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9개로 연매출 8억 올리는 칼국수집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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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0,614 등록일등록일: 2022-05-23본문
150평대 고깃집, 80평대 한식당을 운영한다고 하면 겉보기에는 화려하다. 하지만 꼭 실속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원재료비도 만만치 않다. 매장 규모가 크면 고객이 많든 적든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매출이 낮아도 일정 인원이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구인난이 심해지는 것도 힘든 부분이다.
중대형 음식점은 매출이 높을 경우 고정비율이 낮아져서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매출이 높지 않으면 고정비율을 감당하는 게 부담스럽다. 인력관리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150평대 고깃집을 운영하다가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80평대 한식점을 열었는데 역시 운영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식점을 운영하면서 작은 분식점을 냈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아예 중대형 매장을 정리하고 작은 매장 운영에 집중해서 히트한 사례가 있다.
거제도에서 칼국수 전문점 ‘배말칼국수김밥(이하 배말칼국수)’을 운영하는 김학태 대표(46)가 그 사례다. 그는 대형 고깃집과 대형 한식당 등을 운영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인건비와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중대형 매장들은 정리하고 소형 매장으로 눈을 돌려 대박 매장에 합류했다. 그에게 장사하는 기쁨을 준 브랜드는 배말칼국수김밥이다.
메뉴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와 칼국수와 김밥의 절묘한 구성이 돋보이는 배말칼국수김밥 거제본점은 18평 매장, 9개 테이블로 평일에는 하루 150~200만원, 주말에는 300~4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본점의 정직원 수는 4명이고, 주말 아르바이트는 3명이다. 순수익률은 30~35% 정도다. 주말에는 줄서서 먹는 맛집이 된 이 음식점의 비결은 무엇일까?
◆주방에서 설거지부터 시작...지나친 과욕으로 실패를 맛보다
김학태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주방보조로 설거지부터 시작해 한식 일식 자격증을 땄다. 그러다가 군대에 가서 요리병으로 근무했다.
제대 후에는 일을 배우러 고향인 서울을 떠나 인천으로 갔다. 다양한 식당에서 일을 배우다가 27세에 첫 창업을 한다. 이자카야였다. 장사는 잘 돼서 3년동안 운영을 했다.
그러다가 이자카야를 지인에게 넘기고 30세 초반에 고깃집을 시작한다. 150평짜리 대형 고깃집이었는데 장사는 아주 잘 됐다. 그때 고깃집에만 집중해야 했는데, 김 대표는 과욕을 부리고 만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다른 사업에 손을 댄 것이다. 그 사업이 안 좋아지면서 고깃집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생의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모든 것을 잃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최대한 사람은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덕분에 그때 맺은 인연과 현재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돈은 잃었지만 사람은 얻은 셈이다.
◆거제도에서 제2의 인생 시작...히트 칼국수의 탄생
김 대표는 인천에서의 실패를 겪은 뒤 사촌누나의 권유로 거제도에 내려온다. 거제도에서 김 대표는 ‘아리아리랑’이라는 식당을 운영한다. 간장게장 정식을 파는 식당이다. 9년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아리아리랑을 운영하며 항상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거제도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한 지역음식이 없을까?’라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며 음식 먹고 거기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메뉴 개발하는 것을 즐기던 김 대표는 거제도만의 음식 구상에 들어간다.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식재료는 배말이었다. 바위지역에서 고동과 함께 바위에 붙어사는 타원형의 삿갓모양을 한 조개로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거제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배말이지만 그것으로 만든 거제도만의 특별한 음식이 딱히 없었다. 이것으로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칼국수를 떠올렸다. 잘못하면 비린내가 날 수도 있는데 배말을 볶아서 가루로 만든 뒤에 물을 붓고 칼국수를 끓이자 감칠맛 나고 시원한 음식이 완성됐다. 전복내장죽과 유사한 맛이 났다. 이렇게 배말칼국수가 탄생됐고, 2019년 5월에 아리아리랑 식당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배말칼국수 식당을 오픈한다.
◆줄서서 먹는 맛집이 된 출발점은?
배말칼국수 거제본점은 유람선 터미널 근처의 코너자리에 위치해있다.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정확히 보름 후에 갑자기 식당이 잘 되기 시작했다. 18평 매장에 9개 테이블이 순식간에 차더니 웨이팅이 생기고 가게 밖에 손님들이 줄을 서게 됐다.
이유를 알아보니 ‘거사모(거제도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어떤 사람이 맛집으로 소개한 것 때문이었다. 카페에 올라온 후기로 줄서서 먹는 맛집이 됐지만, 3년이 지난 요즘도 주말이면 여전히 손님들은 줄을 서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메뉴의 독특함’이다. 거제도에서 배말을 이용한 다른 음식은 있었지만, 칼국수는 처음이었다. 메뉴의 희소성과 맛이 어우러져 특색있는 지역 음식이 됐다.
칼국수와 김밥의 조화도 빼놓을 수 없다. 주로 칼국수 배말톳김밥 세트가 많이 나간다. 톳김밥도 칼국수 육수로 밥을 지어서 녹색빛이 난다. 칼국수를 기다리는 시간에 김밥이 미리 나간다. 김밥은 미리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만드는데 30~40초면 완성이 된다.
배말칼국수는 9천원이고 배말톳김밥은 4500원이다. 그 밖에 꼬막비빔국수, 열무톳냉국수, 배밀땡초김밥, 배말돈까스 김밥 등의 메뉴가 있다.
◆7분이면 조리, 빠른 회전율
두 번째 비결은 ‘간편하고 빠른 조리법’에 있다.
김 대표의 매장은 테이블 회전율이 빠르다. 그 비결은 간편하고 빠른 조리법에 있다. 제조공장에서 제조되어 오는 육수원액에 볶은 배말과 보말가루와 면을 넣고 7분이면 조리가 완성된다. 칼국수면은 강원도의 국수명장이 만든 면을 받아서 쓴다.
칼국수가 완성되어 나오면 손님이 먹는 시간은 20분 남짓. 주문부터 시삭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짧은 시간에 1회전이 된다. 거제본점의 점심 매출은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 그만큼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리는데, 테이블이 9개밖에 안 되니까 오픈하자마자 테이블이 다 차고 그 뒤부터는 웨이팅이다. 웨이팅은 하루종일 간다. 시각적인 효과도 있다. 적은 테이블 수로 그 손님을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테이블 회전이 빠르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노하우로 구축한 시스템
세 번째 비결은 ‘전수창업과 직영점 운영으로 구축한 시스템’에 있다. 배말칼국수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됐다. 그 전까지는 주로 전수창업을 해왔다. 지금까지 한 전수창업은 19개 남짓. 1000만원을 받고 레시피와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러다가 김 대표가 가맹사업을 시작한 데는 사연이 있다. 지인에게 사심없이 레시피를 공개했는데, 그 지인이 다른 지역에서 똑같은 레시피와 메뉴로 브랜드를 론칭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별 관심이 없던 김 대표는 그 일을 계기로 상표출원을 하고 정보공개서에 등록을 하고 가맹사업을 하게 됐다.
현재 배말칼국수는 거제본점 이외에 3개의 직영점을 더 운영 중이고, 통영과 부산 등지에 20개의 가맹점이 운영되고 있다.
가맹사업한지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매장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전수창업과 직영점 운영으로 구축한 시스템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 대표는 가맹점 출점을 멈춘 상태다. 남부 지방에서는 더 이상 내지 않을 생각이다. 가맹점들의 상권보호를 위해서다.
◆음식에 대해 진심입니다
네 번째 비결은 ‘음식에 대한 관심과 진심’이다.
김 대표의 취미는 여행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독특한 음식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 트렌드를 읽기 위해 서울도 자주 찾는다. 그렇게 벤치마킹해서 나만의 음식을 개발한다.
스무살에 외식업에 뛰어들어 김 대표가 그동안 만들어낸 브랜드는 10개가 넘는다. 브랜드를 계속 개발하는 이유는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독창적인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재밌다. 남들이 하는 것은 안 한다. 세상에 없는 메뉴를 만드는 것은 어찌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
브랜드를 만들어 적합한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내가 만든 음식과 브랜드로 잘 살고 있는 지인들을 보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다. 시행착오를 계속 겪다보니 이제 실패 확률도 적어진다.
거제도에서 40평 규모 제조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칼국수 원액, 김치 겉절이, 비빔양념, 냉국수양념도 그 공장에서 만든다. 직접 제조를 하니 맛을 지킬 수 있어서 좋다.
◆10개의 사과 중 3개만 먹으면 충분하다
다섯 번째 비결은 ‘직원 대우’에 있다.
본사의 직원은 직영점과 제조공장까지 합쳐서 18명 가량 된다. 중소기업 수준이다. 직원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 김 대표가 하는 것은 대우를 잘 해주는 것이다. 다른 곳보다 월급을 많이 준다. 성과급도 2주에 한번, 성수기에는 1주일에 한번씩 나간다. 거제 본점의 경우 점심 장사 위주로 하기 때문에 저녁 7시면 마감을 해서 직원들이 다른 식당에 비해 일찍 퇴근을 한다.
확실한 보수와 워라밸이 가능한 근무환경으로 직원 관리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대표 자리는 항상 어렵다. 어려운 인간관계를 잘 해나가는 노하우로 김 대표는 ‘내가 손해본다는 마인드’를 꼽았다.
김 대표는 “내가 손해보는 게 낫다는 마인드로 살아간다. 사과 10개가 있으면, 나는 3-4개로 만족한다. 나머지는 주위에 나눠준다. 손해보고 살면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려고 안 하고, 진심을 알아주고, 오랫동안 관계가 유지된다. 힘들때는 내가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말한다.
◆식당 사장이자 메뉴연구가로 남고파
김 대표는 얼마전 부산 화명동 아파트 단지 상가에 배말칼국수 가맹점을 내어 주었다. 원래 관광지가 아닌 주택가에는 오픈을 잘 안 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곳에 가맹점을 내어준 이유는 그곳 사장의 열정 때문이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그 사장이 가맹점을 내어 달라고 찾아온 뒤 김 대표는 남몰래 그 사장이 운영하는 야채가게에 가서 장사하는 모습을 봤다. 최선을 다해 장사를 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뭘 해도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맹점을 오픈시켰다. 아니나다를까 현재 그 가맹점은 테이블 7개로 하루 1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식당창업을 우숩게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쉬운거는 없다. 모든 매장에는 주인이 있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성실하고 열정있고 인성 있는 사람들은 성공한다. 자기가 한만큼 결과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을 개발해 브랜딩하는 일을 즐긴다. 그 브랜드로 누군가 식당을 차려 성공을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김 대표가 식당 사장이자 메뉴 연구가로 남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