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제품으로 창업 3년만에 연매출 4억원 올리는 30대 여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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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1,870 등록일등록일: 2022-01-10본문
직장생활은 안정적이지만 자신의 개성과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물리치고 불안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오늘도 수 많은 직장인들이 가슴 한켠에는 사표를 품고 회사를 나간다.
동물캐릭터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밀앤모이’의 서자현 대표(37)도 그랬다. 막연히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창업은 두려운 것이라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창업에 도전하는 직장인들은 어떤 계기가 있다. 참아왔던 것이 폭발하는 순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다. 그때 사람들은 용기를 내서 창업에 도전한다.
서자현 대표에게도 용기를 내서 내 사업을 결심하게 만든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창업 초기 안정된 직장과는 전혀 다른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3년만에 직장 생활할 때보다 훨씬 높은 소득을 올리는 내 사업을 갖게 됐다.
◆일러스트 작가가 꿈이었던 미대생
서자현 대표는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자동차 랜더링이나 핸드폰 디자인, 화장품 용기 등을 만드는 것이었다. 제품의 외형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는데 서 대표는 그것보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그림을 그려서 작업 하는 게 재밌고 적성에 맞았다.
홍익대학교 제품디자인과를 다닐 때는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며 매일 그림을 그렸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 ‘mill’이라는 작가명을 지어 아르바이트 활동도 했다. 소소했지만 좋은 기회가 많아서 대기업 광고의 삽화 작업도 해보고 쇼핑몰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려주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직장에서 생긴 작은 사건이 내 브랜드에 대한 열망을 폭발시키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취업을 해야 했다. 일러스트 작가로는 밥벌이가 안 됐다.
첫 회사는 화장품 제조회사였다. 주로 화장품 용기 패키지 디자인을 했다. 그 후 제약회사의 계열사에서도 유아용품 패키지 디자인이나 삽화 그리기, 포장 디자인을 하며 3년 정도 일한다. 창업 전 마지막으로 일한 곳은 주방세제와 화장품 등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그곳에서 5년간 패키지 디자인 일을 했다.
그렇게 10년간 주로 패키지 디자인 일을 해왔는데 연차가 쌓여갈수록 언제까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추는 틀에 막힌 디자인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창작한 캐릭터와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창작하는 즐거움보다는 요구사항에 맞춰 틀에 박힌 디자인을 하는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서자현 대표를 폭발하게 하는 일이 회사에서 발생했다.
문제가 있는 디자인이 그대로 인쇄가 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여러 부서에서 체크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지만, 모든 책임은 디자이너가 져야 했다. 그 상황에서 누군가를 원망한다기 보다는 그런 오랫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독립에의 열망을 분출시키는 계기가 됐다. 혼자 힘든 마음을 달래고 눈물을 훔치며, ‘이제는 그만 둘 때가 됐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어린 자녀를 둔 1인 주부 사업가의 창업 준비
결혼해서 아이도 있었던 서 대표는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감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이 그렇듯이 창업초기는 직장생활보다 훨씬 더 힘들다.
직장인이 창업하면 보통 직원도 없이 혼자 북치고 장구쳐야 하는 입장이므로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창업 초기 소득은 직장 생활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적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아르바이트 비용보다 훨씬 못한 소득을 올리며 사업이 언제쯤 정상에 오를 지도 모르는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서자현 대표도 그랬다. 3~4개월간 인터넷, SNS와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 디자이너 출신이라 홈페이지도 로고도 직접 만들었다.
디자인을 직접하다보니 초기 자금은 거의 들지 않았다. 10년간 해왔던 일이라 일러스트 그리고 캐릭터 잡아 아이템 만드는 것도 쉽게 쉽게 해냈다. 하지만 1인 기업이라 밤샘을 하며 그 모든 준비를 해나가야 했다.
그렇게 해서 2019년 동물캐릭터 디자인제품 회사인 ‘밀앤모이’를 론칭한다. 캐릭터들은 친근한 강아지나 고양이, 다람쥐 등의 동물로 정하고, 초반에는 핸드폰케이스에 주력했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일이므로 육체적인 고단함 외에는 큰 어려움없이 창업을 시작해 이후에도 순탄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창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밤낮없이 디자인을 하고 일을 했지만 수입이 늘어나지 않다. 창업 후 5~6개월간 월평균 60만원 정도의 매출 밖에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광고비를 빼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었다. 육아와 살림, 창업 초기에 해야 하는 과다한 업무, 낮은 소득.. 이런 것들로 인해 남편과의 다툼도 잦아졌다.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어떻게 용기를 내어 도전한 일인가. 믿음을 갖고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지름길이라 믿었다.
◆디자인 차별화 전략, 처음부터 브랜드 몰을 구축하다
동물캐릭터 디자인 제품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서 대표는 기존 동물 캐릭터 제품과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시중에 나와있는 동물캐릭터들은 대부분 아기자기하고 아주 귀여운 느낌의 팬시제품이 많았다. 이런 트렌드와 다르게 서 대표는 약간 덜 귀여우면서 색깔도 단색으로 해서 심플한 느낌을 줬다.
홈페이지를 쇼핑몰로 만들어서 제품을 판매하고 마케팅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 비용을 투자했다. 초기에는 조금 많이 투자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금액을 낮췄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사몰로 유입시키는 전략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마케팅비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핸드폰 케이스나 캐릭터 제품이므로 오프라인 매장 입점도 시도했다. 그러나 인지도도 낮은 브랜드를 쉽게 입점시켜줄 리 만무했다. 자존심이 상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첫 입점 요청이 들어왔다.
서울 망원동의 개인숍이었다. 개인소품을 주로 파는 곳이었는데 초반에는 핸드폰케이스와 스마트톡을 주로 납품했다. 비록 작은 개인 매장이었지만 고마운 마음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그 매장과는 지금까지도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첫 입점을 하고 물꼬가 트이자 조금씩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SNS마케팅과 오프라인 입점으로 입소문이 조금씩 나면서 매니아 고객들이 생겨서 입소문이 났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고객층 확보
심플함을 추구하는 밀앤모이의 디자인 특성 때문에 20~30대에서 30~40대까지 고객 층이 넓은 편이다. 유아적이지 않고 심플하고 귀여운 이미지는 직장인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디자인 전략이 주효했다.
초기에는 핸드폰케이스가 전체 상품의 80% 가량 차지했다. 고객층이 늘면서 상품군도 늘어났다. 컵, 슬리퍼, 지비츠, 스마트톡, 핸드폰스트랩, 파우치, 마우스패드 등으로 넓혀나갔다. 3천~4천원대 가벼운 제품과 1만6천원대 파우치는 인기 제품이다.
SNS의 팔로워수가 2만이 넘어가고 인지도가 점점 올라가자 다른 오프라인 매장 입점 요청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종로서적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에도 입점하게 됐다. 오프라인 매장의 MD들이 주로 30대가 많았는데, 밀앤모이 제품의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호감을 갖고 입점 제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고정팬이 늘어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반응도 좋아지면서 매출은 날로 향상됐다. 현재 월평균 매출이 3천만~ 4천만원선이다.
처음에는 창업을 반대하던 남편도 창업초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성장하는 밀앤모이를 보면서 지금은 서자현 대표를 브랜드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서 인정하고 응원해주고 있다.
◆5시반이면 퇴근, 주말에는 무조건 쉬며 워라밸 라이프를 지키는 비결은
제품군이 늘어나고 매출이 늘어나고 혼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도 뽑았다. 제품기획, 제조회사 섭외, 시제품 제작, 제품 발주, SNS운영, 오프라인 매장 납품, 주문확인, 제품 발송, 고객관리, 세무회계, 인사노무 등 아직은 정말 작은 회사이지만 해야 하는 일의 가짓수는 많다.
그래서 직원을 채용하고 일을 잘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직은 서자현 대표가 챙겨야 할 게 많지만 일을 분담하면서 책임을 지우는 것도 경영에서 중요한 일이다.
작은 회사지만 직원관리는 어느 대표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마음에 맞지 않은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원만하게 직원과의 관계도 유지해나가고 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서 대표가 힘든 점은 역시 육아 문제다. 개인 사업을 하니까 밤낮으로 일에 매진하고 싶은데,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한참 손이 많이 갈 때라 매출이 안정된 이후부터는 강제적으로 워라밸을 칼 같이 지키고 있다. 주말에는 무조건 쉬고, 평일에도 5시반이면 퇴근한다.
대신 서 대표가 못한 업무들은 직원들에게 요청하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일하는 시간이 짧아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힘들다. 항상 무언가를 창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 그래도 내가 창작해낸 디자인으로 제품이 만들어져 그것이 반응이 좋을 때 희열같은 것을 느끼기에 견뎌낼 수 있다.
◆캐릭터에 테마와 스토리 입혀 기억되는 브랜드 만들고 싶어
밀앤모이 제품들은 얼마 전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 ‘오늘의 집’에도 입점했다. 그곳과의 콘셉트를 맞추기 위해 얼마 전부터 러그도 생산하고 있다. 러그 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의 영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동물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에 테마와 스토리를 입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사람들이 밀앤모이라는 브랜드를 오래 기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많다.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그 콘셉트로 명확하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밀앤모이의 캐릭터들은 서자현 대표의 분신들이다. 그 분신들이 생명력을 얻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기를 기대해본다.
◆서자현 대표의 성공비결
1. 자신이 전공을 살려서 좋아하는 일에 도전했다. 덕분에 창업 초기 힘든 가정도 즐겁게 이겨낼 수 있었다.
2. 전공과 경력을 살려서 초기 투자비를 최소화했다. 디자인 경력을 살려 브랜딩, 홈페이지 제작, 캐릭터 디자인 등을 거의 직접 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그렇게 절약한 비용을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었다.
3. 디자인 차별화다. 기존의 아기자기한 동물캐릭터와 달리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가진 20~3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택했다.
4. SNS마케팅을 잘 활용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인스타그램을 운영했다. 브랜드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톤앤매너를 잘 유지한 것도 인스타그램 운영에 성공한 비결중 하나이다. 또 적정한 수준으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브랜드가 빨리 홍보될 수 있도록 했다. 창업초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했다.
5. 브랜드 전략이다. 브랜드를 만들고 디자인하고 브랜드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 온라인상점 솔루션을 활용해서 처음부터 브랜드 쇼핑몰을 구축했다.
6. 판매 채널은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오프라인 매장, 브랜드몰 등 판매 수수료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무조건 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와 유통 마진, 제조를 고려해서 전략적으로 입점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자사몰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다.
7. 자기 스타일을 지키면서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창업 초기에는 핸드폰 케이스가 전체의 80%를 차지했지만 고객이 늘어나면서 판매 채널 특성을 감안해서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하고 있다.
8. 끊임없이 디자인 연구를 한다. 디자인 매체, 인스타그램, 전시회 참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 감각을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서 노력한다.
9. 제품배송, 디자인, 제품제작 등 비록 작은 조직이지만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 정규직과 아르바이트생 등을 채용, 업무분담을 통해서 일과 육아, 살림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0. 고객클레임에 성실하게 응한다. 클레임이나 불량제품은 무조건 다 처리를 해주고 있다. 제품군도 다양하고 고객과의 관계가 한 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므로 지속적인 관계를 위해서는 고객의 의겨을 최대한 반영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