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한 대로 시작한 동네장사를 연매출 980억으로 성장시킨 여사장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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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563 등록일등록일: 2023-03-09본문
살다보면 수많은 기회를 만난다. 좋은 기회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지만 어떤 기회는 전혀 새로운 곳으로 나를 데려가주는 삶의 분깃점이 되기도 한다.
남편 사업을 도우며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주부였던 배영미 대표(50)에게는 20년 전에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친구를 따라갔다가 우연히 오리고기 사업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냉장고를 한 대 사서 오리고기 중간유통업을 투잡으로 시작했는데 그 것이 배영미 대표의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부산 범어사 부근에서 하루에 겨우 30,40만원 매출을 올리던 영세한 소상공인은 20년만에 매출 980억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보잘 것 없던 동네 장사를 연매출 1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여사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냉장고 한 대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다
첫째, 위기 앞에서 과감하게 기회를 잡았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배영미 대표의 첫 직장은 자동차정비공장 경리였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등학교 친구였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결혼 후 남편은 생수유통사업을 했고 경리를 볼 수 있었던 배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 사업을 도우며 평범하게 살았다.
어느 날 배영미 대표의 친구가 빚받으러 가는데 동행해달라고 부탁했다. 별생각 없이 따라나섰다가 오리유통 업체를 알게됐다.
그 무렵 남편이 하는 생수유통업은 미래가 불안했다. 먹는 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유망사업으로 성장했던 생수유통업은 정수기가 등장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들이 먹는물 사업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중소상인들이 운영하는 생수유통업의 미래를 위협했다.
그런 남편의 고민을 알고 있던 터라 오리고기 유통을 부업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 한 대만 있으면 투자비도 필요하지 않고 손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식당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서 오리고기를 공급하면 되는 일이었다. 영업도 어렵지 않았고 마진도 좋았다. 마침 오리고기를 공급하던 소상공인이 사업을 내놓자 인수를 결심한다.
◆전재산을 빼서 새로운 사업에 베팅하다
두 번째 비결은 새로운 기회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그 무렵 배영미 대표 가족의 전재산은 전세보증금 2400만원과 생수 유통 거래처가 전부였다. 사업을 하기 위해 전세금을 뺐다. 생수유통 거래처를 권리금 3천만원에 팔았다. 그렇게 마련한 전재산 5400만원으로 오리고기 특구로 여겨지는 부산 범어사 부근에 월세집을 얻고 매물로 나온 오리유통회사를 인수했다. 배영미 대표가 사장을 맡고 남편과 시동생이 함께 일을 했다.
사업내용은 도압장에서 오리고기를 공급받아서 음식점이 원하는 대로 발골과정을 거쳐서 맞춤형으로 생오리고기를 납품하는 것이었다.
사업 초기 매출은 하루 30, 40만원에 불과했다. 월 1000만~1500만원 매출로 직원을 두고 가족이 생계를 유지했다.
◆AI로 위기 발생, 투잡을 하며 버티다
세 번째 비결은 위기 대응력이다.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정도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AI (조류독감)사태가 터졌다. 닭 오리를 살처분하다보니 오리고기 공급도 안되고 찾는 사람도 없었다. 하루 아침에 폭망할 상황에 놓였다.
첫 AI라 충격이 엄청났다.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다. 적자가 심해서 직원들을 다 정리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기에도 배영미 대표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 오리 발골작업은 하루 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작업이 손에 익으려면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다시 상황이 좋아지고 주문이 몰릴 때를 대비해야 한다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답이 아니었다.
대신 배영미 대표가 알바를 시작했다. 주류 영업이었다. 당시 복분자주가 백세주에 대항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부산 기장과 범어사 일대 식당을 대상으로 복분자나 가시오가피주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주류 회사들은 무료 메뉴판을 만들어주면서 영업하는 방식이 인기를 얻었다. 부산 기장과 범어사 인근에는 장사가 잘되는 음식점들이 많았다. 방마다 메뉴판을 붙이려면 메뉴판이 10개도 넘게 필요했다. 그래서 무료메뉴판을 제공해주고 술을 공급하는 복분자주 영업은 인기를 얻었다. 주류 영업을 해서 번 돈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텼다.
◆3년만에 급성장한 비결은?
네 번째 비결은 품질이다. 비록 위기를 견디기 위해 일시적인 투잡으로 주류 영업을 했지만 배대표는 식당 사장들과 진정성있게 소통하면서 유대관계를 쌓았다. AI 이슈가 사라지자 그동안 복분자를 팔던 식당을 대상으로 오리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당 사장들이 배대표에 대한 의리로 오리고기를 구매해줬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고기공급업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고기를 공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배대표는 고기는 상온 배송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품질 관리를 위해서 냉장탑차를 구매해 냉장배송을 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됐다.
누군가 배 대표가 냉동고기를 배송한다고 소문을 낸 것이다. 동네에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오토바이 배송업체들이야 말로 중국에서 공급받은 냉동고기를 해동해서 배송했는데 정작 생고기를 공급하던 배영미 대표가 냉동고기를 공급한다는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산밑에 냉장배송차를 숨겨두고 동네에 들어갈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송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생고기의 위력이 점점 나타났다. 배영미 대표가 공급하는 고기가 너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기가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 3년이 지나면서 연간 매출이 몇 억원대로 오르고 영업이 필요없을 정도가 됐다.
◆영업사원이 필요없는 사업을 만들려면
다섯 번째 비결, 영업사원이 필요없게 하라. 맛과 품질에 대한 고집은 영업을 필요없게 만들었다.
당시 대부분의 업체들은 중국에서 냉동오리고기를 받아서 공급하고 있었다. 배영미 대표는 흠있는 과일처럼 약간 멍들거나 다리, 팔이 부러진 오리고기를 공급받아서 생고기 상태로 중국산 냉동고기보다 오히려 더 저렴하게 팔았다.
국내산 생고기 맛은 중국산 냉동제품과 맛이 하늘과 땅차이였다.당시 배영미 대표의 브랜드는 오리천국이었는데 오리천국 고기가 맛있다고 난리가 날 정도로 인기를 얻어 식당들은 다른 업소로 거래처를 바꿀 수가 없었다.
배영미 대표의 품질에 대한 고집은 지금도 여전하다. 주변에서는 값싼 옥수수 사료를 혼합하라고 하지만 배영미 대표는 오리고기 품질에는 사료가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식용유황을 만들어서 일영이푸드만의 사료를 고집하고 있다. 외부에 훈제 가공을 맡겼다가 직접 가공공장을 차리게 된 것도, 직접 사육사업까지 뛰어든 것도 모두 품질유지를 위해서였다.
일영이푸드의 오리고기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자 그 다음부터는 입소문만으로 영업이 이뤄졌다. 영업사원이 필요없었다. 지금도 일영이푸드는 영업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품질이 좋다는 소문 덕분에 처음에는 식당을 대상으로 소매유통만 했는데 자연스럽게 도매유통까지 하게 됐다.
◆워라벨? 고객이 원하면 뭐든지 한다
여섯 번째, 근면성실과 고객 중심 철학이다. 배영미 대표는 근면과 성실로 다른 사람이 놀 때도 쉬지 않고 시장을 파고 들었다. 주말에는 고기를 공급하지 않는 사업자가 많았지만 배영미 대표는 고기 공급을 거절한 적이 없다.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언제든지 고객이 원하면 고기를 배송했다. 발골작업 역시 고객이 원하는 것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공급했다.
나의 워라벨이 아니라 오직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고 고객이 만족하는 것에 맞춰서 사업을 했다. 배영미 대표의 그런 영업 철학은 거래처와 튼튼한 관계를 만들었고 거래처와의 그런 관계는 사업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 기회를 만드는 법
일곱 번째, 수직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다. 배영미 대표가 운영하는 일영이푸드 그룹은 4개의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오리사육을 하는 일영이팜즈, 도압을 하는 일영이부쳐스, 유통판매전문인 일영이팩토리, 제조가공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일영이푸드가 그 것이다. 오리에 관한한 사육부터 도압, 제조 가공, 유통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사업을 확장한 게 아니라 경영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직계열화를 택했다.
배영미 대표가 제일 처음 시작한 사업은 오리고기를 납품하는 유통 소상공인이었다. 유통 매출이 커지면서 공급업체를 다양화했는데 거래처가 늘어나자 고기 품질이 균일하지 않았다. 균일한 품질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육을 직접하게 됐다.
가공업 진출도 비슷한 이유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훈제 가공을 대형업체에 맡겼는데 일영이에서 공급한 고기를 저품질 제품으로 바꿔치기해서 가공한 고기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좋은 고기로 원하는 품질의 훈제오리를 얻기 위해서는 직접 가공을 해야겠다고 판단해서 제조 가공 공장을 설립하게 됐다.
도압장 사업에 뛰어는 것은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호남지역에 오리도압장이 많다. 시장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형성돼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코로나로 지역구가 없어져 오프라인 시장이 온라인으로 흡수되면서 이전의 협력업체가 경쟁사로 부상했다. 어느 날 도압장에서 공급을 거절하면 사업은 끝이 난다. 그런 위험성이 대두되자 마침 매물로 나온 전남 나주의 도압장을 인수하게 됐다.
이렇게 사업을 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수직계열화였는데 그 것이 품질경졍력과 가격경쟁력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가금류는 유통과정이 짧다. 도축일로부터 10일 가량이 유통기한인데 전라도에서 도압한 후 경상도로 오는데 하루, 납품을 위해 고기 손질하는데 하루, 식당 등 배송에 하루가 걸려 식당에 고기가 공급되기 까지 5일이나 걸린다. 일영이푸드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5일이던 유통기간을 3일로 단축해 그만큼 고기가 더 신선하다.
◆역할분담과 의사결정은?
여덟 번째, 가족간의 역할 분담이다. 사업을 해보면 가족은 가장 큰 힘이 되는 동지이기도 하지만 자칫 갈등이 깊어지면 가족이 깨어지기도 하므로 직원보다 가족간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남편, 시동생과 함께 일하는 배영미 대표는 어떨까? 생수유통은 남편이 주도적으로 했지만 오리고기 사업은 배영미 대표가 주도적으로 했다. 오리고기 사업의 기회를 발견한 것도, 식당 영업을 하면서 사업 기반을 잡은 것도 배영미 대표가 앞장섰기 때문이다.
소심하고 꼼꼼한 A형인 배영미 대표는 세무 회계 자금 등 재무와 내부 조직관리 등 살림살이 전체와 관공서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한다. 소심하다보니 처음에는 본인 의사 표시도 잘 못하고 속앓이를 많이 했지만 사업을 하면서 점점 성격이 활동적으로 변했다. 0형인 남편은 활동적인 성격이다. 사람들과 관계맺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성격인데 지금은 사육, 농장관리 등을 맡고 있다. 지금은 도압 운영도 책임지고 있다. 시동생은 거래처 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사업규모가 커져서 서로 얼굴 보기도 쉽지 않고 다툴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의견이 맞지 않아서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갈등이 있으면 다수결 원칙으로 해결했다. 3명이 투표를 해서 이기는 쪽에 무조건 승복을 했다. 시동생과 배영미 대표의 성향이 비슷해서 이길 때가 많다.
사업이 커질수록 믿을 수 있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가족이 함께 하다보니 역할을 분담해서 각자 맡은 분야를 책임지고 끌고 간 것이 성장에 큰 힘이 됐다.
◆경영의 전문성을 키우려면?
아홉 번째, 계속된 배움이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배영미 대표는 2년제 야간 대학을 졸업하고 오리고기 사업을 하면서 정규 학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부산대학교 글로벌 MBA 과정에 입학해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내년에는 부산대 박사과정에 진학해 글로벌 경영과 컨설팅을 공부할 계획이다.
폼나는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를 계속 한 게 아니라 사업이 커질수록 배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의사 약사 등 전문직에 자격증이 필요하듯이 경영자도 계속 공부를 해서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을 통해 사업에 대한 자문도 얻고 정보도 교류하고 경영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서 기업가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힘든 시절을 즐겁게 극복하는 비결
열 번째, 긍정적인 성격과 책임감이다. 배영미 대표는 29살 된 딸과 27살인 아들이 있다. 아이들이 한창 자랄 시기에 배영미 대표는 가족과 함께 사업을 키웠다.
남편들과 달리 주부가 사업을 하면 일이 배가된다. 남자들은 일이 바쁘면 오로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아버지 남편 역할에서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는다. 하지만 여성은 다르다. 엄마, 학부모 역할 등 가사와 육아 어느 쪽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배영미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바빠도 가사와 육아는 배 대표의 몫이었다.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배영미 대표가 일하는 현장에 늘 아이들이 함께 했다. 어떨 때는 오리털을 뽑는 공간에서 뛰어놀거나 오리털 뽑는 일을 도왔다. 고기 배달을 갈 때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배송차에 함께 태웠다. 가는 길목에 바닷가나 냇가가 있으면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내려놓았다. 아이들은 자연속에서 뛰어놀다가 엄마가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차를 타고 돌아오는 식이었다.
배달을 하다가 식당에 내려주면 아이들은 그 곳에서 밥을 먹었다. 그래서 동냥밥으로 아이들을 키웠다고 우스개 소리도 자주 한다.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 잘 자라서 자신들만의 삶을 잘 살고 있다.
일, 가사, 육아를 병행하는 일이 힘들다고 하지만 배영미 대표는 모든 상황을 늘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일을 즐겼고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았다.
힘든 시절도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은 책임감때문이었다. 사업에 어려움이 생기면 경영자가 당연히 져야 하는 책임으로 여겼고 육아나 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긍정적인 성격과 책임감이 힘든 시절 힘든 줄 모르고 버텨낼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햇볕정책,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
열한 번째, 조직관리력이다. 회사가 커지면 그만큼 일하는 식구가 늘어나고 조직관리를 잘 해야 한다.
현재 일영이팜즈 그룹 직원 수는 180명이다. 그래서 전직원이 자주 모일 기회가 많지 않다. 신년회에서 전직원이 모여서 표창도 하고 레크레이션 시간도 가진다. 우수 직원에게는 황금열쇠를 증정하기도 한다.
회사에는 장기근속자들이 많다. 현장 업무가 많기 때문에 직원들 중에는 신용불량자를 비롯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배영미 대표는 그런 조직에 필요한 건 햇볕정책이라고 말한다. 사업이 막 성장하던 시기에는 잔소리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잔소리가 전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를 바꾸려고 잔소리를 했는데 내가 바뀌는 게 더 빠르고 편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사실을 깨닫고 부터는 미운놈 떡하나 더 주는 햇볕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햇볕정책은 먼저 직원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갈등이 줄어든다. 갈등이 줄어든 상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유도를 하면 어느 새 부드럽게 변화돼 있는 직원들을 볼 수 있다. 대신 확실히 고집을 부려야 할 때는 협의를 해서 타협한다. A안, B안, C안을 세워놓고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문제를 기회로 만들다
열두번째, 문제 해결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이다.
배영미 대표가 사업을 성장시킨 것은 문제 해결을 통해서였다.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성장의 기회가 됐다. 사육사업과 제조 가공업에 뛰어든 것은 품질 균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고 도압장을 인수해 도축 사업을 시작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달라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국내 사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2017년 배영미 대표는 캄보디아로 갔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AI로 이해 여러 가지 애로가 발생하자 해외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추가적인 오리사육 허가를 내기 어려운데 AI가 발생하면 전량 살처분을 하므로 팔 수 있는 물건이 없어진다. 동남아지역은 달걀보다 오리알을 훨씬 많이 먹는다. 달걀이 10-20%라면 오리알은 70-80% 소비된다.
한국의 오리 사육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리를 많이 키우는 동남아에 사육 거점을 마련하고 한국의 사육 기술을 기반으로 오리고기 제조 가공품을 전세계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 5년간 근무했던 외국인 근로자를 매니저로 두고 캄보디아에 오리고기를 치킨처럼 파는 꾼덕 매장을 4개까지 확장했다. 캄보디아에서 오리 사육이 가능한 땅도 사두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캄보디아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현지에 셧다운이 정책이 시행되면서 지금은 현지 식당의 문을 닫아놓았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나갈 계획이다.
◆치킨? 이제는 오리후라이드를 즐겨봐
올해 배영미 대표는 꾼닭꾼덕 프랜차이즈 사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꾼닭은 5년전인 2017년 가맹점 8개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1억원에 인수했다. 원래 꾼닭은 치킨요리주점이었는데 거기에 오리고기를 더해서 꾼닭꾼덕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꾼닭꾼덕은 한 마디로 치킨과 치킨처럼 개발한 오리 후라이드를 함께 파는 매장이다. 30, 50, 100평대 중형 매장도 있고 20평대 소형 매장도 있다. 브랜드 인수후 사업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2018년 직영매장을 열고 직접 매장을 운영해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부산 광안리 랜드마크 자리에 꾼닭꾼덕 직영점을 오픈했다.
오리고기는 치킨처럼 후라이드를 하면 껍질이 고무줄처럼 질겨서 먹기가 힘들다. 연육제를 써도 안될 정도다. 닭은 후라이드가 있지만 오리는 후라이드가 없는 이유다. 하지만 꾼덕은 고기 손질에서 질긴부분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오리후라이드를 겉바속촉으로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꾼닭꾼덕 사업을 통해 닭과는 다른 영양 특성을 가진 오리고기를 대중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초기 브랜드는 오리천국이었지만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브랜드를 일영이로 바꿨다. 일영이는 3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숫자의 시작인 012라는 숫자를 통해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을 담았다. 둘째, 함께 사업을 하는 남편 유상일, 시동생 유상이와 배영미 대표의 이름에서 각각 한 자씩 땄다. 셋째, 앞으로 오리고기로 적어도 100가지가 넘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멈추지 않는 성장의 비결은?
연간 매출액이 겨우 1억원 남짓했던 창업 초기와 연 매출액 980억대 회사를 운영하는 지금 배영미 대표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을까?
배영미 대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업 초기에는 고기 손질과 배달 등 현장 업무를 직접 했는데 지금은 사업이 전문화되어 있고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현장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다. 그 때보다 다루는 숫자가 커졌고 활동범위도 넓어졌다. 올해도 한국 오리고기 수출을 위해 일본 싱가폴 등의 박람회에 참가해서 해외 진출을 계속 모색할 계획이다.
그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직접 회사 업무 전반을 다 챙기고 있고 지금도 주말도 없이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어느 정도 사업이 성장하면 외부 활동을 많이 하면서 사업을 조직원에게 맡겨두고 경영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멈추지 않는 성장의 비결은 경영자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에 대한 집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올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의 소상공인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이 정책에 딱 들어맞는 기업이 바로 일영이푸드그룹이다.
일영이푸드그룹은 부산 범어사 인근 오리고기 특구에서 월 매출 1천만원대의 소상공인으로 출발해서 지난해 매출 980억원을 넘기고 글로벌 진출까지 꿈꾸며 유니콘 기업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배영미 대표의 성장에서 배울 점은 기회를 성공과 성장으로 연결하는 비결이다.
첫째는 문제를 기회로 전환시킨 것이다.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품질에 대한 철학을 명확히 하고 품질을 저해하는 문제 해결을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전환시켰다.
둘째, 고객중심 철학을 통해서 사업의 튼튼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일영이푸드 성장의 가장 든든한 토대는 거래처의 충성도였다. 이런 충성도는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 어떤 경우에도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려는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이 두 가지는 앞으로도 일영이푸드 성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일영이푸드가 수직계열화와 B2B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프랜차이즈 사업과 제품 개발을 통한 B2C 시장 확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B2C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마케팅과 연구개발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최근 오리제품 개발을 위한 정부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처럼 연구 개발 기능과 마케팅 부서 강화는 새로운 성장 전략에 꼭 필요하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컨설턴트. 저서 <내사업을 한다는 것>,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