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술로 4천명 고객관리, 민통선 양봉업 부부의 성공비결은?
페이지 정보
조회:1,031 등록일등록일: 2024-12-19본문
꺾어진 나이 오십은 1막 인생을 정리하고 2막 인생을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다. 요즘은 50대에서 65세까지를 장년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2막 인생 설계에 성공하면 80세까지 일하는 것도 거뜬한 시대다.
50대에 양봉으로 2막 인생을 설계한 부부가 있다. 양봉을 한 지도 벌써 12년이 되어 이제는 베테랑 농부다. 강원도 양구 민통선 지역에서 양봉 사업을 하는 <민두벌꿀>의 이영란(62), 김귀만 사장(69)의 단골고객은 1500명이 넘고, 1억 매출을 달성했다. 전체 고객DB는 4000명이 넘는다.
◆청정지역 양봉 사업, 디지털전환에도 도전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에 참여해 비대면 자동주문전화’와 ‘고객관리 솔루션’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홈쇼핑 사업자나 쇼핑몰 사업자 부럽지 않게 온-오프라인을 자유롭에 넘나들며 사업을 하고 있어 디지털 전환에도 성공했다.
벌을 키우는 것은 유동적인 기후환경과 온난화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이영란 사장 부부도 양봉사업 초창기에는 부족한 경험으로 꿀을 채취하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뭐든 성실하게 꾸준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덕분에 이들의 사업은 많은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완전히 안정궤도에 들어섰다.
50대에 새로 개척한 양봉업으로 성공하고 있는 부부의 2막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새벽에 시작되는 양봉사업가의 하루...초창기 경험부족으로 어려움 겪어
이영란, 김귀만 부부의 하루는 새벽 4~5시에 시작된다. 벌들이 조용히 있을 때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벌들이 사나워져서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렇게 새벽일을 시작한 게 벌써 12년이 됐다.
젊은 시절, 이영란 사장 부부는 대부분의 중년들처럼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다가 양봉사업을 시작한 것은 방산면 민통선 두타연에서 오랫동안 양봉사업을 하고 있던 가족의 도움이 컸다. 처음에는 가족을 도와 조금씩 양봉일을 하다가 아예 사업 전체를 물려받았다.
사업체의 이름은 <민두벌꿀>이다. 민통선 안에 두타연이라는 연못이 있다고 해서 이름지었다.
사업 초창기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벌은 생물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고, 기후환경도 매번 달라서 힘들었다. 날씨가 안 좋아서 꿀을 채취하지 못하게 된 적도 많았다.
벌의 습성과 성향을 알려면 10년은 돼야 한다. 벌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아이들이 울면 배고파서 우는 지, 기저귀가 젖어서 우는 지 처음에는 잘 모른다. 육아에도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 듯 양봉사업도 그렇다. 이영란 사장 부부도 12년을 하다보니 경력과 노하우가 쌓여갔다. 현재는 연간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민통선 두타연 지역의 무농약 꿀 재배
가장 큰 비결은 ‘친환경적인 무농약 꿀 재배’이다. 이영란 사장 부부가 양봉을 하는 방산면 민통선 두타연 지역은 70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농가도 없다. 그래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무농약 꿀을 채취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양봉이 무농약이지만, 주변에 농가가 있으면 농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조건으로 <민두벌꿀>의 꿀은 더 친환경적이다. 이 점이 고객에게 인기를 얻는 비결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두타연 지역에서 양봉하는 농장이 3곳 있었는데, 지금은 <민두벌꿀>만 남았다. 단독으로 한다고 수확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벌들 개체수에서 가져오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이영란 사장 부부는 민통선 두타연 지역에도 농장이 있고 밖에도 농장이 있다. 농장은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온도에 맞게 날씨와 환경에 맞게 벌들을 이동을 시켜줘야 거기에서 꿀을 수확할 수 있다. 갖고 있는 벌통은 500통 정도다.
요즘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영란 사장 부부는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북한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 통제가 심하다. 그래서 이 사장 부부도 꿀 수확시기에 못 들어간 적도 있다.
민통선 지역에 들어가려면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군부대하고 약정을 하는데, 요즘에는 2년에 1번만 하면 된다. 출입 시기를 미리 통보하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다.
◆꿀 맛이 진한 비결
또 다른 비결은 ‘진한 꿀맛’이다. <민두벌꿀>의 꿀은 다른 곳보다 농도가 진하다. 비결은 벌통에서 조금 늦게 수확하는 것이다. 수확양이 적더라도 숙성기간을 1주일에서 보름 정도 더 둔다. 1주일에서 보름이라고 하면 굉장히 큰 차이다. 수확시기를 조금 늦추면 벌들이 스스로 숙성을 시킨다. 그래서 단맛만 있지 않고, 진한 농축액 맛이 난다. 농도가 진하고 맛과 영양이 더 풍부하다. 단골들은 그 진한 맛을 알고 재구매를 한다.
양봉사업의 성수기는 5월부터 8월까지다. 양봉하기에는 맑고 따듯한 날씨가 좋다. 8월이면 생산을 끝낸다. 바쁜 성수기에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한 명 고용해 함께 일한다. 8월 이후는 비수기다. 비수기는 벌을 키우는, 육성시키는 기간이다. 가을, 겨울에는 벌꽃 화분을 만들어 벌에게 먹인다.
수확한 꿀은 민통선 밖 농장 옆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공한다. 수분만 날려서 소분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소분시설이 있고, 유휴공간에는 꿀도 전시해놓는다. 60평 규모다.
◆아카시아꿀이 가장 인기...명절 판매량이 매출의 30% 이상
가장 인기 있는 꿀은 아카시아꿀이다.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한다. 야생화꿀이 25%, 잡화꿀이 15% 등이다.
5월에 아카시아 꽃이 피면 꿀을 생산한다. 아카시아꿀은 달콤한 맛이 난다. 과거에는 아카시아 꽃향이 진했는데, 요즘은 온난화, 기후변화 때문에 꽃의 향이 많이 약해졌다. 6~7월이 되면 밤꽃이 핀다. 밤꽃에서 채취한 꿀은 밤나무꿀이라고 한다. 약간 씁쓸한 맛이 난다. 야생화꿀은 여러꽃에서 벌들이 물어오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맛이 없다.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꿀은 유통기한이 별도로 없다. 지구상에서 썩지 않는 식품이 꿀이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그래도 표기사항 식품이기 때문에 소비기한을 3년으로 해놓는다. 그해 생산한 꿀은 거의 그해 소비를 한다.
꿀은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 많이 나간다.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일년에 20회 이상 행사장 나가며 판매 및 홍보활동
농업은 온라인 전략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사장 부부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에도 등록했고, 제휴 사업자를 통해 온라인 판매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꿀은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어 있어 온라인 전략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사장 부부는 아직 컴퓨터 활용에 익숙하지 않아 오프라인 홍보에 의존하고 있다. 주로 행사장에 많이 나간다.
정기적으로 나가는 것은 경기도 과천의 농산물 판매장이다. 매주 화요일 수요일에 나가 판매를 한다. 박람회는 매년 많이 열리지만 참가비가 비싸 참가를 거의 못한다. 참가비만 300만 원 정도 한다.
그래서 박람회는 지자체에서 1년에 한 번 보조해줄 때만 나가고 있다. 그 밖에 서울시에서 하는 농부시장 행사에도 참가한다. 공고가 뜨면 서류를 제출한 뒤 합격할 경우 참가가 가능하다. 참가비가 없어서 경쟁률이 센 편이다.
행사장은 이영란 사장 혼자서 나간다. 남편 김귀남 사장은 주로 양봉 일에 주력한다. 매주 나가는 경기도 과천 행사를 제외하고 일년에 참가하는 행사는 연간 15~20회 정도다.
◆꿀의 활용법은 무궁무진...고객에게 정보 제공하기도
행사장에 나가면 판매만 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시식 행사도 하고, 꿀 활용법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꿀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김치할 때 설탕 대신 넣어도 좋고, 인삼이나 효소 담글 때도 설탕이나 올리고당 대신 꿀을 활용할 수 있다. 멸치 볶을 때도 꿀을 사용하면 딱딱해지지 않는다. 멸치볶음에 꿀을 사용할 때는 불을 다 끈 상태에서 버무려 주는 게 팁이다.
이영란 사장은 김장철에 행사장에 나갈 때 특별히 챙기는 것이 있다. 꿀에 재운 무를 한 병씩 가지고 나가 고객에게 시식을 한다. 이 사장은 “꿀에 재운 무는 산삼 먹는 것보다 훨씬 좋다. 추위도 안 타고 면역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농부들은 꿀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꿀과 레몬을 결합한 스틱 상품 등 다양하다.
이영란 사장 부부도 젊은 농부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사업능력이 부럽다. 이영란 사장은 “우리도 하면 좋지만, 모든 게 돈하고 연결되다보니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얘기했다.
◆양봉사업에도 스마트 바람
젊은 농부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이영란 사장부부도 얼마 전 디지털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시도를 했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할 수 있는 스마트솔루션을 도입한 것이다.
민두벌꿀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하는 ‘2024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을 통해 ‘비대면 자동주문전화’와, ‘고객관리 솔루션 네모예약’을 도입했다. 스마트기술에 대한 정보는 행사장에서 알게 됐다.
솔루션을 도입한 후 사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영란 사장은 그 동안 주문접수와 문자 메시지를 모두 수작업으로 해왔다. 전화를 받아 일일이 문자를 남기고 응대하다보면 누락되기 일쑤였다.
대표 혼자 생산 가공 포장 판매 등의 업무를 다 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양봉 작업 중에는 주문 받기가 힘들었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 1천 명이 넘는 고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면 3~4일은 걸려 힘들었다.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고객 관리가 점점 어려워졌다.
◆스마트솔루션으로 4000명 고객을 손쉽게 관리
이번 자동주문전화와 네모예약을 도입하며 이러한 문제점이 싹 해소됐다.
이제 다른 작업을 할 때 전화가 와도 자동 주문 접수가 되기 떄문에 누락이 없어졌다. 고객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도 네모예약을 통해 한 번에 전송할 수 있어 편리하다. 결제 배송 문제도 솔루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복잡한 과정이 단순화되고 민원도 줄일 수 있다. 고객들은 농산물은 무조건 택배비가 공짜인 것으로 안다. 그래서 택배비를 별도로 받으면 항의를 하곤 한다. 지금은 프로그램에 택배비 4천원을 올려뒀더니 고객이 택배비까지 아예 포함해서 결제를 해줘서 택배비를 따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사라졌다.
꿀이나 양봉제품은 고객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스마트솔루션 도입으로 과학적이고 편리하게 고객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이벤트 프로모션도 다앙하게 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온라인 판매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에 도입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온라인 자사몰 운영이나 쇼핑플랫폼 입점과 별도로 전화번호나 링크, QR코드만으로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이렇게 직접 온라인 판매를 할 경우 쇼핑몰 입점이나 제휴판매에 비해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온라인 판매 강화는 사업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회사소개, 꿀 채취 및 포장 과정, 제품 우수성 등을 상세 페이지 제작을 통해 자세하게 소개할 수 있어 고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프로그램 도입비용은 부가세까지 75만 원 정도가 들었다. 간이과세자로 취약계층으로 분류돼 국비 지원을 80%까지 받았다. 일반 사업자의 지원비율은 70%까지다.
◆자사 온라인몰 구축 중...온·오프라인 연계해 매출 증대 목표
이영란 사장 부부는 연간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성수기 비수기 차이가 있고 월소득은 일정치 않다. 최근에는 양봉사업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은퇴한 남성들이 많이 뛰어들고 있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양봉사업 하는 사람들이 조금 힘들어졌다.
양봉사업은 쉽게 시작 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다. 맨 처음 시작할 때는 다 잘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꿀 수확시기가 지나서 가을이 됐을 때 벌 육성하는 데서 판가름이 난다. 10년은 돼야 벌의 습성을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기고 벌을 잘 키워내면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영란 사장 부부는 민통선 두타연 지역에서 양봉사업이 가능할 때까지 최대한 하려고 한다. 사업 트렌드에 맞게 온라인몰도 구축 준비 중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판매에 주력해왔지만, 온라인을 강화해 판매처를 늘려 매출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고금리 구인난 소비위축 등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돌파구는 디지털전환이다. 오프라인 식당이 온라인 진출을 통해 오프라인보다 열 배 이상 매출을 상승시킨 사례도 있다. 인구소멸지역 레스토랑이 서빙로봇 도입을 통해 구인난 문제를 해결하고, 1인 커피숍이 키오스크로 인력난을 해소한 것은 이제 흔한 이야기다.
소상공인의 디지털전환은 스마트기술 도입은 물론 디지털마케팅,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디지털역량 강화, 나아가 온-오프라인 연계까지 종합적으로 진행될 때 경영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영세한 농가도 스마트기술을 잘 활용하면 스타트업 못지않게 손쉽게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다. 사업자가 직접 온라인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쇼핑몰 입점에 비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어 수익성이 개선된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 탄생> < 내 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 소장의 2020 창업트렌드>
이 콘텐츠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2024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 서울.인천.강원권 전문기관의 일반형 스마트상점 우수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