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대신 염색방 창업, 월 600만 원 소득 올리는 주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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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2,181 등록일등록일: 2023-05-19본문
권상현(51)씨는 평범한 주부였다. 전업주부 생활이 나쁘지 않았지만 중년이 되면서 꿈이 생겼다. 내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과 경제력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창업아이템도 알아보고 재취업도 시도했지만 경력 단절된 중년 주부에게 쉬운 건 없었다.
그러던 권상현 씨가 평택에서 <컬러룸>이라는 염색방을 창업해 한달에 600만~700만 원 소득을 올리며 웬만한 직장인 부럽지 않은 여사장이 됐다. 일요일에는 쉬고 평일에는 10시부터 8시까지 근무를 하며 '워라벨'과 '경제력', '보람을 느끼는 일' 세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권상현 씨의 성공에는 F1972라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동생 권미현 대표(49)의 도움이 컸다. 자매는 어떻게 신사업에 도전하고 성공했을까?
◆자녀들이 모두 미용사가 되기를 바랐던 엄마
권상현, 권미현 자매의 어머니는 경기도 평택에서 직원이 20명이나 되는 큰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 세상 최고의 직업이 미용>이라는 신념으로 아들과 딸에게 미용업을 권했다. 하지만 형제 자매라도 개인 성향은 다른 법이다. 세 자녀 중 가장 순종적이던 둘째 딸 권미현 대표(49)만 엄마 말을 따랐다.
권미현 대표도 미용에 관심이 없었으나 가세가 기울면서 생계를 위해 어머니 요청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1994년 권대표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어머니의 미용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가세가 기울었던 것.
당시 대학 재학중이던 권미현 대표는 힘든 처지에 놓인 어머니를 외면할 수 없어서 학교를 포기하고 미용공부를 해서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어머니 일을 돕기 시작했다. 반면 자유로운 성격에 개성이 강했던 언니 권상현씨는 미용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결과 권미현 대표는 전문적인 미용인의 길을 걷게 되었고, 언니 권상현씨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동생은 미용인, 언니는 전업주부
권미현 대표가 어머니의 미용실에 합류한 후 어려움에 빠져 있던 미용실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대학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돕기 시작했던 권미현 대표는 미용실 일이 끝난 저녁이면 혼자 독서실을 찾았다. 미용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대학 중퇴 후 공부가 하고 싶었다.
당시에는 미용 관련 서적도 거의 없었다. 일본미용 전문서를 번역한 책으로 두피, 모발관리 등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런데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했던 공부가 권미현 대표의 미래에 크고 작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
평택에 있는 한 대학에 미용학과가 만들어질 때 두피 및 모발과학을 강의할 교수가 필요했다. 그 분야를 독학으로 미래를 공부했던 권미현 대표는 강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현장 경험과 강의가 동시에 가능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또 전문성만 있으면 학위가 없어도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었다.
대학 강의를 시작한 후 권미현 대표는 학사 학위도 취득하고 숙명여대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덕분에 미용실을 경영하면서 지금까지 14년간 대학에서 미용 강의를 하고 있고, 미용부문의 국가표준교육프로그램 개발진과 미용 자격시험 출제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급성장한 비결
10년간 어머니가 운영하던 미용실에서 일을 돕던 권미현 대표는 2003년, <아담뷰티폼>이라는 상호로 자신의 미용실을 개업해서 독립했다. 2006년에는 평택 서정동에 15평짜리 미용실을 추가로 열었는데 얼마 후 30평대로 확장했다.
그런데 권대표의 사업이 급성장한 것은 코로나팬데믹 기간 동안이었다. 고객이 줄어들어 대부분의 미용실들이 힘들었던 팬데믹 시절에 오히려 성장한 것이다. 직영 매장 2개를 더 열고 아카데미까지 개설했다. 그러다가 지난 해에는 언니를 통해서 늘 꿈꾸던 염색방 사업까지 진출하게 됐다.
아카데미를 만들어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미래에 대한 비젼을 제시한 것. 평택 지역의 상권 변화를 예측하고 코로나 기간 동안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용실을 경영하면서 미용은 물론 경영, 마케팅 등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매우고 공부하며 자기계발을 하고 역량을 키운 것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권미현 대표는 2020년, 아담뷰티폼이라는 상호를 <F1972>로 변경했다. 1972년 친정 어머니가 미용실을 창업한 연도다. 반강제로 미용을 권유한 어머니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미용인의 길을 걸으면서 멋진 직업을 권해 준 어머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았다.
◆전업주부인 언니 창업 상담하다가 염색방 사업에 도전
동생인 권미현 대표와 달리 전업주부가 된 언니 권상현씨는 대부분의 전업주부들이 그렇듯이 중년이 되면서 창업을 꿈꾸게 된다.
창업을 위해 커피, 햄버거, 치킨, 샌드위치 등 요즘 뜨는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동생과 의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깊이 조사할수록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다. 인력난으로 사람구하기도 힘들고 인건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너무 낮거나 돈을 벌더라도 노동강도를 버틸 자신이 없었다.
창업 대신 파트타임 일자리도 알아봤다. 마트는 물론 공장근로자까지 알아봤지만 역시 노동 시간이나 강도에 비해서 너무 소득이 낮았다. 잠깐 정수기 코디에도 도전해봤는데 업무는 단순했지만 낯선 사람 집을 방문하는 일은 상당한 감정노동이 뒤따랐다.
일자리와 창업을 고민하는 언니를 보면서 권미현 대표는 본인이 오랫동안 구상해온 사업을 언니를 통해 실현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그게 염색방이었다.
◆미용사 자격증 따고 염색방 사업 창업
염색방 아이디어는 권미현 대표가 미용업을 하는 내내 느꼈던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3년동안 기획하고 준비한 사업 아이템이었다. 권 대표는 염색방 사업이 미용업의 어려운 사업 환경을 부분적으로 해결하고 경력단절 여성도 미용사 자격증만 취득하면 어렵지 않게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용사 자격증은 국비 지원 교육 과정이 많으므로 60, 70만 원 정도 실습비를 부담하고 2, 3개월 정도 교육을 받으면 어렵지 않게 취득이 가능하다.
일반 미용실의 경우 헤어디자이너로 만족스럽게 일을 하려면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헤어디자인에 대한 고객들의 개인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경력 5년 이상 된 디자이너들도 커트나 펌에 대한 만족도로 고객과 갈등을 겪는 감정 노동자가 된다.
미용실의 작업환경도 좋지않다. 커트 등 머리를 만지는 과정에서 먼지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용업에서 성공하려면 조직관리도 잘해야 한다. 신입 미용사를 받아서 그 미용사가 실력을 발휘하고 단골을 만들 때까는 2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미용사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면 다시 맨땅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인력 관리가 힘들어서 1인 미용실을 운영하면 수입이 낮고 몸도 고되다.
처음 어머니에게서 독립해서 자신의 미용실을 차릴 당시 권미현 대표는 그 모든 일을 다 겪었다. 아직 자녀가 어렸지만 새벽에 홍보 전단지 돌리고, 미용사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고객을 관리하고, 직원들 교육을 시키고, 미용 시술을 한 후 집에 들어가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다. 열심히 교육시키고 아끼던 미용사가 이직이라도 하면 마음이 무너져내리곤 했다.
◆3년동안 기획하고 준비한 아이디어
권미현 대표는 그런 미용실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염색방이라고 생각했다. 염색방은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한 두달만 경험을 쌓으면 바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진입장벽이 낮다. 손님과의 갈등도 거의 없다.
이런 장점이 있지만 언니에게 신사업을 권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살림만 해온 언니가 미용사 공부를 해서 자격증에 도전할 지도 의문이었고, 신사업이다 보니 실패 가능성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100% 성공을 보증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권하는 일은 가까운 가족이 남보다 훨씬 더 어렵다.
다행히 언니는 권미현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힘들었던 어머니의 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리고, IMF기간 동안 사업을 급성장시키며 실력있는 미용인으로 인정받는 동생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또 1년 가까이 다양한 창업 아이템을 검토해도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는데 염색방은 고객 수가 적어도 조금만 열심히 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같았다.
권상현 씨는 국비 지원 미용 학원에 등록해 두 달 정도 교육을 받고 3개월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 취득 후 권미현 대표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2개월 정도 실습기간을 거친 후 경기도 평택 이충동에 매장을 열었다.
현재 권상현 사장은 창업에 성공해 월 6, 7백만 원대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하루에 10명 이내 고객을 서비스 하면서 올리는 소득인데 매출액 대비 순수익률이 높아서 가능한 소득이다. 처음에는 1인 매장으로 운영했는데 수요가 늘어나서 지금은 정규직을 한 명 더 채용해 추가 매장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30만 원 멤버십 끊으면 50% 할인
권상현씨가 운영하는 염색방인 <컬러룸>은 일반 미용실과 달리 염색과 두피관리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커트나 퍼머같은 헤어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기 때문에 매장에 먼지가 없고 깨끗하다.
15평 남짓한 공간에는 두 명이 두피 관리와 염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한 번에 서비스 가능한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보니 100%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것도 특징이다.
염색서비스는 5만9000원 내외, 두피관리와 모발케어는 사용하는 제품에 따라서 4만 원부터 7만 원대까지다. 첫 방문 고객에게는 2만9000원에 서비스를 해주고 30만 원 멤버십 이용권을 끊는 고객에게는 모든 서비스를 50% 할인해준다.
현재 90% 이상 고객이 멤버십 고객이다. 회원권으로 본인은 물론 남편,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회원권을 끊으면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안에 결제 금액을 모두 소비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고객 체험 기반으로 제품도 판매
영업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염색은 30분, 염색 두피관리를 같이 하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염색만 하는 고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고객이 염색과 두피 관리서비스를 함께 이용한다.
매장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게 두피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두피 상태를 보고 염색시 두피관리 서비스를 받아보면 대부분 두 가지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게 된다.
권미현 대표는 고객들이 염색과 두피관리 서비스를 받을 때 힐링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서비스를 받는 동안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누워서 편히 쉴 수 있다.
또 체험을 통해 제품 구매도 가능하도록 했다. 매장에서는 제품 판매도 한다. 각종 헤어 관리 제품, 고객서비스를 위해 준비한 편백나무 반신욕기나 온열치료기, 스페셜 헤어드라이어 등이다. 고객들이 서비스를 받고 제품을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판매가 이뤄진다. 대추과자 등 가벼운 영양간식과 건강식품도 판매한다. 인터넷 판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곧잘 판매가 된다.
위생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타월은 1회용을 사용하고 샴푸 목받침 등은 매번 소독한다. 서비스가 끝나면 고객의 페이스라인도 신경써서 닦아준다.
◆노동 강도 낮고 순수익률 높은 게 장점
미용실의 노동 강도가 10이라면 염색방인 컬러룸의 강도는 4정도다. 그만큼 운영이 간단하고, 고객과 갈등할 일이 거의 없다. 대신 권상현 사장은 전문가라는 자부심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발 두피 관리 관련 공부를 열심히 하고 고객관리에 신경쓰는 것도 그런 노력 중에 하나다.
컬러룸은 2022년에 문을 열었는데 오픈초기에는 권상현씨 혼자 매장을 운영했다.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자 지금은 추가 매장 확장 등에 대비해 정규 직원을 한 명 채용했다. 1인이 올릴 수 있는 월 매출액은 1천만~1천3백만 원대다. 매출액에서 원가 10%, 임대료와 약간의 수도광열비를 빼면 순수익금이다. 평택 이충점의 수도광열비는 4만원 가량이다.
권미현 대표는 컬러방을 기획할 때부터 마케팅 뮤즈를 소비주도권을 가진 30, 40대 여성으로 생각했다. 사업을 시작해보니 실제 주고객층도 예상대로 30~40대 여성들이 전체 고객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 밖에 아내 때문에 방문하게 된 남성, 학생, 고령자 등의 고객이 있다. 인근에는 5천세대 아파트 단지가 있다.
매장을 여는데 들어간 투자비는 권리금, 보중금 포함해서 점포구입비가 5천만 원, 인테리어 각종 시설집기 비품비로 6천만 원 정도 들었다.
◆서울에 진출, 2호점 낼 예정
얼마전 권미현 대표는 컬러룸 서울 진출을 위해 강남구청 부근에 매장을 계약했다. 언니의 매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걸 확인하고 직영점을 내기 위해서다. 서울 진출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머리로 구상했던 서비스가 현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때 희열을 느꼈다.
권미현 대표는 컬러방이 미용 경험이 전혀 없는 주부도 미용사 자격증만 취득하면 누구나 손쉽게 운영할 수 있는 사업, 영세한 1인 미용실들이 비교적 쉽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기 때문에 한 번 염색을 하면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은 30대, 40대부터 새치가 생기기 때문에 염색 수요가 많다. 하지만 가정에서 염색을 하는 사람도 많아 염색방 서비스의 장점을 잘 홍보해야 하고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원제로 지속적인 이용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컬러룸은 멤버십과 할인 제도를 통해 시도구매를 유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 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회원권으로 가족은 물론 친구 등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 공동 구매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요즘 여성들은 퍼머보다는 머릿결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 점에 착안해 모든 고객에게 두피진단 서비스를 제공해 두피케어 서비스에 대한 이용동기를 자극하고 객단가를 높였다.
오프라인의 강점은 체험과 경험이다. 컬러룸의 브랜드 뮤즈인 30, 40대 여성들에게 필요한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장에서 체험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점, 염색과 두피케어를 힐링과 연계해 육아와 가사에 지친 30, 40대 주부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서비스 전략도 돋보인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 탄생> <내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