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에서 출발해 프랜차이즈로 성공하는 청년사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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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1,419 등록일등록일: 2022-10-05본문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푸드트럭들이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각종 행사와 축제들이 다시 시작되면서 푸드트럭이 설 자리가 많아진 것이다.
푸드트럭은 초기창업자금이 부족한 청년이나 서민들이 소자본으로 창업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푸드트럭 영업 장소가 한정돼 있어서 활동이나 성장에는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푸드트럭을 발판으로 매장 사업으로 진출하고, 나아가 프랜차이즈를 통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진출해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푸드트럭 창업에서 출발해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뻗어나가는 사례도 있다. 푸드트럭에서 시작해 사업을 키운 청년들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브랜딩 염두해두고 푸드트럭 통해 다양한 테스트 시도
전국에 도우 공장을 두 곳이나 운영하는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는 푸드트럭에서 출발했다. 고피자의 임재원 대표는 그때부터 브랜딩을 염두해뒀는데, 1인 피자의 시작은 사실 그 이전부터다.
20대부터 회사보다는 창업을 염두해 둔 임 대표는 ‘햄버거처럼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피자’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다가 ‘파베이크 도우’를 개발한다. 파베이크도우는 피자 모양으로 성형해서 초벌한 빵이다. 도우를 빚을 필요 없이 바로 토핑을 얹어 굽기만 하면 된다.
이 도우로 임 대표는 2016년 푸드트럭을 시작한다. 푸드트럭을 하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대기번호를 받고 자기 차례가 되면 모니터에 뜬 번호를 보고 올 수 있게끔도 해보고, 여의도 밤도깨비 시장에서는 1인용 피자를 팔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 계속 야시장에 참가했고,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도 진행하다가 2017년에는 고피자 법인을 설립했다. 그렇게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가 탄생됐다.
고피자는 자동화 피자화덕인 협동로봇 고봇과 AI스마트 토핑테이블 등을 개발해 대표적인 푸드테크 프랜차이즈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 개발과 연구는 이미 푸드트럭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런 연구 개발에 대한 도전으로 대표적인 푸드테크 프랜차이즈로 인정받아 2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재 고피자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직영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얼마전에는 충북 음성에 대지 2천평, 건평 1천평으로 도우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고피자는 현재 140여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며, 가맹점의 연매출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정보공개서 2021년 기준으로 2억5000만 원대이다.
부산의 수제버거 브랜드 ‘791버거트럭’도 푸드트럭을 통해 브랜딩에 성공한 프랜차이즈다.
다양한 장사 경험을 가진 청년사장 박승민 씨는 고등학교 동창인 이충희 씨와 함께 2018년 7월부터 푸드트럭을 시작했다. 부산 화명동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고정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하자 단골들이 생겨났고 인지도가 높아졌다.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을 했는데, 초반 하루 매출이 50~60만원 나오던 것이 일년이 지나자 70~90만원까지 올랐다. 맛을 인정받은 것이다.
푸드트럭을 통해 맛을 검증받으면서 매장 사업 도전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마침 푸드트럭 건너편에 저렴하게 나온 매장이 있었다. 건물 복도안 매장이라 입지는 좋지 않았지만 아파트단지가 많고 상권이 좋았다. 비록 코로나 기간이었지만 지금이 창업의 적기라 생각한 박승민, 이충희 대표는 2020년 5월 버거트럭 매장을 오픈했다. 푸드트럭에서 출발한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매장을 버거트럭 콘셉트로 꾸몄다.
매장은 코로나가 한창인데도 성공을 거뒀다. 푸드트럭을 통해 수제버거인데도가성비있는 가격에 제공하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매장 사업이 성공하자 브랜드 사업까지 욕심이 났고, 프랜차이즈 사업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푸드트럭을 통해 아이템에 대한 시장 검증을 거쳤다면 직영 매장 운영으로 매장의 사업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직영매장을 통해 최적의 평수, 필요 직원수, 시간대별 고객 반응 등을 검증한 두 사람은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했다. 그동안은 가맹문의가 많아도 코로나 팬데믹을 고려해 신중하게 가맹점을 내줬지만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푸드트럭과 매장운영은 차이가 많다. 운영비부터 다르다. 푸드트럭의 고정 비용은 가스비, 유류대, 인건비 등이다. 매장은 임대료, 가스비, 인건비 등이 많이 든다. 푸드트럭과 달리 매장 운영은 합법적인 장소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맛부터 서비스, 사업의 기획·콘셉트까지 좀 더 큰 방향을 잡고 장기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푸드트럭으로 맛을 인정받아 브랜딩에 성공
푸드트럭으로 맛을 인정받아 브랜딩에 성공한 또 다른 프랜차이즈도 있다. ‘호랑이쌀국수’이다.
호랑이쌀국수는 2017년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출발했다. 서문시장에서 고정적으로 하다보니 단골손님들이 생기고 브랜드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 서문시장에서 맛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에는 브랜드에 대한 욕심을 내게 됐다. 이를 위해 더 다양한 지역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전국 뮤직 페스티벌에 F&B 부스로 참여해 음식 테스트를 해봤다. 음식의 맛과 퀄리티가 좋다는 반응을 얻었고 대구를 넘어 전국으로 통하는 맛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점포를 오픈하고, 2019년 가맹사업을 시작해 2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성비 VS 가심비
소비자들이 푸드트럭을 이용하는 이유는 가성비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빨리 나오고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푸드트럭의 장점이다.
그러나 브랜드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찾아오도록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가심비가 필요하다.
프리미엄 컵밥으로 유명한 ‘청년컵밥’은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2021년 기준으로 1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브랜딩에 성공했다.
30대 청년사장인 이상훈씨는 장사에 대한 꿈을 가지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장사 밑천을 마련해 푸드트럭을 창업했다. 각종 축제와 행사장, 야시장 등에서 푸드트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다가 브랜딩을 목표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백화점 입점을 위해 문을 두드렸다. 이후 백화점에 입점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다가 배달전문 매장을 내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청년컵밥 메뉴 가격은 ‘1만원’ 내외이다. 컵밥은 값싼 패스트푸드라는 인식을 깨고 ‘고급 컵밥’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스테이크와 아보카도 같은 고급스런 재료를 사용하고, 음식 용기에도 신경을 썼다. 1인 프리미엄 세트는 1만4천원대 가격이고 큐브스테이크 라이스는 1만1천원대다. 현재 청년컵밥 가맹점의 연매출은 공정위 정보공개서 2021년 기준으로 1억9000만 원대이다.
◆브랜드의 일관된 맛을 위해서는 정확한 레시피 필요
푸드트럭은 신속성이 생명이다. 지금 트럭 앞에 줄 서있는 고객들에게 빠르고 많이 판매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객들은 대부분 축제나 행사에 왔다가 허기진 배를 빠르게 한 끼 때우기 위해 푸드트럭에 온다. 그래서 맛보다는 빠른 회전율이 필요하다.
그러나 브랜드를 위해서는 신속성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맛의 완성도이다. 브랜드는 이름과 맛을 보고 온다. 어떤 가맹점에서 음식을 먹어보고 다음에 다른 가맹점에서 먹어봤는데 맛에 차이가 있으면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다. 때문에 일관된 맛을 위해서는 본사에서 제공하는 정확한 레시피가 필요하다. 때문에 브랜드를 만들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매뉴얼과 시스템 구축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푸드트럭 운영이 우리보다 자유로운 해외에는 푸드트럭 방식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브랜드도 인기다. 모바일 매장만 전문으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있고 오프라인 브랜드가 모바일 프랜차이즈 사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코나아이스, 매장은 물론 이동형 피자샵을 운영하는 타퍼스피자, 미국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동형 푸드트럭 매장도 함께 가맹사업을 하는 캡틴 D's 씨푸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이동형 커피 회사인 영국의 카페2U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푸드트럭 프랜차이즈가 있다.
에그샌드위치를 판매하는 ‘에그슬럿’은 2011년 미국 LA에서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에 매장이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에그슬럿의 성장 과정도 다른 푸드트럭과 다르지 않다. 셰프 앨빈 카일런과 사촌동생 제프 베일스는 푸드트럭으로 시작했지만, 2년 후 로스엔젤레스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 첫 매장을 시작해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에그슬럿은 미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등에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SPC삼립이 도입했다. 2020년 7월 서울 코엑스몰에 1호점을 냈다. 이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한남동 등에 매장이 있다.
글로벌 브랜드는 아니지만 한국에도 푸드트럭으로 성공신화를 쓴 토스트 브랜드가 있다. 바로 부산의 ‘문토스트’이다.
부산 송정에서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문토스트는 현재 2021년 기준으로 직영점 4개, 가맹점 34개를 운영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은 공정위 정보공개서 2021년 기준으로 2억5000만 원대이다.
문토스트 가맹점들이 2억 원대의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맛의 일관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는 성공한 프랜차이즈들이 갖고 있는 공통 된 요소 중 하나다.
이밖에 핫도그 전문점, 스테이크 덮밥 등 푸드트럭을 통해 시장 검정을 거치고 매장형으로 히트한 사례는 많다.
과거에는 푸드트럭이 행상이나 노점과 동의어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는 청년 창업자들의 시장 테스트와 첫 출발 방법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푸드트럭이 청년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한국유학생이 운영하는 미국 푸드트럭의 성공 스토리가 알려지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푸드트럭 거리 조성 사업을 벌이는 등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푸드트럭을 청년일자리 창출의 방안으로 육성하면서 부터다.
이후 푸드트럭은 세련된 디자인과 양질의 음식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현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청년창업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푸드트럭의 최대 장점은 이동성이다. 안정된 사업을 원하는 사업자들에게 이동성은 불편한 요소이지만,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는 시장 검증을 위해 이동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1인 혹은 2인 등 적은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푸드트럭 창업이 주춤했지만 위드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푸드트럭은 다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푸드트럭을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검증하고 이벤트나 행사장 등에서 다앙한 계층에게 사업을 홍보한 후 브랜드 사업으로 진출하는 사례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