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망해서 나가던 매장에서 창업해 연봉 1억버는 16평 식당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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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7,399 등록일등록일: 2024-01-30본문
지하철역에서 200미터 떨어진 외진 곳에 가게 하나가 있었다. 망해서 나가는 자리라고 다들 꺼리는 이곳에 막창집이 들어섰다. 음식 맛에 자신이 있었던 사장은 성공을 예감했다. 실제로 오픈 초기부터 장사가 잘 되어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매출이 나와 지난해 연매출 3억5000만 원을 올렸다. 이곳 사장이 1년에 버는 소득은 연봉 1억 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에서 막창전문점 <불막열삼 영등포구청역점>을 운영하는 정충완 사장(58)이다. <불막열삼 영등포구청역점>은 오후 3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밤낮이 바뀐 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부인 이복희 사장(52)과 함께 서로 의지하며 운영해 나가고 있다. 후미진 골목에서 코로나 직격탄까지 이겨내고 막창집을 영등포 핫플레이스로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고향 부산에서 맛본 막창 맛에 창업 결정
부산이 고향인 정충완 사장은 스물한 살에 서울로 올라와 외식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에 도전했다. 30년 간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오십이 되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그래서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휴식 차 고향인 부산에 내려간 정 사장은 친구들과 함께 화명동에 있는 막창집 <불막열삼>에 갔다. 몇 번 와본 곳이었는데 먹을 때마다 맛이 있어서 기억에 남은 곳이었다. 막창을 먹던 부인 이복희 사장은 서울에 이런 막창집 하나 차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막창집 주인에게 물어보니 체인점이라고 하면서 본사 연락처를 알려줬다.
정 사장 부부는 그 길로 본사에 연락을 한 뒤 다음날 찾아갔다. 본사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담을 하고 창업을 결정했다. 처갓집에 머물면서 가맹본사에서 일주일 정도 교육을 받았다. 아내가 요리를 배우고, 정 사장은 서비스를 배웠는데, 나이들어서 새로운 일을 하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망해나가는 자리에서 장사 시작한 이유
창업을 결정하고 가장 힘든 것은 매장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주로 요즘 뜬다는 홍대, 합정동, 마포 쪽을 알아보러 다녔다. 두 달 가까이 발품을 팔았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곳은 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비쌌다.
그때 든 생각이 ‘동네로 가자’였다. 정 사장 부부는 영등포에서 30년을 살았다. 누구보다 그쪽 지리와 상권을 잘 알았다.
아는 곳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다시 발품을 팔아가며 가게를 알아봤는데 마음이 가는 곳이 있었다. 영등포구청역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가게였다. 역세권도 아니고, 확실한 주택가도 아니고, 오피스가도 아닌 애매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계속 망해나간 자리라고 했는데, 정 사장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불막열삼>의 음식 맛이라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할 자신감이 생겼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결국 가게를 계약했다.
총 창업비용은 1억5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보증금 2100만 원에 월세가 126만원, 권리금이 3000만 원 조금 넘게 들었다. 닭갈비집을 하던 곳이라 크게 시설을 바꾸지 않아도 됐다. 총 평수는 16평이다. 주방은 2~3평 정도이고, 테이블은 10개다. 창업비용은 모아놓은 돈과 은행대출을 5000만 원 정도 받았다. 그렇게 2019년 10월에 <불막열삼 영등포구청역점>을 오픈했다.
◆오픈 첫 달 매출 3천만 원...코로나 직격탄 맞고 매출 하락
가게를 오픈하고 첫 달 매출은 3천만 원 정도가 나왔다. 안 좋은 입지인데다 16평짜리 매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몇 달간은 이 매출이 유지가 됐다. 그런데 2020년 초반에 등장한 코로나19로 우리나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결국 3월부터 사회적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루 매출이 20~30만 원도 안 되는 날이 1년 가까이 이어졌다. 4명 있던 직원들도 하나 둘 그만두게 되고 정 사장 부부 둘이서 가게를 운영했다. 배달도 해봤다. 그러나 배달을 하니 막창이 식어서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배달을 계속하면 가게 이미지만 더욱 안 좋아질 것 같아서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돈 몇 푼 더 벌고,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배달이 안 되자 점심 장사를 시작했는데, 크게 매출이 오르지는 않았다.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간신히 월세를 냈다.
끝은 있었다. 2022년이 넘어가자 코로나도 잠잠해지고 손님들도 다시 가게를 찾으며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2023년부터는 매출이 크게 치고 올라갔다. 정 사장 가게의 2023년 매출은 3억5000만 원 정도다. 원가율은 40%내외다. 인건비는 직원으로 일하는 아들의 월급 200만 원이 나간다. 한 달 수도세는 20만 원, 전기세는 80~90만 원 정도이다. 이것저것 다 제외하면 한 달 순수익은 1천만 원 정도가 남는다. 연봉 1억 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좋지 않은 입지에서 코로나도 버텨내고 정 사장 부부가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틈새전략으로 매출 상승효과
첫째, ‘새벽영업’이다.
<불막열삼 영등포구청역점>은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새벽영업을 시작한 이유는 그 시간대에 오는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온다. 자신들의 가게를 밤 10시, 11시에 끝내놓고 고기를 먹으러 오는 것이다.
이런 수요층을 확보해보자고 새벽영업을 시작했는데 ‘틈새전략’은 통했다. 오후 3시에서 밤 11시까지 매출과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매출이 비슷하다. 그만큼 밤에 오는 손님이 많다는 것이다. 손님 중에는 멀리 평택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새벽영업으로 전체적인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확실한 고객 서비스...고객 경조사까지 챙기는 세심함
둘째, ‘친절한 서비스와 대화기술’이다. 정 사장의 가게는 네이버 평점이 4.6점으로 높다. 그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친절’이다.
<불막열삼 영등포구청역점>은 아주 바쁜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 사장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 막창과 고기류는 1차적으로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해서 테이블로 나와 다시 구워먹는 시스템이다. 이 때 타지 않게 굽는 게 포인트다. 정 사장은 몇 년 간 터득해온 굽는 기술로 손님들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굽기를 잘 안다. 막창의 경우, 고기가 노릇노릇해질 때가 가장 맛있다.
구워주기만 하지 않는다. 타고난 입담으로 고객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고객과 대화를 하다보면 단골들은 사소한 것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결혼이나 부모님 상을 당한 것도 알게 되는데, 정 사장은 이를 놓치지 않고 경조금을 보내준다. 고객은 당연히 감동할 수밖에 없고, 평생 단골이 된다. 고객 생일에는 차돌이나 삼겹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 사장의 입담과 대화의 기술 덕분에 객단가도 7~8만 원대로 높다. 정 사장과 얘기하다보면 먹지 않을 음식도 더 시키게 된다. 정 사장의 가게는 <불막열삼> 전체 가맹점 중에 객단가가 높기로 다섯 안에 든다.
셋째, ‘전략적인 서비스 제공’이다. 대부분의 고기집들이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 사장 가게도 그렇다. 그런데 정 사장은 서비스가 나갈 때도 전략을 쓴다. 이를테면 서비스가 처음부터 나가지 않고 손님이 음식 먹는 중간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포착해서 제공하면 효과 만점이다. 매운 막창을 먹는 손님에게 치즈를 제공하는 것이 그 예 중 하나다.
넷째, ‘예약서비스’이다. 정 사장 가게의 주고객층은 2030세대다. 예약서비스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정 사장은 네이버나 전화로 예약을 받는다. 가끔 노쇼가 있기는 하다. 별도의 요금은 받지 않는다. 예약을 받은 후부터 매출이 높아졌다. 특히 네이버 예약이 반응이 좋다.
◆손질해 숙성시킨 생막창은 잡내 없고 부드러워
다섯째, ‘맛’이다. 정 사장 가게는 막창은 삶지 않은 생막창을 쓰고, 삼겹살도 생고기를 판매한다. 특히 돼지막창은 본사에서 손질해 숙성시켜 오는 막창을 매장에서 한 번 더 손질한다. 배를 갈라서 막이나 용종을 제거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하면 잡내가 전혀 없고 부드럽고 고소하다. 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소스도 다양하다. 땅콩막창소스, 바비큐 소스, 불고기 매운 소스 등이 있어서 고객 취향대로 찍어먹을 수 있다.
여섯째, ‘메뉴경쟁력이다’. 불막열삼은 돼지막창과 소막창 외에 생삼겹도 인기다. 특히 돼지막창과 가성비있는 가격의 생삼겹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사이드메뉴의 퀄리티’도 높다. 특히 ‘흑미쌀물냉면’은 흑미쌀로 만든 밀가루 0%의 웰빙 냉면으로 인기가 좋다.
일곱째, ‘가성비가 뛰어나다’. 막창과 고기 메뉴의 가격이 1인분에 1만 원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한다. 다른 가게보다 평균 2000~3000원은 저렴하다. 메뉴는 고기 종류가 7가지, 전골류가 2가지, 그밖에 사이드 메뉴가 있다.
여덟째, 100% 내점 고객 영업이다. 배달 매출이 높았다면 배달비, 배달수수료 등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므로 월 3천만원대 매출에서 1천만원씩 순수익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100% 내점이라 배달 관련 비용 지출이 없는데다 부부가 함께 일하고 주류 매출도 받쳐주니까 가능한 소득이다.
아홉째, 높은 객단가다. 테이블 단가가 7만,8만원대다. 음식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맛있어서 술술 먹다보면 객단가가 높아진다. 주류 매출도 객단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매장에 먹음직스러운 메뉴 실사 사진을 많이 걸어둔 것도 도움이 된다. 구매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객단가가 높으면 적은 손님을 받아도 돼 상대적으로 운영이 편하고 배달없이 매장에 찾아오는 고객만 응대하므로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신메뉴 출시되면, 부부가 막창 한 박스씩 시식
열번째, ‘청결’이다. 새벽 2시에 영업이 끝나면 정 사장 부부는 1시간씩 청소를 한다. 가게의 바닥은 오픈 공사를 할 때 미끄럽지 않은 우레탄으로 깔았다. 평당 45만 원한다. 그 바닥을 소주나 알코올로 매일 닦는다. 주방 바닥은 뜨거운 물로 청소하고 불판도 찌꺼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깨끗이 닦고 있다.
정 사장 가게의 청결은 정평이 나있다. 손님들도 새 매장 같다고 하고, 본사에서 모범 가맹점으로 상도 받았다.
열한 번째, ‘연구와 노력’이다. 정 사장 부부는 신메뉴가 나오면 시식을 빼놓지 않는다. 막창을 한 박스씩 먹어보면서 어떻게 구워야 맛있고, 어떻게 뒤집어야 맛있는지, 제일 맛있을 때가 언제인지 연구한다. 굽는 기술은 본사에서 처음 교육 받을 때 가르쳐주는 것을 응용해 발전시켰다.
열두 번째, ‘성실한 운영’이다. <불막열삼 영등포구청역점>은 정기 휴무가 없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명절 때도 문을 연다. 일 년에 360일 정도는 영업을 하고 있다. ‘언제든 문이 열려 있는 가게’를 지향한다. 올 설 명절은 모처럼만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다.
열세 번째, ‘가맹본사와 소통’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매출이 낮은 매장들은 대체로 가맹본사 방침을 잘 안지키는 곳이 많다. 정충완 사장은 가맹본사와 관계가 좋다. 튼튼하고 양심적인 가맹본사에 대한 신뢰가 있어 본사의 방침을 잘 따른다. 다른 외식업도 그렇지만 특히 막창 브랜드는 본사의 시스템이 주먹구구식이면 장수하기 힘들다. <불막열삼>의 가맹본사는 자체 물류공장 운영,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가맹점을 지원하고 있는데 정 사장은 그런 본사와 가족처럼 지낸다.
◆부부가 철저한 분업...초심 잃지 않으려고 노력
현재 <불막열삼 영등포구청역점>은 정충완 사장이 아내 이복희 사장과 함께 운영한다. 부부 운영의 최고 장점은 의지할 곳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식당의 경우, 직원 눈치 보며 장사하는 곳이 많은데 그럴 걱정도 없다.
부부 운영의 노하우는 각자 맡은 업무가 철저하게 분리되는 것이다. 정충완 사장은 홀 담당이고, 이복희 사장은 주방 담당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크게 부딪힐 일은 없다. 손님이 없을 때는 각자의 시간도 갖는다.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새벽까지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정충완 사장은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술에 취한 손님을 상대할 때는 여전히 곤혹스럽다. 술에 취했는데 더 달라고 하는 손님에게는 “여기까지가 아름다운 술입니다”라고 단호하지만 기분 좋게 얘기한다. 그러면 손님들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간다.
항상 농담하고 웃고 있지만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장사하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손님한테 소홀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장사는 체력도 좋아야하지만, 마음 훈련도 필요하다.
◆다점포 운영하는 게 목표
개성을 살린 개인 매장을 창업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 사장은 프랜차이즈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본사에서 철저하게 관리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사에서 알아서 해준다고 손 놓고 있으면 장사는 실패한다.
정 사장은 “입에 떠 먹여 주는 것 그대로 먹기만 하면 안 된다. 본사에서 10가지를 해주면, 9가지는 내가 알아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는 초보자도 가능하지만, 본사의 노하우를 응용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기회가 되면 다른 지역에 <불막열삼>을 추가로 오픈해 보고 싶다. 지금처럼만 운영이 된다면 가능할 것 같다. 그밖에 큰 꿈은 없다. 자신의 가게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소시민들이 찾아와 위로를 받고 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정충완 이복희 부부는 작은 식당 하나를 성공시키는 데도 얼마나 성실과 노력이 필요한 지를 보여준다. D급 상권에서 월1천만원 소득을 올리는 비결은 한결같은 성실함이다. 1년에 360일 영업하고, 고객 경조사까지 챙긴다. 직접 막창과 고기를 구워주면서 고객의 친구가 되어주고, 매일 바닥을 소주와 알코올로 닦는다. 신제품이 나오면 막창을 한박스씩 쓰면서 메뉴 연구를 하고 네이버 에약도 적극 활용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남들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잘해서는 힘들다.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월등한 노력만이 안전지대를 보장한다. 많은 가맹점들이 장사가 안되면 가맹본사 탓을 하는데 정충완 사장의 사례는 혹시 지금 사업이 어렵다면 내가 월등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사례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탄생, 내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외. KFCEO과정,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대구FC리더 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