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8천만원, ‘1인 세신샵’에 성공한 여사장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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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4,536 등록일등록일: 2022-07-01본문
시대 흐름이 바뀌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생겨난다. ‘프라이빗이코노미’도 그 중에 하나이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개인화를 넘어 초개인화 서비스 시대를 앞당기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프라이빗을 강화한 업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인 미용실이나 1인 음식점, 이제는 1인 세신샵도 등장했다. 1인 업소들은 특히 코로나 이후 언택트 트렌드 확산으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가 됐지만, 거리두기가 자리잡으면서 개인 사생활을 보호하는 업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요즘 뜨는 대표적인 프라이빗 서비스중 하나는 ‘1인 세신샵’이다. 1인 세신샵은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세신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때를 미는 세신 서비스가 메인이다. 나아가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스파헤움’의 곽혜린 대표(41)는 1인 세신샵 분야의 파이어니어다. 지난해 12월 매장을 가오픈을 한 뒤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첫달 순이익이 1500만원이 나왔다. 적자를 예상했는데 뜻밖의 결과였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반증이었고 곽 대표는 사업이 승산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오픈한지 6개월이 지난 현재 월매출은 8천 만원 가량이다. 한 달에 스파헤움을 찾는 고객은 750명이 넘는다. 스파헤움과 함께 일하는 베테랑 세신사의 경우 한달에 850만원 정도 버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곽 대표가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사업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뉴질랜드 유학, 한국 들어온 후 목욕업을 경험하다
곽혜린 대표는 고등학생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다. 대학도 그곳에서 다닐 계획이지만 IMF가 터져버리고 집안 형편이 안 좋아져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곽 대표는 어머니와 함께 사우나·목욕탕을 함께 운영한다. 서울 금호동에서는 60평대 목욕탕을 운영했고, 수원에서는 3층 규모의 300평대 대형찜질방 사우나를 운영했다. 3~4년간 운영하면서 그때 많은 세신사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운영을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매각했다. 정부정책이 변경돼 운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후 20대 후반에 곽 대표는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 미국에 가서 스파와 에스테틱 회사에 다녔다. 직원으로 들어가 실력을 쌓아 매니저까지 올랐다. 20대에 운영한 목욕탕 운영 경험과, 7~8년간 뷰티 관련 일을 해온 이력은 훗날 곽 대표가 1인 세신샵을 운영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1인 세신샵을 기획했으나 주변의 반대에 부딪히다
다시 한국에 들어온 후 잠시 다른 분야의 일을 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 경험했던 스파 관련 사업의 촉각은 늘 활짝 펼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인 세신샵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것은 지난해 말이었지만, 구상은 30대 초반부터 해왔고, 본격적으로 사업 기획을 한 것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였다. 다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업이 될까 확신이 없어서 머릿속으로만 사업 구상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실제로 곽 대표의 사업계획안을 본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반대를 했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세신’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고, ‘세신사’는 3D 업종으로 천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사업구조나 수익구조가 표준화된 게 없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세신이 목욕업의 꽃’이라고 생각하던 곽 대표는 분명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위에는 특별한 조건으로 대중목욕탕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령이고 면역력이 취약하거나, 문신이나 수술 후 흉터를 갖고 있거나, 장애를 갖고 있어서 대중적인 곳의 방문을 꺼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다수가 이용을 하는 대중탕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곽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믿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그즈음 코로나19가 발생한다.
◆코로나19로 사업에 탄력을 받다
코로나19가 터지고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대중목욕탕이 집합금지 대상이 되면서 목욕탕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더 이상 반대를 하지 않았고 곽 대표는 강남구 역삼동에 매장을 구하고 본격적으로 오픈 준비를 한다.
코로나로 한 고비는 넘겼지만 인테리어와 시설 공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세신실은 춥지 않아야 하지만 뜨겁기만 하면 안 된다. 적정한 습도를 갖추어야 하는데 목욕탕처럼 계속 물을 틀어놓을 수는 없다. 온도와 습도 방수 시설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한 세신실 옆의 파우더룸도 문제였다. 세신실은 따듯하고 적당한 습도가 있어야 하지만 파우더룸은 시원하고 쾌적해야 했다. 이를 맞추는데도 많은 공이 들어갔다.
전체 매장의 동선을 짜는 일도 어려웠다. 곽 대표는 3D로 직접 설계를 하며 동선을 짰다. 곽 대표는 고객이 파우더룸에서 세신실로 들어가는 문과 세신사가 세신실로 들어오는 문을 별도로 만들고 싶었다. 고객의 프라이빗을 위해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방이 한 개 줄어들어야 했다. 그래도 곽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고 문을 별도로 만들었다. 개인화된 서비스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현재 스파헤움의 매장은 60평에 5개의 세신실과 파우더룸을 갖추고 있다. 역삼점의 창업비용은 3억 원이 조금 넘게 들었다. 보증금은 5천, 월세는 440만원이다.
◆대중목욕탕과 다른 것은 ‘고급 서비스’
한 개의 세신실은 4평 정도 크기다. 그 안에 욕조와 세신베드, 건식사우나 부스 등이 들어간다. 고객은 2평 크기의 파우더룸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중문을 통해 세신실로 들어오면 된다.
1인 세신샵이 대중 목욕탕과 다른 점은 ‘서비스의 전문화와 고급화’이다. 우선 기본 세신 이외에 다양한 오일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일반 목욕탕에서도 가능하다.
목욕탕의 세신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고급 서비스’이다. 곽 대표는 서비스를 받고 난 고객에게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 그때 나오는 피드백을 참고로 서비스를 개선 한다.
고객들은 세신사의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세신사들이 15~20년 된 베테랑들이기 때문에 세신이나 마사지 기술은 어느 정도 만족을 한다.
고객 불만사항이 나오는 것은 서비스적인 측면이다. 구체적인 서비스라함은 예를들어 반식욕을 하고 욕조에 있다가 나올 때 세신사가 잡아주는지, 세신베드에서 몸을 옮길 때 미끄러지지 않게 몸을 같이 안고 옮겨준다는지, 때를 밀 때 아픈지 안 아픈지 물어봐서 타올을 교체한다든지 등등이다. 또한 세신하는 내내 고객이 지루하지 않게 편하게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술도 포함된다.
어찌보면 사소한 것 같지만 고객들은 이런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곽 대표는 세신사들을 교육할 때 이런 섬세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재방문율 80%의 비결은?
스파헤움은 여성전용이고, 주고객층은 20~60대까지 다양하다. 하루 평균 25명, 한달로 치면 750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한다. 지방에서 오는 고객들도 있다. 광주, 여수, 제주도에서도 온다.
20~40대 젊은 고객들은 주로 SNS를 통해 방문을 많이 하고 연령이 높은 고객들은 지인의 소개로 방문을 많이 한다. 재방문율은 80% 이상이다.
재방문율이 높은 비결은 맞춤형 서비스에 있다. 상담을 통해 고객의 피부 상태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한다.
스파헤움에는 때만 미는 기본 세신 코스는 없다. 그 이유는 요즘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피부 상태가 예민해지고 얇아졌다. 그래서 때만 밀면 피부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코스에 보습과 마사지가 들어간다. 몸에 트러블이 많은 고객은 오일이 아닌 수딩으로 한다.
서비스 받는 시간은 75분, 85분, 100분으로 책정되어 있다. 75분에 우유를 사용하는지 오일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오일종류는 아로마부터 발효쑥, 유스트31 허브 코스로 운영 중이다. 서비스 종류와 방법에 따라 9~18만원까지 가격이 다르다.
◆베테랑 세신사의 한달 수입은 850만원
스파헤움에는 12명의 세신사들이 있다. 격일로 근무한다. 프리랜서인 세신사도 있고 정직원인 세신사도 있다.
이들은 모두 15~20년 된 베테랑 세신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신하는 첫날은 긴장을 많이 한다. 일반 목욕탕과 서비스 면에서 차이가 있고, 좁은 공간에서 제한 된 시간 안에 서비스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수익비율은 6대 4로 나눈다. 세신사들의 직업적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선생님으로 호칭한다. 일반 목욕탕과 달리 청소는 세신사들이 하지 않고 별도 인력들이 한다. 각종 비품과 식단도 회사에서 제공한다.
일반 목욕탕에서는 세신사들을 이모님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처음에는 호칭에 당황하던 고객들도 요즘은 세신사들을 선생님으로 부른다.
세신사가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증은 없다. 목욕관리사 자격증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민간자격증이다. 피부 관리사 자격증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필수는 아니다. 곽 대표는 실무 경력을 더욱 중시 여긴다. 또 공중 목욕탕의 세신 서비스와는 차별화되어야 하므로 헤움만의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어서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특급 세신사들은 고객이 직접 지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말에 손님이 몰릴 때는 세신사를 지정할 수 없다.
세신사들의 수입은 다양하다. 지난 5월 베테랑 세신사의 경우 85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최저가 440만 원선이다.
◆1인 세신샵을 찾는 고객들의 다양한 사연
1인 세신샵은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노쇼가 많이 발생해 예약금을 받고 있다. 금액의 50% 정도다.
예약금을 지불하고도 제 시간에 못 오는 고객들도 많다. 아침에 못 일어나서 못 오는 고객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차가 밀려서 예약시간을 못 맞추는 고객은 다른 예약시간을 잡아준다.
1인 세신샵을 찾는 고객 중에는 안타까운 사연도 많다. 유방암 수술 후 목욕탕을 가지 못하다가 1인 세신샵을 찾는 경우도 있고,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모시고 온 딸도 있다. 장애를 갖고 있던 고객도 있었는데, 상담까지 다 받고 장애인 택시를 타고 오기로 했지만 결국 못 와서 곽 대표를 안타깝게 한 사례도 있었다.
◆늘어나는 경쟁업체...초심을 잃지 않아야
곽 대표가 스파헤움을 오픈한 지난해에만 해도 1인 세신샵 브랜드는 2개 정도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반년 만에 10개가 넘는 브랜드가 생겨났다.
앞으로는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곽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1인 세신샵의 기본은 ‘세신’이다. ‘세신’이 메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쟁을 하다보면 세신이 옆으로 빠지고 마사지나 훼이셜 마사지, 제품판매 등이 메인이 될 확률이 높다.
곽 대표는 “마사지 경력 오래한 마사지사에게 때 미는 것을 가르쳐서 할 수도 있다. 그럼 인력 구하는게 더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면 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곽 대표는 말한다. “현재 마사지 업계도 포화상태고 그쪽도 힘들어서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1인 세신샵이 마사지가 메인이 되면 우리는 마시지쪽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면 더 힘들어진다.”
곽 대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연구하는 것은 좋아한다. 그래서 1인 세신샵도 기획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1인 세신샵에서 기본은 세신이 되어야 하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신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 있었으면
곽 대표는 현재 역삼본점만 운영 중이지만, 올해 가을부터는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 있다. 플래그쉽스토어, 직영점, 가맹점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지금 매장에서 자체 생산 중인 오일 제품도 제조공장을 만들어 좀 더 전문화 된 시설에서 제작해서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에 전국으로 확산한 뒤에는 향후 해외에도 진출해 K-SPA를 세계에 알리고 싶은 게 궁극적인 목표이다.
또 한 가지 곽 대표에게는 오랜 꿈이 있다. 앞으로 2년 내에 국내에서 ‘때밀이’라는 단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세신사들 중에는 한 달에 700~800만 원씩 고수익을 올리지만 자신의 직업을 부끄러워하고 자식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세신사들도 많다. 사람들의 인식이 그만큼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1인 세신샵이 건강한 스파 문화로 확산되고, 세신사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게 곽 대표의 가장 큰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