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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의 심리칼럼] 45세 가장, 설 자리 없는 아버지들의 문제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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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2,829 등록일등록일: 2022-01-28

본문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질문: 저는 45세 가장입니다. 저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시는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고된 직장에서 돌아오면 피곤하기에 잠시 TV를 보면서 쉬려고 하거나, 주말에 잠을 좀 편히 자고 싶어서 늦잠을 자면, 자녀들은 같이 놀아주지 않거나 시간을 보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아내는 이런 상황을 보면 제가 집에서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거나 저를 비난해서 아내와 싸운 적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내는 저보다 자녀에게 더 관심을 보이고 챙겨 주면서 아내를 공주처럼 모시기 바라는 것 같아서 속이 많이 상합니다. 저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지요, 집에 오면 아내와 자녀들이 시간을 내 달라고 하지요, 몸이 열 개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쉴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어떻게 해야 제가 빵점짜리 아버지와 남편이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우울증도 오고 답답합니다. 박사님 좀 도와주세요.

 

답변: 직장에서 스트레스받고 가정에서 가족의 식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셔서 많이 힘드실 것 같네요. 특히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심리적으로 샌드위치가 된 기분을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가족을 위해서 자신이 희생하는 스타일과 ▲ 오히려 가족을 자신을 위해서 희생시키는 아버지, ▲가족에서 별로 존재 의미가 없는 3가지 스타일로 구별됩니다. 귀하는 희생적이지만 집에서 그만큼 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시니 서운할 것 같네요.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 결과는 많이 있는데, 최근에는 아버지의 역할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자녀들과 어린 시절에 안전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자녀의 자존감 및 대인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최근 연구가 있었습니다. 또한 아버지들의 역할에 관해서 아버지학교, 행복 뿌리, 또는 각 교회에서 좋은 아버지 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좋은 아버지의 중요성과 좋은 아버지가 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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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21세기에 아버지의 성역할은 양성적인 역할이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남성 성 역할은 직장에서 돈을 열심히 벌고, 가정의 중요한 결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가사는 아내에게 맡기고 심하면 집에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편 전통적인 여성은 가사 일과 자녀 양육을 전담하면서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심리학자 샌드라 벰에 의하면 남성이나 여성이나 자신의 전통적인 성역할뿐만이 아니고 상대성의 역할도 할 수 있는 양성적인 성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남성이 회사에 다니지만, 가정에서 요리 및 가사도 할 수 있고, 여성도 가사 일을 하지만, 남성이 하는 일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이니까 집에서는 아내가 차려 주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얼마든지 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의 70%가 맞벌이를 하고 상황에서 남성은 직업이 있지만, 가정에서도 완벽한 주부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남편이 가사 일을 도와준다고 생각은 전통적인 성역할의 태도이고, 가사 일 역시 남성의 일이기에 아내가 요구하거나 인정하지 않아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양성적인 성역할 태도입니다.


미국이나 서구의 많은 남성은 가정에서 자신들만의 잘하는 요리가 있고 자녀를 공통으로 양육하는 양성적인 남성 역할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남성들도 사업으로 돈도 많이 벌지만, 가정에서는 가사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특기 요리 하나 정도는 잘 할 수 있는 양성적인 남성이 되었으면 합니다.

 

둘째: 남편으로서 아내의 든든한 정서적인 지지자가 되어야 합니다.

남편 처지에서는 시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아버지의 처지에서는 자녀들을 잘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것이 남자의 심정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남성은 남편으로서 아내를 정서적으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어야 여성은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아내를 심리적, 신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최상의 아내 역할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아내에게 자주 애정을 표현하고 아내는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이기에 절대로 아내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항상 심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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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아버지로서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자존감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녀들에게 자장 중요한 자원은 자신을 스스로 수용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자신감입니다. 자녀들의 자신감은 부모님 특히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적절하게 해 줄 때 형성됩니다. 흔히 자녀가 잘하면 속으로 즐거워하고, 잘못하면 따끔하게 나무라 주어야 한다는 자녀 지도법은 현대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자녀들이 잘하면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실수하면 같이 대화를 해서 다음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같이 나누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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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로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주어야 합니다.

귀하와 같이 일을 열심히 하면서 피곤해서 집에서 잠이나 자고 혼자서 TV를 보시면, 많은 경우에 가족들은 아버지가 수고해서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자신들과 같이 함께 생활로 삶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서운하게 생각하고 힘들어합니다.


돈을 잘 벌어서 가족을 잘 먹여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내나 자녀들의 처지에서는 “가족을 정말 위하면 돈은 좀 적게 벌어도 좋으니 가족들과 시간을 같이해 주고, 집에서 피곤하다고 짜증을 내면서 온 가족을 긴장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요구합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은 사춘기가 지나면 부모들이 시간을 내 달라고 해도 부모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퇴근해서 피곤하면, 회복할 시간을 가지시고, 하루에 일정한 시간 자녀들과 질적으로 높은 시간을 보내시고, 자녀들과도 주말 데이트를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다섯째: 아버지는 가정에서 정신적, 영적으로도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삶에 매달리다 보면 우리가 어디로 향해서 가는지 방향을 잃고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항해하는 배의 선장처럼 우리 배가 어디를 향해서 얼마만큼 가고 있는지를 체크하고 가족들과 공유해야 배가 좌초하지 않습니다. 물론 방향을 정할 때는 아내나 가족의 의견도 참조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종교생활면에서도 가족들에게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은 대체로 체면과 권위를 중요시하고 가족 식구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이 들면 화를 내고 심하면 폭력으로까지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 식구들에게 희생과 배려를 통한 존경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 무조건 복종하고 순종하라는 지도력은 부작용이 많습니다.


이 기회에 아내와 가족 식구들에게도 부탁을 드립니다. 당신 가정의 아버지, 남편은 완벽하지도 않고 아주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아버지들의 부족한 면을 보더라도 불평 대신에 격려를, 실망 대신에 희망을, 비판과 평가 대신에 다음에 잘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 주세요. 요즘 세상에 남자로 살기도 아주 힘듭니다. 자녀들 앞에서 아버지들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말고 아버지의 체면을 살려 주고, 치켜 주시고, 고쳐야 하는 점들은 좀 부드럽게 말씀하시면서 접근해 보세요. 남자들이 강한 것 같아도 가족들의 인정과 칭찬에 굶주려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버지들은 아무리 힘든 일을 했어도 자신이 힘들어 번 돈으로 가족들이 즐겁게 먹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새 힘이 솟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이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도 잘하지 못하지만, 속마음은 항상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알아주시고 격려해 주세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삽니다.


채규만. 열린 사이버 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성신여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부부 및 성치료 전문가. 일리노이 이공과대학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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