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대신 창업, 운전시뮬레이션연습장으로 연매출 100억원 올린 청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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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3,170 등록일등록일: 2022-06-20본문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한물간 것같은 사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한물 간 것처럼 보이는 사업도 시대 흐름에 맞게 혁신하면 새로운 사업으로 탄생한다.
고수의 운전면허를 운영하는 정재헌 대표(34)가 운영하는 운전 시뮬레이션 연습장도 그 중에 하나이다. 운전 연습장은 15년전에도 있었던 사업이었으나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사업이다.
외국계 자동차회사에서 연봉 1~2억원을 받던 정 대표가 운전시뮬레이션 사업을 혁신해 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키우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였다.
이직을 위해 잠시 쉬는 기간 동안 아버지의 요청을 받고 사업을 도와주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한물 간 사업, 한달에 500만원씩 적자가 나던 아버지의 사업은 어떻게 성장 유망한 사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었을까?
◆아버지를 돕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다
창업을 하기 전 정재헌 대표는 아우디에서 연봉 1~2억원을 받는 유능한 영업 직원이었다. 아우디에서 성과를 내다가 벤츠로 회사를 옮기려고 준비할 무렵 아버지로부터 잠시 사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정 대표의 아버지는 서울 도봉구에 15평 남짓한 운전시뮬레이터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적은 돈을 투자해 운전시뮬레이터 4대를 도입해서 운영하는데 영업 상황이 나빴다. 정규직원 1명을 두고 운영했는데 인건비와 임대료 등 매달 5백만원 정도 적자가 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SOS를 요청했다.
매장 모습이 너무 엉성해서 사업성이 있을까, 이런 시뮬레이터로 연습해서 과연 면허를 딸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지만, 아버지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마침 정 대표는 이직하기 전에 3개월 정도 휴식을 가지려던 참이라 잠시 시간을 내서 아버지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 때가 2015년 경이었다.
당시 아버지가 창업했던 인테리어도 제대로 안돼 있었고 홍보나 마케팅 안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케팅이 전혀 안돼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네이버 키워드 광고도 세팅하고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그렇게 마케팅만 세팅했는데 한 달쯤 지나니 조금씩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실내운전연습장은 대략 15년 전부터 있던 것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 일을 도와주면서 운전시뮬레이터 사업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여기저기 보였다. 고객관리 시스템이나 운영 프로그램이 있으면 사업이 훨씬 더 잘 될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구나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조금씩 개선을 하면서 매출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마음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액 연봉자였지만 이직을 해도 직장 생활의 미래가 그리 전망있어 보이지 않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지점장의 모습이었다. 지점장은 정 대표가 올라갈 미래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지점장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힘들어 보였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무렵에 실내운전연습장에 근무하던 직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를 하게 됐다. 정대표는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창업을 결심한다. 이 사업을 새롭게 혁신시키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사업 혁신과 정비를 위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제일 먼저 한 것은 1천만원 정도 들여서 고객관리용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었다. 시스템이 잘 돼 있는 기업에 근무를 했기 때문에 운영 체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고액 연봉을 받았기에 그 정도 비용은 큰 부담없이 투자할 여력이 있었다.
매장도 리뉴얼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고객을 관리하면서 정대표가 직접 뛰어들어서 운영하니까 적자이던 매장이 4개월만에 월 7천만원대까지 매출이 올랐다. 처음 아버지의 부탁을 듣고 도와줄 때만 해도 이 사업이 될까 미심쩍었는데 그런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당시 정대표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적자 매장이 엄청난 매출을 올리자 어머니에게 어린이집을 정리하게 하고 강남에 똑같은 매장을 직영점으로 내게 됐다. 2호점이 탄생한 것이었다.
◆적자 매장을 탈출한 비결
매출 증대를 위해서 정재헌 대표가 가장 신경 쓴 것은 고객관리다. 고객에게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확장성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냥 연습장이 아니라 합격률에 포커스를 맞추고 운영을 했다. 기존에는 운전시험용 시뮬레이터였는데, 그것을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훈련이 되도록 바꿨다.
외제 고급 승용차를 사는 사람들 옆에 외제차를 살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운전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사람들 옆에 잠재 고객들이 있었다. 운전 시뮬레이터로 연습을 한 후 합력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고객이 친구를 데리고 오고 그게 반복되어 고객이 늘어났다. 도봉점의 매출도 높고, 강남점도 번창했다.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고 지인들로부터 매장을 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성장을 위한 출사표를 던지다
비용은 일반 운전 학원의 1/3 가격이다. 시간제 이용 요금도 있지만 인기있는 서비스 상품은 무제한제이다. 40만원을 내면 3개월간 무제한 연습할 수 있다. 평균 15시간 연습하면 1주일에서 1주일반이면 면허를 취득했다. 도로교통 통계로 첫 시험 합격률이 28%인데, 고수의운전면허에서는 68%가 첫 시험에 합격을 한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가기로 했다.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는 2가지 선택안이 있었다. 스타트업기업이 되어서 투자를 유치하느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느냐. 정 대표는 고민하다가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
투자를 유치하러 다니는 과정이 힘들 뿐 아니라 노력해도 투자가 유치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마침 그 무렵 주변에서 가맹점을 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서 두 번째 방법이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시뮬레이터 프로그램 직접 개발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실내운전연습장은 기술력이 생명이다. 처음에는 기계를 구매해서 운영을 했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지인들에게 매장을 내달라는 요청이 늘어나자 구매한 제품으로 프랜차이즈를 준비했다. 외식업으로 비유하면 외주 공장에서 소스를 납품받는 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가 터졋다. 매장 계약이 8개가 됐는데, 제품이 입고되지 않았다. 제품을 개발한 회사는 국책 프로젝트를 통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회사였는데 개발이후 판매는 안되고 기업 규모가 점점 영세해지다보니 잦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설비가 1주일이나 늦게 들어왔는데 제품의 작동에도 잦은 오류가 발생했다. 다행히 한 매장에 여러 대의 기계가 들어가니 이 기계가 작동이 안되면 다른 기계를 사용하는 식으로 운영하면서 버텼지만 마음 고생이 너무 심했다. 더 이상 그런 식으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이 일을 계기로 운전시뮬레이터기를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개발자들은 대부분 고액 연봉자들이다. 급여를 맞출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고액 연봉자가 주말에만 나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개발하게 하고 사정이 되는 대로 계속 개발부서의 조직을 확대하면서 개발을 진행했다.
다른 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하려면 못해도 2년이 걸리는데 정 대표는 투트랙으로 갔다. 새로 제품을 개발해서 납기일을 맞추기는 불가능했다. 문제가 있던 제품에 대한 권한은 정 대표가 갖고 있었기에 기존 것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서 제품에 오류가 많아서 초창기 가맹점 사업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제품의 기술 개발에 계속 투자를 하면서 오류를 개선해 나갔다. 그런 노력 덕분에 운전교육용 시뮬레이터로 특허를 2개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펑펑 눈물 흘린 이유
사업은 점차 발전했지만, 어느 지점에 이르자 돈이 돌지 않았다. 계속 제품 개발에 투자가 됐고 인원이 늘어났기 때문에 사업이 성장해도 그 만큼 나가는 비용도 많아졌다. 기술력이 많이 부족해서 번 돈을 계속 기술과 인력에 투자하다보니 자금이 부족했다.
정 대표는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데, 한 번 크게 운 적이 있다. 1주일 후에 직원 급여 3천만 원이 나가야 하는데 돈이 부족했다. 급여를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는데 정말 피가 말랐다.
저절로 눈물이 났고, 펑펑 울었다. 그렇게 몇 번의 고비를 넘기자 매출이 안정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히사 매출이 18억, 48억까지 오르더니 지난해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제 직원들 월급 줄 걱정은 안 할 정도로 자금의 여유를 갖게 됐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합격률 높여
유럽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전에 시뮬레이터로 합격을 해야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시험 내용에 들어가 있다. 시뮬레이션 연습에서 노루가 튀어나온다거나 하는 위급 상황 등도 대처해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운전 시뮬레이터의 장점이다.
시뮬레이션 연습의 장점은 반복연습을 통해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차량으로는 1시간에 5~6번 하면 많이 하는 것을, 시뮬레이터로는 1시간에 100번도 가능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다.
제품안에 연수 프로그램이 있어서 지하주차장 뱅글뱅글 돌기, 우회전 끼어들기, 톨게이트 지나가기 등을 상황별로 다 연습할 수 있다.
매장에 있는 사람이 코칭을 해주는 게 아니라 시뮬레이터가 자체적으로 영상으로 설명을 해준다. 코스 소개, 어떻게 시험을 보는지 시험 방법론부터 접수방법까지 알려준다.
◆주고객층 20대 여성이 60~70%
합격률이 높아서 고객들의 불만은 거의 없다. 고객들의 대부분이 젊은층인데 운전면허는 성인이 돼서 처음 따는 자격증이라 다들 열심히 한다. 그래서 결과가 좋다. 시스템이 멈추면 작동이 불가능한데 매장 당 보통 4대의 기계가 있어서 대처가 가능하다.
주고객층은 20대 초반 여성들이 60~70%를 차지한다. 그 이유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연습은 밝고 확 트인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같이 시뮬레이션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쾌적하고 안전하다. 반복연습만 하면 된다.
◆3년간 폐업률 0%의 비결
고수의운전면허는 직영점 2개와 운영대행매장을 합해 11개, 거기에 가맹점 56개까지 총 6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3년간 폐업률이 0%, 제로다. 그 비결은 가맹점 사업자들의 기본 소득을 보장되기 때문이다.
20평 기준 연습기가 4대 들어간다. 그 이상은 매출이 3천~4천만원까지 올라가면 그 때 한 대씩 추가한다. 기계 한 대가 들어가는 공간은 3평 남짓이면 된다. 연습공간 외에 휴게공간과 상담실이 필요하다.
가맹점들의 평균 월매출은 2천만원~2천500만원대이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초기 매장은 상대적으로 매출이 낮다. 매출이 2천만 원이면 고정비용이 1천만 원 정도다. 이 안에는 점주 인건비 200만원도 포함한다. 로열티는 고정비용 1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에서 20%를 받는다. 결국 매출 2천 만원일 때 점주가 가져가는 소득은 1천 만원 정도 되는 셈이다.
가맹점을 오픈해서 자리잡으려면 3~6개월 정도가 걸린다. 점주의 역량에 따라 매출이 달리진다. 고객이 처음 방문했을 때 얼마나 친절하고 전문성을 갖고 상담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고객 상담 역량에 따라 매출도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입소문이 나서 매출은 오르는 추세다.
가맹점들은 매장마다 다 특색이 있다. 어떤 매장은 장롱면허를 가진 40~50대 여성들이 많이 온다. 또 어떤 매장은 젊은층이 대부분이다. 점주의 성향에 따라서 연습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점주가 자신의 특성을 파악해서 장점을 살려야 한다.
얼마전에는 쏘카와 제휴를 했다. 렌트카를 빌리려면 운전한 지 1년 이상 되어야 하는데 고수의 운전면허에서 3시간 운전면허를 받으면 쏘카에서 차량을 렌트할 수 있도록 제휴했다.
◆단기 목표는 5년 내에 상장, 최종적인 꿈은 배우
한국에서 매장을 몇 개나 출점할 수 있을까? 정 대표는 아직 거기에 대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 가맹점이 지속가능하게 경영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면서 가맹점의 매출 추이를 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1년에 200만 명이 운전면허 시험을 본다. 그 중 80% 이상이 면허를 취득한다. 현재 고수의운전면허에서 면허를 취득하는 사람은 약 3% 정도다. 정 대표는 이 수치를 더욱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수치를 올리면 그만큼 가맹점 수를 늘릴 수 있다.
면허 취득 수치를 더욱 올리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서 앞으로 5년 내에 상장을 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초창기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상장까지 고려해 투자를 계속 해왔다. 조금 더디지만 순차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장을 한 이후의 목표는 뜻밖에도 배우다. 정 대표는 중고등학교 때 연기를 했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로에서 2년간 연극을 한 경험도 있다. 그때 선배들이 남자 배우는 30대 이후에 꽃이 핀다, 최대한 빨리 군대를 가라고 해서 군대에 갔었다.
그 후 사업을 하며 중단 했던 배우의 꿈을 언젠가는 다시 실현해 보고 싶다. 물론 당장은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사업에서 성공한 후에 가능한 꿈이다. 그래도 꿈이 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