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로나로 단단해진 자부심, 골목상권에도 K-컬쳐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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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8,868 등록일등록일: 2022-09-21본문
요즘 뜨는 올드페리 도넛. 상호는 영어지만, 홈페이지나 SNS계정에서 표방하는 것은 명백히 한국 전통의 문양이다.
민화에서 봄직한 호랑이, 바다에서 도넛이 가득한 배를 삼키는 거대한 용, 브랜드를 소개하는 페이지에 등장하는 태극 문양 등이 모두 한국적이다. 브래드 소개에서는 한국의 도넛임을 강조한다. 도넛은 서양 음식이지만 올드페리 도넛은 한국에서 출발했다는 정체성을 디자인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적 디자인 입히는 골목상점들
요즘 뜨고 있는 맥주집인 금별맥주. 멀리서도 눈에 띄는 파사드를 가진 이 곳은 제국주의 열강의 외교관들이 드나들던 구한말 음식점을 연상시킨다.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했던 글로리 호텔 사장 쿠도 하나(김민정)가 운영했을 것 같은 디자인이다. 상호도 금별이라는 한국식 이름이다.
유튜브에서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를 얻는 영상이 국뽕 영상이다. 한국의 군악대가 외국인들의 갈채를 받았다거나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가 외국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또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우영우 변호사의 외국인 시청자 반응 영상 등 많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잘하고 있는 것을 내세운 이런 국뽕 영상은 최고의 인기 영상 중 하나이다. 음악이나 드라마에 대한 내국인 반응 영상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반면 외국인 반응은 조회 수가 무섭게 오른다.
◆한국 콘텐츠 기반 유튜브 계정도 인기
대중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든 유튜브 계정의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영국남자는 구독자가 527만명이고 한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던 미국 유튜버 올리버쌤의 구독자도 209만명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한국 거주 경험이 있고 아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반려동물 영상도 진돗개 영상은 특히 인기다.
사실 국뽕의 원조는 삼성전자이다. 해외에 나갔을 때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이라고 하면 그냥 통과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국뽕의 원조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하게 강남스타일이 히트한 후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스타나 외국인들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강남스타일을 아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 다음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국뽕트렌드를 정착시킨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다. 블랙핑크는 음악성으로 인정받으면서 해외 여성 청소년들의 닮고 깊은 워너비로 자리잡았다. 방탄소년단은 음악성은 물론이고 식문화를 포함해 일상 생활을 공유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국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정서를 전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깊어진 자부심
다소 비꼬는 느낌을 담은 국뽕 트렌드가 자부심으로 완성되는 시기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이었다. 이 기간 동안 무너지지지 않는 성벽같은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국의 우수한 코로나 대응 체계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한국은 단순히 히트한 음악이나 아이돌 가수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시민의식과 사회 체제도 선진적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킹덤, 기생충, 오징어게임, 미나리, 사랑의 불시착, 나의 아저씨같은 문화 콘텐츠가 연이어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21세기 MZ세대들에게 국뽕은 K컬쳐에 대한 자연스러운 자부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MZ세대들이 생각하는 국뽕은 어떻게 다를까
MZ세대들이 받아들이는 국뽕이나 K컬쳐는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서양의 것이 선진적이고 앞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MZ세대들은 글로벌 감성에서도 수평적인 감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특정 국가의 소득 수준이나 경제 발전을 기준으로 문화수준이 높고 낮다는 식으로 계층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가 가진 고유한 개성으로 문화를 인식하고 있다.
K컬쳐에 대해서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그 문화를 즐기는 감수성을 갖고 있다. 덕분에 골목길 상권에서도 한국적인 감성을 잘 풀어낸 업종이 MZ세대들의 인기를 끌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불과 5~6년전만 해도 국뽕이란 단어에는 우리 것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삐뚤어지고 과도한 자부심을 의미하는, 비꼬는 듯한 의미가 강했지만 지금 MZ세대들이 생각하는 국뽕은 전세계 모든 문화가 동일하게 개성과 차별성을 갖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한국적인 것도 당당하게 자기 존재감을 갖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골목상권 K컬쳐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
덕분에 과거 한식에만 국한됐던 K컬쳐는 서양이나 다른 아시안 국가 스타일을 반영한 매장들과 동급으로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모으는 힙한 스타일로 재탄생하고 있다.
굳이 코카콜라나 외국의 유명 브랜드가 아니지만 진로 두꺼비 캐릭터로 가득찬 두껍상회는 우리 문화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대한 바나나맛 우유 입간판은 에스닉푸드와 글로벌 명품브랜드 팝업샵이 즐비한 이태원 거리에 위풍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MZ세대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과 재미가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데 K컬쳐가 그런 모티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 골목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한국 스타일 매장들과 K컬쳐를 표방하는 핫플들은 어떻게 다를까?
◆자신감이 성공의 비결
골목길의 일반적인 한국형 매장들은 우리의 일상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는 반면 K컬쳐를 전략적으로 도입한 핫플들은 아트적인 감성과 디자인 감성을 전략적으로 도입한 것이 차이점이다.
즉 홈페이지, SNS 계정, 포장, 간판, 스토어 아이덴티티, 매장내 POP 등 소비자 접점 곳곳에 의도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드러낸다.
한국적인 감성을 훨씬 더 자신감있게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똑같은 감성이라도 강조하느냐, 방치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느낌이 달라진다. 강조를 하게 되면 그 브랜드나 매장의 엣지가 된다.
한 때 방탄소년단 지민이 달려라 방탄에서 몸빼바지를 입고 등장해 패션쇼 런웨이를 걷는 것처럼 워킹을 한 적있다. 당첨된 몸빼바지를 입고 그냥 게임에 응했다면 몸빼바지가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민의 예능 감각은 그 바지를 입고 런웨이를 걷는 패션 모델같은 포즈를 연출함으로써 몸빼바지의 존재를 강렬하게 부각시켜 방송 이후 해당 몸빼바지를 찾는 모습이 SNS계정을 달구기도 했다. 마치 밭일 하면서 일상적으로 입는 몸빼바지와 구찌 패션쇼에 등장한 몸빼바지가 다른 것과 같다.
◆이국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콜라보도 인기
와인&비어펍 프랜차이즈인 ‘밀회관’과 서양한식을 표방하는 ‘호족반’은 상호에 한자를 도입해서 눈길을 끌었다.
요즘 세대들은 한자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얼핏 보면 중국적인 느낌도 들지만 한자는 우리 전통문화 깊숙이 자리한 것이 사실이다. 호족반의 경우 미국식 중식이나 미국에서 즐기는 베트남식처럼 서양에서 즐기는 한식같은 콘셉트이다. 매장에서 호랑이 문양, 한국 전통 서까래 양식 등을 볼 수 있다. 호족반이라는 이름도 호랑이 다리 모양의 소반을 의미한다. 메뉴명도 리코타떡볶이, 트러플 감자전, 호랑이 부대찌개, 들기름 메밀국수 등 서양적인 것과 한국적인 요소가 혼합돼 있다.
최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민간주도로 한식산업화에 나섰다. TV토크쇼 진행자가 되어 한식 산업화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출연한 방송프로그램의 첫방송 시청률은 2%대였다. 최태원 회장의 이런 행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 차원에서 한식세계화 운동을 전개한 것과는 사뭇 다른 차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문화의 사전적인 정의는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으로 의식주를 비롯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 문화에서 대중예술과 음식은 광범위하고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다.
골목길 상권을 빼곡히 채우는 가게들은 한국의 의식주를 담고 있다. 골목길 소상공인 창업에도 어느 때보다 많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통해 자기 위상을 확실히 한 K컬쳐가 이런 청년 창업자들을 통해 좀 더 멋있게 골목상권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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