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운동클럽' 창업해 월 700만원 버는 28세 여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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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0,498 등록일등록일: 2022-09-13본문
얼마전까지 청년들의 직장 선택 조건중 하나가 워라벨이 가능한가 였다. 그런데 요즘은 워라벨 시대가 가고 ‘워라블’ 시대가 오고 있다.
워라블은 일과 삶을 융합하다(Work-Life Blending)의 줄임말로, 업무와 일상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하는 생활 방식이다. 워라블은 일과 취미를 조화시킨 ‘덕업일치’ 라이프를 지향한다. 한마디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돈도 버는 것이다.
창업은 직장생활보다 힘들다. 투자도 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게 많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한다면 힘들어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커브스 능곡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박은혜 사장은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연결한 워라블 창업자다.
박은혜 사장은 올해 4월에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투자해 창업했다. 박사장의 올해 나이는 28세. 직장 생활에서 적응해서 일을 배울 나이에 창업을 해서 영업, 마케팅, 직원관리, 매장관리, 세무 등 A부터 Z까지 책임지고 있다. 오픈 5개월차에 회원 200명을 확보하고 성공한 초보 사장 대열에 합류했다.
스스로 운동으로 다져진 몸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고 ‘당신도 할 수 있다’며 광고를 하고 회원들을 독려하며 월 700만~900만원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직장 생활 대신 창업을 선택한 박은혜 사장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본다.
◆운동을 좋아했던 단발머리 소녀
박은혜 사장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는 골프를 했다. 골프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려고 했지만 사정이 생겨 그만두고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해 대학은 생활체육학과로 진학한다. 다시 골프를 전공할까 생각도 했지만, 한가지 종목보다는 폭넓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생활체육을 전공하기로 했다.
대학시절에도 운동에 대한 열정, 미래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다양한 운동분야를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다. 생활체육지도사, 에어로빅, 요가 강사 등 잠시 휴학하는 동안 공부하고 시험을 봐서 딴 자격증만 6~7개 정도가 된다.
대학 졸업후에는 부천시에 있는 체조협회 소속 생활체육 강사로 3년간 일했다. 주로 회원들에게 다이어트 방법을 지도하거나 아이들 운동 교실을 운영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회원들은 주로 여성들이 많았는데, 이는 나중에 커브스를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줬다.
◆갑작스런 코로나로 창업 대신 취업
생활체육 강사로 3년간 일하던 박은혜 사장은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처음에는 피트니트 센터 창업을 생각했다. 체육 강사로 일할 때 많은 여성들이 혼자서 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그런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여성전용 피트니트센터인 ‘커브스’를 알게 됐다. 월 6만원대의 저렴한 회비로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운동도 돕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거다 싶은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창업을 생각했으나 2019년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2020년 1월부터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됐다. 지금은 창업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침 시흥시에 있는 ‘커브스 은행클럽’에서 직원을 구하고 있었다. 언젠가 창업할거면 미리 직원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3년간 매니저로 일하면서 행정업무를 제외하고 운동지도와 회원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초보 사장이 되기 위한 수업을 착실히 쌓았다.
◆"내 사업을 하고싶다" 오픈 3주 만에 회원 140명 돌파
3년차가 되면서 내 사업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내 매장을 운영하면서 나만의 색깔을 담은 경영을 하고 싶었다. 코로나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창업을 결심한 박 사장은 올봄부터 본격적으로 점포를 물색했다. 집이 있는 시흥 주변에서 매장을 찾았다. 발품을 팔며 상권을 조사한 끝에 시흥 능곡동에 있는 건물 3층 35평 규모의 점포를 계약했다. 보증금 4천만에 월세 198만원이다. 공실이라 권리금은 없었다.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쳐서 총 창업비용은 1억원이 조금 넘게 들었다.
창업자금은 6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저축한 돈으로 마련했다. 부족한 자금 일부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다. 개업하고 오픈공지를 한 뒤 회원모집을 했는데 3주만에 140명, 5개월만에 200명이나 등록을 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장사 잘되는 상권은?
첫째는 ‘철저한 상권분석’이다.
커브스 능곡클럽이 있는 동네는 여성들을 위한 운동 시설이 거의 없었다. 구신도시에 속하는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곳인데, 주민들 중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인구 비중이 높았다.
특히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정형외과가 있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정형외과를 이용하는 40대 이상 여성들이 물리 치료 등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외모관리 등이 귀찮아서 남녀공용 피트니스센터를 꺼리는 여성들도 적지않다. 여성전용 피트니스센터는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 여성들에게 편하다.
둘째, 체험창업이다. 내 사업을 하기 전 동일한 업종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미리 경험해 본 게 큰 도움이 됐다. 고객관리, 영업, 상담 등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다보니 실질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고 창업에 대한 도전도 겁이 나지 않았다.
◆매장에 대형 프로필 사진을 걸다
셋째, 오픈 전후 발로 뛰며 홍보를 했다.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가두 홍보를 하고 전단지도 배포했다. SNS마케팅도 진행했다. 그 결과 오픈 공지 3주만에 140명이 등록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오픈 공지가 나가고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문의전화를 많이 해왔다. 건물 밖으로 대형 현수막을 걸어서 오픈을 알린 것도 효과가 있었다.
넷째, 박은혜 사장이 먼저 고객에게 모범을 보였다. 평소 성실한 운동을 통해 탄탄한 근육형 몸매를 만든 박사장은 사업하기 전에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능곡센터에는 박은혜 사장의 프로필 사진이 대형 브로마이드로 걸려있다.
센터를 운영하는 사장이 먼저 근육질의 몸매를 광고하면서 잠재 고객과 회원들에게 당신도 성실하게 운동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박은혜 사장의 바디 프로필 사진은 상담 고객이나 회원들에게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는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입소문의 비결은? 오픈 5개월차에 회원 200명을 돌파
다섯째, ‘체계적인 밀착 관리’다. 커브스 능곡클럽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처음 방문하면 등록 전에 상담을 받는다. 상담을 할 때 고객의 건강상태, 체성분을 측정하는 인바디 서비스, 그리고 무료 운동 체험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등록을 하든 안하든 이런 꼼꼼한 상담은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되다.
일단 회원이 되고 나면 회원별로 관리 파일이 생성된다. 회원의 특이사항이나 불편한 곳, 피하거나 조심해야 할 사항, 신체측정 내용 등을 기록해두고 정기적으로 변화하는 부분을 체크하고 관리한다. 한달에 한번 체형분석, 체성분 분석도 해주고 운동 결과 상담을 해준다.
고객 혼자 운동하면 본인이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를 수 있는데, 이런 체계적이고 밀착된 분석과 상담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매장을 이용하는 동기 부여를 한다.
여섯째,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관리와 리뷰 관리를 꼼꼼히 한다.
요즘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관리는 소상공인 경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은혜 사장은 진심을 다해서 리뷰에 답을 단다. 의무적이고 고객 유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리뷰 관리는 퇴근 후나 점심 식사 직후 공백 시간에 한다. 리뷰 관리 외에도 이벤트 준비와 회원관리도 이 때한다. 방문이 뜸한 고객은 일일이 체크해서 연락을 한다. 생일 관리, 운동 30일, 60일 등 회원들에게 기념이 되는 시점도 체크한다. 공백 시간을 얼마나 충실히 보내느냐가 사업 성과를 좌우한다.
일곱째, 친구 추천과 입소문, 고객관리로 재방문률을 높인다. 높은 고객만족은 친구 추천과 입소문, 재방문으로 연결된다. 친구 추천 이벤트를 하면 만족한 고객들의 능동적인 입소문이 신규 회원 가입으로 연결된다.
“여기는 나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면서 운동을 진행하는구나. 여긴 정말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운영을 한다고 느끼면서 다른 분들도 소개해주고 입소문이 난 것 같다”
박은혜 사장은 창업은 처음이고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운동 강사 및 매니저 생활을 통해 고객관리 경험이 많았던 게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런 입소문 덕분에 오픈 5개월차에 회원 200명을 돌파할 수 있었다.
◆회원들 마음 사로잡은 Z세대 여사장의 아이디어는?
여덟째, ‘기발한 프로모션’을 통한 운동 동기 부여와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피트니스 센터는 회원들이 있어야 운영이 된다. 회원들을 모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필요한데 박 사장은 Z세대다운 기발한 아이디어로 회원들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자주 연다.
예를들면 매주 계획표를 작성하는데, 요일별로 회원들에게 다른 미션을 준다. 월요일에는 지난주에 운동 열심히 나온 회원들에게 보상으로 포인트를 준다. 회원들만의 포인트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다.
이번주 화요일에는 ‘핑크데이’를 열었다. 센터에 올 때 핑크색 옷이나 장신구를 착용하면 포인트를 준다. 수요일에는 ‘단백질 데이’를 해서 단백질 먹은 것을 인증을 해주면 포인트를 준다. 가끔 게릴라 깜짝 미션도 제안한다. 그날 운동이나 게임 이런 것을 해서 성공하면 포인트 준다. 너무 더운 날에는 서프라이즈로 음료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이벤트지만 재밌게 하려고 노력한다. 핑크데이를 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진짜 모든 회원들이 핑크 옷을 입고 왔고, 핑크색 머리끈도 하고 다들 안할 거 같았는데 다 하고 오더라. 즐겁게 운동하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포인트가 쌓이면 그것으로 락커룸을 연장할 수도 있고, 밴드나 장갑 등의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집에 가서도 회원들을 생각하는 28세 사장의 진심
아홉째, ‘회원들에 대한 진심’이 중요한 성공비결이다.
창업이든 직업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싫어한다. 일단 일이 끝나고 쉴때는 드라마, 유튜브를 보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박은혜 사장은 집에 가서도 고객 생각을 하며 즐거워한다. 고객들이 센터를 찾아서 성과를 올린 것을 떠올리면 보람이 있고 고객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 된다.
얼마 전에는 운동을 시작한지 3개월만에 체중을 10kg 감량한 회원이 있었다. 과체중으로 고민을 많이 해서 안 해본 운동이 없었는데, 능곡센터에서 운동 한 후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이다. 또 76세 고령 회원은 관절이 안 좋았는데, 박 사장과 운동을 시작한 후 병원가는 일도 줄었고 올라가지 않았던 팔이 올라간다며 기뻐했다. 이렇게 운동 효과를 보이는 회원들을 보면 뿌듯하다.
가끔 힘들 때도 있다. 200명이나 되는 회원들을 직원 1명과 함께 관리하는 게 벅차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일로 해소한다.
회원들마다 있는 파일을 정리하며 회원들의 건강상태, 특이사항을 체크하거나 다음 프로모션 계획을 세운다. 집에 와서도 오늘 그 회원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좀더 보강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이렇게 일을 사랑하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니 그 마음이 회원들에게 전해지는 것같다는 게 박사장의 말이다.
◆혼자서 운동하기 어려운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운동
이밖에 커브스의 독특한 운동시스템도 호응을 얻는 이유 중 하나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일 저 일 바쁘다보면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커브스는 30분이면 주어진 코스를 돌면서 여성 혼자 기구를 활용해 근력운동을 할 수 있다. 기구로 하는 유압운동이므로 10대부터 90세까지 자신의 수준에 맞춰서 운동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조금 힘들게 하고 싶으면 강도를 높이고, 컨디션이 안 좋을때는 강도를 낮게 해서 조절이 가능하다. 강사가 순회하며 회원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맞춤형 밀착지도를 해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운동이 자기관리를 증명하는 중요한 표시로 여겨지는 요즘 비싼 운동비용은 자기관리의 걸림돌이다. 박 사장이 이 사업을 택한 또다른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요즘 인기를 얻는 1대1 퍼스널 트레이닝은 운동 효과가 높은 반면 1회당 5만~10만원대로 비싼 가격이라 지속성이 약하다. 반면 일반 피트니스 센터는 회비는 저렴하지만 운동 지도를 받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커브스는 1회 운동에 걸리는 시간이 30분이지만 30분 안에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스트레칭을 모두 할 수 있다. 박은혜 사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언제든지 센터에 와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고 1대1 트레이닝같은 효과가 있는데, 월 이용료가 6만9000원이라는 점이 고객에게 저렴하게 인식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추억이 있는, 스토리가 있는 피트니스 센터 만들고 싶어
오픈 1개월 매출은 2400만원이었다. 현재는 월 1400~1500만 원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비스업종이라 원재료비가 들지 않아 월 임대료와 직원 1명 인건비, 판촉비 등을 제외한 월 소득은 600~900만원선으로 월 평균 700만원대 소득을 올린다. 매니저로 일할 때 보다는 훨씬 높은 소득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소득이 많은 것 자체보다는 내 사업을 한다는 뿌듯함이 훨씬 더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박 사장은 피트니스 센터같은 실내체육 시설의 전망을 밝게 본다. 그 이유는 센터에 오는 10~20대들의 건강에 대한 진심을 느껴기 때문이다. 요즘 10~20대들은 본인 용돈을 모아 자기 몸과 자기 건강에 투자를 많이 한다. Z세대인 박은혜 사장은 요즘 세대에게 운동과 자기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한다. 실제로 능곡클럽에는 아르바이트가기 전에 클럽에 들러서 빠지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 회원들도 많다고. 소상공인들도 사업운영 중 틈을 내서 운동을 하고 간다.
영업을 하지 않는 휴일에는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전에 공부했던 스포츠마사지나 해부학도 다시 공부하고 있다. 박은혜 사장의 꿈은 지역여성들에게 운동을 통해 건강은 물론 즐거움까지 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회원들과 추억을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 외롭지 않고 정말 즐겁게 모두가 함께 하는 곳이 되고 싶다. 우리 센터만의 느낌이 있고, 냄새가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
스물여덟 여 사장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