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단돈 100만원으로 창업, ‘반려동물공예’로 사랑받는 미대생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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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950 등록일등록일: 2021-03-16본문
펫코노미시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자매가 있다. 바로 반려동물 디자인 공예 사업을 하고 있는 김나형(31), 김신아 씨(28)다.
미술대학에서 조소과를 전공한 자매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단연 ‘떡국이’와의 만남이다. 반려견 떡국이가 집에 온 것은 2015년 설날 즈음이다. ‘떡국’과 ‘만두’ 중에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떡국이라 지었다.
떡국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건 언니 김나형 씨다. 대학 졸업 후 유학을 준비하던 김나형 씨는 떡국이와 가까이 지내며 반려견의 귀여움과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기록하고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나형 씨는 떡국이의 모습과 행동에서 받은 영감을 스케치하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조각으로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을 본 지인들이 판매를 해보라고 권유했고, 설마 팔릴까 싶었지만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판매량이 점점 증가하고,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해 2016년 사업자등록증까지 냈다. 반려견 ‘떡국이’와 ‘누나’가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 ‘떡국누나’의 시작이었다.
◆100만원으로 출발, 거절에 익숙해지며 사업을 배우다
2018년 동생 김신아 씨가 사업에 참여하기 전까지 떡국누나는 언니 김나형 씨 혼자 꾸려갔다. 용돈으로 받은 15만원으로 방산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서 만들기 시작했다. 집의 부엌 옆에 딸린 창고방을 작업삼아 그곳에서 기획부터 판매, 배송, CS까지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저작권 등록과 디자인 등록 등의 비용까지 합치면 100만원 가량의 초기 창업 비용이 들어갔다.
김나형 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하다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가장 힘든 건 모든 걸 스스로 배워서 내 손으로 다해야 한 다는 것이었다. 택배 계약하는거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너무 소량이고 단가가 안 맞을 거 같다고 거절도 많이 당해, 거절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어려웠다.
눈을 뜨면 출근, 눈을 감으면 퇴근이어서 일과 생활의 분리가 안 되는 것도 힘들었다.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 모든 1인 창업자들이 그렇듯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때 가장 의지가 된 것은 부모님이었다. 유학을 계획하다가 덜컥 사업을 시작한 딸을 무한 신뢰하며 지지해주셨다. 운전을 못하는 딸을 위해 기꺼이 운전사를 자청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떡국누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사업의 강점으로
떡국누나는 한마디로 반려동물을 테마로한 그릇, 열쇠고리 등의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 브랜드이다. 반려동물의 모습을 형상화한 제품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그런 제품들과 떡국누나의 제품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작가의 눈에 비친, 작가가 해석하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담는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의 개성이 담겨 있다해서 모두 잘 팔리는 건 아닐 것이다.
떡국누나의 강점은 공감대에 있다. 떡국누나의 고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점은 ‘어쩜 그렇게 반려동물의 매력을 잘 표현 하는가’이다. 이는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며 발견한 귀여움과 매력포인트를 김나형 씨가 잘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반려견 떡국이와 함께 지내며 사랑으로 돌봐주고 관찰하며 포착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 인스타그램으로 홍보, 오프라인으로 판매망 확장
떡국누나는 초창기에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판매를 했다. 그러다가 주문량이 조금씩 늘어나자 김나형 씨는 좀 더 많은 품목을 다루고 싶고, 좀 더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열망이 든다. 하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미술대학 조소과를 다니는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동생은 흔쾌히 받아줬다. 동생이 합류하면서 2018년 연남동에 20평 규모의 사무실을 얻으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언니 김나형 씨는 끈기 있고 인내심이 강하고 작품에 몰두하면 집중력을 발휘하는 성격인 반면, 뭔가 문제가 생기면 쉽게 털어버리지 못하는 성격을 가졌다. 이에 반해 동생 김신아 씨는 기동력이 있고 일처리가 빨랐다. 자매의 이런 상반된 성격은 사업을 하는데 시너지를 발휘했다. 기획단계는 자매가 함께하고 제품화에 대한 실무와 기술적인 부분은 언니 김나형 씨가 주로 맡았다. 그 이외 판매나 플랫폼 관리, 서류 문제 등은 동생 김신아 씨가 담당 한다.
처음에는 네이버스마트스토어를 통한 온라인 판매가 주를 이루었지만, 동생이 사업에 합류하면서 자체 사이트도 준비 중이고 오프라인으로 사업의 외연도 확장하기 시작했다. 우선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위탁판매를 하게 됐다. 주로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과 디자인 편집샵 등에 입점했는데, 현재 서울숲 인근의 애견 토탈샵과 강남의 편집샵 등 4군데에서 판매중이다. 가격대는 1만원대부터 80만원대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량은 7대 3정도다. 둘다 머그컵이나 찻잔 같은 도자기류가 가장 잘 나간다.
또한 오프라인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강아지 오르골 만드는 클래스인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하다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소수인원으로 오프라인 강의를 하는 중이다. 오프라인으로 판매망을 확장하며 매출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예사업, 디자인 권리는 지키고 표절은 조심
김나형 씨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 중에 하나가 ‘디자인 검색’이다. 영감을 받고 스케치를 한 뒤에는 꼭 ‘검색’을 통해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디자인한 작품이 없나 꼼꼼히 살펴본다. 자신이 남의 작품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김나형 씨처럼 남의 작품과 겹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세상에는 남의 작품을 대놓고 베끼는 사람들이 참 많다. 김나형 씨도 처음에는 자신의 작품을 무단 도용하는 사람들을 보고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마음을 비웠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표절하는 사람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나형 씨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저작권 등록, 디자인 등록 등의 최소한의 장치는 하지만 그 이후에 일어나는 표절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들과 나의 작품은 다르다는 것이다. 많은 미투 제품들이 나와 있지만 그들은 돈이 되지 않고 힘들면 그냥 포기한다. 그러나 김나형 씨는 내 작품을 기억해주고 찾아주는 고객이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원작자로서 자부심과 강인한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김나형 씨는 말한다. “누군가가 따라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물건은 명품이 되는 거라고 한다. ‘내 물건이 좋아보이나 보다’, ‘이게 돈이 될 것 같은가 보다’라고 긍적적으로 마인드컨트롤 하는 게 중요하다”
◆5년차 사업가의 현실조언, “콘텐츠 플랫폼 적극 활용하길”
올해로 사업 5년차를 맞이한 떡국누나는 아직 갈길이 멀다. 그래도 김나형, 김신아 자매는 이제 어디가서 우리 브랜드를 자랑스럽게 소개할 만큼 자신감이 생겼고,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가서 가격 흥정을 할 만큼 베짱도 두둑해졌다.
떡국누나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노하우는 끈질긴 인내력과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다. 고객들에게 떡국누나의 아이덴티티를 인지시키고, 우리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도 주요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박람회나 오프라인 모임 등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부단히 노력한 것이 오늘날의 떡국누나를 만들었다.
떡국누나의 언니 김나형 씨는 공예창업을 시작하려는 많은 예비창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점은 바로 끈기와 노력이라고 말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고, 다른 사람의 말에 부화뇌동하지 않으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진득하게 중심을 가지고 키워 나갈 줄 아는 뚝심이 필요하다.
요즘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 굉장히 많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자신의 손재주로 만든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하다. 때문에 기회가 없어서 도전 하지 못한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김나형 씨는 “자기가 만든 콘텐츠의 가치가 있다면 반응은 온다. 내 것이 좋으면 고객은 찾아준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공예창업이 포화상태라고 말한다. 그 물건이 그 물건인 거 같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김나형 씨는 “개성을 갖고 뛰어든다면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비슷비슷한 물건들 속에 개성있는 제품이 눈에 띄면 경쟁력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 명품같은 생활용품으로 범위 확대, 가장 큰 위로는 반려동물
떡국누나도 지난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사람들이 의식주 외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으면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김나형, 김신아 자매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해 사업 방향을 바꿨다. 기존의 악세사리 위주에서 도자기 식기, 머그컵, 나눔접시 등 생활에 밀접한 제품들로 카테고리를 넓혔다.
앞으로 엔틱그릇, 빈티지 그릇처럼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며 오래 소장하고 싶어하는 제품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반려동물을 모티브로 한 티세트, 찻잔 등을 견종별로 출시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또한 식음료 회사와 컬래버레이션 해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더 넓게는 타 회사의 반려동물 관련 제품들도 함께 판매하는 반려동물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팻 관련 사업은 무한 성장 중에 있다. 누가 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중요한 성공 요소가 있다. 바로 반려동물에 대한 진정성이다.
누구나 펫사업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한 끝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아닐까. 떡국누나의 제품들이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올만큼 외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반려동물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떡국누나는 작가의 실력과 개성, 거기에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작품을 내놓고 있다. 떡국이 캐릭터가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확장되어 우리 생활명품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