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창업] 친환경마스크로 틈새 공략, 50대 친구의 마스크공장 창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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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495 등록일등록일: 2021-04-19본문
코로나 이후 마스크는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방역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일상 생활이 성가시고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스크 시장에도 다양화, 차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에는 기능성 마스크도 등장했고 친환경을 강조한 마스크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K팝은 물론 K방역이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면서 국내 마스크 시장은 포화상태이지만, 해외 수출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육가공제조업 등을 거쳐 인생의 세 번째 사업으로 마스크 제조업에 도전한 50대 동갑내기 동업자가 있다. ‘그린테마’를 주제로 닥나무에서 나오는 한지마스크를 제조하는 윤창덕(58세), 한승진(58세)사장이다.
◆지인소개로 만나 동업 시작, 갈등없는 동업비결은?
윤창덕 사장과 한승진 사장은 지인 소개로 만났다. 둘 다 82학번이다. 한승진 사장은 KCC 출신으로 10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건설업을 하고 있었다. 윤창덕 사장은 농협에 10년 근무한 후 퇴직해 축산농가에 톱밥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한 사장이 운영하던 건설업도 여건이 좋지 않았고 윤사장이 하던 톱밥 사업도 상황이 나빠졌다.
국내산 목재소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면서 중국 베트남산을 들여왔는데 톱밥속에 폐기물 등이 들어있어 품질이 나빴다. 농가들이 항의를 받게되자 고객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둘 다 사업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만나 서 너 번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같이 시작한 사업이 식품제조유통업이었다. 두 사람이 동업을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둘 사이에 트러블이 거의 없다. 이유 중에 하나는 둘 사이에 했던 약속 덕분이다. 누구의 기여도가 크든 간에 둘은 무조건 이익을 5대5로 나누기로 했다. 누구 한 사람이 더 열심히 했다고 해서 누군가 더 가지고 간다면 동업은 깨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 동업 조건 때문에 한번도 역할이나 이익분배 문제로 옥신각신 했던 적이 없다.
윤사장은 기획과 영업을, 한사장은 관리와 제조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이 갈등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는 신뢰 덕분이다. 10년간 같이 해오면서 누군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누구 한 사람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면 기꺼이 수익을 양보하는 등 각자의 사정에 따라 따지지 않고 배려한다.
◆황사를 막기 위해 도전했던 마스크, 코로나19로 새로운 기회
식품제조유통업을 하던 그들은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마스크를 떠올렸다. 2018년 당시 한참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가 제기되던 터였다. 감기와 비염 예방에도 좋을 것 같았다. 코로나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다.
그 길로 윤 사장은 국내 마스크 공장을 순회했다. 공장을 돌아보며 든 생각은 지금 마스크사업에 뛰어들면 딱 굶어죽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봄철에만 잠깐 필요하고 연중 공장 가동률은 30%밖에 안됐다. 마스크 공장들은 몹시 영세했다. 브랜드도 없었다.
그러나 윤 사장과 한 사장은 특별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이 상황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마스크 사업은 초기자금이 적게 들고 고정적인 수요가 있어서 상품성이 있다고 봤다. 대신 윤 사장은 일반 마스크 소재가 아닌 특별한 소재의 마스크를 개발해보고 싶었다. 윤 사장이 선택한 것은 한지였다.
한지 마스크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되겠냐며 조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거래처에서 안만나줘서 밤늦게까지 야외에서 기다려야 했던 적도 있다. 그럴 때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한지 원단 개발에만 3년이 걸렸고, 우여곡절 끝에 시제품을 만들고 유통을 시작했다. 동업자가 있어서 든든한 정도가 아니라 동업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환경 보호와 전통 계승에 사명감을 가지다
마스크 소재를 한지로 결정한 뒤 윤 사장은 국내 한지 시장을 조사했다. 국내 한지 시장은 전통한지와 생활한지로 양분돼 있었다. 전통한지는 생활한지를 한지로 인정하지 않아 생활한지로 만들어진 제품은 대부분 상품화를 못시키거나 상품화시킨 것조차 사업화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부직포나 종이와 달리 한지는 농가나 농업협동조합 등이 대를 이어 가업 승계로 생산하고 있으며 영세하고 직원수도 2~5명인 곳이 대부분이다. 닥나무를 얇게 벗겨 푹삶고 물에 불리고 하는 과정을 3번 정도 거쳐야 하며 얇은 입자의 솜을 망에 걸러내면서 건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대량 생산이 힘들다.
한지의 우수성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화의 길은 아직 먼게 현실이다. 기존에 한지 마스크 시트를 개발한 곳도 있었지만 그것을 상품화시키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시장 조사를 할수록 한지에 대한 자부심은 커지고 한지사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부직포는 플라스틱 재질이므로 분해가 안돼 환경보호에는 취약하다. 한지는 닥나무로 만든 것이므로 친환경재질이다.
한지 마스크의 강점은 한지가 갖고 있는 효능에 있다. 항균, 탈취, 통기성, 속건성 외에 현대과학으로 증명된 12가지의 효능을 갖췄다. 음이온도 발생된다. 호흡과 직결되는 제품이므로 더더욱 친환경적인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KF94 인증 한지 마스크 만드는데 1년이 걸린 이유
처음에는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한지 마스크를 생각했지만 사업 준비 기간 중에 코로나19가 터지고 확산되면서 식약청을 통해 KF94 인증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더 길어졌다. KF94인증 및 공장설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코로나 수혜를 제대로 보지 못해 시기적으로는 늦은 감이 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제조설비였다. 국내 마스크공장의 제조 설비는 80%가 중국산이다. 하지만 중국산 기계로는 원단 융착이 안돼 한지 마스크 제조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현대엔지니어링 출신 전문가들과 함께 5개월 정도 걸려 한지마스크 제작용 기계를 특별 제작했다. 마스크 기계 한 대에 2억원이 들었다. 중국산 기계가 5천만원선인 걸 감안하면 국내산 기계가 4배 가량 비싼 셈이다.
KF94인증받는데도 시간이 소요됐다. 일반마스크와 동일하게 식약처에서 인증해준 시험기관에서 마스크를 테스트하고 거기서 통과되면 공장 실사를 나와서 크린룸 등을 확인하고 본청에 가서 서류심사를 했다. 일반 부직포가 아닌 한지라서 더 까다롭게 봤다. 한번 수정이 떨어지면 한달씩 기다려야 했다. KF94 인증 받는데 7개월이나 걸렸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마스크 시장 현황은?
현재 국내에는 KF인증을 받는 마스크 업체만 1500만 곳 정도가 된다. 코로나 발생전에는 100개가 채 안됐다. 공장이 15배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마스크공장의 생산량은 월 50만~60만이 보통이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대규모 자금이 마스크 시장에 들어오면서 월 평균 1천만장씩 생산하는 규모가 보통이다.
도담한지 마스크는 2020년 5월에 마스크공장 및 법인을 설립했다. 월 생산가능량은 200만장 규모이다. 이 정도 생산량은 전체 마스크 시장의 1%도 안된다.
하지만 국내 마스크 시장의 90%는 기존의 KF94 부직포 저가 제품이라는 데 기회가 있다.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되면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 마스크에 차별화를 가미한 패션마스크가 작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외에 나노마스크, 황토마스크, 숯마스크, 구리마스크 등 기능성을 가미한 마스크 종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패션마스크를 포함해 대부분의 기능성 마스크는 KF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노마스크의 경우 식약처와 2년째 인증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렇듯 국내 마스크 시장에서 소재가 특별한 제품은 KF인증을 못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KF94 인증을 받은 도담한지마스크가 의미 있는 이유다. 현재 KF94인증을 받은 한지마스크는 도담을 포함해 3곳이다.
◆K방역이 인정받으며 수출 제품으로 인기
국내 마스크 시장은 과잉이지만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K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위상이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 초반 한국의 대응이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만큼 해외에서 KF94마스크에 대한 신뢰가 높고 수요도 많다. 그래서 최근 마스크 업계에서는 수출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많다.
도담 역시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수출을 위한 협의가 활발하다. 미국의 H마트에도 한지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도담한지 마스크의 시장 판매가는 2천원선. 생산량이 한정된 한지로 제조하기 때문에 저가 판매는 힘들다. 한지 비중은 40~50%이다. 한지가 가진 항균, 탈취, 통기성, 속건성이 장점인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흰색이라서 일반 마스크와 구분이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미관을 위해서 색상을 가미하면 식약청으로부터 KF94마크를 인증받기 어렵다.
마스크는 호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므로 심미성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의 차별화를 통해 한지마스크의 프리미엄한 상품성을 강조할 수 있도록 식약청과 협의 중이다.
윤창덕, 한승진 사장은 앞으로 한지 마스크 소재 제품을 시리즈로 출시할 예정이다. 과일마스크, 유아용캐릭터 마스크, 초소형마스크 등이 그것. 과일마스크는 한지에 과일향을 추가했다. 조향사와 제휴해 개발 중이다. 과일마스크를 만드는 이유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을 지루함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함이다. 초소형 마스크는 신생아부터 3살까지 이용가능하다.
◆세계가 인정한 한지로 프리미엄 마스크 틈새 시장 공략
도담마스크는 생산량이나 일반 대중들의 마스크 사용 패턴을 고려해볼 때 한지 마스크가 메이저 시장을 뚫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특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도담한지마스크는 고급스런 제품 특성상 선물로 가치가 높다. 기업들의 선물용 수요로 인기다. 보험사나 일반 기업, 단체나 협회에서 100박스에서 200박스씩 단체 주문을 많이 한다. 범용 마스크와 달라서 카페나 일반판매점에서 프리미엄 마스크로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 판매 현황을 고려해 산학협력을 통한 대량판매도 모색중이다. 또한 한국산 질 좋은 마스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 수출 판로도 꾸준히 개척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국민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이 생긴다해도 향후 1년은 마스크를 써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변종 바이러스의 위협도 상존하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앞으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될 것이다. 마스크 사업의 전망이 긍정적인 이유다. 현재는 마스크 산업이 공급 과잉 상황이지만 1~2년 후에는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본다.
10년을 믿고 의지하며 사업을 해온 82학번 동갑내기 동업자가 운영하는 한지마스크 도담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