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피자로 200억 투자유치, 맥도날드에 도전장 낸 30대 사장의 창업 성공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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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0,926 등록일등록일: 2022-02-09본문
햄버거는 싸고 빠르다. 이에 반해 피자는 맛은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햄버거처럼 간단히 먹기 어려우며 도우 만드는 공정도 복잡하다.
이런 피자의 단점을 보완해 피자계의 맥도날드가 되겠다고 선언한 청년 사장이 있다. 바로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의 임재원 대표다.
올해 34살이 되는 임 대표는 ‘피자도 햄버거처럼 빠르고 저렴하게 즐길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품고 1인 피자를 개발해 창업에 도전했다.
2016년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고피자는 2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하며 푸드테크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점포수도 국내외 합쳐 140개이다. 흔한 외식 메뉴인 피자로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도전하며 투자유치에도 성공한 고피자는 무엇이 다른 걸까?
◆피자도 햄버거처럼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순 없을까
임재원 대표는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간 뒤, 싱가포르에서 대학을 나왔고, 그 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서 광고회사, 자동차 회사, 스타트업 등에서 인턴생활을 많이 했다. 여러 회사를 다니며 특정 조직에 소속되기보다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해졌다. 이 때부터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컸다.
2015년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 계기가 있었다. 피자를 시켜먹는데 가격도 비싸고 너무 커서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이때 든 생각이 ‘피자도 햄버거처럼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없을까’였다. 임 대표는 자신이 그런 피자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혁신적인 도우 개발
우선 임 대표는 창업 전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 실전 경험이야말로 창업의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피자가게에서 일하며 피자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이유가 ‘운영 방식’에 있음을 알았다. 도우를 펼치고 오븐에서 피자를 굽는데 8분이 걸렸다. 피자를 작게 만들고 조리 과정을 빠르게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파베이크 도우’이다. 학원에서 피자를 배우며 연구를 거듭했다. 파베이크도우는 피자 모양으로 성형해서 초벌한 빵이다. 도우를 빚을 필요 없이 바로 토핑을 얹어 굽기만 하면 된다.
일반 도우는 냉동상태로 생지를 받아서 해동하고, 해동한 것을 다시 손으로 성형해야 해서 조리가 오래 걸린다. 도우가 흐물거려서 해동이 시작되면 보관이 힘들어 피자팬에 넣어서 쌓아둬야 한다.
파베이크 도우는 냉동고에 쭉 쌓아서 보관했다가 상온에서 해동하면 된다. 도우를 펼칠 필요도 없고 흐물대지 않고 빵 같은 느낌이 난다. 맛도 사람들이 먹을 때 미리 만들어둔 도우라는 걸 못 느끼게 식품공학적으로 개선했다.
◆명문대 나와서 푸드트럭? 금방 망할 줄 알았던 부모님
임 대표는 파베이크 도우로 2016년 푸드트럭 사업을 시작했다. 부모님들은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알아서 해보라고만 했다. 당연히 빨리 망할 줄 알았던 것이다.
푸드트럭을 시작하며 다른 푸드트럭을 많이 보러 다녔다. 푸드트럭은 매장이 없다보니 음식을 먹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줄서는 게 불편해보였다.
임재원 대표는 남다른 시도를 한다. 대기번호를 받고 자기 차례가 되면 모니터에 뜬 번호를 볼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차량에 모니터를 부착하는 것이 불가능해 TV를 활용했다. 영업중일 때는 TV를 달고 영업이 끝나면 트럭안에 TV를 보관하다보니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동안 TV가 부숴지기 일쑤라 10대가 넘는 TV를 사용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는 부분에 대해서 끈기있게 실천하려고 했던 임재원 대표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준비한 파베이크 도우와 푸드트럭으로 여의도 밤도깨비 시장에서 1인용 피자를 팔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 계속 야시장에 참가했고,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도 진행하고, 2017년에는 고피자 법인도 설립했다.
◆창업초기,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위기에 놓은 적도
푸드트럭은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재미와 낭만이 있어서 힘든지 모르고 버텨냈다. 정작 가장 힘들었을 때는 비젼을 갖고 법인을 설립했을 때다. 사무실을 내고 직원을 채용했는데 투자유치가 되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다.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할 위기에 놓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엔젤투자가 들어오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자동화 화덕 개발이었다. 피자 화덕을 다루는 게 매우 힘들었다. 화상의 위험도 컸고, 다루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만들어지는 결과물의 차이가 컸다. 균일하게 피자를 구울 수 있는 화덕이 필요했다. 9개월을 투자해 1인 피자 6개를 3분 안에 구울 수 있는 화덕 ‘고븐(GOVEN)’을 개발했다. 기계가 회전하면서 자동으로 피자가 구워져서 사람이 별도로 피자의 위치를 조정할 필요가 없는 화덕이다.
이렇게 개발한 도우와 화덕으로 2018년 대치동에 1호점을 열었다. 기관투자 10억을 받아 오픈했다.
◆주문 후 5분만에 나오는 5000원대 피자
어렵게 문을 연 대치동 1호점은 고피자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신기술을 접목해 주문 후 5분만에 나오는 5000원짜리 1인 피자는 고객을 놀라게 했다. 13평 공간에서 월매출 6000~7000만원이 나왔다.
매출로 사업성을 검증하면서 고피자는 급성장을 했다. 현재는 국내외 합쳐 140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상기폴, 인도 등 해외에만 직영매장 20개가 운영되고 있다.
가맹점 수가 늘어나면서 기술 업그레이드에도 계속 투자하고 있다. 초기에 개발했던 자동화 피자화덕 고븐 1.0은 기존에 보급돼 있는 피자 화덕과 다르다. 3~4평 주방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크기를 소형화했고, 피자 5판이 자동으로 돌아가면서 구워지도록 온도도 자동조절 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삽으로 피자를 넣고 빼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븐 2.0 모델인 고봇을 개발했다. 고봇은 콘베이어 방식을 도입했다. 화덕에서 나온 피자를 로봇이 자르고 알맞게 소스를 뿌려주고 토핑한 다음 자동으로 따뜻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피자를 자르고 알맞게 소스를 뿌려주고 식지 않게 관리까지 해주는 협동로봇 ‘고봇스테이션’과 토핑을 관리해주는 ‘AI 스마트 토핑테이블로 주방 운영이 한결 간편해지고 있다.
현재 직영매장인 서울 교대점과 까치산역점에서 테트스 운영 중이며 안정화를 거쳐 올해 안에 해외 수출 및 가맹점 확대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개발된 소형 맥도날드 매장?
기존에도 1인 피자전문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피자를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값이 저렴한 1인 피자를 팔아서는 충분한 수익성을 남기기 어렵다는 가장 큰 이유다.
고피자가 1인 피자로 성공하는 것은 파베이크 도우와 특허받은 전용화덕인 고븐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방식을 단순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10평대 작은 매장에서 1인 피자 운영이 가능해졌다. 향후 고븐2.0모델인 고봇이 매장에 도입되면 매장 운영 효율이 훨씬 더 개선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1인 피자로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있다. 미국 5대 피자브랜드로 성장하면서 피자를 패스트캐쥬얼 브랜드로 만든 블레이즈 피자다. 하지만 블레이즈 피자는 고피자와 시스템이 다르다. 피자 토핑을 고객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과 큰 화덕 그리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최소 3~4명의 인원이 있어야 한다. 고피자와 비교가 안된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고피자는 작은 매장에서 빠르고 저렴하게 즐길 수있어 효율성을 기반으로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개발된 소형 맥도날드 매장에 비유할 수 있다.
◆흔한 메뉴 피자로 200억 투자유치에 성공한 이유는?
임재원 대표는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매년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왔다. 일반적으로 피자같이 흔한 외식 프랜차이즈는 굳이 투자를 유치하지 않아도 된다.
투자자들 역시 이미 성숙기 아이템에다 브랜드력도 없는 작은 피자가게에 투자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그런데 어떻게 임대표는 1인 피자 아이템으로 2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을까?
초기에는 엔젤투자를 받았고 이후에 기관투자를 받았다. 임대표가 흔한 피자 아이템으로 엔젤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비젼과 접근 방법이 달라서였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투자한다. 임대표는 단순한 피자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피자업계의 맥도날드라는 비젼을 명확히 제시했다. 거기다 스마트기술을 도입해 업그레이드하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형 스마트 레스토랑에 대한 지향점을 명확히 제시했다.
아울러 한국에서만 성공했을 때는 통상적으로 큰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출점 전략을 세웠다.
투자자들은 한국 외식업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함께 만들고 싶어했다. 고피자의 독보적인 기술력, 그리고 임 대표의 원어민 수준의 영어능력과 해외 네트워크도 투자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 투자자들이 글로벌 사업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한 것이다.
◆1인 운영으로 월 2천만원 이상 매출 가능한 창업 모델
창업 아이템으로서 고피자의 가장 큰 장점은 피자를 만들고 운영하는 게 쉽다는 점이다. 편리한 도우와 자동화 기술력 덕분이다 .
아르바아트생의 도움을 받으면 점주 1인이 월 2000만원대 이상까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고피자 매장의 일반적인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고피자는 1인 피자이므로 점심시간 등에 내점 고객 비율이 높다. 홀에 고객이 붐비는 시간대에는 홀 매장을 지원해주는 파트타임 인력이 필요하다. 자동화 시스템 덕에 조리에 필요한 1명 정도의 인건비가 절약되는데 월 250~300만원 선이다.
매출 2천만원대 매장이라면 점심 저녁 시간대 피크타임에는 점주와 지원 인력 1명이 필요해 2명이 상주하는 게 좋다. 원가율은 객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1인 피자임에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적인 구조는 매출 3000만원에 가맹점주 1인과 정규직 1명을 채용하는 것이다. 현재 운영되는 매장들의 월 매출액은 상위권이 5천만~7천만원대, 중위권이 3천만원대 전후이고 평균적으로 2천만원 중후반대다.
코로나 이전에는 내점 고객이 60% 이상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내점이 40% 정도 된다. 60%가 배달이다. 배달 고객들은 혼자서 여러개를 먹거나 종류별로 다양한 피자를 주문해서 즐긴다. 배달일 경우 객단가는 1만8000~2만원선.
내점객도 보통 음료 등과 세트 메뉴를 즐기므로 테이블 단가는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에서만 매장 13개 돌파
고피자는 국내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와 싱가포르, 홍콩을 포함해 4개국에 진출해있다. 타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다른 점은 해외 지사가 마스터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고피자 본부 직영이라는 점이다. 매장도 직영이다. 해외에는 현재 2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해외 지사의 직원 수는 총 70명이다.
가장 먼저 진출한 나라는 인도와 싱가포르다. 인도는 주식인 ‘난’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피자를 선호한다. 그러나 인도의 벽은 높았다. 낯선 형태의 피자에 반응이 냉랭했다. 그래서 현지화에 집중했다. 인도인의 대부분이 채식주의자인 것에 착안해 메뉴 80% 이상을 베지테리언 메뉴로 구성했다. 처음에 낯선 피자를 외면했던 인도 소비자들은 서서히 고피자에 매료됐다.
싱가포르에서도 처음에는 고전했으나 기존 피자 시장에 진입해있는 미국과 이태리식 피자에 맞서 한국식 피자로 도전했다. 양념 치킨이나 불고기 맛 등 한국적인 맛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전략이 통해서 현재 싱가포르에서만 13개의 매장을 돌파했다. 올해 안에 싱가포르에서 피자브랜드로 톱3에 들어가는 것이 고피자의 목표다.
◆10년 내 매장 1만개가 목표
임 대표는 고피자가 놀라운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회사를 투명하게 모범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가맹법 강화를 힘들어한다. 하지만 임재원 대표는 오히려 가맹법 강화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가맹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가맹점과의 상생, 사회기부 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착한 프랜차이즈 인증도 받았고 식약처 표창도 받았다.
고피자의 목표는 10년 내 매장 1만개 달성이다. 이는 고피자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미션이다. 푸드스타트업에서 고피자처럼 투자를 많이 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고피자가 성공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고피자가 우수사례가 되어야 또다른 푸드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를 통해 건겅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