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의심리칼럼] 악성댓글(1)-사이버 폭력과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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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2,419 등록일등록일: 2022-02-11본문
악성 댓글, 부당한 비방, 욕설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부자비즈가 5회에 걸쳐서 심리학 측면에서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의 특징과 심리 극복 방법을 연재 합니다. 주변에 악성댓글로 고통받는 분들과 공유해주세요. 더 이상 악성댓글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생기게 해서는 안됩니다.
최근 남자 배구선수 김인혁(27·삼성화재 블루팡스)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김인혁은 지난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부 네티즌이 쏟아낸 악성 댓글을 공개하며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김인혁은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10년 넘게 들었던 오해들, 무시해 버리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는데 저도 지친다”라며 “저를 옆에서 본 것도 아니고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를 괴롭혀온 악성 답글은 이제 그만해달라. 버티기 힘들다”라고 호소했다.
김인혁은 “화장 한 번도 한 적 없고, 남자 안 좋아하고, 여자친구도 있었고, AV 배우도 안 했다”라며 “마스카라 안 했고 눈화장도 안 했다. 스킨로션만 발랐는데 이것도 화장이라고 한다면 인정하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문제의 핵심은 김인혁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동성애자 또는 여성적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오해하고 조롱하는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비난 댓글이 그치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 유튜버이자 트위치 스트리머인 잼미(27·조장미)가 악성 댓글로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지난 5일 뒤늦게 전해졌다. 전날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숨진 채 발견된 스포츠 선수 소식에 이어 전해진 비보로, 악성 댓글 근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성 댓글의 현황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해에만 악성 댓글 등 인터넷 게시 글로 발생한 온라인 명예훼손·모욕 사건이 1만4,908건에 이른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10대의 48%, 20대의 29%가 악성 댓글 작성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네이버나 다음 사이트의 구축이 잘 되어 있기에 이를 악용하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
▶악성 댓글의 특징
악성 댓글은 상대방을 비방, 모욕, 오해하는 말, 지위를 깎아내리는 말, 평가, 멸시와 같은 언어폭력, 오해와 왜곡된 정보를 유포해서 피해자를 개인적, 심리적 및 사회적으로 명예에 손상을 주고 심리적인 학대를 하는 언동들이다. 악성 댓글에는 특정 개인을 인신공격하려는 경우가 있고, 기업, 상점 또는 상품을 상대로 모함하려는 악성 댓글 등이 있다.
악성 댓글은 사실에 입각한 내용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악의적인 목적으로 유명 연예인들의 행동, 말 등을 왜곡해서 상대방의 인격을 비하, 공격, 상처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건강한 댓글은 상대방을 공감하고 수용하면서 격려하는 긍정적인 메시지다.
악성 댓글의 특성은 당사자가 가해자의 글을 사실에 근거해서 해명해도 지속해서 피해자의 주장을 더 왜곡하고 더 피해를 주려고 시도한다. 애초부터 가해자들은 사실에 근거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들의 주장은 망상적 수준이다. 또한 가해자는 마치 피해자의 마음을 독심술을 해서 알아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악성 댓글은 작성자의 내면을 반영하는 현실성과는 아주 동떨어진 왜곡된 내용이다.
▶악성 댓글이 언어 폭력적인 이유
악성 댓글은 대체로 사이버상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 때문에 공격성을 억제하거나 필터링하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공격성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공간이 된다.
또한 사이버 공간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표정 및 상황을 고려해서 그 진위를 판단할 근거가 없기에 이글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그 내용에 쉽게 동조하고, 일종의 사이버 군중 심리 효과로 인해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면 “묻지마 식” 집단으로 공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이버상에서의 욕이나 비방하는 말은 언어의 속성상 오프라인 상황에서와 같이 부정적 효과는 비슷하거나 더 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이버상에서 정제되지 않은 강한 비방 및 욕설은 피해자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외상과 상처가 될 수 있다. 또한 사이버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악성 댓글에 대해 자동으로 반응하는 공범자들이 많을 수 있다. 주관이 없이 가해자의 악성 댓글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사이버 가해 공범자들이고 폭도들이다.
(악성댓글의 심리적 특성과 극복 방법, 다음편에서 계속 연재됩니다)
채규만. 현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성신여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부부 및 성 상담 전문가, 한국 및 미국 임상 심리 전문가. 일리노이 이공과대학 임상심리학 박사. 한국심리건강센터 대표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