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안 작은 식당을 소문난 맛집으로 만든 비결은?
페이지 정보
조회:9,489 등록일등록일: 2022-01-27본문
골목안에 있는 작은 식당이지만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멀리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손님이 넘쳐서 가까운 곳에 점포를 2개나 더 냈다. 3개의 직영 매장이 모두 자가 소유의 점포라 임대료 걱정도 없다. 부산의 대표적인 맛집 ‘주례수육칼국수(이하 주례수칼)’ 조영준 사장 이야기다.
임대료 걱정없이 맛집을 운영하는 조영준 사장은 식당 사장님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작은 골목안 작은 식당이었다. 골목안 작은 식당을 지역 맛집으로 키우고 사업을 확장한 비결은 뭘까?
◆ 목이 안좋은 자리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요즘 식당 사업을 하려면 목 좋은 장소에, 화려한 인테리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례수칼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부산의 대표적인 맛집 ‘주례수육칼국수’는 골목 안쪽의 C급 상권에 위치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오픈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골목길 안쪽에 있는 매장이다보니 이런 자리에서 어떻게 성공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조영준 사장이 말하는 첫 번째 비결은 가성비다. 대표 메뉴인 수육칼국수와 물밀면이 5000원, 비빔밀면이 5500원, 수육이 8000원이다. 칼국수에는 수육 칼국수에는 수육이 5점이 올라간다. 국수와 수육을 함께 시켜도 2만원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부담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 저렴한 음식으로 장수매장이 되려면
하지만 싼 음식점은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싼값은 호객에는 도움이 되지만 맛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재방문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갖춰야 하는 두 번째 조건은 맛이다. 면요리에 수육까지 얹어주는데도 주례 수육은 식재료 원가율이 낮고 수익성도 높다. 면요리가 원래 원가가 낮기도 하지만 대신 맛을 내는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칼국수과 밀면은 자가제면으로 만든다. 오전 오후 하루 2번 만드는데, 손으로 밀지는 않고 기계를 사용해 만든다. 반죽을 해서 모양을 납작하게 만들어서 비닐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고 숙성시킨다. 주문이 들어오면 3인분 만큼 끊어서 기계에 내려서 조리한다.
육수도 완제품을 공급받지 않고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육수는 3번 정도의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멸치와 야채를 넣고 끓이고 두 번째는 간장, 생강, 소금 등을 넣고 끓인다. 마지막으로 감초, 다시마, 양파 등을 넣고 다시 끓여야 육수가 완성된다. 육수는 약간 진하게 만들어서 식힌 후 정수물과 섞어서 간을 맞춰서 사용한다.
수육도 한꺼번에 삶아 놓는 게 아니라 하루에 많이 삶으면 6번까지 삶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에 12번까지도 삶았다. 다른 곳처럼 냉동시켰다가 찜기에 찌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맛이 다르다. 삶아서 냉면 삶는 솥에 두면 밑에서 뜨거운 스팀이 계속 올라와 따듯하게 보관했다가 손님상에 내갈 수 있다. 이런 수고가 저렴한 가격으로도 맛을 내는 비결이다.
밀면집에 고기를 납품하다가 나도 밀면집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조 사장은 밀면집을 하기 위해서 유명한 밀면전문점에서 노하우 전수비를 내고 6개월 동안 월급도 받지 않고 일을 배웠다.
하지만 밀면은 계절성이 너무 강했다. 겨울철에는 장사가 너무 안 돼서 버티려면 집을 사가지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식은 맛집이 되어야 하고 맛집이 되려면 오래 버텨야 한다. 월세만 안 내면 오래 버틸 수 있을 것같았다. 그래서 첫 매장은 아예 골목 안쪽에 있는 집을 사서 거기서 장사를 시작했다. 2층이 살림집이고 1층이 매장이다. 간판도 밀면집으로 하지 않고 수육을 얹어주는 수육칼국수집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실제로 오픈하고 한동안은 하루 매출이 3만원, 5만원, 10만원도 안 되는 날들이 많았다. 골목 안쪽인데다 홍보가 되지 않아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없었던 것이다. 사업초기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월세를 내지않아도 되는 자가소유 점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사가 잘돼 첫 매장을 찾는 손님이 넘쳐서 받을 수 없게 되자 두 번째 세 번째 매장을 냈다. 모두 임차가 아니고 그때까지 번 돈으로 상가주택을 직접 매입해서 장사를 하고 있다.
밀면집에서 칼국수를 팔면 칼국수 매출이 낮을 수 있지만 칼국수집에 밀면이 있으니 칼국수가 주력 메뉴라고 생각해서 덩달아 칼국수도 잘 팔린다.
주례수육칼국수가 골목길에서 버티며 맛집이 된 또다른 비결이 있다. 다섯 번째 비결은 젊은 고객이 많다는 점이다.
조영준 사장은 한식이라고 해서 연세가 많은 사람들만 타겟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고령자들은 맛을 즐기는 것으로 끝나지만 젊은 고객은 만족하면 블로그나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준다.
홍보가 부족해서 매출이 형편없던 시절, 한 젊은이가 방문해서 먹어보고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리뷰를 올려줬다. 그 젊은이는 파워 인플루언서도 아니었지만 좋은 내용으로 리뷰가 올라가자 점점 젋은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젊은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이 새로 리뷰를 올려주는 선순환이 계속 됐다. 그렇게 가성비 있는 맛집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방송국에서까지 출연 요청이 왔다. 방송의 위력은 컸지만, 그 시발점은 만족한 고객 한 명 한 명이 올리는 블로그 리뷰다.
맛과 가격으로 만족한 고객들의 리뷰가 쌓이지 않고 대박이 나려는 심보는 도둑놈 심보다. 실제로 방송을 타고도 맛과 가격에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반짝 인기로 그친 경우가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밀면의 여름 육수를 겨울에 미리 만들어놓는 이유
여섯 번째, 맛을 연구하면서 깨알같은 노하우를 쌓아가야 한다.
부산은 밀면으로 유명하다. 500개 넘는 매장이 골목마다 있다. 밀면 매니아들은 여름에는 무조건 일주일에 5번씩 먹는다.
조 사장 가게도 여름이면 밀면이 잘 나간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인데, 육수에 비밀이 있다. 완제품 육수를 받아서 사용해도 되지만, 조 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밀면의 여름 육수는 겨울에 미리 만들어둔다. 아주 짜게 원액으로 만들어 보관해놓는다. 그 이유는 큰 가마솥에 끓여서 식힐 때 육수가 차가워야 기름이 위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는 위에 기름 떠오르지 않는다. 겨울이라야 기름이 하얗게 잘 굳는다. 육수는 상온에 두어도 너무 짜서 상하지 않는다. 진한 엑기스라 시골의 간장과 같다.
조 사장의 비빔밀면도 다른 곳과 맛이 다르다. 비결은 직원들이 직접 비벼서 주는 것이다. 비빔면 소스를 밀면 위에 얹어서 내보내면 훨씬 편하다. 주문이 많을 때는 손목이 아프지만, 주방에서 라텍스 장갑을 끼고 비벼서 나가는 것과 손님이 젓가락으로 비비는 것은 맛 차이가 크다.
음식이 나갈 때도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양념장은 만들어서 무조건 숙성시킨다. 보통 10일에서 15일 정도 숙성시키면 좋은데 일주일 정도 되면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 숙성되면 간장 성분 등이 퍼지면서 완숙하게 된다. 숙성이 잘됐는가 안됐는가는 손으로 비벼보면 안다. 다대기가 숨을 쉬기 때문에 온도도 잘 맞춰줘야 한다. 상온에 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냉장고에 넣는다.
◆아직은 열정적으로 일할 때...쉽게 돈 벌려는 사람들 보면 안타까워
조 사장은 3개 매장을 가족과 함께 운영한다. 각자가 매장을 하나씩 책임지고 맡아서 하기 때문에 매장이 분리돼 있어서 별다른 갈등은 없다.
사업에 관한 최종 결정은 조 사장이 하고, 주요 레시피 개발은 서로 협의해서 결정한다. 가족간의 갈등이 있을 때도 있는데 그건 조 사장의 지나친 열정 때문에 발생한다. 가족들은 이제 좀 쉬면서 편하게 살라고 하지만 조 사장은 아직까지는 그럴 마음이 없다.
조 사장은 계속 성장하길 원한다. 꾸준히 길을 걸어가는데 가다보니까 계속 가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다. 남들은 그것을 열정이라고 하는데, 조 사장에게는 열정을 가지는 게 쉬운 일이다.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니 그 안에서 그냥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잘 아는 분야이니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노하우도 알려주고 싶다. 부부가 테이블 6~7개 놓고, 소자본으로 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찾아와서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사람은 많지만, 자격을 갖춘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일부러 커피를 사주면서 면담을 해보면 열정적으로 일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부러 어려움과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허황된 꿈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면 대부분 겁을 먹고 다음날 안 나타난다. 맛집명성은 부러워하지만 정작 자신은 적당히 돈벌려는 사람들이 많다.
◆음식점 안 망하는 비결은?
조 사장은 음식점 창업은 정말 힘든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벽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런 사람이 성공한다. 그렇다면 음식점 창업해서 망하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오래할 생각을 하고 시작해야 한다. 잠깐 해서 돈 벌고 그만둘 생각으로 하면 돈벌기는커녕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할 것이다. 평생 업으로 생각하고 해야 성공한다.
둘째, 아파트에 돈을 투자하지 말고 가게를 사라. 내 가게를 갖고 있으면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도 가격을 마음대로 협상할 수 있다. 내 마음속에 경쟁력이 생기니까 누가와도 경쟁이 겁이 안 난다.
셋째, 메뉴 선정도 잘해야 한다. 반짝 메뉴말고 오래 갈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해야 장수하는 맛집이 될 수 있다. 요즘은 한식이라도 젊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메뉴를 해야 한다. 그래야 블로그 리뷰나 SNS에 올라가서 자발적인 홍보가 된다.
넷째, 메뉴를 단순하고 전문적으로 하라. 메뉴를 복잡하게 하면 손만 많이 가고 음식의 질도 떨어진다.
다섯째, 마진이 좋은 메뉴를 하라. 재료 가격이 너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선택하지 않는게 망하지 않고 가게를 오래 운영하는 비결이다. 칼국수와 밀면은 모두 밀가루가 주재료인데 원가가 매우 낮다. 최근에 밀가루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그래도 다른 식재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다.
“열심히만 하면 분명히 성공하는게 음식점이다. 단, 약삭빠르게 하지 말아야 한다.”
“음식 장사는 다른 사람의 돈과 마음을 빼앗아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손님에게 너무 잘해주려고 해도 안 된다.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저 담담하게 내 가게의 음식과 가격, 퀄리티에 맞는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게 가장 편하고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부산 인구가 350만이다. 가게에 하루에 200명 정도가 밥을 먹으러 온다고 치자. 매일 새로운 고객이 온다면 한달이면 6천명, 일년이면 7만2천명, 10년이면 72만명이 온다. 언제든지 새로운 고객 오니까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된다.”
조영준 사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