 테마로 하고 있다.

8년간 호프집을 운영했던 김진욱 사장. 김사장은  코로나팬데믹 기간 동안 잘 운영하던 식당이 영업시간 규제로 어려움에 처하자 절망에 빠져 울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순신 테마 식당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고 이순신 테마를 식당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풀어냈을까?

    

◆잘 나가던 호프집 사장님

대구에서 태어난 김진욱 사장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IMF로 집안이 어려워진 탓에 학창시절부터 각종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그래서 10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여러 직장을 다니던 김 사장은 32세에 간판 일을 시작했다. 원래는 식당이 하고 싶어서 요리학원에도 다녔지만 여건이 안돼서 선택한 게 간판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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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일을 하면서도 식당에 대한 미련은 계속 있었다. 결국 39세에 호프집을 차렸다. 부산 수영역 인근이었다. 8개 테이블이 있는 작은 매장을 혼자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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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을 운영하던 김 사장은 고객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다. 적극적이고 친밀한 소통덕분에 손님과 친구처럼 편하게 말을 놓으며 지냈다. 손님들이 기본 안주는 셀프로 차릴 정도였다. 1인 매장이었는데 바쁠 때는 손님이 전화로 안주를 주문해두면 미리 안주를 만들어뒀다가 고객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 경험이 고객 응대에 큰 도움이 됐다. 호프집을 운영하며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결국 장사 잘되는 호프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로 좌절했을 때 운명처럼 다가온 ‘이순신’

호프집은 8년 정도 순항했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코로나팬데믹 초기에도 영업이 나쁘지 않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호프집은 9시 이후에도 한창 때인데 영업시간 규제를 하니 가게를 운영하지 말라는 명령이나 같았다.

 

금방 끝날 것 같던 영업시간 규제는 2년 가까이 계속 됐다.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어느 날 너무 힘들어서 식당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어린아이처럼 한참을 우는데 불현 듯 유튜브에서 본 ‘불멸의 이순신’이 떠올랐다. 이순신 장군 열혈 팬이던 김 사장은 평소 이순신 관련 콘텐츠를 자주 봤지만 한 번도 이순신 장군을 사업과 연관지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절망속에서 펑펑 울던 그날 불현 듯 이순신장군 테마 음식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순신 테마 음식점은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렸던 장계 즉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는 말은 결전의 각오를 나타낸다. 어쩌면 그 시절 김진욱 사장에게도 이순신 장군처럼 결전의 각오를 다지는 용기가 필요했는 지도 모른다.

 

◆거북선 표현하고 싶어 드론으로 한산도 앞바다 촬영도 해

평소에도 이순신 장군에 대해 비교적 잘 아는 편이었지만 이순신 테마 식당을 기획한 뒤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다. 이순신 장군의 다양한 전법을 비롯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이순신 스토리를 한식에 적용하고, 이순신의 진법인 학익진 모양으로 음식을 플레이팅 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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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이름은 <금신전선 상유십이>로 정했다. ‘저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상호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인 이순신 장군을 대표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상호로 정했다.

김진욱 사장은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최초로 음식점 상표로 등록한 사람이 됐다. 이건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했다.

 

◆15평에 15개 좌석, 1인 운영 가능하도록 바처럼 꾸며

식당을 기획한 뒤에는 매장을 알아봤다. 마침 수영구 광안동 인근 골목상권에 적절한 매물이 나와 있었다. 노인이 운영하던 옷수선집이었다. 매장 규모는 약 15평 정도였다. 보증금 1000만 원에 권리금은 2000만 원 정도였다. 점포 보증금 빼고 창업비용이 6천만 원 정도 들어갔다. 이전에 간판 일을 했기 때문에 웬만한 인테리어나 시설을 직접 시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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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최대한 재현해 내는 것이었다. 직사각형 가게 형태를 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1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닷지스타일을 적용 전 좌석을 바처럼 만들었다. 좌석수는 15개다. 보기에는 바 형태지만, 유심히 보면 기둥이 마름모꼴이다. 조선수군의 주력함선인 판옥선 모양이다. 바 테이블에 각각 화포구멍이 표현되어 있다. 전통 도깨비 치우천황 모양도 있다. 내부 배안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한산도 앞바다에서 드론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을 활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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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식당 외관이다. 코로나팬데믹 시절 가게를 소독하려고 구입했던 연무기를 활용해 거북선 모양을 재현했다. 하루에 정기적으로 거북선 구멍에서 연기가 나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오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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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에 이순신 스토리를 녹여내다

그런데 아무리 테마가 좋아도 음식맛이 별로면 식당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메뉴였다. 처음 생각해낸 이순신 장군의 진법을 아이디어로 메뉴명을 만들고 플레이팅을 했다. 메뉴는 육개장, 곰탕, 메밀면 3가지다. 겨울에는 육개장과 곰탕을 판매하고 여름에는 메밀면 3종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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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의 이름은 ‘한산 학익진’으로 했다. 학익진은 한산대첩의 대승을 이끈 필승진법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음식의 비주얼이 화려하다. 육개장의 포인트는 아롱사태 12장으로 수놓은 플레이팅이다.

 

매운 육개장을 못 먹는 사람들은 곰탕을 먹으면 된다. 이름을 ‘명량 일자진’으로 했다. 나주식 맑은 곰탕은 냉장 한우양지로 우려낸다. 수입산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지방근막이 깔끔하게 제거되지 않고 유통된다. 때문에 후가공에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 오히려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또 냉동은 핏물을 빼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반면 냉장은 한 시간만 핏물을 빼면 된다. 맛도 더 구수하다. 그래서 가격이 더 비싸도 냉장 한우양지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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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메뉴인 메밀면은 ‘노량첨자진’으로 정했다. 들기름을 질 좋은 제품을 쓰고, 맛간장은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메뉴의 가격은 1만2000원이다.

 

◆웨이팅 줄이 50미터 될 정도로 인기몰이...운영 미숙으로 시행착오도 겪어

<금신전선>은 2022년 12월에 가오픈을 하고, 2023년 1월 2일에 정식오픈을 했다. 골목에 위치한 외관부터 독특한 이색 식당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보였다. 이색식당으로 소문나면서 방송 출연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 김진욱 사장은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방송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방송에 나가면서 초창기에는 웨이팅 줄이 50미터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여름에 하계 메뉴가 출시되면서 메밀면이 점심에 140그릇이 팔릴 정도로 엄청나게 손님이 많이 왔다.

 

아직 식당이 자리 잡지 않은 상태였고 운영이 미숙했던 탓에 많은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다. 매출이 일정치 않은 것도 어려웠다. 특히 상권 입지가 좋지 않아 장마철에는 매출이 낮았다.

 

계속되는 방송 출연과 ‘노량-죽음의 바다’ 영화 개봉으로 고객은 꾸준히 유입됐고,식당 매출도 안정됐다.

 

◆겨울에는 직원 1명, 여름에는 3명 필요

2024년 3월 현재 김진욱 사장과 함께 일하는 직원은 1명이다. 겨울에는 면을 하지 않고 윢개장과 곰탕만 하고, 점심 장사만 한다. 돈을 버는 게 다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운영을 단순화했다. 덕분에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사업 초기에는 육개장과 곰탕에 면과 밥이 함께 제공됐는데 면을 먹은 후에는 포만감 때문에 손님들이 밥을 먹지 못했고, 국물이 식어있어서 밥이 맛있지가 않았다. 국물은 식을수록 짠맛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탕요리는 면을 빼고 밥만 제공한다. 덕분에 조리시간도 짧아졌다. 1인분 만드는데 1분 정도 걸린다. 손님들 만족도도 높다. 뜨거운 국물에 뜨거운 밥이 나오니 더 맛있을 수밖에 없다. 밥은 무한리필 된다.

 

여름에는 직원이 3명 정도는 필요하다. 작은 가게지만 회전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 메밀면은 플레이팅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1명은 면을 삶고, 1명은 플레이팅을 담당해야 하고, 1명은 설거지 보조를 하고, 1명은 고객응대를 해야 한다. 점심에 140그릇을 판매하려면 김진욱 사장까지 총 4명이 붙어야 하는 셈이다.

 

메밀면은 주문하고 음식 나오는 시간까지 4분 정도 걸린다. 2분마다 음식이 하나씩 나간다.   

테이블오더가 일손을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매장에 7대가 있는데 테이블오더에 메뉴 설명도 입력할 수 있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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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장사 포기하고, 낮 장사만 하는 이유

<금신전선상유십이>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사업 초기에는 저녁 영업도 했지만 저녁 영업을 마감하고, 재료 준비를 하면 퇴근 시간은 항상 새벽 1~2시였다.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갔다. 그래서 과감하게 저녁장사를 포기했다. 당일 재료는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영업시간을 연장해 큰 이윤을 남기기보다 식당의 아이디어가 된 이순신 장군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이순신 장군의 충과 효를 알릴 수 있는 장소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식당이 골목안쪽에 있어 명성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집중하고, 고객을 존중하는 마음도 항상 되새기고 있다. 


◆실패 한 뒤 재기 꿈꾸는 창업자들과 함께 하고 싶어

저녁 영업을 포기하자 수입은 줄었지만, 저녁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지금은 9시면 퇴근을 한다. 누구를 만나도 가볍게 술 한 잔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지인들과의 술자리는 장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도 있고, 그 속에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요즘 퇴근 후에는 영화 감상이나, 영상제작 등을 하며 또 다른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독특한 컨셉과 화려한 비쥬얼의 메뉴가 화제가 되면서 가맹문의도 정말 많이 온다. 내 사업이 인정받았다는 것에 기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신중해지고 있다. 김 사장은 무작정 가맹사업을 확장하고 싶지는 않다. 음식에 대한 철학, 사업에 대한 철학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특히 자신처럼 실패로 좌절을 겪었다가 재기를 꿈꾸는 어려운 소상공인들과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가맹점 330개의 의미...전국에 거북선 띄워보고 싶어

사업을 확장할 미래를 위해 상호는 물론 메뉴 이름도 상표 출원을 했다.

김 사장의 목표는 직영점 12개와 가맹점 330개이다. 직영점 12개는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를 의미한다. 숫자 330은 이순신 장군이 적군의 배를 330척을 물리쳤다는 데 착안했다.

 

현재는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만 메뉴로 담고 있지만, 좀 더 큰 가게를 오픈하면 메뉴도 확장할 생각이다. 어복쟁반, 녹두전 등 이순신 장군이 즐겨 먹던 메뉴를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가 접하지 못한 한식 메뉴를 충무공 이순신을 통해 재해석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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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사장은 <금신전선상유십이> 식당이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작은 식당이 매개체가 되어 그 공간에서 국민들이 화합하고 매장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전국에 거북선을 띄우는 퍼포먼스도 열어보고 싶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음식 맛만 좋으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맛은 기본이고,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비쥬얼에, 새로움과 의미까지 담는다면 금상첨화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절망에 빠진 순간 용기와 희망을 주던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반영한 식당을 창업해 충무공의 정신을 알리려고 하는 노력은 일종의 코즈마케팅(cause marketing)이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가치 및 이슈를 결합한 대의명분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매우 호의적이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기업에게 지불할 의사를 가진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대의명분이나 마케팅 요소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낮고 반짝 이슈로 그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상품의 구성이나 품질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김진욱 사장은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고객만족과 의미'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 사업을 한다는 것><CEO의 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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