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맛, 안주맛에 사진맛까지, 주점창업 대박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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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39 등록일등록일: 20250422본문
부산 서면의 골목길, 오래된 여관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간판과 칸막이 구조를 가진 감성 한식주점이 있다. 바로 ‘전포여관’이다. 여관과 술집, 밥집의 경계를 허문 이 매장은 여관이라는 독특한 컨셉과 한식을 결합한 공간으로 2030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 서면과 서울 건국대 매장은 짧은 저녁 영업으로 월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핫플로 자리잡았다.
◆실패경험이 조타수가 되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핫플을 만든 사람은 ㈜팀어반의 오상윤 대표(42세)다. 팀어반은 10년 이상 함께 한 친구 3명을 주축으로 5개의 법인을 가진 회사다. 팀어반은 전포여관 외에도 영동가든을 비롯해 구의농원 등 다양한 외식업을 운영하고 있다. 구의농원과 영동가든도 지역 핫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함께 하는 오랜 팀이 있어서 외식업을 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오상윤 대표는 ‘실패의 경험’이 사업의 조타수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실패를 했고, 실패의 경험은 그의 성공에 어떤 교훈을 남겼을까? 또 술맛과 안주맛에 사진맛까지 더해서 핫플로 자리잡은 전포여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주점업 성공에서 분식점 가맹점까지
오상윤 대표는 칵테일 문화를 이끌던 '더 플래어' 박재우 씨의 제자였다. 직접 바를 운영하며 어린 나이에 주점업을 성공시킨 경험을 가진 그는 그렇게 번 돈으로 10년 전 울산 삼산동에서 당시 트렌디한 유명 분식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창업했다. 당시 해당 브랜드는 유명세를 등에 업고 가맹비 인테리어비 등을 매우 비싸게 받았다. 오 대표는 젊은 나이에 사업을 해서 번 돈 3억원을 투자했다.
큰돈을 투자했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매출은 기대에 못 미쳤다. 큰 돈을 투자했지만 배달까지 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본사만 돈을 벌고 가맹점은 이익을 남길 수 없었다. 가맹본사는 가맹점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줄 시스템도 없고 가맹점에 관심도 없었다. 오 대표는 본사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큰 실망을 느꼈다. '돈은 본사가 다 벌고, 점주는 늘 눈물만 흘린다'는 회한은 이후 그의 창업 철학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헌팅포차로 거둔 대 성공
그는 다짐했다. “나는 그 회사처럼 안 해야겠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반항이 아닌, 외식업의 근본을 다시 묻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 돈이 아닌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가맹점주와 진심으로 소통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지구상사’, ‘맥대감’ 등의 브랜드를 했다.
이 중에서 지구상사는 소주와 맥주를 파는 포차였는데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감성적인 인테리어와 메뉴가 SNS를 달궜고 부킹과 경매 이벤트 등으로 고객 참여를 유도하며 매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주점을 했던 경험을 접목한 지구상사는 대형매장이었지만 가맹점을 내달라고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헌팅포차는 오래 가지 못했다. 유사한 컨셉의 경쟁자가 생기고 대형 매장의 유지 비용과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도 악화되었다. 또 부킹문화의 쇠퇴로 고객의 관심이 줄어들었다.
자신이 실망했던 가맹본사처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트렌드가 변하면서 힘들어진 가맹점주를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프랜차이즈 사업과 관련한 공부를 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태어난 전포여관
지구상사를 접고 새로 태어난 브랜드가 ‘전포여관’이다.
2019년에 문을 연 전포여관은 출발이 소박했다. 부산 서면의 골목길 안쪽 허름하고 낡은, 오래된 칼국수집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에서 출발했다. 1,2층으로 된 100평 규모 공간이었다.
처음부터 장사가 잘된 건 아니었다. 손님이 자리를 잡기까지 7개월 이상이 걸렸다. 70년대 여관의 구조와 분위기를 살린 인테리어는 신선했지만 생소했고, 낮은 칸막이를 두어 손님 간의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방식도 처음에는 반응이 엇갈렸다.
하지만 그는 믿고 기다렸다. 막걸리와 한식 안주, 여관 키와 락카번호를 연상시키는 콘셉트는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젊은 손님들은 전포여관을 ‘사진 찍기 좋은 감성 술집’으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안주는 한식요리였는데 SNS시대를 감안해 사진찍기 좋은 비쥬얼을 연출했는데 그 것도 히트 요인 중 하나였다. ‘딸기막걸리’, ‘밤막걸리’, ‘꼬막비빔밥 세트’ 등의 차별화된 메뉴가 더해지며 브랜드는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가맹점 문의도 이어졌다. 전포여관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구의농원’, ‘영동가든’ 등 새로운 브랜드도 론칭했다.
◆점포여관의 성공비결은?
전포여관은 현재 28개의 가맹점이 운영되고 있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오상윤 대표가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실패를 배움의 동기로 삼았다.
보통 큰 실패를 하면 포기하고 다시 도전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오 대표는 오히려 실패를 배움의 동기로 삼았다. 실패 후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둘째, 오래 함께 한 팀과의 신뢰다.
오상윤 대표의 파트너는 10년 이상 함께 했다. 또 다른 현장 책임자는 20대 초반에 직원으로 입사해서 지금은 사업 파트너로 성장했다. 그 사이에 결혼하고 서울에 아파트도 장만했다. 전체 회사 지분도 주고, 신규로 론칭한 직영점에도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자신과 오래 함께 하는 직원들에게 경제적인 보상 동기를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말로만 '오래 가자', '함께 하자', '성공하면 잘 해줄게'라고 말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 다양한 동기를 부여하고 그 것을 실천에 옮긴다.
그렇게 함께 하는 동료들을 배려하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영을 하다보니 오 대표 자신이 현장을 벗어날 시간도 확보하고 공부를 하고 사업 구상을 할 시간적 여유도 갖게 됐다.
◆악마는 디테일에 강하다
셋째 작은 아이디어도 놓치지 않는다. 여관 콘셉트, 칸막이 구조, 막걸리 메뉴의 세분화 등은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핵심 요소였다. 여관방같은 나지막한 칸막이는 사람들 사이의 적당한 거리감과 사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레트로 간판과 조명은 70, 80년대 여관과 하숙집의 간판 서체와 톤앤무드를 연출한다. 그리고 그 콘셉트를 위해 여관 열쇠 등 다양한 소품을 적재 적소에 배치해서 활용하고 있다. 주막과 여관 콘셉트를 결합해 전통 막걸리와 한식 안주를 구성한 식음 콘텐츠는 밥과 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술을 적게 마시고 한 공간에서 밥술을 해결하려는 2030세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간에 이야기를 담다
넷째, 이야기 마케팅이다. 사업에 스토리와 감성을 더해서 고객과 공감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전포여관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레트로와 뉴트로가 공존하는 감성 공간으로서 여관과 열쇠라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테이블마다 여관방 번호가 부착돼 있다. 열쇠가 있는 것은 과거로의 시간을 이어주고 한 끼와 한 잔의 여운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라
다섯째, 고객의 마음을 읽는 데 탁월하다.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세대의 특성을 메뉴와 인테리어에 녹여내어 매장을 SNS 콘텐츠화 했다. SNS 시대에는 고객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이 중요하다. 자발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전포여관의 모든 메뉴는 사진 찍기에 적합하다.
가장 인기있는 술은 딸기폭탄 막걸리인데 막걸리를 받아들면 손님들은 카메라부터 꺼낸다. 빨간 딸기가 가득 들어가고 벌꿀이 가미돼 달짝 지근한 막걸리는 사진 맛은 물론 MZ세대가 좋아하는 맛이다. 밤막걸리나 요거트 막걸리 위에는 글자를 새겨주는데 이 또한 사진 찍을 거리를 제공한다. 꼬막비빔밥, 산더미불고기 전골도 마찬가지다. 메뉴를 받아들면 저절로 카메라를 켜고 싶게 만든다.
◆불황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비결
다섯째, 가성비 있는 가격이다. 요즘은 정말 불황이 심하다. 고객들이 지갑을 닫았다. 요즘같은 때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성비가 중요하다. 전포여관의 메뉴는 한식 요리지만 부담없는 가격이다. 가맹점 사업자의 이익과 고객의 호주머니 사정을 모두 고려한 가격이라 젊은 대학생들에게 부담이 적다.
여섯째, 가맹점, 시스템보다 사람이 중심인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려고 노력한다. 2025년 현재, 전포여관은 창업 초기보다 훨씬 정돈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오 대표는 여전히 시스템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가맹점주들과의 신뢰, 직원들과의 팀워크, 고객과의 정서적 연결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가맹비는 낮추고, 로열티는 카드 매출의 2%로 제한하며, 소스류만 본사가 공급한다. 이런 최소화한 운영 방식은 가맹점주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최근에는 극심한 불황을 겪는 창업자들을 위해 여러가지 창업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계속 배우고 진화한다
일곱째, 주점과 한식 메뉴의 조화다. 주점은 유행을 타기 쉽다. 그 것을 보완해주는 것이 한식 요리다. 한식은 누구나 오래 , 자주 먹고 싶은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기호식에 가까운 특성을 보이는 술집에, 안정적인 매출을 가능하게 해주는 다양한 한식 요리가 밥과 술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며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고 싶은 매장을 만들었다. 그래서 전포여관은 2030들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주거지 부근에 들어가면 가족 단위 고객들이 함께 오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덟째, 끊임없이 변화하며 도전한다. 오상윤 대표는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다. 배움은 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배움을 기반으로 계속 변화하고 새로 도전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브랜드가 구의농원, 영동가든이다. 두 매장은 직영점인데 조직원들도 사업 파트너로 참여시켰다. 두 직영점은 월 3천만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며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구이의 비쥬얼은 물론이고 소스, 곁들임 반찬, 식사 메뉴까지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 쓴 정성을 고객들이 인정해준 것이다.
사진=영동가든
◆K푸드 시대의 새로운 도전은?
전포여관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다. 그것은 실패의 경험을 디딤돌로 삼아 사람 중심의 철학으로 일구고 있는 이야기 공간이다. 오상윤 대표는 시스템과 숫자만을 쫓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사람과 신뢰, 감성으로 움직이는 브랜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오 대표는 두 가지에 관심이 있다. '지속가능성'과 '해외 진출'이다. 홍콩, 베트남, 필리핀 등에 진출해서 K푸드의 가능성을 알리고 싶다. 지금 현재 하고 있는 브랜드를 가맹점 사업자, 함께하는 조직원, 파트너와 함께 오래 오래 하고 싶다. 이런 꿈을 위해서 그는 계속 배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전포여관은 감성적인 네이밍과 공간 연출이라는 감성을 무기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오상윤 대표가 바라는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해서는 감각적이고 실전중심의 브랜드 운영 역량에 지속가능한 매출 시스템과 브랜드 확장 구조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적인 브랜딩과 체계화를 적극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먼저 시장 중심 브랜드에서 팬덤중심 브랜드로 성장해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매장을 사랑하는 단골 팬층이 브랜드 메시지를 전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깊이있는 감성 콘텐츠와 굿즈, SNS콘텐츠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열쇠, 방명록, 방이름 등 전포여관 관련 전용 굿즈 콘텐츠 등 브랜드 자산관련 키 컬렉션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시 오고 싶은 이유를 제공하는 콘텐츠는 고객이 머무는 게 아니라 고객을 모으는 브랜드가 되게 한다.
매출 부문에서도 밥과 술이라는 기본 객단가 구조를 유지하면서, 시그니처 주류의 시즌 시리즈화와 칸막이를 여관방으로 설정해 00방 시즌 한정 메뉴 같은 추가 메뉴 구매 유도, 시즌성을 가미한 새로운 한식 시그니처 메뉴개발을 통해 매출을 견인할 수 있다. 스토리를 공식언어로 정의하고 이를 콘텐츠로 체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토리 없는 감성은 자칫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KFCEO과정,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주임교수. 저서 <CEO의 탄생><내 사업을 한다는것><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