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비즈] 깃발 1개로 월 4천만원 매출 올리는 햄버거집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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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406 등록일등록일: 2021-09-09본문
흔히 30년 경력 주방장이면 음식사업의 도사 정도 되려니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쉬워보이는 음식 장사는 30년 주방 경력자에게도 만만치 않다.
조리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니고 시기에 맞는 업종 선택, 마케팅, 고객관리 , 적합한 상권입지 선정 등 모든 조건이 잘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난다버거 성복점을 운영 중인 백수현 사장(50)은 학교 졸업 후 곧바로 외식업에 뛰어들어 양식부 설거지부터 일을 시작했다. 이후 주방보조를 거치며 조리사 자격증도 따면서 10년 이상 주방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30대 중반 그동안 모은 돈으로 100평 규모의 대형 술집을 창업했다가 큰 실패를 경험했다. 이후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주방장으로 일을 했다.
그러다가 코로나를 맞았고 근무하던 음식점 매출이 80% 이상 감소하면서 다시 실직자가 될 위기로 내몰렸다. 30년 경력 주방장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했다. 코로나 시기에 창업에 도전했고 5개월만에 투자비를 회수했다. 30년 경력 주방장은 어떻게 코로나를 이기고 창업에 성공했을까?
◆주방경력 30년, 경력믿고 창업했던 젊은 시절 큰 실패도 경험
학교 졸업후 설거지부터 출발했지만 주방에서 일을 한 후 하루도 허투루 보낸 시간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백수현 사장은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덕분에 30대 중반에 100평 규모의 대형 술집을 창업할 수 있었다.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의 술을 안주와 함께 파는 매장이었다.
야심차게 시작해 처음 일 년간은 장사가 꽤 잘됐다. 그러나 백 사장의 가게가 잘 되자 주변에 비슷한 매장들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백 사장의 가게는 3층에 위치해 있어 경쟁자가 늘어나자 더욱 불리해졌다.
대금결제를 해야하는데 매출은 기대에 못미치고. 피가 마르는 날들이 계속되다가 결국 폐업하고만다. 젊은 시절의 실패는 가정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 다시 돌아갈 곳은 음식점 주방밖에 없었다.
◆코로나 확산 속 실직의 위기에서 만난 업종
백 사장이 술집을 폐업하고 다시 시작한 것은 쌀국수전문점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3년 정도 매장 위탁운영을 책임졌다. 그러다가 주인이 직접 운영을 맡으면서 백 사장은 주방장으로 돌아가 5년간 더 일했다.
비록 내사업은 아니었지만, 주방장으로 일하던 쌀국수 전문점은 매출도 나쁘지 않았고 동네에서 사랑받는 음식점으로 자리잡아 안정적인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2020년 초 코로나가 터졌다. 매스컴에서 두려운 소식들을 연일 쏟아내면서 매출이 곤두박질했다. 주방장이던 백수현씨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천정만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날이 많아졌다.
속이 타기는 쌀국수집 사장님도 마찬가지였다. 백방으로 해결방안을 찾다가 강남역에서 뜨고 있다는 수제버거전문점 ‘힘난다버거’를 방문했다.
힘난다버거는 푸드테크 기업을 지향해서인지 패티도 버거도 달랐다. 맛도특별했고 큰 회사에서 투자도 유치한 벤처기업이라는 점이 신뢰가 갔다.
하지만 매출이 바닥이고 코로나가 한창이라 장사가 잘되는 매장을 보고도 쌀국수집 사장은 투자를 망설여야만 했다. 마침 자영업자 힘난다 이벤트를 하는 중이라 추가 투자비 없이도 숍인숍 운영 기회를 얻게 됐다.
숍인숍으로 도입한 수제버거는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백수현 씨에게는 그게 화근이 됐다. 강남역 맛집이라는 걸 알고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았고 버거 매출만 하루 100만원대에 이르자 쌀국수전문점 사장은 햄버거집으로 업종 전환을 결정해 백수현씨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전문 주방장이 필요한 쌀국수전문점과 달리 햄버거집은 주방장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죽어가던 가게는 살아났지만 백수현씨에게는 8년을 지키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 것.
◆실직자 대신 선택한 창업, 오십을 바라보며 도전에 나서다
매장 리뉴얼이 다가올수록 입술이 바짝 탔다. 매출이 올라서 행복해하는 사장님과 달리 백수현씨는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백 사장은 쌀국수 파트를 담당하며 옆에서 수제버거도 먹어보고 손님들의 반응도 유심히 지켜봤다. 버거가 맛도 좋았고 무엇보다 햄버거같지 않게 먹고 나면 속이 편했다. 힘나다버거는 생유산균이 들어있는 바이오 패티와 빵을 사용해서 그런지 손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아내와 의논한 끝에 백수현 씨도 동일한 업종을 창업하기로 결정했다. 쌀국수집 사장이 코로나에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묘책이 백수현씨의 2막 인생 비책이 되는 순간이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마음은 무거웠다. 쉰이 다 된 나이에 하는 창업이니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적지않은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번에 잘 안 되면 또 다시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밤잠을 설쳤다. 그때 가장 위로가 된 건 아내였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아내 또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존재만으로도 백 사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
◆30년 주방장 경력, 어떻게 활용했나?
다행히 오랜 주방경력이 헛되지 않아 여러모로 창업에 도움이 됐다.
첫째 창업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주점을 인수해서 설비시설은 크게 바꿀 게 없었지만 기타 설비를 마련하는데 주방 근무 경험이 도움이 됐다. 주방 설비와 가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발품을 팔아가며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창업 비용도 다른 매장보다 저렴하게 들었다. 15평 매장을 5천만원이 안되는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었다.
둘째는 인건비 절약이다.
매출액은 4천만원이지만 순수익률이 높다. 배달라이더비용, 배달앱 마케팅비를 쓰고도 25% 이상 순수익을 얻고 있다. 이는 인건비를 절약했기에 가능하다. 덕분에 창업한지 5개월도 안돼 창업 개설비를 모두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백 사장은 다른 매장에 비해 아르바이트생을 적게 쓴다. 평일에 한명, 주말에 2명 쓰는 게 고작이다. 주방 일이 손에 익어 1.5~2인 몫의 일을 해낸다.
햄버거전문점은 아르바이트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니 30년 주방 베테랑에게는 식은 죽먹기였다. 오픈 초기부터 매출이 높았지만 주문이 밀려들어도 당황하지 않고 척척 해냈다.
백 사장이 주방을 책임지고 일하니 아르바이트생들도 손쉽게 일할 수 있다. 지금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백 사장이 쌀국수전문점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다. 백 사장의 능력과 인품에 이곳까지 함께 한 것이다.
◆배달앱 깃발 1개 꽂고 높은 매출을 올리는 비결은?
셀렘반 걱정반 오픈했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높았다. 3월 초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4,5월 날이 풀리면서 소비 심리가 되살아났던 것.
하지만 변이바이러스 이슈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혹시 매출에 변화가 있을까 다시 걱정이 많아졌다.
다행히 매출은 계속 상승 중이다. 그 사이 지역주민에게 입소문이 났고 재구매율도 높다. 힘난다버거는 합리적인 가성비를 추구하고 있어 객단가도 높다. 한번 맛을 보면 다른 버거로 이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월 4천만원대 매출을 올리려면 배달앱 마케팅비를 적지않게 써야 하지만 백수현 사장은 깃발도 1개 밖에 꽂지 않는다.
변이바이러스로 거리두기가 강화된 후 배달과 내점 비중이 5대5에서 7대3으로 바뀌었다. 배달 지역 접근성이 뛰어날수록 배달 매출에 유리한데 힘난다 성복점은 인근 아파트단지로 연결되는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도움이 됐다.
◆남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다
창업 5개월만에 개설투자비를 회수하고 순항하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게 백 사장의 말이다.
우선 처음 오픈했을 때의 맛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레시피를 정확히 지키고 고객을 위해 재료를 아끼지 않고 충분히 쓴다. 본사에서 배송되는 식재료를 제외하고는 근처에서 최대한 신선한 제품을 구입한다.
또 사업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일반 매장의 오픈시간은 열시반, 라스트오더 시간은 9시이지만 백 사장은 항상 9시~9시간반에 출근해 10시반~11시까지 매장에 있는다. 일찍 출근해서 매장의 컨디션을 확인한 뒤 재료 준비를 마무리하고, 매장 마감 시간 이후에는 다음날 재료 밑작업과 마무리를 한다.
“집에는 잠만 자러 들어간다. 인건비를 줄이려면 사장이 더 많이 움직여야한다”
◆70대 노년층도 좋아하는 수제버거
햄버거는 20~30대 청년층에서 좋아할 것 같지만 백 사장의 매장의 주고객층은 20대~70대까지 다양하다. 주택가라 다양한 고객층이 햄버거를 찾는다. 일주일에 4~5일을 와서 같은 종류의 햄버거만 먹고 가는 직장인도 있고, 노부부가 함께 와서 햄버거를 먹고가기도 한다.
일반 패스트푸드 매장과 달리 노년층 고객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식재료가 신선하고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맛이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재료가 과한게 없고 밸런스가 잘 맞아서 다양한 연령층 입맛에 맞다는 것.
백 사장은 장사철학은 ‘열심히 사는 것’이다.
“내 몸이 힘들면 남들이 맛있게 먹는거다. 내가 조금 손해보는 게 낫다. 내가 조금 덜 벌면 나중에 크게 돌아올 거라 믿는다.”
8년 가량 사장과 주방장으로 동거동락했던 쌀국수집 사장님도 업종전환이 잘돼 월 5천만원이 넘는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두 사람은 이웃 동네에서 같은 업종 같은 브랜드로 나란히 성공을 거둬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귀한 인연이라는 고마움을 갖고 있지만 각자 매출이 높다보니 바빠서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하루 빨리 코로나가 지나가고 웃으며 옛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백사장은 오늘도 늦은 밤까지 가게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