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카페 투잡하며 이색창업아이템 개발로 히트한 청년창업자
페이지 정보
조회:9,563 등록일등록일: 2022-04-18본문
청년들에게 취업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열심히 화상 면접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프로그램 작동에 문제가 생기거나 조명이 나빠서 실물보다 어두운 이미지를 주게 된다면 낭패다. 서울대 출신의 청년 창업자가 이런 수요를 겨냥해 이색적인 사업으로 대박을 내고 있어 화제다. 바로 면접방 프랜차이즈인 ‘인터뷰박스’다.
현재 강남,신촌, 종로에 3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1년간 운영한 실적을 보면 1.5평 룸 하나당 평균 200만원대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다. 매장당 매출액도 월 1800만~2500만원대로 일반 스터디 카페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손님 끊이지 않는 화상면접방, 우수 인재들의 면접 필수 코스로
우리나라는 연간 150만건 정도의 면접 수요가 있는데 작년에 ‘인터뷰박스’ 면접방을 찾는 고객 수는 2만명이 넘는다. 보통 한 고객이 4~5회 이상, 면접을 많이 보는 사람들은 20~30건 이상의 면접을 본다. 주로 화상면접과 AI면접을 본다. 면접방을 찾는 청년들의 수준도 높다. 이들이 합격하는 회사는 국내 상위 10대 회사들이 즐비하다. 능력있는 사람일수록 면접을 많이 본다.
고객이 끊이지 않아서 얼마 전에는 부산 서면에도 매장이 오픈됐고 오픈 대기중인 매장도 5개 정도 된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비대면 면접이다. 장기화되는 팬데믹으로 대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비대면 면접 시스템을 도입했고, 운영상 효율성이 높아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비대면 면접은 상당히 높은 비율로 지속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아직 비대면 면접 비율이 낮지만 중소기업에도 앞으로 도입이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 직장인이던 박경호 대표(40세)는 어떻게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이런 이색 사업에 도전하게 된 걸까?
이제 창업한지 1년을 막 넘긴 박 대표는 얼마 전 엔젤투자유치를 유치했고 5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최초로 화상면접 전문공간을 창업해 신사업에 도전한 박경호 대표의 창업 이야기를 알아본다.
◆명문대에서 어문학 전공, 대통령 경호통역도 맡아
박경호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했다. 러시아를 좋아해서 러시아 주재원이 되고 싶고, 현지에 사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러시아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해군 장교 시절 러시아 통역요원으로 카자흐스탄 대통령 경호통역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를 접하게 된다. 마이다스아이티(IT)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러시아 주재원을 1명 선발하는데, 실력있는 해군장교가 필요했다. 그때 박 대표가 지원을 했고 선발이 됐다. 그것을 계기로 어문학을 전공했지만 IT쪽과 인연을 맺게 됐다.
◆IT회사에서 사회생활 시작...AI활용한 다양한 신사업 경험
IT회사에서의 첫 사회생활은 흥미진진했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 AI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만드는 신사업팀에서 주로 근무했다.
이곳에서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와 함께 인공지능 치매예측 솔루션을 기획·개발하여 시장에 출시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AI역량평가를 만드는 채용솔루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 회사의 AI역량솔루션은 현재 많은 기업들이 인재 채용에 활용하는 알려진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 개발 초기 맴버로서 참여한 게 박경호 대표의 인생 전환점이 됐다. 기획, 솔루션 개발, 제품 출시 등을 거치면서 채용 시장을 이해하게 돼 현재 운영하는 ‘인터뷰박스’라는 면접방 전문적인 공간 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AI역량검사를 개발하고 사업하는 채용솔루션팀에서 근무하면서 취준생들이 AI역량검사를 치르기 위한 화상시스템 및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AI면접 관련 SW에 대한 지식은 대한민국 1등이라고 자부하는 박경호 대표는 거기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오래된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경우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오류가 생길 수 있고, 집안 환경도 어두운 조명, 얼굴인식을 방해하는 소품 등으로 화상면접을 보기에 적합한 여건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역량검사 전용 부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코로나 덕분에 떠오른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비대면 면접과 AI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창업을 결심했지만 화상면접공간을 바로 창업하기에는 비즈니스모델과 고객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아이디어만 갖고 도전하기에는 창업은 너무 리스크하다. 고민끝에 비교적 안정적인 창업 아이템이었던 스터디카페를 먼저 창업한다. 아내 명의로 스터디 카페를 창업해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저녁과 밤에는 면접룸과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면서 시장성을 확인했다. 퇴사는 100% 사업성을 확인한 후에 했다.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면서 스터디룸을 활용해 화상면접 전용 부스를 만들어 베타테스트를 거쳤다. 2~3시간이 걸리는 먼 지역에서도 취준생들이 찾아오는 것을 경험하고 사업성에 확신을 얻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면접이 뉴노멀임을 확신했고, 코로나가 끝나도 화상면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졌다.
◆자금부족으로 어려움 겪어...동업자 만나 본격적으로 사업시작
박 대표는 면접에 최적화된 전문적인 면접공간 대여 서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사업성은 검증했지만 문제는 자금이었다.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며 얻은 수익만으로는 부족했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함께 사업을 영위해나갈 파트너가 절실했다.
아이템을 들고 공동창업자를 찾아나서다가 현재 ‘인터뷰박스’를 함께 운영중인 김태원 이사를 만났다. 김 이사는 헬스서비스 스타트업에서 고객관리와 마케팅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이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해군장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신뢰가 두터웠다.
보유하고 있던 자본금에 은행대출과 공동 투자자의 자금을 더해 창업비용을 마련해 강남에 첫 매장을 열었다. 총 2억원 정도가 들었다. 보증금 5000만원, 월세 400만원, 인테리어비 1억5천만원, 그밖에 화상시스템 및 전용 네트워크, CCTV, 집기류 등이 포함됐다. 40평 규모에는 인터뷰 룸이 12개 가량 들어간다. 완벽한 방음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었다.
◆국내최초 화상면접 전문공간
‘인터뷰박스’는 한마디로 비대면 면접에 어려움을 겪는 취준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AI 비대면 면접 전문 플랫폼이다. 화상면접 공간을 대여해 면접장비, 장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면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강남과 신촌, 종로에 3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고 얼마 전 부산 서면에 첫 가맹점을 오픈했다.
인터뷰박스의 경쟁력은 첫 번째 ‘면접에 특화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안정적인 유선인터넷, 완벽한 화상시스템, 인물전용조명 등이 구비되어 있어 취준생들은 몸만 와서 비대면 면접에 편히 응시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쟁력은 ‘전문성’이다. 시스템 전문가가 상주하며 웹캠, 마이크, 헤드셋, 조명 등 기기 셋팅과 소프트웨어 설치 및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비대면 면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면 끊김, 소리 이상 등 비상 상황에도 즉시 대처가 가능하다.
세 번째는 ‘다양한 콘텐츠’에 있다. AI면접 및 취업 전문 인력을 자체 보유하고 있어 ‘현직 대기업 인사담당자 취업 코칭’, ‘외국계 임원출신 임원면접 코칭’, ‘AI면접합격전략 특강’ 등 다양한 합격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대중적이고 전문적으로 화상면접 공간을 대여해주는 곳은 실질적으로 ‘인터뷰박스’가 국내 최초다. 공공기관에서 청년 복지 차원으로 면접 부스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지만 이용 시간이 제한적이다. 개인적으로 공간 대여를 진행하는 고급스튜디오는 가격이 비싸서 면접자들은 일반적으로 스터디룸이나 회의룸을 대관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재방문율 80%..이용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사람 없다
현재까지 인터뷰박스의 주고객층은 구직자와 이직자들이다. 지난 1년간 직영점을 운영하며 2만여명의 고객 DB를 분석한 결과 20~30대 비중이 크다. 그 중 20대 중후반 여성의 비율이 높다.
고객 만족도는 긍정적이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100점 만점에 99.7점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네트워크와 고화질 카메라, 깔끔한 배경, 쾌적한 환경에 대한 평가가 좋다. 기업에서도 면접 장소 선정도 면접자의 준비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애티튜드로 인식하기 때문에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높은 고객 만족도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 재방문율이 80%이다.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20번 이상도 방문한다. 평균적으로 5~6회 이상 방문한다. 이용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사람은 없는 셈이다. 작년 월 마케팅 비용은 25만원이었다. 최소한의 마케팅만 했으며 대부분의 고객이 입소문으로 재방문한 셈이다.
1,2월을 빼고는 비수기가 없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채용 방식 및 트렌드 변화로 주말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라 주말에도 영업을 한다.
인터뷰박스 이용요금은 룸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작은 룸 기준으로 1시간에 1만원, 듀얼모니터룸 또는 큰 인터뷰룸의 경우 1만5000원이다. 1회 2시간 이상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현장에 와서 화장 헤어스타일도 고칠 수 있다.
AI 면접 소그룹 코칭, 인사팀·임원면접 1:1 코칭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별도로 강사와 교육 커리큘럼에 따라 강의료가 책정된다.
◆사업은 팀스포츠...꾸준한 공부와 독서 필요
박 대표는 현재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투자 진행을 계획 중이고, 엔젤투자에도 성과를 내서 올해 SW개발 및 플랫폼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창업 1년만에 올린 성과다.
올해 5월에는 면접 연습 소트트웨어를 개발, 셀프로 면접 내용 피드백을 받는 것고 가능해진다. 면접 기출 문제 구성이 어렵기 때문에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점별로 회원 등급이 높은 사람부터 무상 사용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현재의 성과가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 AI 관련 소프트웨어 상용화에 관한 기획부터 개발·론칭까지 전 과정을 경험했고, 스터디카페, 마케팅 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좋은 동업자와 팀원들과 함께 사업을 영위해나가는 것도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혼자 였다면 세상에 없던 사업을 선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사업은 팀 스포츠이다. 박 대표는 말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는 것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라는 선인들의 말씀이 맞는 것 같다.”
박 대표에게는 창업을 꿈꾸는 많은 후배들이 찾아온다. 그들에게 박 대표는 아이템이 있다고 바로 사업을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박 대표가 인터뷰박스 전에 스터디카페를 통해 테스트를 해보았듯이 작게라도 검증을 해보면서 사업을 진행할 것을 추천한다.
박 대표는 “최대한 내 아이템을 주위에 공개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좋은 아이디어와 사업을 구현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고 말했다.
꾸준한 공부와 독서도 필수다. 박 대표는 지난 3년간 창업 관련 책을 100권 이상 읽었다. 또한 현재 창업대학원에도 진학해 창업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공간대여 사업을 넘어 비대면 면접교육 플랫폼 만드는게 목표
박 대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도 비대면 면접 트렌드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 대표는 “비대면 면접이 코로나로 인해 등장한 것은 아니다. AI면접은 2018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고,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당겨진 미래를 살고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차적으로 전국에 50개 정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숍인숍 등으로 입점해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화상면접방 모듈도 개발할 생각이다.
현재는 30~40평대 규모로 출점하고 있지만 향후 면접룸 수를 줄인 소형 매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매출액에서 순수익률은 50% 선이다.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가 지출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1개룸이 80% 예약률로 가동될 때 1명의 직원이 필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대면 면접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면접 트렌드는 계속 될거라는 게 박 대표의 의견이다.
요즘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면접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회사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서 자칫 실수하기 쉬워 전문성을 갖춘 화상면접방의 도움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인터뷰박스가 화상면접 공간을 대여하는 곳에서 머물지 않고, 비대면 면접 공간을 넘어 구직자가 면접에 더 쉽게 합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콘텐츠와 SW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1천명 이상의 조사를 거쳐 개발하고 있는 ‘나만의 면접 AI 비서 서비스’는 22년 상반기에 베타서비스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면접공간을 넘어 면접에 대한 온·오프라인 코칭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면접 교육플랫폼을 만들고 연계 서비스를 확장해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프랜차이즈 플랫폼을 만드는게 박 대표의 목표다.
박 대표에게 창업은 인생 그 자체이다. 후배들이 창업에 마음 편히 도전하고 실패를 디딤돌 삼아 도약할 수 있는 ‘샌드박스’와 같은 기업가정신 기반의 창업스쿨을 만드는 게 인생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