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27세, 직원 평균 나이 68세! 시니어 배송사업 히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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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984 등록일등록일: 2023-03-03본문
사장 나이 27세, 직원들 평균 나이 68세인 회사가 있다. 바로 시니어 정기배송 서비스 ‘옹고잉’을 운영하는 ‘내이루리’이다.
내이루리의 정현강 대표(27)는 2021년 옹고잉을 론칭해 50여 명의 시니어 배송원들과 함께 일한다. 시니어 배송원들은 모두 정규직 직원이다.
시니어 배송원들이 주로 배송하는 것은 샐러드나 도시락, 음식류다. 이들이 배송하는 물량은 매월 14만5000인 분, 하루 6500인 분이나 된다.
내이루리는 지난해 정부지원사업인 ‘팁스’에 선정되어 5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고, 11억8000만 원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배송수수료만 4억8000만 원,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까지 합치면 6억 원 정도 된다. 27세 청년인 정현강 대표는 어떻게 아버지뻘 직원들과 함께 일하게 됐고, 1년여 만에 투자유치에도 성공하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됐을까?
◆슈바이처를 존경했던 소년
정현강 대표는 2세부터 20세까지 중국에서 살았다. 아버지가 중국 주재원이었기 때문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살면서도 정 대표의 부모님들은 항상 봉사활동을 많이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정 대표도 자연스럽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부모님 말고도 소년 정현강의 마음을 울린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였다. 음악가였던 그가 의학공부를 해서 선교의사가 되어 평생에 걸쳐 펼친 인류애는 소년에게 큰 영향을 줬다. 지금까지도 슈바이처 박사는 정 대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다.
◆비영리 사업에 한계를 느끼다
슈바이처 박사의 영향은 한국에서의 대학생활로 이어졌다. 고려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소프트웨어를 전공했는데, 학교에 다니며 다양한 비영리 사업에 참여했다.
대표적인 활동은 네팔이나 파키스탄 쪽 고산지대에 사는 학생들과 세르파들을 위한 것이었다. 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해 컴퓨터 교실을 운영했다. 국내에서도 활동은 이어졌다. 대학 연합으로 소외된 영유아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들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당시 정 대표는 파키스탄 히말라야 쪽에서 컴퓨터 교실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관련 기관들의 지원이 끊긴 것이다. 그런 일을 겪으며 정 대표는 비영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어떤 문제의 지속가능한 해결을 위해서는 비즈니스가 답이라는 것이다. 그 길로 시장 조사를 했다. 복지와 경영을 접목한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 중 하나가 시니어 일자리 시장쪽이었다.
◆시니어 도보 배송 서비스 ‘할배달’을 론칭했으나 쓴맛을 보다
정 대표는 시니어 일자리 시장을 타겟으로 정한 뒤, 대학을 휴학하고 창업 준비를 했다.
시니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 끝에 ‘근거리 도보 배송서비스’를 생각해냈다. 동네에서 도보로 배송하는 것은 시니어들이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할배달’이란 명칭으로 2020년 4월부터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시작한다. 창업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다. ‘사회적 기업과 육성사업’이라는 정부사업으로 지원금 3천만 원을 받았고, 1인 기업 지원센터 지원으로 사무실도 무상임대 받았다.
할배달은 서울 성북구랑 남양주 별내 신도시에서 서비스를 했는데, 1년 4개월 간 진행됐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정 대표는 실패의 원인을 ‘시니어들의 이탈률이 높은 것’을 꼽았다. 이탈률이 높았던 첫번째 원인은 물량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근거리 500미터 내로 실질적인 주문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배달건수가 많고 어떤 날은 적고, 이렇게 주문이 들쑥날쑥하니 시니어들의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 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시니어 배송원들이 계속 이탈했다.
두 번째 원인은 ‘길찾기의 어려움’에 있었다. 정 대표는 시니어들이 동네에서 도보로 배송을 하면 지리를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네에서 10년 이상 사는 시니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는 비교적 쉬었지만, 일반 주택은 지도만 보고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문제로 시니어들의 이탈률이 높아졌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1년 4개월간 서비스를 운영할 만큼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러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음식점 사장들의 반응이 좋았다. 도보로 하니까 가까운 곳은 오토바이보다 배달이 빨랐고, 배송비가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작은 장점만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최저임금보다 적은 급여로 일을 함께 했던 3명의 직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나가고 결국 정 대표 혼자 남게 됐다. 혼자 남게 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20대 중반이었던 정 대표 인생의 첫 번째 고비였다.
◆‘정기배송 서비스’에서 답을 찾다
안 되는 것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한 정 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할배달을 통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이 많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었다.
새로 들어온 2명의 직원들과 함께 배송 서비스 중에 길 찾기가 쉽고, 물량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찾아봤다. 정기배송 분야가 있었다. 최근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져서 고객사만 확보하면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그때가 2021년 가을이었다. 직원들과 올해 12월까지만 해보고 안 되면 바로 포기하기로 하고 시니어 배송원 2명과 함께 2021년 11월 29일 서비스 ‘옹고잉’을 론칭했다. 옹고잉은 어르신을 뜻하는 한자 ‘옹(翁)’과 간다는 뜻의 영어 ‘고잉(going)’을 합쳐 만든 용어다. 첫 고객사는 오피스 푸드 정기배송 플랫폼 ‘푸딩’이었다.
◆배송 지연률을 낮추고 커스텀 배송도 가능
‘옹고잉’은 시니어 배송원들이 정기배송을 하는 서비스이다. 정기배송은 신문이나 우유배달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이나 정해진 장소를 계속 반복적으로 배송하는 것.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샐러드나 도시락 등을 정기구독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기배송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옹고잉은 그 시장을 노린 것이다.
기존에 정기배송을 하던 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 있었다. 프리랜서 일반배송원들이 배송할 경우에는 배송 지연율이 높고, 맞춤 배송(커스텀 배송)을 할 수 없고, 배송수수료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이 정기배송을 할 경우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옹고잉에서 일하는 시니어 배송원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고, 한 고객사의 배송을 전담으로 한다. 그래서 배차율이 100%이고, 배송 지연율이 현재까지 0.3%이하이다. 배송 지연이 거의 없는 셈이다.
또한 고객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맞춤 배송인 ‘커스텀 배송’인데 시니어들은 이것이 가능하다. 커스텀 배송의 대표적인 예는 ‘다회용기 수거’, ‘제품 진열’, ‘잔반 체크’, ‘일회용 쓰레기 처리’ 등이 있다. 프리랜서 배송원들은 이런 커스텀 배송이 거의 불가능하다.
오피스 배송일 경우 회사들은 보안이 중요해서 보안 키가 필요한데, 프리랜서 배송원들은 사실상 한계가 있지만 시니어 배송원들은 한 고객사를 전담하므로 회사 입장에서도 보완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낮은 배송수수료도 장점
낮은 배송수수료도 옹고잉의 장점이다. 정기배송은 배송 스케줄이 다 정해져 있다. 그래서 차량에 가득 실어놓고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배송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오토바이로 배송하는 기존 배송 시스템으로 정기배송을 하게 되면 물류 비용이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옹고잉의 배송 수수료는 일반 배송과는 좀 다르다. 일반배송은 건당 배송이다. 5인분이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정기배송같은 경우에는 한 곳을 갈 때 적에는 5인분에서 많게는 100인분씩 배송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옹고잉의 배송수수료는 건당으로 계산을 안 하고 시간당으로 계산을 한다. 시간당 2만 원을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일반배송을 옹고잉처럼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보통 시간당 2만5000원~4만 원까지 나온다.
옹고잉의 비용이 저렴할 수 있는 것은 정기배송에 특화된 차량을 쓰고, 시간당 계산하는 특화된 요금 체계, 그리고 시니어들의 상대적인 임금 만족도가 일반 배송원들만큼 높지 않은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정기배송은 부가가치가 낮은 일이다. 업무 난이도가 낮고 한달치를 미리 결제하는 소비자들에게 정기배송비를 높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돈이 목적인 인건비가 비싼 일반 프리랜서 배송원들을 쓰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시니어들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다수는 본인의 체력에 맞고 적당한 시간에 근무할 수 있으면 임금이 낮아도 만족한다. 정기배송에 시니어들이 적합한 이유다.
◆실시간 관제시스템 운영...1년 4개월 간 응급 상황은 3건 뿐
현재 옹고잉의 시니어배송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푸딩, 콘반, 위잇딜라이트, 리브팜 등 8군데 정도다. 대부분 샐러드, 도시락, 과일 정기배송 등을 하는 구독 플랫폼들이다.
처음에는 고객사들이 시니어 인력으로 배송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시니어들이 검증된 사람들인지,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는지, 일반 배송보다 배송효율이 더 좋은지, 우발적인 상황에서 대처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우려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고객사들의 의구심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정 대표는 “옹고잉의 시니어들은 내이루리가 제휴를 맺고 있는 시니어클럽과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등의 정부기관과 함께 교육을 해서 뽑은 검증 된 인력이다. 정부기관들과 정기배송원들을 교육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같이 만들었고, 시니어들이 실제로 정기배송을 할 자격이 충분한지 평가 시스템도 만들었다. 이렇게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얘기해서 고객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옹고잉의 배송 서비스는 시니어들이 본인의 체력에 맞게 최소 3시간부터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차량으로 배송을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무리갈 게 없다.
또한 자체적으로 어플을 만들어 시니어 배송원들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일반 배송원들과 거의 차이가 없게 효율을 내는 상황이다.
아울러 배송관제 시스템을 운영해 우발적인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배송이 지연되거나 오류가 생기면 관제 시스템에서 잡아내서 처리한다.
정 대표는 “현재까지 1년 4개월간 운영을 하며 응급 상황이 세 번 있었다. 모두 접촉 사고였는데, 한 번은 차선을 변경하다가 한 번은 주차하다가 사고가 났다.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바로 관제시스템에서 사고를 포착해서 신속하게 해결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사전 조치로 운전 능력 및 근무 적합도 점수화 제도를 통해 배송원을 선발하고 있고 운전 사고 이력도 조회한다. 사후 조치로는 3대 보험 및 자동차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사건 종류에 따라 보상 조치를 하고 있다.
향후 모대기업과 운전자 사고 발생 혹은 신변이상 발생 시 감지기술 공동 개발 협력도 논의 중이다.
오배송이나 배송 지연 등의 작은 사고일 경우에는 주변 시니어 배송원들이 백업 배송을 하고 있다. 또한 숙련된 시니어 배송원들이 15분 내 이동 가능 범위 내에서 상시 대기 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옹고잉은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고객사들 뿐만 아니라 최종 소비자들 만족도도 높다. 정 대표는 말한다. “고객사 ‘푸딩’을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시니어 배송원들의 책임감 있고 친절한 서비스 때문에 푸딩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대 문화차이에서 오는 오해도 종종 있어
옹고잉의 시니어 배송원들은 50명 정도다. 이들은 ‘프로’라고 불린다. 연령대는 55세부터 70대 초반까지이다.
시니어 배송원들은 전직 경력은 다양하다. 단순 노동, 자영업, 배송원부터 금융감독원, 대기업, 공무원 출신들도 있다. 생계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시니어들도 있고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는 시니어들도 절반 정도 된다.
출퇴근 시간이 별도로 있지 않고, 본인이 일하는 시간에만 나오면 된다. 최소 3시간은 일해야 한다. 최대 6시간씩 일하는 시니어들도 있다. 배송 스케줄은 한달 전에 나오지만 변동될 때도 있다.
직원들은 모두 건강보험이 되는 정규직원이다. 시니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회사는 흔치 않다. 정 대표는 “정규직으로 한 이유은 정기배송을 하거나 커스텀 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책임감이나 성실도가 있어야하고, 그게 가능하려면 소속감이란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속감을 부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니어들은 배송할 때 차를 이용한다. 자차를 이용할 수 있고, 회사에서 렌탈을 해주기도 한다. 렌탈 비용은 보험료까지 매월 36만 원 정도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준다. 시니어들의 급여는 월급제다. 75만 원부터 185만 원까지 다양하다.
시니어 배송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시니어들은 일할 수 있다는 것,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근무할 수 있다는 것, 짧게 일할 수도 있다는 것, 규칙성이 있고 업무 난이도가 낮은 것, 건강보험이 되는 것, 사람간의 갈등이 없는 것 등을 장점으로 꼽는다.
시니어 배송원들의 구인은 제휴를 맺은 서울시 강남구시니어클럽,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과 연계해서 하고 있다. 옹고잉 측에서 구인 요청을 하면 기관에서 인력풀에 문자, 전화 통한 모집 및 시니어 및 정부 기관 일자리 사이트에 자체적으로 업로드해준다. 또한 최근에는 옹고잉이 알려지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문의를 해오는 시니어들도 늘고 있다.
대표를 비롯한 일반 관리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29세이고 시니어 배송원들의 평균 나이가 60대다보니, 세대차이에서 오는 문화적 오해가 가끔 있기도 하다. 정 대표는 말한다. “제가 시니어분들의 성향을 잘 몰라서 되게 서운해 하신 적이 몇 번 있다.예를들면 저는 직원들의 명절 선물을 챙기는 게 그렇게 중요한지 몰라서 안 챙겨드렸는데 나중에 정말 서운했다고 얘기하시더라. 또한 저희 젊은 직원들은 대화를 할 때 용건만 딱 말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시니어분들은 초반에 사담을 하다가 용건을 말하고 끝낼 때도 사담을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것에 적응하는 게 좀 힘들었다. 지금은 시니어분들에 대해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스타트업 창업은 생존이 먼저다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정 대표는 효율성을 조금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시니어분들은 교육할 때 좀 오래 걸린다. 좀 비효율적이여도 한 분 한 분 다 직접 교육을 시켜드리는 게 효과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하는 마음이다.”라고 강조했다.
20대 청년대표로서 스타트업 창업을 하려면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할까. 정 대표는 ‘생존’을 꼽았다.
정 대표는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초기창업자들이 초창기에 팀 문화에 신경 많이 쓰고, 복지에 신경쓰고 회사다운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회사가 생존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회사의 비전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을 찾다보면 어느새 생존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회사를 진짜 성장시킬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게 회사가 생존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내가 ‘할배달’을 실패하고 가장 크게 얻은 깨달음이다.”
◆물류시장을 넘어 시니어계의 잡코리아가 되는 게 목표
정 대표는 지난해에 정부 지원사업인 ‘팁스’에 선정되어 지원금 5억 원을 받았고, 11억8000만 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배송수수료만 4억8000만 원, 정부에서 매월 받는 지원금까지 합치면 6억 원 정도 된다.
정 대표는 빠른 시간안에 옹고잉을 안착 시킨 비결로 ‘간절함’을 꼽았다. 할배달을 실패하고 정말 큰 고통을 겪었다.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지 말아야겠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매순간이 간절했다. 고객사에게 세일즈를 할 때도 투자자들을 설득할 때도 그런 간절함으로 감정에 호소를 했다. 물론 그런 간절함과 진정성이 모든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 나를 좋아할 수는 없듯이 사업에서도 나와 우리 회사와 방향이 맞는 곳이 있다. 정 대표는 그것이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정 대표는 자신의 간절함으로 국내 정기배송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배송주문부터 고객 CS까지 모두 관리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다음 단계, 또 다음 단계를 넘어 시니어들을 활용해서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물류시장에 진입하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물류시장을 넘어 시니어들의 인력을 매칭해주는 시니어 일자리 매칭 상품까지 만들어, 시니어판 잡코리아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하루종일 일에 파묻혀 산다는 20대 청년 대표에게 이러한 사업적인 목표 이외에 꿈은 없을까? 정 대표는 말한다. “오랜 꿈이 있다. 어릴적 중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그쪽에도 관심이 많은데, 중국에도 시니어 인구가 3억이 넘는다. 빈부격차가 심해서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동아시아의 비즈니스를 하면 어쩌면 내가 많은 시니어들을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내가 만든 회사가 세계 시니어들의 빈곤과 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돼서 노벨 평화상을 받아보는 게 나의 개인적인 꿈이다.”
옹고잉은 현재 서울과 남양주, 용인, 판교 등 경기도 일부에서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평일 새벽 4시반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3월 10일부터는 밤 9시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