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매장에 스마트기술을 도입했더니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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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8,256 등록일등록일: 2023-10-23본문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앞에서 <글라스뷰안경원>을 운영하는 윤영섭 사장(41)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코로나19 동안 주고객층이었던 학생들이 학교에 안 나오면서 매출이 확 떨어졌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그만뒀고, 현재도 코로나 이전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해 직원을 구할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혼자 안경점을 꾸려나가고 있다.
혼자 안경점을 운영하다보니 손님이 몰릴 때는 감당하기가 힘들다. 한 손님을 응대하느라 다른 손님을 상대하지 못하면 그냥 나가버릴 때가 많다.
그런 윤영섭 사장에게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다. 바로 키오스크와 스마트미러가 그 주인공이다. 윤 사장은 2023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참여해 올해 키오스크와 스마트미러를 도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1인 안경원을 디지털로 전환한 후 어떤 일이 생겼을까?
◆3억5천만원이나 들여서 가맹점 창업했다가...
윤영섭 사장은 대학에서 안경광학을 전공하고 안경점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했다. 중간에 군대를 다녀온 기간까지 6~7년 정도 직장인으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많은 안경사들의 목표가 안경원 창업이듯, 윤 사장도 경력을 쌓은 뒤 안경원을 창업 결심을 한다.
처음에는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체인점을 선택했다. 쇼핑몰을 위주로 판매하는 안경점 브랜드였는데 총 창업비용 3억5000만 원 정도를 들여 2013년도에 창업한다. 보증금과 권리금만 1억8천, 인테리어비 7700만원, 그밖에 물건값 등이 들었다. 안경점은 쾌적한 환경이 중요하다보니 시설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적지 않은 투자비라 집을 팔고, 대출도 받고 가족에게 빌리기도 해서 창업자금을 마련했다. 그런데 쇼핑몰 위주다보니 윤 사장의 사업 방향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3~4년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
그 후 2017년경 다른 브랜드 체인점을 창업했다. 그러나 대표가 여러 명이었던 그 브랜드는 상표권 싸움으로 분쟁이 일어났고 사태를 지켜보던 윤 사장은 내 상표권을 등록해 개인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2020년에 같은 자리에서 간판만 바꾸고 현재의 <글라스뷰안경원>을 재창업 했다.
◆코로나19로 썰렁해진 거리, 손님들도 뚝 끊기고 매출도 2배 하락
개인 안경원을 창업하자 마음은 편했지만 업무량은 늘어났다. 거래처도 새로 뚫어야 하고 상품 구성도 직접 다 고민해서 해야 했다. 그래도 그동안 쌓아놓은 인맥과 노하우가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야심차게 개인 안경원을 창업했는데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대학가 앞이라 과거에도 학생들 방학 시즌에는 매출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자 매출이 2배 가까이 떨어졌다.
윤 사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도 그만두게 된다. 그렇다고 홍보도 마음껏 할 수 없었다. 안경원은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 홍보에 제약이 많이 따른다. 사실에 근거한 홍보 정도는 되지만 과장 광고나 과대 광고를 할 수 없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심해지는 안경 가격파괴 속에 가격 정찰제를 고수하는 이유
코로나19가 지나가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윤 사장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 기간 동안 동네 안경원을 이용했던 학생들이 여전히 동네 매장을 찾기 때문이다.
안경원은 한 번 단골이 되어 신뢰를 갖고 이용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다. 다행히 대학교 앞 상권은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도 계속 생긴다. 글라스뷰 안경원을 이용하고 만족한 고객들은 다시 매장을 방문한다.
또다른 이유는 경쟁 안경원들의 가격파괴다. 코로나로 장사가 안 되면서 많은 안경원들이 안경 가격 파괴를 하고 있다.
안경가격은 정해진 게 없다. 안경점 자율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곳은 중국산 질 나쁜 렌즈를 구입해 안경을 저렴하게 팔지만 손님들은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지 제품의 품질을 정확히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손님 유치를 위해 콘텍트 렌즈를 원가에 판매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윤 사장은 점점 심해지는 안경원들의 가격파괴 경쟁속에서 꿋꿋하게 가격 정찰제를 고수하고 있다. 가격이 자꾸 내려가면 당장 매출은 높아질 수 있으나, 결국 마진은 적어지고 남는 게 없으니 폐업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윤 사장은 실제로 그렇게 해서 문을 닫은 안경점을 많이 봤다.
◆스마트기술, 외로운 나홀로 사업자의 벗이 되다
직원 없이 혼자 안경원을 운영하다보면 애로사항이 많다. 안경점은 낮이나 저녁 시간대, 평일이나 주말 상관없이 불쑥불쑥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윤 사장이 365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유다.
특히 고충을 겪을 때는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들 때다. 손님이 없을 때는 한가하지만 한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안경 특성상 한 손님을 응대하는 시간이 30~40분 걸리는데, 그때 다른 손님을 응대할 수 없어 그냥 보낼 때도 많다.
그런 윤 사장의 고충 해결에 스마트 기술 도입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행하는 2023년 스마트상점 기술 도입 사업에 신청해 도입한 키오스크와 스마트미러가 직원 한 명 몫을 해주고 있다.
키오스크에는 동영상 기능이 있다. 영상을 보며 콘택트렌즈 착용법이나 관리법 등을 볼 수 있는데 손님이 기다리는 동안 영상을 보고 난 뒤에 윤 사장의 설명을 들으면 쉽게 이해돼서 설명 시간이 단축된다.
또한 안경원에서 손님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안경테 고르는 것인데 스마트 미러가 그 시간을 단축해 준다. 스마트미러로 다양한 안경테를 착용해보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내 눈으로 안경 착용 모습을 직접 확인 할 수 있어서 안경테 선택 시간이 줄어든다. 특히 선택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외로운 나홀로 사업 중에 도입한 스마트 기술이 가져 온 변화
이처럼 키오스크와 스마트미러는 윤 사장이 손님을 응대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웨이팅 효과를 준다. 윤 사장은 직원 한 명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한다. 손님이 많을 때 일일이 응대하지 못하는 공백을 키오스크와 스마트미러가 대신 해주고 있어 글라스뷰 안경원에 스마트 기술 도입은 신의 한수였다는 게 윤영섭 사장의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직원 없이 일하는 1인 자영업자가 전체의 75.6%를 차지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인건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사회적 상황을 생각해볼 때 스마트 기술은 앞으로 더욱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단골이 많은 비결은?
가격정찰제를 유지하는 윤 사장의 안경원이 코로나도 이겨내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비결은 오랜 단골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가 앞에 있다보니 학교 다닐 때부터 와서 졸업 후 직장인이 되어서도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다.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이주를 했는데도 서울 올 때마다 윤 사장 안경원을 찾는 단골도 있다.
단골들이 다른 곳보다 가격이 조금 높지만 윤 사장의 안경원을 찾는 이유는 다양한 서비스와 친절, 신뢰 때문이다. 렌즈도 중국산은 쓰지 않고 국내산으로 좋은 상품으로만 사용한다. 오랜 안경사 경력 덕분에 안경 피팅도 잘하고, 안경 착용 및 시력 관리에 대한 설명이나 조언도 진심을 갖고 세심하게 한다.
윤 사장은 안경원을 고객의 시력 주치의라고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시력을 검사하고 시력에 맞는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요즘은 안경이 패션화되고 있어 나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잘 착용하는 것도 패션에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단골들이 찾아오면 무료로 시력검사도 해주고 잘 어울리는 제품에 대한 상담도 해준다.
17년차 안경사 윤 사장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많다. 안경 피팅을 하는 게 쉬워보이지만 5년 이상의 경력이 쌓여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 눈 검사도 꼼꼼하게 해주고, 안경 관리법이나 콘택트 렌즈 관리법 등을 세심하게 상담해주다보니 신뢰가 생기고 단골들이 많이 쌓이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안경사...직업 의식 갖고 평생 할 수 있어
이제 베테랑 안경사가 된 윤영섭 사장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안경사는 누구나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안경원은 아무나 창업할 수 없다. 안경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안경공학 전공은 필수다. 대학을 졸업하면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국가공인 시험으로 1년에 한번 볼 수 있는데 시험에 합격하면 면허증이 나온다. 이 면허증이 있어야 안경점을 차릴 수 있다. 면허증이 있다고 안경점 100개를 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경사 한 명당 한 개의 안경점밖에 못 낸다.
윤 사장은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해서 어렵게 차린 안경원이지만 직업의식 없이 운영하는 젊은 안경사들도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반짝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격 파괴 안경을 판매하거나 저질의 렌즈를 사용하는 것은 본인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가격 정찰제 도입으로 안경업계가 바뀌는데 일조하고 싶어
12시간 가까이 안경점에서 하루를 보내는 윤 사장의 바람은 다시 직원을 쓸 수 있을 만큼 매출이 올라 여유를 찾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잘 될 때는 매출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았던 적도 있다.
또한 안경 업계에 가격 정찰제가 확립되어 질서가 유지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소비자 인식이 많이 변해야 한다. 싸고 질 나쁜 안경은 결국 내 눈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윤 사장은 앞으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가격 정찰제가 확립되는데 일정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구인난, 갈수록 줄어드는 영업이익, 과도한 경쟁이 소상공인들을 1인 사업자로 몰고 있다. 스마트 기술은 10시간, 12시간 매장에 갇혀, 과로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엔젤로 부상했다. 일손을 덜어줄 뿐아니라 고객서비스도 개선하고 있다.
윤영섭 사장은 스마트기술 덕분에 매장을 찾는 고객을 더 정성껏 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아직은 골목상권 디지털 전환 초기지만 이렇게 작은 것부터 디지털 전환을 경험한다면 기술 고도화를 통해 감성적인 서비스와 전문적인 관리의 조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 사업을 한다는 것,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