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에서 외식브랜드로’ 30대 청년 사장들의 창업과 성장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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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5,693 등록일등록일: 2021-11-22본문
코로나19로 푸드트럭도 직격탄을 맞았다. 푸드트럭들은 행사장 관광지 야시장 박람회장 등 사람들이 집결하는 곳에서 주로 운영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런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때 푸드트럭은 초기창업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이 창업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통로였다. 푸드트럭에서 지명도를 얻고 매장형 사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코로나 이후에는 그런 사례가 부쩍 늘었다.
수제버거 전문점 ‘791버거트럭’의 박승민, 이충희 대표도 푸드트럭에서 출발해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고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박승민, 이충희 대표는 푸드트럭을 시작할 때부터 브랜드 론칭을 염두해뒀다. 푸드트럭은 일종의 테스트베드였다. 푸드트럭 특성상 자리 잡기가 힘들고 계절, 날씨에 따라 변수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출은 꾸준히 올랐다.
푸드트럭 하루 매출이 90만원까지 오르자 어느 정도 브랜드가 알려졌다고 판단했다. 마침 푸드트럭 인근에 적합한 점포가 나오자 이제 매장을 창업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로 다들 폐업을 하는 시점이었지만 남들이 창업을 꺼리는 시기가 적기라고 여기고 매장을 오픈하고 브랜드를 론칭했다.
791버거트럭이라는 이름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버거트럭은 상표 등록이 안돼서 숫자를 붙였는데 79는 친구, 1은 둘이 하나라는 의미다. 즉 친구와 함께 하나의 햄버거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푸드트럭은 2018년 7월, 매장은 2020년 5월에 런칭했다. 푸드트럭 창업자에서 매장을 내고 브랜드 사장으로 변신한 청년사장들의 창업이야기를 들어본다.
◆고등학교 친구에서 사업 파트너로
791버거트럭의 박승민, 이충희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친구 사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두 사람의 진로는 달랐다. 박승민 대표는 어릴 적 꿈인 장사를 시작했다. 맥주집, 고깃집, 보쌈집, 횟집 등 안 해본 사업이 없다. 장사경력 15년의 베테랑이다. 이충희 대표는 회사에 들어갔다. 벽지 유통 회사에서 14년간 일했다.
그렇게 각기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다시 하나로 뭉친 것은 박 대표가 수제버거 사업을 계획하고부터다. 박대표가 20대 중반일 때 수제버거가 유행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최고의 수제버거를 더 저렴하게 제공한다면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대표가 푸드트럭을 시작으로 브랜드까지 론칭할 사업 계획서를 이 대표에게 보여주며 동업을 제안한 것이다.
물론 직장에 잘 다니던 이 대표는 쉽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년 가까이 박 대표가 이 대표를 설득했다. 결정적으로 이 대표가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햄버거를 먹어보고 나서다. 그냥 똑같은 햄버거라고 생각했던 이 대표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다.
◆창업의 적기는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의기투합한 청년 대표들은 2018년 7월 푸드트럭을 시작한다. 푸드트럭의 창업비용은 3400만원 정도 들었다. 처음에는 경남 양산쪽에서 운영을 하다가 부산 화명동쪽에 자리를 옮겼다.
화명동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고정적으로 운영을 하자 단골들이 생겨났고 인지도가 높아졌다.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을 했는데, 초반 하루 매출이 50~60만원 나오던 것이 일년이 지나자 70~90만원까지 올랐다.
애초 푸드트럭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청년 대표들은 매장 오픈을 항상 염두해두고 있었다. 언제가 적기일까 고민하던 중 푸드트럭이 있는 건너편에 신축건물이 들어선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건물의 점포 임대료는 턱없이 비쌌다.
그런데 건물 안쪽에 10평짜리 가게가 있었다. 대표들이 생각했던 보증금과 월세 기준에 맞았다. 가게가 있는 위치도 좋았다. 김해에서 넘어오는 길, 부산 북구로 넘어가는 길, 양산으로 넘어가는 길 중간지점에 있었다. 이 지점에서 프랜차이즈를 확장해나가면 좋을 것 같았다.
푸드트럭의 매출도 정점을 찍고 있었고, 적당한 점포 매물이 나왔고, 상권입지도 적합했다.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졌다. 창업의 적기는 지금이라고 생각했고 마침내 2020년 5월 매장을 오픈한다. 푸트트럭 창업비가 3천만원대 였는데 매장 창업비는 점포 구입비 포함 총 6천만원대가 들었다. 건물 안쪽이라 권리금이 없었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는 150만원이었다.
푸드트럭은 정해진 영업 장소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일반적인 길거리 영업은 불법이므로 정해진 장소에서만 영업해야 했다. 코로나 전에는 합법적인 행사 장소가 많았는데 그 것도 꾸준하지는 않았다. 또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푸드트럭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운영비도 다르다. 푸드트럭의 고정 비용은 가스비, 유류대, 인건비 등이다. 매장은 임대료, 가스비, 인건비 등이 많이 든다.
코로나 이후 푸드트럭이 활동할 장소가 줄어들면서 791버거트럭처럼 매장형으로 전환한 사례가 많다.
791버거트럭은 현재 화명직영점과 양산물금점, 부산대점을 운영하고 있다. 양산점은 화명직영점에서 햄버거를 먹어본 아버지가 아들에게 권유해서 창업하게 됐다. 부산대점은 이충희 대표의 지인이다.
화명직영점의 월평균 매출은 4800만원대이다. 초창기 매출액은 3300만~3500만원선이었는데 계속 매출이 상승했다. 캐시노트를 보면 재방문율이 50~60% 이상이다.
10평이 조금 넘는, 건물 안에 숨은 점포에서 올리는 매출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출이 오르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첫째는 '뛰어난 햄버거 맛'이다. 791버거트럭은 매장에서 직접 패티를 만드는 수제버거이다. 분쇄육을 공급해서 매장에서 직접 만들기 일반 버거와는 맛이 다르다.
햄버거 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791버거트럭의 맛은 특별하다. 비결 중 하나가 특제소스다.
다른 브랜드들이 2~3가지의 소스를 번갈아 쓰는 것과 달리, 791버거트럭은 햄버거마다 자체 개발한 각기 다른 특제소스를 사용한다. 그래서 햄버거마다 맛이 완전히 다르다. 소스는 박승민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각 햄버거마다 특색이 있어서 어느 경쟁업체가 어떤 메뉴를 들고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둘째, '재료의 신선함'이다. 청년 대표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는 재료 관리다. 패티는 2일이 넘어가면 냄새가 나는데, 조금만 냄새가 나면 50개가 남았든 100개가 남았든 무조건 폐기한다. 야채도 상태가 안 좋으면 바로 다 버린다. 요즘 야채값이 비싸서 아깝기도 하지만 기본을 지켜야 햄버거 맛이 최상으로 유지됨을 알기에 그렇게 한다.
◆수제버거를 패스트푸드처럼 만들다
셋째, 푸드트럭 운영을 통해 터득한 '빠른 회전율'다. 코로나19 이후 홀 매출은 떨어진 대신 배달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 배달은 스피드가 생명인데 수제버거 특성상 조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791버거트럭은 햄버거 한 개를 만드는데 짧게는 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수제버거지만 기존의 패스트푸드점과 비교해서 나오는 속도에 차이가 없다. 비결은 오랫동안 푸드트럭을 하면서 구축된 시스템 덕분이다.
푸드트럭을 운영할 때 행사에 들어가면 짧은 시간에 300개씩 만들어내야 하다보니 어떻게 하면 빠르고 편하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조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패티 굽는 시간이 2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다른 햄버거집들은 패티가 두꺼워서 4분 정도 걸리는데 패티를 얇게 만들어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햄버거 크기에 맞는 패티의 최적의 그램수를 맞춰놔서 패티의 질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장비도 다르고 소스 뿌리는 방식, 토핑 올리는 방식 등도 다 시스템화되어 있어서 빠르게 조리할 수 있다.
◆가심비를 만들어야 성공한다
넷째, '가심비'이다. 가심비는 성공의 중요한 키워드다.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의도적으로 가심비를 연출하고 만들줄 알아야 한다.
791버거트럭의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비프버거, BLT버거, 베이직버거, 불고기에그버거, 베이컨버거, 치킨버거 등이다. 평균 가격대는 4천~5천원대 후반, 6천원대 버거가 한가지 있다. 가격이 다른 브랜드의 수제버거에 비해 저렴하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지지도 않고 비주얼도 좋다. 포장지도 고급용지를 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 덕분에 많이 팔아서 매출을 높이고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버거세트 하나가 6천원인데 배달팁 7천원을 주고 시켜먹는 고객들도 있을 정도다.
고객들은 가성비 뿐만 아니라 가심비 있는 햄버거집이라는 후기를 많이 올린다. ‘이 이 맛에, 이 비주얼에, 이 가격 실화?’ 이런 반응이 많다. 지역 햄버거 브랜드지만 청년 대표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가심비 있는 햄버거’라는 점이다.
◆햄버거집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다섯째, '서비스'다. 청년 대표들의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게 직원들의 하이톤의 인사 목소리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오는 건 직원들의 밝은 표정이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인사 소리와 얼굴 표정은 고객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물론 처음부터 직원들에게 친절한 태도가 몸에 익은 것은 아니다. 박승민 대표가 직원들을 서비스 교육시킨 덕분이다. 박 대표는 오랜 기간 장사를 하며 쌓아온 서비스 노하우와 얼마 전 CS교육을 받으며 공부한 서비스에 대한 지식을 합쳐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수시로 직원들 인사하는 목소리 톤, 말투, 억양까지 교육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거북할 수도 있지만 청년 대표들은 서비스야 말로 장사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컴플레인이 들어와도 대처가 남다르다. 어떤 매장들은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원인이 무엇이고 고객에게 어떻게 환불할 지부터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청년 대표들은 우선 다른 햄버거를 빨리 만들어 고객에게 다시 전달하는 것부터 한다. 그 이유는 고객이 햄버거를 시킨 이유는 빨리 받아 먹고 싶은 마음이 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사과를 한 뒤에 빨리 다시 보내드리는 게 원칙이다.
박 대표는 말한다. “좋은 서비스가 나오려면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장사란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마음을 사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감동할까, 이런 생각을 항상 한다.”
◆푸드트럭에서 브랜드 사업자로 성장하는 비결은?
여섯째, 끊임없는 공부와 벤치마킹을 통해 실천 아이디어를 찾아낸다.
경쟁자가 등장했을 때도 공부와 벤치마킹을 통해 대응할 방법을 찾아냈고 실제로 새로운 대응 메뉴 개발을 통해서 이름있는 유명 브랜드를 이겼다.
791버거트럭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은 목표는 같지만, 사실 청년 대표들은 서로 반대의 성향을 지녔다. 박승민 대표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구상하는 능력이 좋은 반면 추진력은 조금 떨어진다. 이에 반해 이충희 대표는 메뉴 개발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추진력이 뛰어나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향은 상호보완되어 시너지를 발휘한다. 박 대표가 어떤 일을 기획하면 이 대표가 시스템화해서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다.
청년 대표들의 공통점도 있다. 새로운 걸 배우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와 외식업 관련 책과 영상 등을 찾아보며 메뉴 개발과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이충희 대표는 외식업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더 분발하기 위해 각종 자료와 영상을 찾아보며 벤치마킹하며 공부하고 있다.
요즘은 두 사람이 모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울경 지회와 부자비즈가 운영하는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에 등록해 성장의 비결을 배우고 있다.
일곱 번째, 힙한 인테리어다. 비록 매장은 대로변이 아닌 건물 안쪽이지만 고객은 한 번 매장에 와보면 잊지 못할 비쥬얼을 경험한다. 버거트럭이라는 브랜드명에 걸맞게 트럭 모양의 주방은 브랜드의 차별화를 만들고 고객들의 시선을 확 끈다. 이국적이며 현대적인 인테리어는 어느 장소에서 어떤 브랜드를 만나도 돋보인다.
사실 동업이 쉽지만은 않다. 공통의 목표를 지닌 청년 사장들이지만 의견이 다를 때도 적지 않다.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하지만, 그만큼 대화를 많이 한다. 불만이 있으면 바로 대화를 해서 푼다. 마음에 쌓아놓지 않는다.
20년지기 친구이다보니 눈빛만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서로를 잘 알아 어느 정도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인다.
서로 속마음을 잘 아는 청년 대표들에게 791버거트럭은 어떤 의미일까. 박승민 대표는 “이 사업이 마지막 종착역이길 바란다. 사업을 확장해서 내가 죽은 후에도 남아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말한다.
이충희 대표는 “우리 브랜드를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가맹점과 상생이 아닐까. 본사 배만 채우는 게 아닌 다 같이 잘사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푸드트럭을 몰던 청년 대표들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큰 배의 CEO가 됐다. 아직은 초보 사업가인 이들이 어떤 항로를 운항하며 개척해 나갈지 앞으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