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투자한 사업 실패하고 국밥맛집으로 재기에 성공한 주부 사장의 창업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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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8,166 등록일등록일: 2023-07-14본문
투자를 많이 하고 융단폭격하듯이 마케팅을 하면 성공할까? 200% 300% 성공할 거라고 믿고 과감하게 투자한 사업이 실패로 돌아갈 때가 있다. 반면 마음을 담아 담담하고 소박하게 도전한 사업에서 안정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부산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진보경 사장(41, 진정국밥, 조선의돼지국밥 운영)이 그 예다. 주부 창업자인 진 사장은 엄청난 투자를 한 사업에서 완전히 실패해 몸무게가 7,8킬로나 빠질 정도로 힘든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보통 주부가 그 정도 실패를 하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새로운 도전이 힘들 수도 있다. 남편이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도 아니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진 사장은 힘든 마음을 극복하고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과거에 했던 사업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 맛집으로 인정받으며 살림과 사업을 병행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진보경 사장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살뜰하게 가족들 식사를 챙기며 살림과 자녀양육, 사업 3가지를 모두 잘하고 있다. 주부 진보경 사장이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이고 새로 도전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천성이 부지런하고 일을 해야 힘이 나는 장녀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진보경 사장의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성격 덕분일 수도 있다. 첫째 딸인 진보경 사장은 아들처럼 컸다. 자유로운 성격이지만 책임감과 의무감은 강했다. 또한 부지런해서 항상 무엇인가를 해야 마음이 편해졌다. 쉬고 있으면 오히려 기운이 없었고 일을 해야 활력을 찾았다.
진 사장은 결혼 전에는 국내 대표적인 식품 대기업에서 영양사로 일했다. 그러나 당시 부산은 급식사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었다. 서울로 직장을 옮겨야 할 상황에 놓였을 때 결혼을 하게 된다.
서울로 가는 대신 살림하면서 학원 강사로 3년간 일했다. 강사 생활도 적성에 잘 맞아서 학원 창업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외식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시어머니 때문이었다.
◆시어머니의 돼지국밥집 일을 돕다가 창업의 길로 들어서다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을 때 시어머니가 돼지국밥집을 창업 했다. <가야공원 돼지국밥>이었다. 당시 아직 아이가 없었고 강사 일은 시간이 남아서 점심 시간에는 시어머니의 가게에 가서 일을 돕기도 했다. 그때 식당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된다.
식당일을 잠깐잠깐 돕기만 하는 것은 쉬웠다. 재미도 있었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가 어깨 수술을 하게 돼서 그만둬야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진 사장은 자신이 맡아서 운영해보기로 한다. 친정과 시댁 양쪽 식구들이 모두 반대를 했다. 그만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 사장이 고집을 부렸다. 꼭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27살에 첫 사업을 하게 된다.
진 사장은 <가야국밥 돼지국밥>을 맡아서 운영하다가 시어머니의 건강이 회복돼서 함께 경영을 했다. 5~6년 정도 운영을 했는데 시어머니가 그만하자고 제안을 한다. 식당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기 때문에 진 사장도 동의를 하고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가야공원돼지국밥은 꽤 성공을 거둬서 시어머니는 그 사업을 통해 자가 건물까지 마련했는데 사업을 정리하면서 건물까지 통째로 넘겼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가야공원돼지국밥은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만큼 맛집이었다.
◆키즈카페를 운영하다가 눈물 흘린 사연
공무원인 남편과 부유한 시어머니를 둔 진보경 사장은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게 적성에 맞았던 진보경 사장은 다시 창업에 도전한다.
돼지 국밥집을 그만두고 선택한 건 키즈카페였다. 2010년도에 화명동에 130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한다.
키즈카페는 방학시즌이면 40~50분 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잘 됐다. 사업은 잘 됐지만 몸은 고됐다. 그 당시 진 사장의 아이들이 3살, 1살이었다. 업종이 키즈카페라 카페에서 우리 아이들도 돌보며 우아하게 장사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실상은 전혀 달랐다. 매장 운영하고 매장을 찾은 아이들을 돌보느라 내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전혀 없었다.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2년 동안은 하루하루가 전쟁터였다. 내 아이들은 도우미에게 맡겨놓고 남의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진 사장은 키즈카페가 사업성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은 벌었지만 시설장치업이라는 키즈 카페 특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키즈카페의 시설은 시간이 지나면 낡았다. 시설이 낡으면 고객들은 더 좋은 시설을 가진 곳으로 이동을 한다.
키즈카페를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의 놀이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글씨쓰기 특강, 리본공예 등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는 등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인근에 200평 300평 짜리 더 좋은 시설을 가진 키즈카페가 등장하자 단골들이 경쟁사를 찾으며 매출이 떨어졌다.
3억 원을 투자해 한 달에 1000~1500만 원씩 벌었지만 결국 권리금 회수를 못하고 사업을 그만두게 됐다.
◆감자탕집 창업 실패 후 마음을 다잡다
창업은 중독성이 있었다. 실패를 하고 나면 또 다른 사업에 눈길이 갔다. 키즈카페를 그만 둔 진 사장은 이번에는 감자탕집에 도전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였다. 당시 부산 경남 지역에서 대형점으로 출점하며 큰 관심을 끌던 창업 아이템이었다.
부산 용호동에 120평짜리 매장을 열고 대연동에도 매장을 냈다. 용호동 매장은 1억5천만 원 정도 투자해 다른 사람과 동업을 하고 수익금만 받았다. 대연동은 바닥권리금이 3억 원이나 돼 총투자액이 7억5천만 원이나 됐다.
유명 브랜드인데다 대형 매장이라 돈을 정말 많이 벌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빚좋은 개살구였다. 높은 고정비로 웬만큼 벌어도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거기다 매출이 안나와도 가맹본사가 운영을 규제하고 있어서 자율적인 메뉴 개발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어려웠다.
용호동 매장은 동업이라 동업자가 운영을 책임지고 수익금만 배분받으면 됐지만 진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대연동은 그렇지가 않았다. 대연동 매장의 경우 월 임대료가 1200만원이라 고정비가 너무 많이 들고 가맹본사에서 공급받는 식자재 원가가 높아서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오토매장으로 운영을 했는데 수익이 나빠지자 진 사장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본사에 새로운 메뉴 개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가맹본사는 관심이 없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라 가맹본사가 정한 메뉴를 준수해야 했다. 10년 된 브랜드인데 10년 전이나 후나 메뉴에 변화가 없었지만 가맹점주가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계속 적자가 나자 진사장은 리뉴얼을 결심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갈비집으로 리뉴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에 의지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리뉴얼은 더 큰 불행을 가져왔다. 당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전문가를 믿고 리뉴얼을 추진했는데 중간에 리뉴얼 방향이 수정되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갈비집을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중간에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갈비집에 무료 제공 뷔페를 만든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무료 뷔페코너가 웬만한 뷔페집 뺨칠 정도였다. 갈비는 전문 음식점이라 갈비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화려한 뷔페를 무료로 제공하니 원가는 높고 객단가는 오르지 않았다. 더군다나 전문가의 조언만 믿고 고객을 통해 시장 검증도 하지 않고 마케팅비를 융단폭격하듯이 마케팅에 투자했다.
결국 얼마 못가서 매장을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권리금 3억을 주고 들어간 매장을 권리금 2천만원에 정리해야 했다. 리뉴얼을 위해 투자한 비용, 대대적인 마케팅에 투자한 돈도 모두 매몰 비용이 되고 말았다.
감자탕 사업에서 실패 한 후 혼자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 매장이 있던 대연동 근처에만 가면 숨이 안 쉬여질 정도였다. 금전적인 손해도 힘들었지만 심리적으로 내가 실패했다는 사실에 당당하지 못하고 위축이 됐다. 몸무게가 7~8킬로가 빠졌다.
긍정적인 성격으로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진 사장은 점점 위축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외식업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시 도전해서 2015년도에 안락동에 <조선의돼지국밥>을 오픈했다.
절치부심해서 연 식당은 잘 됐다.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던 시기로 돌아가보자고 마음먹고 운영을 하니 매출은 점점 올랐다. 코로나 기간동안에도 배달로만 월 4000만 원씩 매출을 올렸다. 감자탕집으로 생긴 빚도 다 청산했다. 무엇보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의 치유를 받아 자신감도 회복하게 된다.
◆돼지국밥 못 먹는 사람들도 먹게 만드는 돼지국밥집
<조선의돼지국밥>을 운영하며 2021년에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진정국밥>을 추가로 오픈했다.
<진정국밥>은 테이블 12개의 작은 매장이지만, 감자탕 가맹점과 달리 실속이 있다. 직접 운영하다보니 원가율이 낮고 매장 규모가 작아서 운영이 편했다.
진사장은 경상도식이 아닌 팔도 어느 지역 사람이 먹어도 좋아할 맛을 구현하는데 힘썼다. 여기에는 진 사장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됐다.
사실 진 사장은 돼지국밥집을 운영하지만 어릴 때부터 돼지국밥을 안 좋아했다. 그래서 나처럼 돼지국밥을 못 먹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는 돼지국밥을 개발해 판매하고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을 가진 새로운 돼재국밥 맛을 <진정국밥>에 구현했다.
남천동에 있는 <진정국밥>은 광안리 바닷가가 가까운 특성상 관광괙들의 방문도 적지 않다.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맛있다며 온라인에서는 팔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고, 가끔 가맹점을 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가야공원돼지국밥맛의 노하우를 젊은 주부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 바로 진정국밥 메뉴 특성이다.
대표 메뉴는 ‘항정살돼지국밥’이다. 국내산 통사골 육수로 국물을 낸 항정살이 듬뿍 들어간 돼지국밥이다. 가격은 8500원. 원래 부산식 돼지국밥 육수는 고기만 쓰는 것이 보통이다. 맑은 색 고기 삶은 육수로 내어준다. 진 사장은 뼈와 고기를 같이 삶는다. 고기만 삶으면 맑은 국물이 나오고, 뼈는 뽀얀 국물이 나오는데 <진정국밥>은 그 중간 형태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절약되고 육수에서 구수한 맛이 난다. 국물이 맑은데 맛은 진하다. 이렇게 하기 위해 테스트를 수없이 많이 했다. 국밥집에서 가장 어려운 게 육수다.
‘수육무침’도 인기 메뉴다. 비빔국수 야채에 항정살이 올려져 나온다. 가격은 8000원. 수육무침은 새콤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항정살이 어우러진 별미 메뉴다. 배달 시 리뷰 이벤트로 수육무침의 양을 줄여서 제공했더니 칭찬 리뷰가 끊이지 않았다.
<진정국밥>의 메뉴들은 식재료의 호환이 잘 돼 효율성이 높다.
◆45평 규모에서 월 4천만 원대 매출
<진정국밥>의 월 매출액은 4천만~5천만 원대. <진정국밥>보다 매장 평수가 더 작은 <조선의돼지국밥>도 매출은 비슷하다.
국밥집 매출은 점심 비중이 훨씬 높다. 초창기에는 주말 매출이 저조했지만 SNS 마케팅을 하고나서 주말 손님이 늘어났다. 지금은 일요일 매출이 가장 높다. 일요일은 외지 관광객이 50~60%이다. 인근에 광안리 해수욕장이 있어서 행사시즌이면 70~100% 이상 매출이 상승한다. 일요일에는 가족단위 손님과 근처 공공기관의 당직 직원들도 많이 온다.
성수기는 겨울과 6월부터 9월까지이다. 5~6월에는 조금 주춤한다. 배달은 전체 매출에서 10~15%를 차지한다.
원재료비는 30~33% 정도다. 직원은 평소에는 3명, 진 사장이 없을 때는 3.5명이 돌아간다. 주방 직원은 하루종일 근무하고 8시에 퇴근, 월 5회 휴무를 한다. 홀 직원은 마감까지 함께 하고 있다. 홀 직원은 하루 종일 근무하지는 않는다. 영업시간은 9시반에 오픈해 밤 9시에 마감이다.
◆사장이 없을 때는 직원이 사장이 돼야
흔히들 사장들이 가족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진 사장은 가족같은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체는 수익을 내야 하고, 성과와 결과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진 사장은 직원관리를 할 때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자유롭게 행동해도 관여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가장 싫어하는 것은 말이 앞서는 것이다. 때문에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직원을 선호한다.
손님들의 클레임이 들어올 때도 진 사장이 없을 때는 직원들 각자가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응대하도록 권한을 주고 있다.
이물질 사고가 간혹 있다. 그때는 빠르게 인정하는 게 가장 좋다. 그밖에 음식이 잘못 나오는 정도는 손님들이 다 이해해준다. 클레임이 들어오면 사이드 메뉴나 음료를 제공하고 음식값은 받지 않는다.
◆일과 살림 균형 힘들지만, 가족 아침식사는 꼭 챙겨
진 사장은 시어머니를 도와 자영업을 시작한 지 벌써 17년째가 되어간다. 일을 하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집안을 잘 돌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진 사장은 남편과 중학생인 남매를 위해 아침 식사 준비는 꼭 손수한다. 평균 수면 시간 3~4시간. 자는 시간을 포기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차린다. 아침은 최대한 가족과 시간을 공유하려고 한다. 아침에 주로 못다한 대화를 나눈다.
청소는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 가족들이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진 사장도 사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저녁 메뉴 보완하기 위한 브랜드 협업도 계획 중
<진정국밥>이 입소문을 타면서 가맹점을 내어달라는 요청도 들어오지만 진 사장은 아직 시기 상조라고 생각한다. 대신 전수창업을 할 생각은 있다. 비용을 받고 기술전수를 해주며 브랜드의 시스템을 구축한 뒤 가맹사업은 그때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급선무는 저녁메뉴의 보완이다. 현재 <진정국밥>은 점심과 저녁 매출이 70대 30 정도다. 현재 상권이 유동인구는 많은데 식사 손님은 적은 곳이다. 현저히 떨어지는 저녁 매출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감자탕이나 순대전골을 메뉴로 추가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직접 메뉴를 개발하거나 타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것도 계획중이다. 메뉴를 보완하고 매출을 끌어올려 <진정국밥>을 부산의 으뜸 돼지국밥집으로 만드는 것이 진 사장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