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후라이드로 월 8천 매출 올리는 이색 맥주집의 창업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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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7,585 등록일등록일: 2023-08-24본문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한집 건너 한 집이 치킨점이다. 그만큼 수요가 많기도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것도 사실이다. 치킨업종의 대표 상품은 후라이드치킨이다. 그런데 이 후라이드 치킨에 도전장을 낸 청년이 있다.
돼지고기로 한돈후라이드를 만든 <로드락비어>의 여민규 사장(32)이다. 여민규 사장이 운영하는 매장은 서울 마곡동에 있다. 이곳에서는 치킨후라이드가 아닌 한돈후라이드를 맥주와 즐긴다.
돼지 후라이드라면 돈까스나 탕수육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맛이 확연히 다르다. 치킨 파우더처럼 자체 개발한 파우더로 튀겨내기 때문이다. 여민규 사장은 창업하기 전 생소한 메뉴를 알려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과연 고객들이 좋아해줄까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오픈하자마자 월 1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2030세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일주일에 4~5일씩 매장을 찾는, 골수 단골도 생겼다. 여민규 사장은 어떻게 흔한 치킨후라이드가 아닌 한돈후라이드를 개발하게 됐을까?
◆아버지가 대표인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여민규 사장의 첫 직장이자 현재의 직장은 ㈜리치푸드이다. ㈜리치푸드의 대표는 여민규 사장의 아버지다. 여 사장은 ㈜리치푸드에서는 실장 직책을 갖고 있고 로드락비어 마곡점에서는 사장이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녔던 그는 리치푸드의 브랜드인 뉴욕야시장이 중국에 진출할 때 개설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온 직원을 위해 중국어 통역도 하고 더운 땡볕에서 매장 오픈을 위한 작업도 직접 했다. 인허가를 비롯해 재료를 준비하고 메뉴를 세팅하는 일도 했다. 한국브랜드의 중국 진출 업무는 외식업 현장 경험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해외 업무를 도우며 상해에 거주하던 중 부친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한국으로 들어와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아버지가 대표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잘못을 했을 때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넘어가는 것이고 단점은 틀안에 갇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표의 아들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일단 경계를 한다는 점이다. 그 경계와 거리감을 무너뜨리는 것은 온전히 아들의 몫이었다.
여민규 사장은 평사원으로 밑바닥부터 일을 배웠다. 중국 해외사업팀과 경영지원팀을 거쳐 운영팀장, 자산관리 업무를 거쳤다. 자신관리 업무를 맡았을 때는 부친의 숙원이던 강남 사옥 마련을 직접 진행했다. 70개 이상의 건물을 발로 뛰며 일일이 확인하는 노력 끝에 서울 역삼동에 지하2층 지상7층까지 사옥을 매입했다.
당시 건물주가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직접 설득을 해서 매각을 유도하기도 했다. 로드락비어는 신규사업팀으로 일하면서 만든 브랜드다.
◆후라이드는 왜 치킨만 있을까? 다른 걸 튀겨보자
여민규 사장은 젊은 감각으로 외식시장을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검토했다. 그러던 중 ‘후라이드에는 왜 치킨만 있을까?’에 생각이 미쳤다. 고객 취향이 다양화되고 있으니 치킨이 아닌 소나 돼지고기를 튀겨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한돈후라이드는 후라이드치킨을 경쟁자로 삼고 개발한 메뉴다. 돼지후라이드가 아닌 한돈후라이드로 명칭을 만들게 된 건 사람들이 돼지라는 명칭에서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한돈의 브랜드 명성을 활용해 국내산 돼지고기임을 강조하고 한돈으로 메뉴를 개발했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한돈자조금을 활용하는데도 유리해 일석이조라고 판단했다.
핵심 메뉴에 대한 기획과 방향은 정했지만 맛을 잡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몇 개월이나 걸렸다.
◆돈까스? 탕수육? 한돈후라이드
‘한돈 후라이드’는 돼지고기 후지를 사용한다. 맛의 핵심은 염지다. 일반 소금이 아닌 숙성 발효시킨 ‘누룩 소금’으로 염지를 한다. 누룩소금은 짠맛은 같은데 천연조미료이고 나트륨 함량도 낮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천연양념인 셈이다.
누룩소금은 일반 소금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연육작용이 뛰어나고 감칠맛을 낸다. 돼지고기 부위가 완전 순살이 아닌데도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누룩소금 덕분이다.
‘한돈 후라이드’를 처음 접하면 돈까스, 탕수육과 헷갈린다. 그런데 돈까스와 달리 고기를 8밀리미터로 슬라이스해 한 입에 쏙쏙 들어갈 크기라 먹기가 편하다. 맛도 돈까스, 탕수육과는 완전히 다르다. 치킨파우더처럼 자체 개발한 전용파우더 덕분에 바삭함이 강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뼈있는 고기보다 순살을 좋아하는데 한돈후라이드는 순살치킨처럼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요즘 젊은 세대들의 취향과도 어울린다.
누룩소금의 발효성분 덕분인지 먹고난 다음날 일반적인 육류와 달리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편하다. 중독적인 맛이 있어 골수 단골 중에는 일주일에 4~5번씩 시켜먹는 고객도 있었다.
주방도 간편하다. 공장에서 누룩소금으로 염지를 해서 절단육을 공급한다. 매장에서는 공급받은 돼지고기를 튀기기만 하면 된다. 치킨 튀기는 시간은 7분인데, 한돈후라이드는 3분이다. 그래서 조리 시간도 두 배 절약된다.
◆배달 매출이 늘어났지만 수익은 악화 되다
몇 달동안 고생한 덕에 맛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서울 건대앞에 <로드락후라이드> 라는 상호로 첫 매장을 냈다. <로드락>이라는 이름에는 거리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고, 고기를 튀기는 소리가 락음악처럼 역동적인 새로운 후라이드를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매장 디자인도 예쁘고 처음에는 후라이드를 콘 아이스크림처럼 들고다니며 먹을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것도 반응이 괜찮았다. 그런데 당시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첫 매장의 운영방향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라 내점 고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내점 고객은 기대보다 적었고 배달 매출은 계속 늘어났다. 얼마 후에는 배달 비중이 60%이상을 차지했다.
매출은 늘어났지만 배달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배달수수료와 광고비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세상에 없던 후라이드...젊은 감성을 입혀 리브랜딩하다
여 사장은 배달 위주가 아닌 걸거리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힙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리뉴얼을 단행했다. 젊은 감성을 입힌 힙한 매장을 목표로 했다.
그게 서울 마곡점이다. <로드락후라이드>라는 상호를 <로드락비어>로 변경했다. 핵심 상품은 ‘한돈후라이드’였지만 타겟층인 2030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차별화된 메뉴도 개발했다.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메뉴의 비쥬얼에 신경을 썼다. ‘치즈퐁당 한돈후라이드’, ‘마라 한돈후라이드’가 그런 메뉴다. 이들 메뉴에는 요즘 핫한 식재료들이 활용된다. ‘치즈퐁당 한돈후라이드’는 모짜렐라 치즈에 후라이드를 찍어먹을 수 있는 메뉴다. ‘마라 한돈후라이드’는 중독성 있는 마라소스와 분모자, 청경채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가격은 평균 1만 원대이다.
맥주도 차별화 시켰다. ‘번개꽃맥주’는 시원한 생맥주 위에 딸기 빙수를 갈아서 얹은 맥주다. 하이볼도 딸기하이볼, 레몬탑 하이볼 등 고객들이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의 주류를 선보였다. ‘번개꽃맥주’의 가격은 4500원이다.
◆월매출 8천, 순수익률은 25%
이런 차별화 덕분인지 2022년 9월 마곡에서 문을 연 <로드락비어>는 대박이 났다. 호기심으로 방문한 고객들이 한돈후라이드의 중독성있는 맛에 빠져들면서 단골이 많이 생겼다. 생소한 메뉴라 고객 반응을 걱정했는데 일단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입소문을 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오픈 무렵 코로나 상황이었음에도 월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지역사회에서 금방 핫플로 등극했다. 장사가 잘되자 어려운 일도 겪었다. 코로나 이후 야외 매장 설치에 너그러워졌는데도 경쟁점들의 신고로 테라스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테라스 영업을 접으면서 매출은 8천만원대로 하락했지만 현재 꾸준히 그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한돈후라이드는 치킨에 비해서 원가율이 낮다. 매출의 38%가 원가다.
오픈 초기에는 여민규 사장이 현장에서 직접 일을 했는데 현재는 본사 일과 병행하다보니 점장 1명과 실장급 직원을 포함해 3명의 정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4명이 시간대별로 순환 근무를 한다. 순수익률은 평균 25% 선이다. 사장이 매장에서 직접 일을 하면 순수익률을 30%까지 높일 수도 있다.
<로드락비어>의 경우 창업비용은 1억 원대이다. 기준 평수는 25~30평이고, 인테리어비는 평당 170만 원 정도다.
◆청결 또 청결..낯선 메뉴 홍보 위해 SNS관리
치킨이 아닌 한돈으로 후라이드를 만드는 <로드락비어>가 매장 운영에서 신경쓰는 것은 무엇일까? ‘맛’은 기본이고 ‘청결’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돼지고기를 다루는 매장이기 때문에 냄새를 주의한다. 돼지고기 보관을 위해 냉장고, 냉동고 온도도 철저히 유지하고 라벨링해서 입고일, 반출일자를 관리 바트에 붙여두고 위생 관리를 한다.
맥주 케그 청소도 철저히 한다. 마감 시 매일 청소하고 있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맥주 맛이 떨어진다. 일반 음식점에서는 케그 청소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곳도 많다.
그밖에 다른 곳도 체크리스를 만들어서 청소를 하고 있고, 월 8만8000원을 내고 방역업체도 이용하고 있다. 방역우수 식당으로도 선정됐다.
청소 다음으로 신경 쓰는 것은 SNS 관리다. 여민규 사장이 한돈후라이드를 출시하면서 가장 걱정한 것은 홍보였다. 고객에게 낯선 메뉴인 ‘한돈 후라이드’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SNS관리에 신경을 많이 섰다. 다행히 매장을 찾아서 일단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중독성있는 맛 때문에 단골이 됐다.
문제는 한 번도 맛을 보지 않은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한돈후라이드를 알리는 것이다. 낯선 메뉴에 대한 도전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프로모션이 필요했다. 반값 할인도 했고 가두 시식회도 했다. 오픈 초기 코로나 기간이었지만 마스크와 장갑을끼고 시식회를 진행했다.
한돈을 쓰기 때문에 한돈자조금을 지원받아서 한돈데이, 삼겹살 데이에 반값 할인을 한다. 한돈자조금을 지원받으려면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청서를 내서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작업도 여민규 사장이 직접 진행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요즘 로드락비어는 반응이 좋아서 매장이 20개까지 늘어났다. 마곡직영점을 통해 시장 반응을 계속 살펴보면서 가맹본부에서는 매장 출점 업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버지의 건강 문제로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후 여민규 사장은 다른 식품업계에서 경력을 쌓고 싶었다. 하지만 업계에서 명성을 가진 아버지 때문에 취업길이 막혔다. 누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어느 회사를 가든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조금 일하다가 그만두고 아버지 회사로 가겠지’라는 시선이 때문이다. 결국 취업을 포기하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민규 사장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글로벌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의 점장으로 일했는데 당시 1일 세계 최고의 매출을 찍었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이후 그 회사를 그만두고 대출을 많이 받아서 창업했다가 자금 문제로 큰 곤란을 겪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아버지의 경영 원칙은 외부 차입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현재 아버지는 회사에서 명예회장 같은 위치지만 지금도 직원 한 명 한명에게 신경을 쓴다. 이 직원은 왜 이 부서에 있고 왜 이런 역할을 하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현장에 일이 생기면 새벽 2시라도 아랑곳않고 현장에 나가서 험하고 궂은 일을 직접 할 정도로 겸손하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배운 탓에 여민규 사장도 가맹점주 교육을 20번 이상 진행했지만 가맹점주들은 아버지가 회장이라는 걸 모를 정도다.
◆출근은 정시에 하지만,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는 생활
대표의 아들이라고 안일하게 일하지 않는다. 전날 몇시에 퇴근했든 항상 9시 정시에 출근한다. 출근은 정시지만 퇴근 개념은 없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무조건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한다.
회사 대표인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세대차이에서 오는 의견충돌도 있다. 그럴 때는 한 집에 살면서도 말을 아낀다. 서로 생각을 조율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대표와 직원 사이에는 서로 하지 못하는 말이 많다. 그 중간에 있는 여민규 씨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일반 조직원들과 동일하게 실적 압박에도 시달린다. ‘대표 아들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중압감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중압감을 이겨내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오너가 되기 위해서는 동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역량이 떨어지면 안 된다. 여민규 사장은 실력으로도 인정받고 싶지만, 소통이 가능한 오너가 되고 싶다. 그래야 조직이 안정화된다고 생각한다.
젊은 감각과 눈으로 사업과 운영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도 한다. 제대로 혁신하려면 먼저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인격을 다듬어야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모든 것을 월등히 더 잘하거나 차별화를 하는 것이다. 차별화가 너무 앞서가면 고객의 인식과 싸워야 하므로 홍보와 마케팅에 너무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 그래서 신제품은 고객에게 익숙한 개념을 잘 연결할 필요가 있다. 여민규 사장은 돼지후라이드라는 새로운 컨셉의 상품을 이미 익숙한 치킨후라이드와 연계시켜 제품의 컨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차별화된 핵심 제품 개발에만 신경쓰지 않고 최근의 식품트렌드를 반영해 치즈, 마라, 하이볼 등 개성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한 푸드스타일링을 통해 고객들의 자발적인 커뮤니케이션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신사업인만큼 지속적으로 고객의 구매 행동과 만족도를 모니터링해서 문제점을 보완해나간다면 후라이드치킨의 틈새 비즈니스로 잘 포지셔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내사업을 한다는 것><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저자.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골목상점성장학교 부자비즈포럼, 대구프랜차이즈리더과정, KFCEO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