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플랫폼 시대, 덕업일치 창업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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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485 등록일등록일: 2022-09-28본문
올해 33살인 박모씨는 취업을 하지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각종 스포츠 활동과 운동에 푹빠져 동아리 회장 등을 도맡아 하던 그는 주말에는 다양한 스포츠 모임을 만들어서 회원제로 운영한다. 주중에는 대형 피트니스센터의 트레이너로 활동한다. 코로나 때문에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행도 자주 간다.
명문대를 나온 그는 대기업을 지망하지 않았다. 대기업 직장인보다 소득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이 생활을 통해서도 적지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고 좋아하는 일을 사업화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덕업일치로 글로벌 기업을 만들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 생활은 플랫폼에 압도당하고 있다. 플랫폼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지 접속이 가능하고 정보 수집이 쉬우며 유유상종의 모임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은 좋아하는 일이 취미가 되고 장기가 되고 생계 유지의 수단이 되는 덕업일치의 창업 시대를 열어주고 있기도 하다.
본인이 좋아하고 탐닉하는 분야가 생계가 되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다. 혹자는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냐고 말하지만, 다양성과 개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덕업일치 창업자로 가장 성공한 기업가 중에 한 명은 블루보틀의 창업자다. 스타벅스의 성공과 비견될 만큼 커피업계의 스타 브랜드가 된 블루보틀은 커피를 너무 좋아하던 음악 연주자에 의해 탄생했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은 친구의 집 차고에서 첫 매장을 열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블루보틀의 커피에 대한 철학은 커피의 본질에 탐닉했던 창업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슈나드는 4조 원대에 달하는 회사 지분을 모두 비영리 환경단체에 양도했다. 미국의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자사의 신제품을 사지 말라는 구호로 유명하다. 고객들이 신제품을 살 때마다 환경이 파괴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이본 슈나드 회장의 아웃도어 취미 활동과 연계된다. 1960년대 주한미군에 근무했던 이본 슈나드 회장이 한국 생활에서 유일한 행복이자 낙은 한국의 산을 타는 것이었다. 제대 후 슈나드 회장은 자신의 취미를 살려서 슈나드장비라는 등산 장비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아웃도어 브랜드로 서장해 글로벌 기업이 됐다. 덕업일치의 삶을 추구하면서 덕질의 철학이 기업의 철학이 된 사례이다.
◆취미활동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다
밀키트 부대찌개라는 아이디어로 부대찌개 업계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밀키트 전문점 붐을 일으킨 땅스부대찌개의 정경문 대표도 취미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은 사례다.
캠핑을 좋아해 주말이면 가족을 데리고 차박을 떠나던 정경문 대표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로 문을 닫자 생계가 막막했다. 그 때 캠핑을 다니며 먹던 부대찌개가 떠올랐다. 캠핑 가기 전 항상 부대찌개 전문점에서 부대찌개 재료를 구입한 다음 캠핑장에서 끓여먹곤 했다. 거기서 부대찌개 밀키트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자신있게 사업을 전개했고 땅스부대찌개는 대 히트를 기록했다.
◆식집사의 희귀식물 매장 창업
코로나 이후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정서적 안정, 마음의 평화를 위해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식집사가 식테크의 달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천안에 사는 조유란씨는 어릴 때부터 식물을 좋아했다. 그녀의 식집사 자질은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면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특히 희귀 식물에 관심을 갖고 키우면서 집안에는 희귀식물로 가득 차게 됐다. 지인들에게 귀하게 키운 희귀식물을 분양해주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아예 희귀식물매장인 ‘까치플랜츠’를 창업하게 됐다.
천안이라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50평 규모 매장에 500여종의 희귀식물을 갖춘 까치플랜츠는 전국 식집사들이 찾는 모임 장소가 되고 있다. 까치플랜츠를 희귀식물 아지트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것은 플랫폼이다.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의 로직은 까치플랜츠를 희귀식물 로직의 중심으로 끌고간다.
◆플랫폼이 덕업일치의 삶을 가능하게 하다
유튜브나 SNS 같은 콘텐츠 플랫폼들은 덕업일치의 삶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관심 분야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하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진 다이어트와 미용, 건강. MZ세대들은 기성세대보다 건강과 외모에 더욱 열광한다. 일상의 다이어트와 건강에 대한 관심을 더 심화시켜 직업으로까지 발전시킨 인플루언서도 있다. ‘민지뷰티’는 건강하고 미용에 좋으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검증된 식품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다.
너무 상업적이지 않은 대신 일상 생활에서 본인이 관심을 갖고 직접 체험해보고 검증된 제품만 콜라보해서 소개하므로 구독자들의 반응이 좋다.
◆일상의 깊이로 덕업일치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일상을 벗어나 멀리 관광을 떠나는 정도의 이벤트가 있어야 신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일상의 작은 것 하나라도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담으면 신나는 여행 못지 않게 잔잔한 기쁨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생활의 그런 감동과 기쁨은 각종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가 경제 활동으로 연결되어 덕업일치 창업이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집꾸미기에 관심을 가진 주부가 집꾸미는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담고 그렇게 하면서 늘어난 팔로우들과 소통하면서 상거래를 하기도 한다.
도그쿡의 지향희 대표는 사랑하는 반려견을 위해 수제간식을 만들다가 사업까지 하게 된 사례이다. 출발은 동생의 사무실 한 켠에서 가정용 오븐기 하나 놓고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반려동물 수제간식 분야의 대표 업체로 성장했다.
건강이나 대체 의학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서 관련 분야의 정보를 모으고 책을 쓰다가 영향력있는 유튜브 인플루언서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하루 종일 정치 논쟁을 하는 사람이라면 유튜브를 개설해 정치 논객이 될 수도 있다.
◆2050년 미래 사회의 99.99%를 차지하는 사람은?
서울대 유기윤 교수는 2050년 미래사회 보고서에서 ▴플랫폼 소유주, ▴플랫폼 스타, ▴프레카리아트, ▴인공지성이 미래 도시의 주인들이라고 말한다.
플랫폼 소유주는 전 세계 상위 기업 중 플랫폼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기업가와 투자자들이고, 플랫폼 스타는 대중의 감정을 요리하는 정치 9단, 타고난 예체능 천재, 창조적 전문가들이다. 프레카리아트는 플랫폼에 종속되어 프리랜서처럼 일하며 살아가는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다. 덕업일치의 삶을 추구하는 소규모 창업자들은 프레카리아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소유주가 될 확률은 0.001%이고 플랫폼 스타가 될 확률도 0.002%에 불과하므로 99.99%의 사람들은 프레카리아트가 된다는 것이다.
프레카리아트들은 플랫폼 상에서 정보나 서비스 상품을 주고 받으며 살게 된다. 디지털 플랫폼이 오프라인과 다른 것은 모든 거래 내역과 정보, 반응이 저장되고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런 축적과 누적의 힘 덕분에 잘하는 사람은 계속 상위로 올라갈 수 있다. 축적에 강한 사람은 특정 주제에 대한 매니아들, 덕후들, 덕질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즉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덕질할 만큼 좋아하는 일을 생계와 연결하면 그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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