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보쌈으로 식당 2개에서 연매출 30억 올리는 청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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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8,096 등록일등록일: 2022-12-07본문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는 줄서는 맛집이 있다. 처음에는 명지동 대표 맛집이었지만 창업 5년차인 지금은 부산 대표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김승연 사장(37)이 운영하는 <명지첫집>이다.
명지첫집은 보쌈전문점이다. 보쌈전문점은 전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한식업종이다. 하지만 명지첫집에는 다른 보쌈집에는 없는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 <명지첫집>이 매장 2개에서 연 30억원대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올리는 데는 이 시그니처 메뉴가 큰 몫을 했다.
명지첫집의 첫 출발조건은 화려하지 않았다. 요즘은 부산을 대표하는, 떠오르는 상권으로 손꼽히지만 김승연 사장이 첫 매장을 열 당시만해도 명지국제신도시는 전혀 활성화돼 있지 않았다. <명지첫집> 인근에는 사업자가 입점하지 않은 빈점포가 수두룩 했다. 그렇게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았음에도 <명지첫집>은 큰 호응을 얻었다.
상권도 활성화되지 않은 여건에서 김승연 사장은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대박 맛집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일까?
◆성공을 하려면 빨리하라
김 사장은 체육 대학에 들어가 뒤늦게 유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을 따라잡는게 버거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코치생활을 했지만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하려면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일찍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던 김 사장은 ‘음식장사’를 떠올렸다. 20대에 장사를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길로 김 사장은 코치를 그만두고 24세에 장사를 시작한다.
첫 사업은 꼬치집이었다. 부산 동아대 앞에서 꼬치집을 운영했다. 부모님에게 1억원을 빌려서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 됐다. 매출이 2천 만원 가까이 나오고 수익률이 700만 원 가까이 됐다. 그러나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느라 큰 돈은 못 벌었다.
두 번째 사업은 이자카야였다. 꼬지집 하던 자리에서 업종 전환을 했다. 요리를 배워 생선회를 팔아봤는데 처음에는 잘 안 됐다. 상권과 고객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맛만 있으면 손님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격이 비싼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그래도 배운 것은 많았다. 재일교포 출신 일식 요리사를 채용했는데 일본 요리를 깊이 있게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웬만한 일식집에서 쓰는 생선 요리는 다 배웠다. 4년 동안 장사를 했는데 나중에는 연어회 단가를 낮춰서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그 후에도 김 사장은 한 두 개의 사업을 더하면서 경험치를 쌓았다. 다양한 주점을 운영했지만 주점은 유행에 너무 민감해서 결국 가장 안정적이고 오래 가는 업종은 한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행타는 주점 VS 유행 안 타는 한식
처음 도전한 한식매장은 족발집이었다. 부모님이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조리법을 배워서 창업했다. 하지만 가족이 연관된 사업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승연 사장이 계약한 매장에 대해 부모님은 그 자리는 장사가 안될 거라며 거절하고 다른 매장을 물색해서 추천했다. 부동산 계약도 부모님이 직접했다.
김 사장이 원하는 매장을 계약하지 못하자 거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컸던 부모님은 영업이 끝나면 김승연 사장이 운영하는 매장에 내려와 맛에 대한 조언을 했지만 매장 직원들에게는 적지않은 스트레스였다. 사징님 위에 더 큰 사장님이 있는 셈이었다. 김승연 사장이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족발집의 창업 초기 매출은 겨우 1천만 원대였다. 김 사장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외식업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사업 체계를 잡아나갔다. 최선을 다한 결과 월 매출 7천만원대까지 올렸다.
하지만 부모님의 계속된 사업 관여는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했고 결국 그 매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내 뜻대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매장을 창업한다. 그게 바로 명지첫집이었다.
◆텅빈 상권에 보쌈집을 창업하다
명지첫집은 명지 국제신도시에 문을 열었는데 39평 규모에 4인용, 6인용 합해서 테이블이 11개다. 보증금 3천만 원을 포함해 1억1천만 원의 창업비용이 소요됐다.
김 사장이 명지첫집을 오픈할 당시만 해도 명지국제신도시 상권은 텅텅 비어있었다. 덕분에 권리금도 없고 저렴한 비용으로 매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근에 세대수가 많고 앞으로 점차 발전할 상권이라고 판단했다. 김 사장의 판단은 맞았다.
인근에 빈 점포 투성이었지만 명지첫집은 첫달부터 7천만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독특한 메뉴가 소문이 나면서 줄서는 매장이 됐다. 명지첫집은 장사가 너무 잘돼서 고객의 80%가 빈 자리가 없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놓치는 고객을 붙잡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10분 거리에 2호점인 명지첫집 오션시티점을 열었다. 2019년부터 인테리어를 시작했는데 오픈할 즈즘에 코로나 19 사태가 터졌다. 에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첫 매장의 경우 이미 자리를 잡은 매장이라 코로나팬데믹 중에도 매출은 10%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문을 연 2호점은 달랐다. 1호점에 자리를 얻지 못한 고객이 오션시티점으로 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코로나 상황이라 매출은 3~4천만 원대에 불과했다. 39평인 1호점과 달리 2호점은 80평대로 매장이 커서 손익분기를 맞추기가 힘들었다.
장사가 잘되는 1호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워낙 장사가 잘되다 보니 손님 수가많았고 그러다보니 확진자가 다녀갈 때도 있었다. 한 번은 직원 중에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을 모두 자가격리해야 해서 열흘 이상 문을 닫아야 했던 적도 있다.
고객 중에 확진자가 나오면 함께 식사했던 모든 사람들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내일 출국해야 하는데 자가격리를 하게 됐다며 전화를 걸어서 욕하는 손님도 있었다. 이대로 무너지는구나 하는 절망감까지 들었다.
하지만 팬데믹에 익숙해지면서 2호점도 월 1억4천만원대까지 매출이 오르고 1호점은 여전히 잘 됐다.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위기를 극복하고 부산 대표 맛집으로 자리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히트 메뉴가 성공을 견인한다
첫 번째는 ‘상권 특성을 살린 메뉴 전략’을 꼽을 수 있다. 김승연 사장은 부산 동아대 앞에서 업종을 전환할 당시 상권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대학생들 수준에 안맞는 비싼 메뉴가 문제였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상권 특성을 반영해서 메뉴 전략을 짰다. 인근에 가족단위 고객이 많다는 걸 감안해서 매장 테이블을 구성하고 가격 전략을 짰다. 그리고 가족단위 고객들이 선호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했다.
두 번째는 ‘히트 메뉴의 개발’이다. ‘1인 보쌈정식’은 명지첫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점심 메뉴인데 주문은 2인 이상 가능하다. 1인 보쌈은 정갈한상과 실속한상으로 나뉜다. 정갈한상은 보쌈수육과 반찬, 된장찌개가 나온다. 가격은 2인 기준 2만4000원이다. 실속한상은 보쌈정식에 젓갈 9개 혹은 고등어구이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2인 기준 3만2000원이다. 9가지 젓갈과 고등어구이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점심시간의 시그니처 메뉴가 보쌈 1인 한상이라면 저녁에는 쭈꾸미 보쌈이 시그니처 메뉴다. 보쌈을 먹으면 느끼하다는 점에 착안해 쫄깃한 식감과 매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쭈꾸미를 곁들여 보쌈 메뉴를 만들었는데, 맛과 비주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고정관념을 깬 메뉴 조합...요즘 고객들이 원하는 스타일은?
세 번째는 ‘고정관념을 깬 메뉴 조합’에 있다. 보쌈하면 김치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 조합은 식상하고 단조로울 수 있다. 그래서 김 사장은 다양한 식감으로 먹게 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장아찌 종류를 넣어볼까 고민하다가 맛에 큰 차이가 없어서 젓갈을 생각해냈다. 젓갈은 종류도 다양하고 식감도 다양해서 보쌈 고기를 먹을 때 다채롭게 즐길 수 있었다. 젓갈은 연령대별로 좋아하는 것도 달라서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네 번째는 ‘주고객층을 고려한 메뉴 선정’에 있다. 김 사장은 점심 보쌈정식에는 고등어구이를 넣었다. 주고객을 분석해보니 30~40대 여성 및 가족 고객이 많았다. 김 사장 생각에 고등어는 기름이 많이 튀어서 집에서 구워 먹기 번거롭다. 흔한 생선이고 맛있지만 집에서 귀찮아서 잘 구워먹기 어렵다. 그 고등어를 구워야 하는 여성들이 30~40대 여성들이 많은데 그 고객들의 니즈를 고려한 것이다.
또한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은 것을 고려해 이들이 좋아하는 달걀찜에도 신경을 썼다. 명지첫집의 달걀찜은 일반 식당에서 나오는 부글부글 끓이는 달걀찜이 아니고 일본식으로 쪄서 부드럽게 젤리처럼 나온다. 다른 식당에서 흔히 먹는 달걀찜이 아니라 인기가 많다.
◆독특한 가격전략
다섯 번째는 ‘가격 할인 정책’에 있다. 김 사장은 2인, 3인, 4인으로 인원이 늘어날수록 점심 가격을 할인하도록 책정했다. 매장이 좁아서 최대한 점유율을 높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손님이 늘어나면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서 단체 손님을 유도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꾸준한 마케팅’에 있다. 장사가 잘 되면 마케팅에 소홀하기 쉬운데 김 사장은 마케팅에도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다. 마케팅이 효과를 본 것은 오픈 후 6개월 후에 한 이벤트가 컸다. 페이스북을 통해 참여만 하면 100%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1등은 금 한돈, 2등은 20만 원 식사권, 3등은 10만 원 식사권, 4등은 1만 원권 식사권었는데 하루 1천 명이 지원을 했다. 누군가 광고를 본 고객이 인근 지역의 맘카페에 광고 내용을 올렸는데 그게 크게 히트했다.
이 이벤트로 검색량도 많이 오르고 가게를 홍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현재는 주로 네이버스마트플레이스와 인스타그램를 운영하는 동시에 카카오플러스 친구 추가 이벤트도 하며 꾸준히 마케팅을 하고 있다.
◆억대 매출 매장의 매장 관리 시스템은?
일곱 번째는 ‘체계적인 직원관리’에 있다. 명지첫집의 직원은 성수기에는 12명, 평소에는 11명이 근무한다. 매장 당 정규직이 7명이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까지 하면 15~20명이다. 매장 두 곳을 합하면 50명 가까이 된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다. 인건비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이 직원들 관리하기 위해 김 사장은 우선 점장을 신중하게 채용한다. 점장 한 명이 조직 분위기를 흐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은 기본이고 소통 능력이 좋으며 긍정적이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 예전에는 거칠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했지만 요즘에는 섬세하게 직원들을 잘 챙기는 사람들이 좀 더 적합하다. 초반에는 점장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주로 매장 상황을 잘 아는 기존에 있는 직원들을 올리는 편이다.
점장에게만 매장을 맡겨두지는 않는다. 김 사장은 매일 매장들을 돌며 매장상황과 직원들을 체크 한다. 직원들에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작성하도록 하는데, 그 서류를 보고 실제 매장이 그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점검한다. 체크하는 사항은 주로 대기석 좌석에 쓰레기가 있는지, 계산대 앞은 깨끗하게 닦고 있는지, 앞에 비치된 명함과 이쑤시개, 사탕들이 제 위치에 있는지 등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매장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감시하듯 하지는 않는다. 실무는 점장과 얘기하고 직원들과는 불편사항이나 애로사항이 없는지 얘기를 많이 나눈다.
◆점심 저녁 손님을 모두 잡기 위한 매장 인테리어
여덟 번째는 ‘매장 인테리어’에 있다. 명지첫집은 점심과 저녁 메뉴를 함께 판매하므로 그 시간대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중요하다. 밥집 분위기에서는 저녁에 술 먹고 싶은 느낌은 안 난다. 그래서 김 사장은 조명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조명 버튼으로 끄고 켜는 게 아니라 저녁에는 조명을 조절하는 버튼을 사용해 밝기를 조절한다.
테이블도 좌식과 테이블 이외에 룸을 만들어 가족들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위생관리도 철저하게 한다. 평소 위생복과 위생모를 항시 착용하고 도마 관리도 철저하다. 야채, 고기, 생선 등 용도별로 다 다른 도마를 사용하고 있다. 영업이 끝나면 칼은 뜨거운물로 소독한다. 매주 일요일에는 매장과 주방을 대청소하고 있다.
◆지속 성장을 위한 노력은?
아홉 번째는 ‘꾸준한 자기계발’에 있다. 20대 중반부터 장사를 해온 김 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궁금한 게 많았지만 물어볼 곳이 많지 않았다. 주변 상인들에게도 물어봤지만 깊이있는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전문적인 외식 교육을 받기 위해 MBA에도 진학하고 다양한 전문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을 받으며 사업을 더 체계화할 수 있었고 전문적인 지식도 쌓았다. 교육을 받으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실질적이 정보를 얻기도 하고 자극도 받는다.
김 사장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은 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기본적인 노력조차 안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업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음식점은 음식만 잘하면 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흔히 외식업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말하는데 경쟁의 양이 아니라 경쟁의 질이 중요하다. 음식점은 음식 이외에도 신경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소수의 사람이 성공한다는게 김승연 사장의 생각이다.
김 사장의 목표는 자신도 그 성공한 소수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직 매장 두 개를 가진 사장에 불과하지만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년을 넘어 100년의 역사를 가진 식당을 만드는 것, 특별한 메뉴로 지역 주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성공한 열매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 그것이 김 사장이 생각하는 성공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