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창업해 커피로 55억 매출, 청년사장의 성공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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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7,896 등록일등록일: 2023-02-06본문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우리 삶을 역전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온리원커피의 이성현 대표는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삶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전국의 카페 수는 9만개를 넘어섰다. 커피숍이 늘어난만큼 관련 산업도 성장했다. 금광을 발굴하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청바지와 곡괭이를 파는 사업도 활기를 띠듯이 커피시장 성장과 함께 연관 사업자들도 늘어났다.
이성현 대표(40)가 하는 사업은 커피 원두 및 부자재 공급사업이다. 부산 경남 지역의 개인 커피숍이나 커피 관련 쇼핑몰,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온리원커피의 고객들이다. 온리원커피가 취급하는 커피 관련 용품은 2천여 가지나 된다. 원두, 시럽, 과일청, 농축액, 티백, 디저트, 일회용품까지 커피숍에서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제품을 공급한다. 핵심 경쟁력은 좋은 품질을 경쟁력있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55억원. 이 매출을 이성현 대표와 직원 5명이 만들었다. 이성현 대표는 2017년 사무실도 창업자금도 없이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짧은 기간동안 이런 성과를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커피 회사 물류 창고에서 일을 배우다
이성현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작은 커피회사의 영업관리 부서에서 배송, 창고 관리 업무를 했다. 지금은 그가 일했던 회사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규모가 작은 회사였다.
커피를 좋아해 물류 창고에서 원두 향기를 맡는 게 좋았다. 일도 적성에 맞아서 열심히 했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왔다. 증상은 점점 심해져 일을 더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내 사업에 도전했다. 2014년 친구와 동업으로 당시 유행하던 스몰비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다. 주점을 그만둔 후 5, 6천만 원을 투자해 고깃집을 창업했다. 창업 자금 중에 자기 자본은 1천만 원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모두 빌린 돈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일했지만, 경험없이 시작한 고깃집은 신통치 않았다.
◆빚만 지고 무급으로 일을 배우다
열심히 해도 성공의 문이 닫힐 때는 그 길이 내 운명이 아닐 지도 모른다. 결국 이성현 대표는 고깃집을 접었다. 빚을 진 상태에서 가게를 정리하니 수중에 몇 달 생활비로 쓸 돈만 남았다. 빚은 여전히 갚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이미 결혼했고, 아이도 태어난 상황이라 가장의 무게가 컸다. 과거에 함께 근무하던 회사 동료가 마침 다른 커피 유통회사로 옮겨서 일을 하고 있었다. 연락을 해서 월급을 안 받아도 좋으니 일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회사의 대표는 '무급으로, 열심히 일하면 총판 자격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창고에 발을 들이자 엔돌핀이 돌았다. 커피 창고에는 종이박스와 원두 향이 섞인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 그 향을 맡자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고 행복했다.
여전히 허리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돈을 벌어서 빚을 갚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했다. 무급 노동이었지만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일했다.
◆소득 0원, 커피 매장 위탁 운영
2016년 11월에 입사해 2017년 중반까지 일을 했지만 총판 자격을 주겠다는 대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을 배우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회사는 미안했는지 직영으로 운영되는 커피 매장 위탁 운영권을 이성현 대표에게 줬다. 커피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도 앞으로 커피 관련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위탁 운영 책임을 수락했다. 대학 부근에 있는 커피 매장이었다.
하지만 막상 매장을 운영하려고 들어가보니 적자가 심했다.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되지 않아 직원 인건비만큼 적자가 나고 있었다.
회사는 적자나는 매장을 이성현 대표에게 떠맡겨서 적자를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위탁을 맡은 후 매장에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매출은 올랐지만 겨우 손익 분기를 맞추는 수준이었다. 이성현 대표는 월급을 한 푼도 가져가지 못했다.
◆생존을 위해 무일푼으로 영업에 도전
돈은 못벌었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각종 커피 관련 재료들의 맛 테스트를 직접 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매장 운영은 접고, 1인 기업으로 커피용품 영업을 시작했다. 2017년 중반에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네이버에 스마트 스토어도 개설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SUV 차량 한 대가 전부였다.
물건 살 돈도 없어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물건을 구입해서 납품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영업은 카페들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이었다. 첫 거래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경남 김해 장유에 있는 10평 남짓한 카페였다. 목표를 정했지만 매장 앞까지 갔다가 돌아서기를 12번도 넘게 했다. 세일즈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찾아가서 말을 건다고 거래를 해줄까 의구심이 들었다.
어느 날 더 이상 용기없는 자신을 참을 수가 없어서 눈딱 감고 매장에 들어섰다. 커피 한 잔을 시킨 후 사장이 커피를 만드는 동안 원두 들여오는 가격을 물었다. 더 저렴한 가격에 원두를 받아보겠느냐고 묻자 매장 사장은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첫 거래처가 생겼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가 버팀목
일단 한 번 성공을 하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닥치는 대로 커피 매장을 방문해 저렴한 가격에 원두를 공급해주겠다고 하면 대부분은 솔깃해하며 이성현 대표와 거래를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네이버에 개설한 스마트 스토어가 큰 도움이 됐다. 에이드용 농축액 몇 가지를 올렸는데 월 200~3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다. 거래처도 많지 않던 시절이라 기본 매출을 받쳐주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기본 매출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서 확보하고 오프라인으로 신발 밑창이 닳도록 커피숍을 방문해 영업을 했다. 덕분에 창업한 그해 직원도 없이 1인 기업으로 운영하면서 6개월만에 4천만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처음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사서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했으나 거래처가 늘어난 덕분에 2018년 초에는 주차장에 딸린 작은 공간을 보증금 300만원, 월세 50만원에 얻을 수 있었다. 시설이 열악해 겨울에는 엄청 춥고 문을 열면 먼지가 들어와 내부가 새까매지는 곳이었지만 거래처가 늘어나는 걸 보며 행복했다.
2018년에는 부산 문현동에 15평 규모 창고를 얻었다. 그해 매출은 1억 원대를 넘겼다. 1년만에 165%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연매출 20억원까지 1인 기업으로 운영
그러던 중 2019년 커피원부자재를 판매하는 쇼핑몰 사업자를 거래처로 확보하게 됐다. 물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래서 그해 부산 연산동에 70평대 창고로 이전했다. 그해 매출액은 27억 원대로 껑충 뛰었고 설립년도 기준 590% 성장했다. 전년도 기준 성장률은 160%였다.
연 매출액 20억 원이 넘어서자 도저히 혼자 운영할 수 없어 2019년말부터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2020년에는 부산 해운대 센텀지역에 120평대 창고로 이전했다. 무급으로 커피 물류 창고에서 일을 배워서 창업한 지 5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2023년, 올해 1월에는 200평대 물류 창고로 이전했다. 무일푼으로 창업해 오직 영업력만으로 사업을 시작해 매출액을 0원에서 55억 원으로 증가시켰다. 정식 직원은 2021년에서야 처음으로 채용했다.
◆무일푼으로 도전, 55억 매출 만든 비결은
무일푼으로 커피 원부자재 유통에 뛰어들어서 5년만에 매출액 55억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성장하는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성현 대표가 고깃집 사업에서 실패할 무렵 고깃집 시장은 제자리 걸음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었다. 성장하는 시장은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하는 것과 같다. 같은 노력으로도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둘째, 현장 지식과 경험이다. 커피 원부자재 유통은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제품별 특징, 공급처, 가격이 다르므로 현장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 일반 직장인들은 월급 액수를 따지지만 이성현 대표는 커피 원부자재 유통업을 해야겠다고 작심하고 무급으로 일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무급 직원은 경제적 부담이 없기 때문에 회사가 쉽게 문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무급직원이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웠다.
셋째, 헝그리 정신이다. 커피 회사의 직영점을 위탁받아서 운영했지만 소득은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깃집 창업하면서 진 빚도 갚아야 했고, 한 가정의 가장 노릇도 해야 했다.
무일푼이었던 그는 장똘뱅이처럼 영업하는 길 외에 방법이 없었다. 좋은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무작정 스마트스토어를 만들고 발로 뛰는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헝그리 정신덕분이었다.
넷째,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공략했다. 이성현 대표는 커피 원부자재 유통을 시작하면서 얼마 안돼 네이버에 스마트 스토어를 열었다. 길거리 영업도 병행했다.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공략한 것은 창업초기 지명도가 없는 그에게 큰 힘이 됐다. 네이버에 스마트 스토어가 있다고 하면 오프라인에서 만난 고객들이 무명 회사를 더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본 매출을 확보하는 데도 온라인판매가 큰 힘이 됐다.
다섯째, 커피 원부자재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이다. 이성현 대표는 커피 원. 부자재에 관한한 누구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에도 원부자재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같은 용도의 시럽이나 파우더, 농축액이라면 어떤 제품이 얼마나 맛있고 어떤 가성비가 나는 지 꿰뚫고 있다. 가장 경제적인 비용으로 가장 좋은 품질을 추천해주는 능력을 갖춘 것은 빠른 속도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준다는 데 싫어할 개인카페나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없다.
여섯째, 편리함이다. 원두부터 부자재까지 2천여 가지의 커피 원부자재를 원스탑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온리원커피를 통하면 필요한 품목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거래처를 줄일 수 있다는 건 큰 강점이었다. 대신 회사에서는 취급 품목이 늘어나 관리가 힘들지만 고객의 편의를 위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곱째, 입소문과 고객 추천이다. 처음에는 발로 뛰어서 영업을 했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니 고객이 고객을 소개해주는 일이 계속 됐다. 가격 경쟁력과 편리함, 커피 원부자재에 대한 컨설팅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을 관리하니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다. 현재 온리원커피와 거래하는 카페 매장은 1천여 개가 넘는다. 웬만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보다 거래처가 많다.
이렇게 많은 거래처를 갖고 있다보니 커피 업계 동향에 대한 정보가 많고 트렌드 변화에 한 발 앞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커피 업계는 매출을 높일 부가 아이템 개발에 관심이 높다. 그래서 이성현 대표도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와 베이커리 품목 확장에 관심이 높다.
◆커피 비수기와 성수기 매출
온리원커피의 매출액은 커피 시즌에 따라 다르다. 커피는 3월부터 9월까지가 성수기다. 이 시기에는 아이스커피가 많이 판매된다. 아이스커피는 물처럼 마시는 경향이 있어 한 사람이 하루에 2~4잔 씩 마신다.
반면 겨울에는 대부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데 하루 1~2잔이 고작이다. 그래서 10월부터 1,2월까지는 비수기다. 매출이 성수기 대비 30% 가량 떨어진다.
커피 원부자재는 수입품 비중이 70%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조되는 제품도 많지만 원재료는 수입이 많다. 특정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수입품의 품질을 못따라 가기도 한다.
이성현 대표는 커피 시장 규모는 크지만 그 시장을 움직이는 유통 기업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신생회사들은 자리를 잡고 살아남기가 어렵다. 유통 1세대들은 커피 시장이 급성장할 때 벌어둔 돈이 있어 투자 여력이 있다. 반면 신생업체는 자금력이 약해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그렇듯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것보다 많은 양을 대량구입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그 차액으로 카페나 가맹본사, 쇼핑몰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게 이 사업의 가장 큰 애로점이다.
◆장사잘되는 카페의 비결은?
카페 매장 거래처가 1천곳이 넘는 커피 원부자재 회사 대표가 보는 커피숍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성현 대표는 단연 친절을 꼽는다. 이 대표가 보기에 커피 맛이 별로인데도 장사가 잘되는 가게들이 있다. 그런 가게들은 어김없이 친절해서 단골을 많이 확보한 곳이다. 커피는 햄버거나 샌드위치, 밥보다 훨씬 자주 마신다. 한 번 발을 들이면 단골업소를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고 일주일에 매일, 하루에도 2~3번씩 방문하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고객관리와 친절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커피맛에 까다로운 고객이 늘어나고 있어서 점점 더 커피 맛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고객사 매출 높여주는 게 행복
요즘 이성현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컨설팅 기능이다. 개인 업소든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든 개인창업자든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카페들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매출을 높일 새로운 제품 개발, 같은 품질에 이익을 더 남길 수 있는 경제적인 제품을 찾아주는 것이 큰 화두다.
거래하는 고객사의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되면 그게 가장 행복하다. 현재 직원수는 5명. 모두 일당백 하는 직원들이다. 여기에 연구 개발 부서 기능을 강화해 거래처들을 성공시키는 것이 이성현 대표의 변함없는 목표다.
현재는 주로 부산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온라인 거래처가 늘어나면서 전국 물류를 준비하고 있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유통 사업의 경쟁력은 거래처 수와 거래량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얼마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콘텐츠와 정보, R&D, 컨설팅에 기반한 스마트 경영을 더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온라인 부문을 더욱 강화하고 자본이 부족해 프랜차이즈 가맹을 하지 못하는 영세한 개인 커피숍을 지원하는 서비스 플랫폼 구축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볼런터리 체인 방식은 개인 업소들의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공동구매와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고객사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상생할 수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운영자. '내사업을 한다는 것', 'CEO의 탄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