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창업] 4평 김밥집을 전국 사업으로 키운 싱글맘 창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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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734 등록일등록일: 2021-02-09본문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그동안의 고생이 눈녹듯이 사라집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뒷바라지 해줄 경제력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죠.”
싱글맘 장아연 대표(44세)는 30대 초반에 꼬마김밥집을 창업했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오픈 초기 하루 매출 3만원대였던 사업이 이제는 전국적인 사업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어서 창업에 도전했던 장아연 대표의 창업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시장통에 차린 4평짜리 김밥집, 빌린 돈으로 창업에 도전
생활을 위해 창업을 결정했지만 아이템이 고민이었다. 오래 전에 지방에서 먹었던 맛있는 김밥이 떠올랐다. 요리를 좋아했고 간단하게 김밥메뉴 하나라면 사업 경험이 없어도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2008년 강원도 홍천 중앙시장에 4평짜리 김밥 가게를 차렸다. 투자비는 2천만원이었다. 메뉴는 단 두 가지. 김밥 하나, 꼬마김밥 하나였다.
5월 4일에 매장을 오픈했다. 첫날 매출은 3만원이었다. 기대보다 낮은 매출에 갑갑했다. ‘손님이 오지 않으면 찾아가자’고 마음먹었다. 다음 날은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가게 문을 닫고 공원으로 나갔다. 어린이날이라 가족 나들이가 많았다. 컵에 꼬마김밥을 담아서 무료 시식회를 했다. 아이들에게는 또 먹고 싶으면 중앙시장에 매장이 있으니 방문하라고 홍보했다.
그 다음날부터 공원에서 김밥 맛을 본 고객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그래도 가게가 알려지는 데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 손님 없는 매장에 우두커니 앉아 있기가 그래서 고생하는 시장 상인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 시장에는 연로하신 할머니들이 많았다.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야채 가게에서 호박 등을 구입해 부침개를 붙여서 이웃 상인들에게 전달했다.
시장 상인들은 어른 잘 챙기고 열심히 사는 장 대표를 좋아했다. 시장통인데 의외로 새벽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객이 부탁하면 시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김밥을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벽 영업을 하게 됐다. 보통 김밥집은 9시에 나와서 10시 이후에 영업을 시작하는데 장 대표는 아침 손님을 잡기 위해서 오전 6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홍천에서 2년간 장사를 했다. 매출이 조금씩 올라 어느 덧 70~80만원대를 넘어서 1일 110만원까지 올랐다. 처음에는 혼자 매장을 운영했으나 매출이 늘면서 직원도 채용했다. 100만원대에서 매출이 정점을 찍자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홍천에서는 그 이상 벌기가 힘들다고 생각해 매장을 직원에게 맡기고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짰다. 춘천이었다.
연고지도 없는 곳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시작, 춘천 꼬마김밥 맛집을 만들다!
춘천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춘천의 유명한 꼬마김밥집 보다 훨씬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창업자금이 무려 8천만원이나 들었다. 그중 80%가 대출금이었다. 매사에 열심히하는 장대표를 믿고 가족과 지인들이 돈을 빌려줬다. 심지어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이 1800만원을 빌려줬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보니 자신이 무모했다는 걸 알게 됐다. 지명도도 없고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홀로서기가 쉽지 않았다. 홍천 매장은 100만원대까지 매출이 올랐는데 춘천매장은 몇 만원대 매출이 고작이었다.
매장의 상권·입지도 김밥집을 하기에는 너무 외졌다. 점포를 차리는데 투자하다보니 집도 없어서 아이들은 가게 다락방에서 생활해야 했다.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 창업을 했는데 좋은 엄마는 커녕 죄책감만 커졌다. 그래도 엄마만 바라보며 사는 두 아이들 때문에 더 힘을 내야 했다.
추진력있는 성격을 발휘했다. 마케팅을 위해 전단지도 배포하고 조기축구회에 나가 김밥을 무료로 나눠줬다. 주말마다 50팩씩 만들어서 무료 시식회를 가졌다.
그렇게 노력해도 매출은 큰 변화가 없었다. 어느 날 다니고 있던 교회 바자회에 나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좋은 일이니 기꺼이 참가했는데 홍보가 많이 됐다. 그 뒤로 조금씩 매출이 올랐다.
쉬는 날도 없이 일요일에도 나와 장사를 했다. 그렇게 2년을 했더니 춘천 최고의 맛집으로 알려졌다. 넉넉하게 이자까지 쳐서 빚도 다 갚았다.
춘천에서 창업한 지 3년째 되던 해에 입지가 더 나은 곳으로 점포를 이전했다. 김밥집은 상권 입지가 중요하다. 신장개업한 첫날 매출은 130만원이었다. 그리고 춘천으로 온 지 5년 만에 평균 300~35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하루에 540만원 매출을 올린 날도 있다. 매출과 함께 두 아이도 무럭무럭 자랐다.
‘간절함’과 ‘절박함’에 ‘열정’이 더해져 탄생한 브랜드
장 대표는 2019년 ‘청춘꼬마김밥&떡볶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시장 안의 작은 김밥집에서 김밥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간절함과 절박함이었다.
남편과 헤어지고 두 아이와 시작한 새로운 삶. 남들이 보면 무모해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바닥을 칠 수 없어서 시작했고, 그만큼 절박했고, 모든 게 간절했다. 그랬기에 더욱 열정을 쏟았다. 새벽 6시부터 나와 장사했고, 무료 가두 홍보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다른 성공비결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느낀 점은 사람은 관심과 애정을 받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직원에게 관심을 갖고 잘 대하면 직원들도 대표를 존중해준다. 손님들에게는 간에 쓸개도 빼줄 것처럼 잘 하지만 자기 직원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대표들도 많다. 당연한 말 같지만 그러면 직원은 떠나고 결국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혼자서 홍천에서 장사를 할 때도 장 대표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곁에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를 아껴주는 직원들도 생겼다. 사업이 잘 안되고 무기력증에 빠져 고독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직원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와 가슴을 두드리고 간다. 성공한 사업은 매출만이 아니라 사람도 얻게 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사,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엄마가 되는 게 삶의 목표
세월이 흐르면서 메뉴도 늘어났다. 어묵, 쫄면, 순대까지. 하지만 여전히 김밥이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한다. 중독성 강한 마약같은 김밥 맛의 비결은 신선한 재료다.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다. ‘모방할 수 없는 맛’, ‘건강한 맛’, ‘고향의 옛추억을 부르는 맛’ 등의 슬로건은 손님들이 붙여준 표현이다.
직영점 5개, 가맹점 8개로 아직 시작 단계의 프랜차이즈 회사지만, 해외진출도 목표로 할 만큼 욕심이 있다. 이것이 장 대표가 사업하는 자신감의 근원이다.
장 대표를 춤추게 하는 또 다른 중요한 힘의 원천은 아이들이다. 혼자서 옷도 입고 벗지 못하던 장 대표의 두 아이는 이제 자신의 꿈을 향해 열정을 불태우는 10대가 됐다. 무용을 하는 작은 아이는 댄스 대회 수상자가 되어서 미국에도 다녀왔다. 아이들 육아비를 마련하려고 시작한 사업. 좁은 가게 다락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했던 미안함을 훌훌 털고 이제는 엄마 역할 잘하면서 제대로 아이들의 꿈을 지원해주고 싶다.
사업으로 바쁜 엄마에 대한 원망이 많을 법도 한데, 두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엄마라고 말한다. 그런 아이들의 말에 장 대표는 밥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든든함을 느낀다. 사업의 시작에도 아이들이 있었고, 사업의 끝에도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는 게 장 대표의 삶의 목표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장 대표는 무용을 전공하는 딸의 공연 영상을 남몰래 본다. 아직 미흡하지만 열정을 쏟는 딸의 모습을 보며 홍천에서 혼자 김밥가게를 하며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을 생각하곤 한다. 간절함, 절박함, 열정의 삼박자가 만들어낸 삶. 장 대표는 이제 인생의 제 2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