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정기배달사업으로 성공한 30대 대기업 퇴직자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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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0,812 등록일등록일: 2023-06-29본문
어떤 사업이든지 사업 초기에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있다. 영업과 마케팅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고객을 찾아야 할까? 그런데 이 고민을 네이버 카페를 활용해서 해결한 사람이 있다.
부산에서 반찬과 밀키트 구독 사업을 하는 <만인애찬> 제상한 대표(35)다. 만인애찬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 주단위와 월단위로 정기적으로 반찬과 밀키트를 배송해주고 있다. 충성 고객이 많아서 어떤 고객은 이사를 가면서 그동안 감사했다고 선물을 보내줄 정도다.
제 대표가 창업한 것은 2020년 4월, 그의 나이 31살때였다. 사업 초기에는 고객을 확보하려고 전단지도 많이 돌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네이버 카페를 개설해서 회원을 모집하고 소통하면서 고객을 제대로 확보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상품력과 네이버 카페 운영을 통한 고객관리로 창업1년만에 매장에서 올릴 수 있는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2020년 봄에 창업했지만 지금까지 안정적인 매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창업한 지 불과 3년밖에 안됐지만 그 동안 번 돈으로 상가도 장만하고 아파트도 장만하는 등 재테크에도 성공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제 대표가 한창 직장생활을 할 나이인 30대 초반에 퇴직해 반찬과 밀키트 구독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취미였던 요리를 직업으로 연결
제상한 사장은 어릴 때부터 취미가 요리였다. 서울 국제요리전문학교를 거쳐 대학에서 호텔조리과를 나왔다. 학교를 다니면서 워크힐 호텔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군대에서는 취사병으로 근무했는데, 1천명이 넘는 대량 식사 준비를 하며 케이터링 사업에 눈뜨는 계기가 됐다. 군인들을 위한 단체 식사 준비는 식단계획부터 재료 준비까지 의외로 섬세한 면이 많았다. 취사병 경험은 훗날 그가 반찬.밀키트 정기구독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군제대 후에는 삼성노블카운티에서 11개월 가량 근무했다. 실버타운 근무는 시니어들의 입맛을 아는데 도움이 됐다.
대학 졸업을 한 뒤에는 아워홈 공채 조리사로 입사해 7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했다. 급식 조리사에서 조리 실장을 거쳐 점장까지 올랐다. 그 후 26세에 결혼을 하면서 식자재 영업파트로 옮겼다. 단순히 식자재 영업만 한 게 아니라 조리사 및 단체 급식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코칭을 했더니 거래처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점점 영업 매출이 상승해 1년만에 팀장으로 승진을 했다.
단순히 식자재를 납품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닌, 컨설턴트같은 고객관리 방식은 회사 내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직원 3명을 두고 조리 컨설턴트가 됐을 정도다.
일반 영업 사원과 달리 조리와 식자재에 대한 지식이 많다보니 컨설턴트처럼 팀으로 행사기획, 조리 교육 등을 병행하며 기술 영업을 하게 됐다.
◆직장생활의 한계...모두가 말렸지만 창업에 도전
오전에는 하동, 오후에는 통영 등 전국을 순회하며 기술 영업 활동을 펼쳤다. 그동안 이동한 거리만 하루에 500~600킬로, 2년 되니 12만 킬로가 넘었다. 하지만 4년 정도 컨설팅 활동을 하다보니 한계점에 도달한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다. 팀장으로 있다보니 내 위에 일을 알려줄 사람이 없고 직원들을 가르치면서 데리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영업도 하고 조리 지원 컨설팅도 하면서 고된 시간을 보내다보니 내 사업이 하고 싶었다. 식당을 창업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음식점은 너무 흔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샐러드 정기배송 업체를 알게 됐는데 사전에 주문을 받아서 일괄적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당시 반찬가게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트렌드를 보며, 한식 반찬을 잘하니까 반찬으로 정기배송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자신의 사업계획을 아내에게 얘기하자 반대를 했다. 가족은 물론 회사에서도 다 만류를 했다. 하지만 주변 모든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매일 다른 반찬이 우리집에 배달되면 얼마나 좋을까? 주부들 니즈 충족
제 대표는 불 앞에서 조리하는 주부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반찬. 밀키트 구독 사업은 분명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주부들이 가장 먹고 싶은 밥이 남이 해준 밥이라고 한다. 매일매일 만들어진 다른 반찬을 우리집까지 정기배송해준다면 주부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서비스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업 준비는 1년 정도가 걸렸다. 브랜드 상호만 10가지를 놓고 고민을 하고 BI 결정하는데만 6개월이 소요됐다. 브랜드 로고, 포장용기 디자인은 미술을 전공한 누나의 도움도 받았다. 창업비용은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5천만 원으로 시작했다. 창업자금 중 4천만 원을 마이너스 대출로 마련했다. 인테리어 도면 작성, 기물 하나하나 다 직접 선정했다.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 아버지가 갖고 있는 상가주택으로 들어갔다. 제상한 대표가 창업할 무렵 이전 임차인이 떠나게 돼 자연스럽게 입주하게 됐다.
원단창구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조했다. 사업 초기에는 전체 건물을 다 사용한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반지하는 조리와 포장실, 1층은 사무실, 2층은 건조실로 사용하고 있다. 총 규모는 55평이다. 하루에 15킬로씩 잔반이 나와 건조실은 필수였다.
◆하루 전단지 2천장씩 돌리며 도둑으로 몰리기도
그렇게 창업을 준비해서 2020년 4월에 <만인애찬>을 오픈했다. 창업 초창기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혼자서 거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다 해야 했던 것이다.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2~3개월 동안 몸이 망가질 정도로 일했다.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식자재 검수부터 하고 배송이 끝나면 오후 2~3시가 됐다. 그 뒤에도 레시피 개발 등 하루 종일 일이 끊이지 않았다.
홍보도 해야 했다. 초창기에는 전단지도 돌려봤다. 하루에 2천장씩 7시간 동안 돌리기도 했는데 딱 한 명 가입했다. 그마저도 실주문건수가 없었다. 전단지 돌리다가 아파트 주민에게 도둑으로 몰리기도 했다.
전단지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 운영은 아내가 운영해주기로 했다. 카페에 사업 내용을 소개하고 주문방법, 식단 스케쥴을 공개했다. 전단지는 배포하고 나면 그만인데 네이버 카페는 계속 정보가 축적되고 카페 가입 회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또 맘카페와 제휴를 하고 협력하는 데도 유리했다. 다른 마케팅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카페를 통해 이뤄졌다. 카페를 운영한 후 입소문을 타고 고객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만족한 고객들의 입소문과 네이버 카페를 통한 소통으로 사업이 안정궤도에 올랐다.
◆레시피 직접 만들고, 한 달치 식단 미리 공개
<만인애찬>의 가장 큰 성공비결은 상품력이다. 조리 분야에서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고 충성 고객이 탄탄하다. 현재 네이버 카페 회원이 7천명 가까이 되는데 대부분 <만인애찬>을 이용해본 고객들이고 그 중에 상당수가 충성 고객이다.
네이버 카페가 영업.마케팅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매출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상품에 대한 만족도다.
반찬 레시피는 제상한 대표가 직접 다 만든다. 한 달치 메뉴를 미리 카페에 올리면 그것을 보고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3일 전에 주문 받으면 식재료는 2일 전에 주문한다. 그 후 아침에 식재료가 들어오면 그날 아침에 조리해서 그날 저녁에 배송하고 고객은 새벽에 배송받는 시스템이다.
홈페이지는 아직 없고, 카페에서 수기로 주문한다. 카드사와 협의해서 링크를 보내면 카드로 결재하는 방식이다.
1회 배송 가격은 1만9000원, 월 주문시 1회당 1만7500원이며 한 달 최소 주문 건수는 6회다. 100% 주문조리로 요청일 3일 전까지 예약, 취소, 변경을 해야 한다.
월 6회 이상 주문하면 정기배송 회수용 가방에 아이스팩과 넣어서 배송된다. 정기 회수 가방은 세척해서 재건조한 후 배송한다. 그래서 3평 규모의 세척실도 갖춰져 있다. 주방은 15~20평, 포장실은 20평 규모다. 워크인 냉장고가 있고 식재료 검수실에는 상온보관고가 있다.
완제품인 반찬류를 제외하고 비조리 제품인 밀키트는 조리법 숙지가 필요해서 네이버 카페에 올린다. 네이버 카페 회원이 6840명 정도인데 대부분 한 번 이상 주문을 한 사람이 많다. 주문량보다 메뉴 조회수가 높다.
◆기본 반찬은 한식 위주...일본식 전골, 로제찜닭 등도 판매
<만인애찬>의 반찬들은 대부분 한식 위주다. 하루에 반찬 3~4개와 국 1개가 기본이다. 밥과 김치는 없다. 반찬이 절반이고 일품요리가 나머지다. 반찬은 완제품이고 일품요리는 밀키트 형식이다.
반찬 이외에 인기 메뉴는 스키야끼 전골이다. 초창기부터 인기가 있었다. 일본식 전골로 호주산 소고기, 우동, 폰즈소스, 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찜닭, 갈비찜 등 전통 한식요리나 춘천 닭갈비 등 지역특색 요리도 인기가 많다. 요즘 핫한 로제찜닭, 마라탕 등도 잘 나간다.
◆30~40대 워킹맘과 육아 중인 주부가 주고객
주 고객층은 30~40대 워킹맘이나 육아 중인 주부들이 많다. 월 8회 정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다 .
매달 메뉴가 다른 게 올라가다보니 월단위 이용 고객이 많다. 최소 6~10회를 주문한다. 일품 메뉴가 많아서 일품 메뉴만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이용을 하면 2~3년 씩 계속 거래하는 단골들이 많다. 4년 전 오픈할 때 왔던 고객이 다시 재주문하기도 한다. 임산부 고객이 출산하러 간다고 얘기하고 한달 간 쉬었다가 다시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2~3살 아기들이 잘 먹는다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 서비스는 별도로 없다. 자질구레한 사은품이나 서비스찬보다 매일 배송되는 반찬과 밀키트를 최상의 퀄리티로 유지하면서 본질에 충실한 것이 가장 고객을 위하는 것이라는 게 제상한 대표의 서비스 철학이다.
◆초창기 하루 평균 35건이던 주문이 이제 400건까지 늘어
2020년 4월에 오픈해서 처음 하루 평균 35건이던 주문이 45건, 50건, 80건으로 늘었다. 지금은 수량 제한을 한다. 하루 수량 360~400건까지 받을 수 있다. 조리공간이 협소해서 그 이상은 소화하는 건 어렵다. 음식 퀄리티와 배송 안전을 위해서 욕심을 내려놨다.
최대 매출 수준을 넘어선 것은 1년차 때부터다. 매출은 상승했지만 빌린 돈도 갚아야 했고 사업이 확장된 만큼 투자도 계속 해야 했다. 냉장 냉동 등 주방 설비도 확충했다.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사업 2년차 부터였다.
현금으로 갖고 있으면 번 돈을 다 써버릴 까봐 2년차부터는 재테크도 조금씩 했다. 미래에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신규투자도 하고 탄탄하게 사업을 하려면 어느 정도 투자 여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송 기사 문제 생길 때 가장 애로
배송 지역은 부산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 사상구 등과 양산 물금신도시 등이다. 편도 30킬로까지이다. 100% 배송이기 때문에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새벽배송은 건당 배송비가 2천 원 이상이다. 처음에는 위탁업체를 통해 배송을 했는데 다른 곳과 함께 배송을 하다보니 파손하거나 분실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1년 정도 위탁업체를 이용하다가 정기 배송업체를 통해 우리 것만 배송하도록 했다. 위탁업체는 배송비가 건당 3천 원이었는데, 정기 배송업체를 통하니 배송비가 내려갔다.
정기 배송업체를 이용해도 배송 기사가 갑자기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 야간배송이라 차량고장이나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제상한 대표가 직접 배송을 나간다. 조리사를 2명 쓰는 이유도 대타로 운전을 하기 위해서다.
◆도시락 사업으로 영역 확장 계획
제 대표는 새벽 4시까지 출근해 매장에서 오전 10시까지 일한다. 나머지 시간은 거의 사무실에서 있는다. 다음달 식단짜고 레시피 개발하는 게 주 업무다.
제 대표는 고객이 질리지 않게 한 달에 신메뉴를 5개 정도 출시하고 있다. 신메뉴는 단체 급식이나 외식업체 인스타그램을 주로 보면서 트렌드에 맞게 개발하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제외한다.
현재 <만인애찬>의 직원수는 총 14명이다. 제상한 대표를 포함해서 조리사가 3명, 포장파트에 4명, 배송기사가 7명이다. 직원들 중에는 아워홈에 함께 근무했던 사람도 있다. 제상한 대표를 신뢰하고 합류한 후배들이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업성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현재 공간에서는 매출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사업이 계속 성장해야 함께 하는 동료들도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
그래서 요즘 틈틈이 1인 도시락 정기배송 사업도 준비 중이다. <만인애찬>의 장점은 아무도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찬 가짓수도 많고 관리도 힘들다. 이에 비해 1인 도시락은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어 직원들에게 비젼을 줄 수 있다. 식재료 원산지와 퀄리티를 높인 프리미엄 도시락을 만들 자신감이 있다.
도시락 사업은 예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 월급을 고정적으로 주고, 매출에 대한 지분도 주는 등의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1인 인구가 점점 늘고 있어서 사업 전망이 밝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