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직자의 2년만에 230개 매장 만들기 급성장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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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559 등록일등록일: 2022-11-02본문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의지이고, 인간을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포기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큰 꿈을 안고 창업에 도전하지만 힘들고 지치면 어느 순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진다. 박상민 대표(44)도 그랬다. 대기업 퇴직 후에는 7개월 동안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방일을 배울 정도로 열심이었지만 창업후 2년 넘게 주방에서 씨름하는 과정에서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힘든 나머지 꿈을 접고 매장을 매각하려고 했다. 다시 덜 힘들고 안정적인 직장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사업이 불과 2년만에 급성장했다. 지금은 가맹점 230개를 가진 기업이 됐다. 포기하고 실패로 끝날 뻔했던 사업이 성장 유망한 기업으로 바뀐 이유는 뭘까?
◆매각하려던 사업이 성장 유망 브랜드로 변신
박상민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은 DRP다. 닭터박, 닥터박, 딜리셔서Delicious, 리소스Resource, 프로바이더provider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DRP가 운영하는 브랜드는 덮밥전문점인 <꾸이한끼>, 떡볶이브랜드인 <제니로제떡볶이>, 한국적인 파스타에 치킨요리를 더한 <파스타치요>, 집에서 즐기는 숯불돼지갈비인 <갈비고GO> 등이다.
현재 꾸이한끼 매장수가 152개, 제니로제떡볶이가 51개, 최근에 오픈한 파스타치요가 31개다. 갈비고는 브랜딩이 끝나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행복한카레야라는 카레 브랜드도 내년 3월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박상민 대표가 너무 힘들어서 직영매장 2개를 매각하고 사업을 포기한 후 다시 직장 생활로 돌아가려고 고민했던 것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 무렵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바꾼 후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은 2020년 12월부터였다. 이후 불과 2년여만에 230개의 매장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대학 3학년때 했던 아르바이트에서 인생 목표를 발견하다
박상민 대표는 대학 3학년 때 하디스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햄버거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사람, 붐비는 매장의 왁자지껄하고 행복한 모습이 멋있어 보여 나중에 꼭 외식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하지만 영문학을 전공했던 그는 대학 졸업후 전공에 맞춰서 국내 대형 출판사에 입사했다. 출판사에 근무하면서도 쉽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컨설팅회사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전문가 교육 과정>을 들었다. 교육 후 다짜고짜 프랜차이즈 컨설팅 회사를 찾아가서 월급을 안받아도 좋으니 일을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해 입사를 했다.
급여 0원을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얼마 안가 박상민 대표는 그 회사의 최우수 사원으로 등극했다. 모든 일에 자발적으로 헌신하며 근무했던 덕분이다. 열심히 경력을 쌓던 중 건설업을 하던 부친이 강원도 횡성에 대형 팬션을 건축해 아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싶어했다.
◆가장 잘 준비된 창업자?
부친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박상민 대표는 컨설팅 회사를 퇴사하고 팬션을 운영하면서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외식관련 석, 박사 과정을 마쳤다.박사학위를 받은 후 박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큰 프랜차이즈 기업에 입사를 했다. 그 회사에서 2~3년 가량 근무한 후 다시 CJ푸드빌로 이직해 9년 가량 근무를 했다.
외식프랜차이즈 기업에서 교육팀장, 창업센터장, 영업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외식프랜차이즈 기업가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매사에 헌신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이라 회사 생활에도 잘 적응했다.
창업을 결심한 것은 37살 때였다. 대기업에서 한창 경력을 쌓으며 결혼해서 딸 아이가 태어나 행복하던 시기였다. 열심히 회사 일을 해서 임원까지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대학 3학년 때 결심했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표를 냈다.
◆대기업 퇴사후 식당 주방에서 아르바이트
회사를 그만둔 후 그가 택한 직장은 어린이 간식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는 작은 회사였다. 큰 조직에서만 근무했기 때문에 신생 회사에서 A부터 Z까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직접 전체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 업무를 해본 후에는 요리학원을 다니며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박상민 대표는 늘 고급스러운 음식보다는 저렴하고 대중적인 메뉴에 마음이 끌렸다. 덕분에 아르바이트하던 식당도 규모가 작은 한식당이나 분식점이 많았다. 외모만 보면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직장인 이미지가 강해 함께 일하던 주방 이모님들에게 박상민 대표는 늘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지인들이 알아볼까봐 식당 주방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일을 하곤 했다.
가맹본부 근무 경험이 풍부했지만 대기업에서는 주방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주방 현장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이 빌 때는 요리학원에서 소스제조법 등을 배우면서 요리의 기본기를 다졌다.
◆성장? 주방에 갇혀서 지쳐가다
그렇게 7~8개월간 비정규직으로 식당 현장을 경험한 후 2018년 2월경에 분당 서현역 부근에 ‘꾸이한끼’라는 상호로 12평짜리 매장을 냈다. 수제 꼬치구이와 한국적인 닭요리를 덮밥과 결합시킨 업종이었다.
창업 자금으로 2억7천만원이 들었다. 권리금 1억2천만원, 보증금 8천만원인 매장을 얻었다. 인테리어 시설집기비로 7천만원 가량 들었다. 브랜드를 만들고, 메뉴를 구성하고, 디자인 컨셉을 잡고 매장을 오픈했다.
오래 준비한 덕분인지 매출은 양호했다. 하지만 꼬치구이와 덮밥, 두 가지 서로 다른 메뉴를 만들다보니 주방업무가 힘들어 직원들의 이직이 잦았다. 그 빈틈을 박상민 대표가 메꿔야 했다. 사무직 출신이 하루 12시간씩 주방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친구들은 내 집 장만, 주식투자할 때 창업에 올인하다
월 매출은 4500만원까지 오르고 순수익도 괜찮았지만 사업성을 더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 에 섣불리 가맹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2019년 분당 미금역 입구쪽에 직영점을 하나 더 냈다. 적지않은 투자비가 들었지만 적어도 매장 2개는 성공시켜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 사업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직장 생활과 그동안 사회 생할을 하면서 모았던 저축금 외에 부족한 돈은 가족들에게 빌렸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의 대기업 직장인이 창업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다. 창업보다는 대출을 받아서 집장만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하지만 박상민 대표는 30대 후반이 창업에 도전할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해 내집장만을 포기하고 창업에 올인했다.
◆포기하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갈까?
다행히 미금역 매장도 매출이 잘 나왔다. 1일 평균 매출액은 150만원이었고 장사가 잘되는 날은 200만원대까지 매출이 오르기도 했다. 직영점 2개의 성과가 좋아서 겉으로는 가맹사업만 시작하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박상민 대표는 여전히 주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른 일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미금역 직영점이 성공하면서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과 다름없었지만 가맹문의자는 한 명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초에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터졌다.
당시만 해도 꾸이한끼같은 덮밥 메뉴를 파는 식당이 많지 않았다. 가성비가 뛰어난 메뉴라 코로나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배달에 대한 대비는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더 버틸 힘도 없고 프랜차이즈 사업은 커녕 영원히 주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의 피로도 누적되고 었었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아내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 혼자 가사와 육아를 도맡고 있었다. 결국 사업을 매각하려고 마음먹었다. 큰 회사에 직영점을 넘기면서 브랜드를 매각하고 다시 직장 생활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직영점 매각을 결심하다
그 무렵 박 대표는 우연히 토마스 에디슨의 격언을 보게 됐다.
“많은 인생의 실패자들이 포기할 때 자신이 얼마나 성공에 가까이 있었는지를 모른다.”
회사를 그만둔 지는 4년이 되었지만 매장을 제대로 운영한 것은 겨우 2년차였다. 그 문구를 읽으면서 아직 제대로 된 도전은 시작도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그동안 주방에서 쏟아낸 피, 땀, 눈물의 양 때문에 직영점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을 매각하고 포기하느니 죽기 살기로 끝까지 해보자는 각오를 했다. 그동안 옴짝 달싹 못하게 자신을 묶고 있던 직영점을 매각하고 가맹사업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결심을 하자 때마침 미금 직영점 직원이 매장 인수 의사를 밝혔다. 가까운 친척은 서현점에 관심을 보이며 매장을 인수하고 싶어했다.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게 된 비결은
박상민 대표는 2개의 매장을 매각한 후에 자유 시간을 얻게 되자 서현역 부근에 월 임대료 100만원, 20평 규모의 사무실을 얻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매장을 운영하면서 파악한 문제점을 개선했다. 그동안 주방 직원과 박상민 대표를 힘들고 지치게 했던 꼬치구이 메뉴를 과감하게 없애고 덮밥전문점으로 리뉴얼했다. 팬데믹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배달시스템도 강화했다.
매장을 매각한 자금으로 홈페이지를 단장하고 가맹점 모집을 위한 마케팅에도 투자했다. 당시만 해도 배달로 즐길 수 있는 덮밥메뉴를 찾기 어려웠던 때라 마케팅을 시작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꾸이한끼의 덮밥메뉴는 <닭을 꼭 치킨으로만 먹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춘천닭갈비, 안동찜닭, 치킨마요 등 우리나라의 다양한 닭요리를 밥위에 얹어서 덮밥으로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닭요리 외에 용두동 불쭈꾸미덮밥, 직화제육덮밥, 삿포르 치킨카레덮밥 등의 메뉴가 있다. 전체 매출의 60~70%는 닭요리 덮밥에서 나온다. 가격은 7900원에서 12000원대다.
◆급성장한 브랜드의 공통점은?
한 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니까 소개를 통해 가맹점이 계속 늘어났다. 2020년 하반기에 가맹사업을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성장했다.
떡볶이는 올해 2월, 파스타 브랜드는 올해 9월에 론칭했다. 거의 이틀에 한 개 꼴로 매장을 오픈한 셈이지만 조직을 보강하고 고생하면서 준비한 덕분에 무난히 대응할 수 있었다.
꾸이한끼, 제니로제떡볶이, 파스타치오 세 브랜드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K-푸드를 토핑해서 접목했다는 점이다. 제니로제떡볶이의 경우 춘천깻잎찜닭, 양념갈비구이, 석쇠불고기, 직화불막창, 불쭈꾸미 등 한국요리를 얹은 다양한 로제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파스타치요 역시 한식을 접목했다. 들깨가루와 들기름이 들어간 고기리막국수 버전 파스타, 우삼겹 대구불막창 불쭈꾸미돼지김치 등이 토핑된 파스타는 한식과 이탈리안 파스타의 맛이 오묘하게 결합돼 새로운 미각을 경험시키는 게 특징이다.
포기하기 어려웠던 직영점을 매각한 후 사업리뉴얼, 메뉴개발, 가맹점 개설, 가맹점 관리, 시스템 구축과 조직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하루 14시간씩 일해도 즐거운 이유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박상민 대표는 하루 14시간씩 일을 했고 요즘도 12시간 이상 업무에 매달린다. 그 사이 직원도 많이 늘어나서 각 브랜드마다 관리자를 두고 있다. 직영점을 매각하고 얻은 작은 사무실은 이미 직원들로 꽉 찼다. 직영점 2개를 운영할 때도 하루 12시간, 14시간씩 일을 했지만 지금은 성장하는 기쁨을 맛본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다.
박 대표는 가맹본부 근무 당시 창업교육팀장을 맡기도 했고 가맹점 영업도 했다. 때문에 예비 창업자를 교육하고 소통한 경험이 많다. 그 경험덕분에 가맹점 사업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
CJ푸드빌에 근무할 당시 상생아카데미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래서 상생에 관심이 많다. 소비자, 가맹점 사업자, 가맹본부가 모두 승리하기 위해 박 대표가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다. 최소 이익의 법칙이다. 메뉴도 가급적 가성비가 있도록 개발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가맹본부는 최소한의 적정 이윤을 책정한 후 원재료 가격 변동으로 가맹본부의 이익폭이 커지면 차액만큼 가맹점 공급가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가맹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사업을 포기하고 싶을 때 짚어봐야 할 3가지
2년전 사업을 매각하고 직장인으로 돌아갔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의 기쁨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박상민 대표는 20개 브랜드로 국내에 3천개 매장, 해외 100개국에 3만개 매장을 가진, 글로벌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꿈꾸고 있다.
■이경희의 윈포인트
현재 3천개가 넘는 가맹점포를 가지고 있는 한 커피브랜드는 점포 수가 300여개일 때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됐다. 매각했던 사업자는 300개 이상의 성장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커피 브랜드가 4천억원대에 매각될 때도 몇 년후 해당 브랜드가 수익성을 개선하고 1조원대에 재매각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는
첫째, 우리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가
둘째, 최선을 다했는가
셋째,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안은 없는가를 철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경희. <내사업을 한다는 것>, <CEO의 탄생> 저자. KFCEO과정 및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