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출신 주부의 공방 창업 도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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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8,121 등록일등록일: 2024-09-24본문
취미가 직업이 되는 덕업일치를 이룬 여성이 있다. 육아 때문에 10년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시작한 종이공예로 월 1200만 원을 올린다. 공예는 은행 다닐 때부터 취미삼아 배웠다. 주인공은 인천에서 공방 <쎄쎄쎄마켓>을 운영하는 심명숙 대표(59)다. <쎄쎄쎄마켓>은 다양한 종이 공예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공예체험과 교육도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수공예와 스마트 기술의 만남?
얼마 전에는 중소벤처기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경험형 스마트마켓 사업>에 선정돼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고 있다.
심명숙 대표가 만드는 종이공예품은 1만 원짜리부터 수백만 원대 제품까지 다양하다.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져 나온 공산품과 달리 수작업으로 만드는 공예품은 아트 작업에 가깝다. 거기에 ‘디지털사이니지’, ‘스마트가마’, ‘전자칠판’을 도입해 전형적인 오프라인 사업에 스마트기술을 더해 미래형 공방을 만들었다. 미래형 공방을 완성한 후 월 2천명 가까운 고객이 방문하고 재방문률도 50%가 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방을 찾는 더 많은 여성들에게 수공예와 스마트기술의 융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장을 꿈꾸던 경력단절 주부의 스마트한 미래형 공방 창업 스토리를 들어본다.
◆자녀 셋 둔 은행원의 고민
심명숙 대표는 20~30대에 은행원이었었다. 워킹맘으로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바쁘게 살았다. 바쁜 가운데 틈틈이 취미로 공예도 배웠다. 사무적인 직장 생활과 달리 창작하고 그 결과물을 보는 게 공예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은행을 그만두게 될 지도, 공예가가 자신이 직업이 될 줄도 몰랐다.
10년 간 다니던 은행을 그만둔 것은 육아 때문이었다. 세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부천에 사는 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은행장이 되는 꿈을 안고 입사했을 정도로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육아가 더 소중했다.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육아는 만만치 않았다. 지쳐있는 나에게 남편이 취미생활을 권했다. 그래서 평소 취미로 배우던 공예를 직업으로 선택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예작가나 강사는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육아와 병행하기에도 좋을 것같았다.
공예강사로 활동하며 주로 종이공예를 가르쳤다.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서 아이들 돌보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강사만으로는 생활비 버는 것도 빠듯했다. 아이들이 조금 자라자 심 대표는 공방창업을 결심한다.
◆공예로 돈 벌 방법은 없을까?
첫 공방은 1999년 경기도 부천에 오픈한 <종이공방>이었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차린 공방 운영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사업자 개념도 몰랐고, 운영방법도 몰랐다. 결국 폐업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취미로 하는 공예는 우아했다. 하지만 직업으로 공예를 하는 것은 배가 고팠다.
심 대표의 화두는 ‘공예로 돈 벌 방법은 없을까?’였다. 공예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 심명숙 대표는 다양한 도전을 했다.
2003년 7월 부천에 <새누공방>을 다시 창업했다. 창작과 판매를 병행했다.
2013년에는 인천 서구에 <느루공예협동조합>이라는 사무실 겸 교육장을 열어 공예 교육을 중점적하면서 인재 양성도 했다. 2019년에는 <두레온>이라는 복합 문화공간을 위탁받게 되었다. 사회적 기업들이 만든 제품을 전시 홍보 판매하는 곳이다. <두레온>은 홈플러스 인하점에 위치해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아서 많이 노출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같지 않았다. 5년 간 운영 후 위탁기간이 종료되었다.
<새누공방>에서 창작되는 작품들과 심 대표가 보유한 공예품들을 판매할 또 다른 공간이 필요했다.
◆지하철역사에 공방을 차린 이유
심 대표는 발품을 팔아가며 여러 장소를 물색했다. 최종적으로 낙점한 곳은 인천 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 역사내의 매장이다.
지하철 역사 내 매장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주고객층이고, 둘째는 유동인구다. 심 대표가 운영하던 <두레온>의 고객층을 분석해보면 통합문화이용권인 ‘문화누리카드’를 사용하는 저소득층이 많다. ‘문화누리카드’는 저소득층에게 문화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발급한 카드다.
<두레온>이 문을 닫자 어디로 이전하는지 문의를 가장 많이 해온 고객들도 ‘문화누리카드’ 이용자들이다. 심 대표는 이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지하철 역사라고 생각했다. 마침 현재의 예술회관역 역사 내 매장이 공실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입찰을 통해 매장을 임대하게 됐다.
상권도 좋고, 유동인구도 생각보다 많았다. 주변에 은행과 시청, 대형병원, 종교시절도 있다. 유동인구도 하루에 만 명이 넘었다.
이런 여러 요소를 감안해 2024년 3월 <쎄쎄쎄마켓>을 오픈했다. 총 비용은 1억 정도가 들었다. 기본 제품 구입비용과 보증금을 포함한 액수다. 보증금은 2천만 원에 월세는 100만 원대 초반이다.
◆생활공예부터 전통공예품까지...보물들의 가격은?
<쎄쎄쎄마켓>에는 공예 관련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 한지를 이용해서 만든 생활공예부터 전통민속품, 수공예품, 공예조합원 제품들까지 100가지가 넘는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민속 공예품과 수공예품만 판매하면 너무 고가라서 일반 고객들은 접근이 어렵다. 그래서 미니소품이나 사제품, 예쁜 소품도 함께 판다. 가격은 1만 원대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인 작품은 종이와 목재를 이용해서 만든 ‘보석함’, 2012년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방패연 보조등’, 단군신화 속 동물을 소재로 만든 ‘벽시계’, 디자인등록 되어있는 ‘장식용 형틀’ 등이다.
심 대표가 주력하는 것은 닥종이인형과 한지공예품이다. 닥종이인형 가격은 100만 원대부터 1천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쎄쎄쎄마켓>에는 너무 고가의 제품은 구비해 놓지 않았다.
심 대표는 외부에서 닥종이인형 제작 교육도 많이 한다. 닥종이인형 교육에는 높은 연령대의 여성들이 많이 수강한다. 어릴 때의 추억이 많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틀이 있는 게 아니고, 철사를 이용해서 한 겹 한 겹 한지를 뜯어서 인형을 만든다. 추억을 떠올리고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닥종이인형이나 한지공예에 쓰이는 한지는 국산만 쓴다. 전주 한지, 원주 한지, 안동 한지 등을 사용하고 있다. 저렴한 중국 한지도 있다. 하지만 작품으로 제작됐을 때 품질은 국산 한지가 월등히 높다.
심 대표는 캘리그라피도 하고 있다. 주 업인 공예를 하다가 취미로 배웠다. 그게 연륜이 쌓여 작가 활동도 하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전자 칠판으로 디지털 갤러리를 구현하다
<쎄쎄쎄마켓>에서는 공예품의 전시 및 판매 외에 교육과 체험도 추진하고 있다. 교육이 보다 전문적이라면 체험은 말 그대로 가볍게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3평 매장에서 제품 전시와 판매, 교육과 체험을 모두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간 활용과 장비가 중요한데 심 대표는 이 과제를 정부 지원으로 해결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하는 <2024년 경험형스마트마켓>에 선정돼 신개념의 체험 강화 공방에 필요한 스마트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처럼 공예품을 만들고 전시 판매하는 공간에 ‘디지털사이니지’, ‘스마트가마’, ‘전자칠판’ 등의 스마트기술이 들어오니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미래형 공방이 완성됐다. 이 작업에 든 총비용은 2810만 원으로 적지 않았는데 이중 1800만 원을 국비로 지원받았다. 자부담금은 1010만 원이 들었다.
스마트가마는 텀블러나 컵에 문구나 디자인을 넣을 수 있는 기기다. 전자칠판은 교육이나 체험을 할 때 강의용으로 사용하거나, 작가들이 전시할 때 미디어 아트로도 사용된다.
교육과 체험은 회원을 모집해 월 1~2회 정도 지속할 계획이다. 1인 공방이라 상시체험은 어렵다. 주로 닥종이인형이나 캘리그라피 교육과 체험을 할 예정이다. 캘리그라피는 시즌별 이벤트성 체험을 강화할 계획이다. 가령 어버이날이나 스승의날에 감사의 문구를 써서 액자로 만들어 제작하는 식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다양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제품 홍보 등에 활용한다. 지하철 역사안 매장이라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홍보가 편리하고 고객의 눈길을 끌기에도 제격이다. 내년부터는 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추어 작가 위해 전시 공간 대여...1일 5만 원
심 대표가 제품판매와 체험 및 교육 이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있다. 전시공간대여다. 23평 매장의 절반 정도를 지역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해줄 계획이다. <경험형스마트마켓> 사업으로 지원 받은 만큼 베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역 아마추어 작가들은 전시회 장소 구하는 게 어렵다. 개인전을 하고 싶어도 대관료가 너무 비싸다. 또는 작품이 많지 않은데 공간이 너무 넓은 경우도 있다. 심 대표도 어려웠던 무명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을 잘 안다. 10~11평 정도면 아마추어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기에 적당하다.
만약 20개 정도 작품이 있는 작가가 있다. 그런데 <쎄쎄쎄마켓> 전시공간에서 10개 작품밖에 전시를 못한다면, 나머지 작품은 미디어아트 방식으로 전시할 계획이다. 그게 가능한 것은 <경험형스마트마켓> 사업에서 전자칠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전자칠판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전자칠판이 교육이나 체험은 물론 갤러리 용도로도 활용되는 것이다.
심 대표는 공간대여료로 1일 5만 원 정도를 책정해놓았다. 하루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하는 대여료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비용이다. 지역의 후배 작가를 위한 배려가 담겨있는 가격이다.
◆한달 방문객 2천 명, 재방문율 50%의 비결
<쎄쎄쎄마켓>은 2024년 3월에 오픈해 6개월 정도 운영되고 있다. 경험형스마트마켓 구축 공사를 위해 중간에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기술이 도입되고 한 달 평균 방문객이 2천 명에 이른다. 재방문율이 50%가 넘는다.
심 대표는 그 비결로 사람들의 문화체험에 대한 욕구를 꼽았다. 인천은 서울에 비해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문화누리카드를 이용하는 저소득층 고객들은 더욱 그렇다. 이들에게 생활공예부터 수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전통민속품을 모두 감상하고 구매도 할 수 있는 공간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심 대표는 월 12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소득이 없는 다른 공예가들보다 월등히 높은 매출이지만 아직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대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 심 대표가 <새누리공방>에 가서 창작이나 교육을 할 때, 그 외에 업무나 행사가 있을 때 파트타임 아르바이트가 와서 도와준다.
◆덕업일치가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공간
심 대표는 공예로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 그래도 창업을 하고 내 사업 공간을 가지고 30년을 공예가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기 때문이다. 덕업일치를 이룬 행복한 사람이 가진 힘은 크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고 미소짓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이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보람이다. 그 얼굴을 계속 보기 위해 작품 활동을 지속했고 작품도 판매했다. 작품을 잘 팔아야 좋아하는 일도 계속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쎄쎄쎄마켓>이 탄생했다.
23평짜리 <쎄쎄쎄마켓>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공예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자, 작품을 구매해 문화적 충족과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자, 그것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한 중년 예술가의 삶이 담긴 곳이다.
◆지역 정서를 담는 작품, 공예 명장을 꿈꾸며
심명숙 대표의 고향은 서울이다. 인천에 자리 잡게 된 것은 육아 때문이었다. 부천에 사는 언니에게 아이들을 자주 맡기다가 아예 인천으로 이주하게 됐다.
심 대표에게 인천은 제 2의 고향이다. 그래서 현재 대학원에서 지역문화를 전공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천을 보다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지역의 문화상품과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쎄쎄쎄마켓>이 공예 작품을 판매하고 문화가 함께 하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 다른 공예인이나 단체와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작품을 온라인 스토어로 판매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더불어 한 가지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공예 명장이 되는 것이다. 30년 공예 인생은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와도 같다. 공예명장은 내가 이룬 업적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명장은 공예가로서의 경력뿐만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 언젠가는 그 꿈을 꼭 이루고 싶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여성들이 많이 선호하는 공예는 생활 속 취미에서 출발해 아트의 경지까지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종이공예도 몇 천원, 몇 만원대 제품부터 수백만원, 수천만원에 달하는 작품까지 작품성에 따라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공예는 아날로그 사업의 대표적인 분야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로 잘 자리 매김하면 생활명품 사업으로 발전하고 성장할 수도 있다. 작가의 브랜딩을 기반으로 한 생활 명품 산업이 가장 발달한 곳은 북유럽이다. 생활명품은 브랜딩과 작가의 기획력을 기반으로 매스티지한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SNS를 활용한 브랜딩 및 마케팅 활동과 온라인 판매의 결합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공예 분야에도 디지털 역량과 스마트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 내사업을 한다는 것><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다수.
이 콘텐츠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2024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 서울.인천.강원권 전문기관의 경험형 스마트마켓 우수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