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무인카페로 커피스타트업 창업한 청년사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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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0,207 등록일등록일: 2022-01-27본문
커피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한민국.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기는 것은 커피숍밖에 없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커피창업이 인기인 요즘. 커피숍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눈길을 끄는 스타트업이 있다. 플랜즈커피’이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요즘, 플랜즈커피 최준혁 대표(33세)도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케이스다. 수업시간에 창업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다.
플랜즈커피는 오피스 무인커피 사업을 한다. 기업에 밴딩머신인 커피스테이션을 설치해 사내 무인카페를 만들어준다. 이제 창업 4년차. 처음에는 생소한 개념이라 도입하는 기업이 적었지만 지금은 사내 무인카페를 설치하는 기업들이 제법 늘어나고 있다.
◆수업시간에 아이디어 내고 대학 창업 동아리 활동하며 창업테스트
최준혁 대표는 경희대 경영학과 재학중이던 대학 4학년 때 비즈니스 모델론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가상 아이디어를 사업모델로 만들어서 발표하는 수업이었는데 ‘무인카페’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대부분 일회성 발표로 끝나는데 최 대표는 소비자로서 자신의 실제 욕구를 아이디어로 냈기 때문에 도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구체적인 사업화를 위해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금지원 공모에 도전해 선발됐다. 거기서 받은 지원금으로 사업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할 수 있었다.
시제품을 만들어서 대학내에서 한달간 판매활동을 했던 것. 최소 기능만 구현한 밴딩머신을 직접 만들어서 실전에서 테스트했다. 반응이 좋았다. 창업에 도전해도 될 것 같았다. 자신감을 얻고 2017년 2월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창업성공패키지 지원해 1억원으로 지원받아
우선 팀을 꾸렸다. 최 대표와 대학 동기 1명, 다른 학교 출신 지인 2명. 친하게 지내던 고등학교 동창 4명이 의기투합했다. 혼자는 자신이 없었지만 여럿이 모여서 하니 힘이 났다.
4명이 조금씩 투자도 했지만 정부의 청년창업지원 제도를 십분 활용했다. 창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지원해 오피스 무인카페 아이템으로 1억원을 지원받았다. 브랜드명은 ‘플랜즈 커피’로 정했다.
플랜즈 커피는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 있는 커피를 마시자’가 콘셉트이다. 기업이 보유한 휴게 공간에 커피스테이션을 설치해 무인카페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커피스테이션이라는 밴딩머신이 핵심 장비이며, 기본이 1대, 수요가 많으면 2대까지 들어간다. 커피는 퀄리티 높고 명성있는 로스터리와 제휴해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설치비·운영비 0원. 커피 마시며 동료들과 게임도 즐긴다
플랜즈 커피의 오피스 무인카페는 수요가 있는 기업에 밴딩머신을 무료로 설치해준다. 운영비도 없다. 소비자가 마시는 커피 매출로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빌딩 안에도 커피숍이 많고 조금만 회사를 나서면 거리에 커피숍이 즐비하다. 그런데 직장인들이 무인카페를 이용할까? 그 것도 무료가 아니고 비용을 지출하면서?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현장의 반응이 해결해준다. 실제로 커피숍이 많은 빌딩에 무인카페를 설치했는데 일부러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플랜즈커피가 있는 라운지층으로 올라오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무엇보다 커피 퀄리티에 신경을 썼다. 캐그라는 용기를 통해 액상커피를 제공한다. 원두가 산화되어서 시간이 지나면 퀄리티가 떨어지는데 플랜즈가 공급하는 커피는 밀폐냉장보관이라서 퀄리티가 유지된다는 게 장점이다.
메뉴의 다양성· 품질에도 신경썼다. 비슷한 종류의 머신들이 대부분 분유를 사용하는데 플랜즈커피는 생우유를 사용한다. 가능한 이유는 자동배관세척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액상을 계속 신선하게 관리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커피 종류도 아메리카노, 라떼, 일반음료까지 15가지나 된다. 가격은 가심비를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다.
추출 속도가 빠른 것도 장점이다. 액상제공이므로 20초 이내로 한잔을 제공한다. 보통 갈아서 커피를 만들면 1분 이상 걸린다. 점심 시간 등 한번에 사람들이 몰려도 빠르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재미요소도 가미했다. 팀카드 지갑제도는 인기가 높다. 사내에 들어가 있으니까 회사가 팀별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지갑을 등록해두면 선결제를 통해 할인받는 방식이다. 복불복 이벤트같은 게임 프로그램도 내장돼 있다. 구매하기 전에 여러 가지 카드를 골라서 지뢰타기처럼 누르다가 당첨되는 사람이 그날 커피값을 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2팀 중 한 팀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기획했기 때문에 낼 수 있었던 아이디어다.
◆고객 입장에서 시스템 개발, 시스템에 숨어있는 노하우
고객만족 극대화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플랜즈커피의 커피스테이션에는 기존에 고객이 느끼던 사소한 불편과 문제를 해결해주는 숨겨진 노하우가 많이 담겨있다. 그래서 고객들은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이용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아울러 일반 커피숍은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도 크게 민감하지 않지만, 무인카페는 IT적인 완성도를 높여서 오류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 경쟁력있는 무인카페 설비를 만들고 있다.
4명의 창업자 중 2명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공대 출신이다. 최준혁 대표가 경영학, 1명이 생물학 전공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동료가 위생관리를 책임진다. 커피스테이션이 설치되면 회사에서는 무인카페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 플랜즈 커피 매니저가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시스템을 관리한다.
플랜즈커피의 커피스테이션은 계속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 레시피 개발에도 착수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 맛이나 음료 조합을 찾아서 커피 스테이션에 등록해두면 1단계로는 자기가 마실 수 있고, 차후에는 레시피를 다른 사람과 별점을 매기며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런 고도화 과정을 통해서 플랜즈커피는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무인카페가 아니라 사내 문화를 만들고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기업 내의 핫플이 되고 있는 무인카페
현재 플랜즈 커피의 오피스 무인카페는 분당 두산타워, 두산 신사옥를 비롯해 스타트업 기업에 많이 보급돼 있다. 매출액이 조단위대인 큰 기업들도 있지만 설치 공간에 제한은 없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공짜로 커피를 먹을 수 있는데, 누가 돈주고 먹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현재는 플랜즈커피가 들어가면 맛있는 커피와 함께 재미있는 게임도 즐길 수 있어 기업안에 즐거움을 주는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두산 신사옥의 경우 사옥 내에 카페가 2개가 있지만, 플랜즈 커피가 제3의 카페가 되고 있다. 하루 300잔 정도가 나간다. 라운지 공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동탄의 한 반도체 회사의 경우 하루 280잔이 나간다. 공단 지역이라 상권이 발달되지 않은 곳이다. 더운 날 추운 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맛있는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직원들에게 인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설치비 등에 부담이 없는데 복지가 향상되므로 일석 이조다.
플랜즈 커피의 재구매율은 90% 이상이다. 만족도가 높고 하루에 한 사람이 0.7잔 정도 마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타트업 도전은 최고의 성장 방법
취업대신 창업을 택한 최준혁 대표가 느끼는 창업은 어떤 것일까? 개인의 성장속도만 본다면 스타트업 창업이 최고라고 말한다. 잘 못하면 회사가 망하니까 젖먹던 힘도 다 짜내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역량이 커지고 빠른 속도로 필요한 것을 배우게 된다.
특히 회사의 시스템을 만들면서 배운 게 많다. 리스크 관리, 자금관리, 자원배분 등 많은 문제가 사람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좋은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경영자로서 균형을 갖추는 법도 배웠다.
“나는 분석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면서 직관력을 키우는 법을 배웠다. 기업 경영은 분석만 해서는 안되고 뛰면서 스피드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시도를 많이 하고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적용해서 개선하고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최준혁 대표가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뭘까? 최 대표는 경험이 없는 청년창업자라면 가급적 혼자 창업하지 말고 팀을 구성해 창업할 것을 권한다. 때로는 구성원들 사이에 의견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이 바로 발전이다.
“팀이 있으면 책임감도 생기고 대응하기도 좋다. 초기에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이 헤쳐나갈 동료가 필요하다. 힘들 때도 팀이 있어서 든든하다.”
◆오피스 무인카페 시장의 입지를 넓혀나갈 계획
최 대표는 지난 4년간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개인시간도 조금씩 갖고 건강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사업을 잘하려면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식단관리, 몸 관리 등 신체가 건강해야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잘 이겨낼 수 있다. 아직 미혼인 4명의 파트너들이 함께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올해는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랜즈 커피가 지금까지 중점을 둔 것은 <한 스팟에서 얼마나 매출을 올릴 수 있느냐>였는데 그것은 검증됐다. 높은 재구매율이 고객들의 만족도를 대변해준다.
다음 스텝은 무인카페가 설치되는 스팟을 늘리는 것이다. 기업입장에서는 투자없이 복지를 향상시킬 좋은 방법인데 신생기업이다 보니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
올해의 목표는 수요가 유동적인 거점오피스에 최적화된 플랜즈 커피 스테이션 서비스를 확립해, 오피스 무인카페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