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에 치킨점 200개 만든 청년사장의 성공비결은?
페이지 정보
조회:18,608 등록일등록일: 2021-12-22본문
취업 대신 창업에 뛰어드는 20대 청년사장들이 늘고 있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일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20대 청년사장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을 창업의 장점으로 꼽는다. 조직에 얽매이기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사업을 꾸려갈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가 2021년 서울까지 진출한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이하 꾸브라꼬)’의 CEO도 20대 청년사장이다. 전민호 대표(28)는 나이는 어리지만 21세에 창업을 해서 가맹점 200여개를 거느린 사업의 수장이다.
꾸브라꼬는 놀랍게도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지난해와 올해 폭발적으로 점포가 증가했다. 2020년에 50개, 올해 20201년에 90개가 늘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 창업은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전민호 대표가 처음 장사를 시작한 것은 21세지만, 이미 10대 때부터 장사의 매력에 빠겼다. 10대 때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전 대표가 농담삼아 기분 좋게 건낸 말을 손님이 기억하고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창업을 꿈꾸게 됐다.
그렇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창업을 첫 실행한 것은 21세 때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생애 첫 가게를 열었다.
음식장사에 대한 꿈을 가졌기에 다양한 음식점을 거치면서 구매, 주방관리, 물류 등을 유심히 보고 배우려고 노력했는데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고 놀란게 있었다.
음식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전처리 과정이다. 재료를 구매해서 손님이 오기 전에 미리 조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다듬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일반음식점에서는 그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 전민호 대표는 주로 개인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매장에서 그런 작업을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어보니 가맹본부가 전처리를 미리 해서 식재료를 공급해 인건비와 시간이 획기적으로 절약된다는 걸 알게 됐다.
음식장사의 신세계를 보게 된 것이다. 나도 이렇게 전처리를 잘해서 가맹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했다. 프랜차이즈는 조리의 매뉴얼화가 될 수 있게 소스와 재료 등을 공급받으니까 초보자가 하기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어서 함께 뜻을 합했다. 현재 공동대표로 함께 일하는 김태훈 대표(36)이다. 김태훈대표는 전민호 대표보다 8살이 많다. 역할을 분담해 김태훈 대표가 재무관리, 내부 운영관리 등을 맡고 전민호 대표가 사업 확장과 외부 업무 관리를 맡고 있다.
◆22세에 야심차게 브랜드 론칭했지만 난항을 겪다
가맹사업까지 생각하고 ‘꾸브라꼬’ 본점을 부산 사직동에 오픈했다. 그게 2015년, 전 대표가 22세였을 때다.
그런데 잘될 줄 알았던 매장은 영 신통찮았다. 기존에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계속 운영하면서 신규 매장을 내다보니 새로운 매장에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 기존 매장을 정리했어야 했지만 매출도 괜찮았고 손님들이 즐겨찾는 공간이자 추억이 있고 의미가 있는 공간인데 쉽게 정리할 수 없었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오픈을 하고 한 매장에 집중하지 못하자 직원점검, 시스템 구축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6개월간 고생을 했지만 교훈도 얻었다.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음식이 아무리 맛있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알려지지 않으면 손님들은 모른다는 사실이다.
적극적인 자세로 블로그, SNS 등의 마케팅에 집중하자 신규 고객이 많이 유입되고 재구매가 계속 일어났다.
전 대표가 장사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손님에 대한 ‘친절’이 아닌 ‘친근’한 태도였다. 이런 서비스 정신도 매출을 높이는데 한 몫했다. 고급레스토랑이 아닌 이상 손님들은 친절보다 친근하게 대할 때 더 반응한다.
10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장사하면서 사람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가게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다 인사를 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 나를 아냐고 물어봤다. 그러면 ‘지난번에 이 골목을 지나가지 않았느냐고, 나는 여기서 치킨장사하는 사람이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장사가 불티나게 되는 걸 보고 가맹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점은 부산에서 가장 치킨을 많이 파는 매장이라는 소문이 났다. 10평 규모의 배달전문매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간이 테이블을 들고와서 매장 앞에서 먹는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 명성 덕분에 가맹점 개설요청이 계속 들어왔지만 그 후에도 2년간 가맹점 개설을 거절했다. 가맹본부가 준비가 되어야 가맹점을 개설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김태훈 공동대표와의 인연도 본점부터 시작됐다. 매장에서 같이 상주해서 운영했다. 김태훈 대표는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고 있었는데 의기투합 했다. 뜻이 잘 맞았는데 전 대표처럼 장사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음식과 음식문화에 대한 진정성을 가진 것을 보고 동업을 생각하게 됐다.
사업초기 전처리가 된 상태로 시재료를 공급하려고 협력업체를 많이 알아봤는데 규모가 작은 가맹본사에 경쟁력있는 가격에 서비스를 해주는 육가공 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준비가 안되면 가맹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접 육가공회사를 차렸다. 그것이 바로 꾸브라꼬만의 경쟁력이 되었다.
보통 치킨프랜차이즈는 다른 음식점에 비해서 전처리가 간단한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영업 시간 전에는 나와서 준비 작업을 해야 하는데 꾸브라꼬는 영업 바로 직전에 문을 열어도 될 정도로 전처리를 해서 가맹점에 물건을 공급한다.
또 숯붗구이치킨은 조리가 너무 힘들다는 점도 바로 가맹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던 원인이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야 6개월이 지난 직원도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런 조리 시스템도 설비를 도입해서 변경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백가지 생긴다
이런 준비가 된 후 경남권에서 가맹점이 눈에 띄게 확장되면서 점차 타 지역에서도 가맹문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남권을 벗어나서 경쟁력이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일부러 전대표 자신이 직접 전라남도 광주광역시로 가서 매장을 열었다. 거기서 8개월을 지내며 점포를 성공시키고 16개의 점포를 개설했다. 그제서야 서울 경기권에 진출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후 2019년 7월에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 올라올 때도 동일했다. 먼저 직영점을 열고 전대표 자신이 직접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시장의 고객 반응을 확인했다. 그런 후 가맹점 개설을 시작했다.
지역을 확장할 때마다 이런 전략으로 진출했다. 현재 부산, 서울, 광주, 제주도에 본사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2년간 140개 가맹점 늘린 비결은
꾸브라꼬는 2016년에 첫 가맹점을 시작으로 현재 200여개의 가맹점이 운영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지난해와 올해 140개의 가맹점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치킨의 맛’이다. 치킨에 감칠맛이 있다는 반응이 많다. 이것은 음식 원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소스에 감초, 강황, 생강 등 천연조미료를 많이 사용해 제조한다.
두 번째는 ‘가성비’이다. 맛있는 치킨이 두 마리에 2만3900원이다. 9호닭을 사용하는데 맛과 뛰어난 가성비는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지고 있다.
세 번째 비결은 ‘조리 운영의 간편함’이다. 꾸브라꼬는 자동화 조리시설을 갖췄다. 숯불전용오븐기와 자동화 주방설비가 그것이다. 숯불전용오븐기에 닭을 넣기만 하면 숯과 같은 발열을 내는 열선이 깔려있어서 빠르게 구워지고 숯향이 난다. 자동화 주방설비는 볶음기인데, 양념 소스가 닭고기에 베이게 후라이팬에서 볶아주는 공정을 자동화한 것이다. 15분 동안 11마리가 조리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런 자동화 조리시설 덕분에 점주와 알바 1명이 운영할 수 있다.
네 번째 비결은 ‘본사의 구매력’이다. 꾸브라꼬는 1호점부터 본사가 유통을 직접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치킨 매장 원가율은 50%대를 넘어서지만, 꾸브라꼬는 원가율이 40%대다.
◆점포 100개에서 만난 성장통
전 대표가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다. 23세에 첫 가맹점을 열고 2020년 100호점까지 확장하자 물리적인 한계를 느겼다. 올해 초에 조직 관리 등에서 성장통을 겪었다. 지방과 비교해 조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세나 문화가 다르다는 걸 느꼈고 인재를 채용하는데 애로를 겪었다.
그래서 올해는 브랜드의 성장보다는 조직관리에 신경을 썼다. 부서의 장이 생기고 중간관리자를 뽑아 조직을 안정화시켰다.
힘든 점도 겪었지만 전 대표는 사업하는 게 여전히 재밌다. 안 좋은 일이 한 가지 생기면 좋은 일이 백가지 생겼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기분 좋았던 순간들이 있어서 힘들지 않고 즐거웠다.
전 대표의 기분 좋은 일들이란게 사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예를들면 가맹점 창업 전에 어려운 생활고로 결혼 못하던 가맹점주가 창업 후 결혼해서 잘 사는 것을 볼 때도 보람을 느낀다. 가맹점 상담하며 전 대표가 말한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한 뒤 현재 다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기쁨이 모여 큰 행복이 된다.
◆창업은 책임질 일이 많아지는 사업
지금까지 200개의 점포를 열었지만, 실제로 만난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다. 매출을 올리는 데 가장 큰 장애는 게으르고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전민호 대표는 말한다.
“오픈 3~4개월 매출이 잘 나올 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고삐를 단단히 조여주지 않으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장사하는 사람은 항상 현재보다 더 좋은 미래를 만든는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전 대표의 생각이다.
한 번은 전대표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예비 창업자를 만났다. 그 때 전민호 대표는 3가지 조건에 다짐을 받은 후 점포를 개설해줬다. 3가지 약속이란 첫째 명절만 빼고 가게 문을 연다, 둘째 모든 손님에게 인사한다, 셋째 영업시간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 창업자는 크게 사업을 잘했지만 친구들을 좋아해서 영업 시간 중에도 술을 마시는 등의 운영으로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었다. 1년후 그 매장은 지역 매출 1등 매장이 되었다. 그리고 가맹점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제가 그 3가지 약속을 다 지켰습니다. 이제 추가로 가맹점을 내고 싶습니다” 현재 그 사장은 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세 번째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태도가 필요하기에 예비창업자들도 신중하게 시작을 해야 한다. 창업을 하고 나면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다. 매장 하나도 엄청난 책임이 요구된다. 장사를 하면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고용에 대한 책임, 투자에 대한 책임, 소비자에 대한 책임 등 책임질 일들이 많다. 직원들이 일하다가 고무장갑이 찢어지는 것도 다 비용을 사장이 지출해야 한다. 그 비용을 다 지출하고 남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소득이다.
전 대표는 말한다. “충분히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 창업비용 뿐만 아니라 실제 가맹점들의 매출 등도 꼼꼼하게 따져보고 진짜 생계가 가능한 사업인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하는 게 필요하다.”
◆청년 직원들과 청년 사장이 함께 성장하는 회사
꾸브라꼬에는 CEO가 젊어서 그런지 어린 구직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전 대표 자신이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기에 본인의 역량과 젊은 패기 사이에서 고민이 되기도 한다.
한번은 20대 초반의 구직자가 슈퍼바이저가 하고 싶어서 탈락을 해도 계속 찾아왔다. 그 청년은 너무 어려서 이미 여러 군데에서 취업 실패를 경험한 후였다.
경력자를 채용하려 했기 때문에 꾸브라꼬에서도 탈락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전민호 대표는 21살에 창업을 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청년 구직자에게 연민이 생겼다.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어서 채용했다. 그런데 이 젊은 직원이 2년 간 엄청난 성장을 했다. 현재 그 청년이 관리하는 매장들 중 부진한 매장이 거의 없다.
10대 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서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운 뒤 브랜드CEO가 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직원을 보며 전 대표는 직원과 회사는 별개의 존재가 아닌 함께 성장해가는 관계임을 깨달았다.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가 목표
전 대표는 꾸브라꼬가 회사의 기본이 되어서 멀리는 미래에 각광받는 사업에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는 게 목표다. 새로운 제조업 등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꾸브라꼬가 맥도날드 같은 시스템이 갖추는 것이다.
“브랜드는 하나의 작은 약속이다. 오븐기에 닭이 들어간 순간부터 매장에 약속된 수만가지 것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게 시스템 구축이다. 가맹점 사장님들이 그 약속을 충실하게 지킬 때 맥도날드같은 브랜드가 될 것이다”
전민호 대표가 늘 가맹점 사장들에게 해주는 말이다.
성장을 위한 꿈에 늘 함께 하는 게 직원들이다. 오래 함께한 어느 직원이 어느 날 술자리에서 전민호 대표에게 이런 말을 했다.
“회사가 성장해도 저희들이 마음놓고 사장실을 드나들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주세요”
전민호 대표는 그 말을 마음에 품고 있다. 그런 직원들을 다 계열사 등의 사장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10대에 장사에 대한 꿈을 키워, 28세에 200여개 가맹점을 거느린 CEO가 됐다. 누군가는 다 이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 대표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펼쳐질 자신과 회사의 미래를 위해 전 대표는 오늘도 서울, 부산, 광주, 제주까지 출장을 다니며 전 매장을 둘러보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