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평에서 출발, 타코야끼 매장 27개로 확장한 청년사장의 전략은?
페이지 정보
조회:14,521 등록일등록일: 2023-10-25본문
4평짜리 타코야끼 가게에서 10년 이상 월 매출 3500만원대를 유지하는 청년 사장이 있다. 매장 규모가 작으니 전기료도 몇 만원밖에 들지 않고 인건비도 절약된다. 하루 매출 20, 30만원 하던 매장을 인수해 1년만에 7천만원이 넘는 빚을 다 갚았다. 2년 차에는 추가로 직영점을 냈다. 지금은 총 매장 수가 27개다.
울산에서 타코야끼 사업을 하는 타코파파 남재민 대표 (36)의 이야기다.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쉽게 창업하고 쉽게 망하는 게 특징인데 노점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타코야끼 매장으로 10년 넘게 장수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 직장은 사회복지사, 낮은 봉급때문에 장사를 결심
남재민 대표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후 첫 직장은 사회복지관이었다.
주로 저소득층 아동을 돌보는 일을 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서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과 10시까지 함께 지냈다. 어르신 요양 병원에서도 근무했다. 그렇게 사회복지사로 1년 여 동안 근무를 했는데 급여가 너무 적었다. 중학교때 뇌출혈로 장애 2급 등급을 받은 아버님 때문에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사회복지사로는 부모님을 부양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장사였다. 장사를 하면 지금보다는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을 부양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원으로 일하던 매장을 인수하다
남재민 대표가 장사를 결심하고 선택한 아이템은 타코야끼였다.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는 4평짜리 타코야끼 가게는 적은 돈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같았고 만만해 보였다. 소자본으로 창업해 불판만 있으면 혼자서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본 매장은 타코야끼를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브랜드의 가맹점이었다.
남 대표는 직원으로 들어가 1년 간 일을 배웠다. 남재민 대표가 일하던 매장은 하루 매출액이 겨우 20만원 정도 되는 곳이었다. 타코야끼 매장 외에도 여러 가지 사업을 하던 사장은 매출이 높지 않은 타코야끼 매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어했다. 직원으로 일하던 남재민 대표가 그 매장을 인수하기로 했다.
◆목표 매출 달성 못하면 퇴근하지 않아
타코야끼 프랜차이즈 가맹점이었던 첫 가게는 울산 삼산동에 있었다. 4평 규모로 좌석은 없고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매장이다. 매출이 낮고 장사는 안됐지만 점포 목이 좋아 비싸게 양도를 받았다. 보증금 1천만 원에 권리금이 7~8천만 원이었다. 월세는 160만 원이다. 매장 인수 비용 중 남재민 대표의 자금은 500만 원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시골집을 담보 잡아 대출을 받았다.
인수 당시 매출액은 1일 20만원선. 적은 매출이었지만 매장 인수전 120만원 가량 월급을 받았던 남재민대표에게 1일 20만원이라는 매출은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 매출로는 빚갚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
처음 시도한 것은 영업시간 연장이었다. 이전 사장이 운영할 때는 영업시간이 짧았다. 남재민 대표는 하루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면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예 퇴근을 안 했다. 상권이 괜찮아서 문 열어두면 새벽에도 장사가 됐다. 16시간씩 근무하기도 했다. 그렇게 악착같이 1년 정도 일하며 빚 7~8천만 원을 다 갚았다. 빚을 다 갚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도 했다. 결혼하면서 대출을 받아 빌라를 장만했는데, 그 빚을 갚기 위해 또 1년 간 새벽까지 장사를 하기도 했다.
◆매장 운영 1년만에 7천만원 대출금 갚다
두 번째는 손님과 대화하며 감성경영을 한 것이다. 좌석이 없는 테이크아웃 매장이라 메뉴를 주문한 후 조리가 될 때까지 손님들이 기다려야 했다. 남재민 대표는 조리를 하면서 기다리는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사회복지사로 일을 했기 때문에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마음 아픈 사람들의 사연에 귀기울이는 것을 잘했다. 그런 자질이 감성 경영으로 빛을 발했다.
차츰 차츰 고객들이 남재민 대표에게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사연도 털어놨다. 그렇게 하면서 손님들과 친해지자 단골이 차곡차곡 쌓였다. 운영한지 10년 이상된 울산 삼산점은 지금도 단골이 많아서 운영이 안정적이다.
사업 초기 월평균 700~800만 원 정도이던 매출은 점점 올랐다. 4평 매장이라 인건비 운영비가 모두 최소로 지출돼 1년만에 7천만원이 넘는 빚을 다 갚았다. 지금은 10년 이상 월 3500만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맹본사 도산...위기를 전화위복으로 만든 내 브랜드 론칭
그렇게 5년 간 악착같이 일하며 가게를 안정시켰는데 위기가 닥쳤다. 가맹본사가 더 이상 가맹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보내온 것이다.
남재민 대표가 가입했던 가맹본사는 가맹점 관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가맹점들이 한 두 개씩 이탈하기 시작했고, 결국 가맹본사도 가맹사업을 접고 남은 가맹점에게 제 갈길 가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남재민 대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본사가 문을 닫기 전에 혼자 열심히 연구를 해서 직접 소스를 개발하고 식재료를 공급받을 곳을 알아봤다.
그 당시 남재민 대표는 울산 야시장에 나가 추가 매장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가맹본사가 완전히 폐업을 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게를 접을 수는 없었다. 아예 내 브랜드를 만들 생각으로 2016년에 <타코파파>로 상호 변경을 하고 장사를 계속 했다.
그 후 사업을 확장해 2017년에 직영점인 울산 옥동점을 오픈하고 계속해서 매장을 확장해 나갔다. 옥동점은 2019년에 성남동으로 이전한다. 야시장 매장은 야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정리했다. 2020년 당시에는 직영점이 4곳이었다.
당시에는 남 대표가 매장에서 직접 소스를 만들었다. 반죽 배합도 직접 했다. 수제로 소스를 만들어 매장4개를 운영 하다 보니 매장을 더 늘리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2020년 말부터 제조 회사를 수소문해서 레시피를 제공하고 위탁 생산을 맡겼다. 장수 매장인 울산 산삼점을 보고 가맹문의가 잇따르자 2021년 6월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가맹점이 24개로 늘었다.
◆국내산 식재료 사용...생마늘, 생고추 갈아서 소스 제작
남재민 대표는 <타코파파>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메뉴에 차별화를 가져갔다. 가맹점이었을 때는 타코야끼 종류가 일반, 치즈, 퐁듀 3가지 였다. 지금은 타코야끼 종류가 9가지나 된다. 일반과 치즈, 퐁듀에 마라, 딥갈릭, 마늘, 고추, 와사비 등이 첨가됐다.
식감도 더 보완했다. 이전에는 밀가루만 사용했는데, 지금은 찹쌀가루 비율이 높다. 밀가루는 최소화 한다. 쌀가루와 찹쌀가루, 밀가루의 비율이 적절해 식감을 살렸다. 밀가루는 최고급 1등급만 사용한다.
보통 소스는 마늘향만 입히고 시럽처럼 된 제품을 사용하는데 타코파파는 제조회사에 생마늘, 생고추를 갈아서 만들도록 주문하고 있다. 소스는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마늘, 고추, 와사비 타코야끼다. 7개에 4500원, 11개에는 6500~7000원이다. 포장에도 신경 썼다. 브랜드 로고를 제작해 봉지를 종이가방으로 바꾸고 선물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테이크아웃형과 매장형 두 종류의 매장...타코파파 수제맥주도 개발
<타코파파>는 테이크아웃 형태와 스몰비어 형태,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테이크아웃 매장은 5평에서 창업이 가능하다. 삼산점의 경우, 월매출이 3500만 원에 1500만 원의 순수익이 나온다. 백화점 바로 앞 후문에 위치해 있는데 주변 식당과 미용실 등에서 선물용으로 많이 사가고, 엄마들도 자녀 간식용으로 많이 사간다.
테이크아웃 매장은 신규 오픈 시 불판을 9판 넣는다. 불판 개수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다. 주문하고 조리까지 15분 걸린다. 그래서 불판을 많이 둔다. 2차 조리까지 가능하게 했다. 손님이 몰릴 것을 대비해 3~4팀 받을 정도의 초벌구이를 해둔다. 그러면 한 번에 5팀 정도까지 받을 수 있다. 한가할 때는 오더 메이드로 조리 한다.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부산 화명 직영점은 스몰비어형으로 운영 되고 있다. 20평 규모다. 이곳에서는 <타코파파>에서 제작한 수제맥주를 판매한다. 타코파파 브랜드로 수제맥주를 발주해 1차 생산물량을 다 소진했다. 지금도 타코야끼와 페어링할 수 있는 새로운 맛의 수제맥주를 개발하고 있다.
◆가맹점주들 대부분 30대 남성, 자동화 조리기 개발 중
타코야끼는 재료부터 오픈 준비 과정이 단순하다. 오전에 가게에 나와 먼저 식재료를 세팅한다. 식재료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0~30분. 반죽도 반죽기로 1분이면 만들 수 있다. 준비가 다 되면 개점하고 구워서 판매만 하면 된다.
준비과정은 간단하나 타코야끼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힘든 노동이다. 계속 서서 기계를 돌려야 하니까 노동 강도가 높다. 15분~20분 계속 불앞에 있어야 한다. 능숙해지면 짧게 돌리고 잠시 쉬는 요령이 생기지만 그 전까지는 적응하기 힘들다. 젊은 창업자들은 잘 이겨내는데 고령자들은 힘들어 한다.
그래서 <타코파파>의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30대 남성들이다. 간혹 40대 중반 여성이 있고, 부부가 운영하기도 한다. 가맹점주들의 힘든 노동을 줄여주기 위해서 현재 자동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자동으로 타코야끼를 굽는 기계다. 조만간 자동화 조리기가 완성되면 벤처기업 등록도 하고 푸드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가맹점 사장들이 노동력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타코파파> 가맹점들의 월평균 매출은 1500만~2000만 원 정도. 원재료비는 35%선이다. 대부분 소형 매장이라 인건비가 적게들고 임대료, 광열비도 적게 들어 순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테이크 아웃 비중이 60~70%라 배달 수수료나 대행비도 절약할 슈 있다.
◆10년 이상 축적한 노하우 아무나 흉내낼 수 없다
직영점 근무자까지 합해서 가맹본부 총 직원 수가 6명이다. 직원 수가 늘어나다보니 직원에게 상처 받은 적도 있다. 한 번은 레시피를 빼돌리려다가 걸린 직원도 있다. 타코야끼매장 창업준비를 하면서 타코파파 직영점에서 자기 사업을 테스트 한 직원도 있다 결국 그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는데 반년도 안 돼서 문을 닫았다.
직원들 중에는 매출이 잘 나오는 것만 보고 타코야끼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타코파파>의 레시피는 남재민 대표가 타코야끼를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축적하고 완성한 것이다. 그런 노하우를 불과 몇 주 일해보고 그대로 베껴서 창업한다고 성공할 수는 없다.
물론 성실한 직원들이 더 많다. 남 대표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심어주고, 나중에 가맹점을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생각이다. 가맹비용을 안 받거나, 반반씩 투자를 한다거나,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할 수 있다.
◆혼자 가맹사업 운영, 인재 육성해 비전공유하는 회사가 꿈
남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불철주야 열심히 뛰고 있다. 자신의 생활을 매일 공유하면서 대표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한 예이다.
다행인 것은 직영점 인력이 안정화 되어 있어 남재민 대표가 가맹사업에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열심히 하는 남대표를 보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생각으로 비젼을 갖고 일한다.
가맹사업파트는 아직도 남재민 대표 혼자 도맡아 한다. 가맹상담, 물류배송, 가맹점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 가맹점 개설, 자동화 설비 개발 마케팅까지 A부터 Z까지 혼자 다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물류배송과 가맹점 관리를 위해 지방을 순회한다. 하루는 자동화 설비 개발과 교육을 위해 서울을 찾고 또 하루는 부산에서 교육을 받는다. 나머지 시간은 회사의 서류 업무와 마케팅, 제품개발, 가맹상담, 점포 개설 등에 투자한다
일이 많아서 아침 6시에 회사에 나와 새벽에 퇴근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늦은 퇴근길 차안에서 잠시 신호대기를 하면서, 내가 이렇게 할 일이 있고 돌아갈 가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일이 많아서 가정에 충실하기 힘들어 토요일 하루는 가족과 보내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현장 직원들을 우수한 인재로 육성해 가맹본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꿈이다.
◆노점상 이미지 탈피, 타코야끼를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게 목표
타코야끼는 노점상 이미지가 강하다. 지금은 매장형도 많지만, 여전히 노점상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래서 안정적인 창업아이템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10년 장수매장인 타코파파 울산 삼산직영점이 타코야끼의 장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남 대표는 타코파파의 맛있는 타코야끼를 더 많은 사람들이 맛보길 바라고, 매장형 창업이 더 활성화돼서 타코야끼가 치킨처럼 당당하게 하나의 창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기 바란다.
<타코파파>는 가족같은 타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브랜드를 만들 무렵 첫째딸이 있었는데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고 타코야끼의 선두주자라는 마음도 담아서 지은 이름이다. 타코야끼하면 <타코파파>를 떠올리는 타코야끼 브랜드 선두주자가 되는 게 남재민 대표의 목표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프랜차이즈 사업이 창업자에게 브랜드나 상품, 또는 사업 노하우를 판다는 생각은 한계가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을 성공시키는 사업 시스템을 팔아야 한다. 남재민 대표가 처음 가맹했던 브랜드가 가맹 사업을 접은 것은 이 때문이다.
4평에서 출발, 10년 이상 장수하며 타코야끼 장인을 꿈꾸는 남재민 대표는 직영매장 3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하지만 개인 사업을 넘어서 가맹점주라는 파트너를 갖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24개 가맹점이 운명공동체로 합류했다. 아직은 직원없이 혼자 가맹본사를 운영하고 있다. 물류배송, 가맹점 관리와 매장 개설은 물론 브랜드 디자인 리뉴얼, 가맹점주의 애로를 해소하는 자동화 조리기 개발, 차별화된 메뉴개발까지 남재민 대표가 직접 다 하면서 시간과 노력, 모든 자원을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서서히 1인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맹점을 위해 이익을 포기하는 것만이 가맹점을 위하는 길은 아니다. 가맹본사가 적정한 수익을 얻고 인재를 채용해 안정적인 운영 구조를 만들면 가맹점을 위해 더 좋은 성공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지역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탄생’‘내사업을 한다는 것’‘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