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코로나19에 창업해 ‘기적’을 만든 동네 주점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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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817 등록일등록일: 2020-10-14본문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 8월말. 수도권의 음식점과 술집들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주점 ‘맛있는 오칠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의 주인장인 32세의 김건용 사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인 6월 중순에 매장을 오픈해 한 달 간 2천5백 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5월초 이태원발 집단 확산이 발생한 이후에도 그 정도 매출이면 나름대로 성공적인 창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다. 그러나 아무리 패기 넘치는 청년 사장이라고 해도 강화된 방역 체계에서 매출이 곤두박질치자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이 주점이 걱정돼서 회사를 조퇴하고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고, 저녁 8시 반에 와서 30분 동안 얼른 먹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단골들은 걱정이 된다며 간식거리를 놓고 가기도 했다. 이 19평의 작은 주점은 어떻게 한 달 동안 이렇게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주점은 고객을 즐겁게 하는 곳, 2년간 노하우를 배우다
김건용 사장은 5년 전 유명 커피 브랜드에서 4년간 바리스타와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 함께 동업을 하고 있는 군대 동기를 만나 ‘맛있는 오칠구’ 대구 본점을 방문하게 됐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김 사장은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단순한 주점이 아니라 손님과 주인이 하나가 되어 함께 어울리며 노는 모습에 이것이 진정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사장은 바로 커피 회사를 그만두고 ‘맛있는 오칠구’ 대구 본점에서 2년 간 일을 했다. 그때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것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해 6월 지금의 공항동에 ‘맛있는 오칠구’를 오픈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창업을 결심! “창업의 적기란 남들이 창업하지 않을 때다”
김 사장이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미쳤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있었고 다들 몸을 사리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김 사장은 오히려 더 하고 싶었다. 우선 좋은 매물이 많이 나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지금처럼 남들이 창업하지 않는 때야말로 창업의 적기란 생각이 들었다. 김 사장은 결심을 굳히고 본격적으로 친구와 함께 매장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월세부담이 덜한 유동인구가 많은 B급 상권에 매장을 얻다
‘맛있는 오칠구’ 공항점은 김포공항 옆에 있는 송정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어 위치가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사장은 가게를 계약하기 전에 매장 주변에 앉아서 8~10시간씩 유동인구를 지켜봤다. 바로 앞에는 공항동 주민센터와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차량 유입도 굉장히 많았다. 어떤 길로 가든 이 앞을 지나가야 하는 위치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유동인구 자체가 많았다.
▲싼값의 좋은 원재료는 옆에 있는 도매시장 덕분
두 번째로 김 사장이 이 매장을 선정한 이유는 차로 5~10분 거리에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든 싸고 신선한 식재료를 바로바로 구입해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종합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저렴한 메뉴가격이 특징인 맛있는 오칠구의 특성상 아주 중요한 요소다. 김 사장이 이곳에 매장을 정한 것은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이었고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오픈 결과 대박이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가게의 문턱을 낮추자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단골이 되다!
김 사장의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안주가 저렴하고 양이 푸짐하다는 것. 물론 맛도 훌륭하다. 안주의 평균 가격은 이름 그대로 5천원, 7천원, 9천 원 선. 가장 잘 나가는 안주는 통삼겹살구이(13000원), 계란말이(5000원), 떡볶이(7000원) 등이다. 그밖에 그날그날 시장에 가서 물 좋은 수산물을 사와서 요리해 판매한다. 안주가 나오면 손님들은 어떻게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안주가 나오느냐고 감동을 받는다.
▲일주일간 새벽 인사로 도매시장 상인들과 친분 쌓기
안주가 싸니 식재료가 그만큼 질이 떨어 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김 사장은 동업하는 친구와 매일 새벽마다 강서도매시장에 가서 직접 신선한 재료를 싼 값에 사온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고생도 많이 했다. 매장을 열고 얼마 후에 시장에 가서 경매하는 분들에게 말을 붙였는데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
그 뒤로 일주일간 매일 찾아가 인사하고 안면을 익혔더니 그제야 대답을 해주고 좋은 재료를 줬다. 그 덕분에 제철마다 어떤 수산물을 사용해야 좋은지 팁도 얻을 수 있었다.
자주 쓰는 계란도 다른 데보다 싼값에 신선한 것을 사온다. 자는 시간 빼고는 매장에 올인 해 발품을 팔고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값싸고 좋은 재료로 저렴한 안주를 내놓는다. 그 결과 남녀노소 다양한 손님들을 단골로 두게 됐다.
“안주가 이렇게 저렴한데 남는 게 있어?” “거리두기 2.5단계 때문에 매장이 유지가 돼요?” 사장보다 더 매장을 걱정하는 손님들...매출은 떨어졌지만 사람을 얻다!
워낙 안주가 저렴하고 양이 푸짐하니까 손님 중에는 이렇게 장사해서 남는 게 있느냐며 오히려 걱정을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손님들은 안주를 여러 개 시켜서 객단가를 높여준다.
지난 8월말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을 때는 김 사장의 매장이 걱정 돼 새벽에 오던 손님이 회사를 조퇴하고 매일 오는 손님도 있었다. 간식을 갖다 주기도 하고 응원의 말을 건네고 가기도 했다.
▲배달앱 별점 3개를 5개로 만들다
코로나19로 얼마 전부터 배달을 시작했는데 한번은 별점이 3개가 달린 적이 있었다. 홍합이 신선하지 않고 먹고 배탈이 났다는 리뷰가 달렸다. 김 사장은 억울했다. 홍합은 20분전에 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것이었다. 컴플레인이 들어왔을 때는 최대한 손님을 납득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김 사장은 전후 사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 손님은 별점을 3개에서 5개로 바꿔줬다.
▲고객이 직접 반박해준 악플
그리고 또 한 가지 감동적인 일이 일어났다. 악플이 달리자 평소 리뷰를 잘 달지 않던 다른 손님들의 칭찬 리뷰들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손님들의 지지 덕분에 김 사장은 얼마 전 추석 전날 하루 매출을 150만원까지 올렸다. 배달 매출이 1/3을 차지했다. 가맹본사에서 개발한 신메뉴 찜닭도 배달 매출에 한몫하고 있다. 배달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직접 배달까지 하고 있었던 김 사장이 고생한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고객은 승부의 대상이 아닌, 감사한 존재! 자신이 지불한 금액보다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곳, 누구나 와서 먹고 갈 수 있는 부담 없는 주점이 되는 게 목표
김 사장의 주점은 손님의 80%가 동네 단골들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김 사장은 “손님이 기분이 상하는 것은 주인이 손님을 이기려고 할 때이다. 손님이 청양고추를 더 달라고 하면 기분 좋게 드리면 된다. 그런데 고추를 내주면서 꼭 생색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꼭 한 마디를 더 붙여서 손님을 이기려고 한다. 손님은 승부를 해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 감사한 존재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식재료가 기준에 미달하면 안주 값 안 받아
안주가 저렴해도 식재료를 최상급으로 유지하는 게 단골 많은 비결 중 하나다. 김 사장은 시장에 가서 사온 꼬막이 조금 알이 작다고 생각하면 그날은 꼬막으로 만든 안주는 값을 받지 않는다. 서비스로 내놓는다. 식재료가 정해진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돈을 안 받거나 서비스로 돌린다.
자주 오는 손님들에게는 인심이 끝내준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받아보기 힘든 따뜻한 마음을 고객들은 이곳에서 느낄 수 있고 그것이 기적을 만든 요인 중에 하나다.
김 사장은 “처음에 연세 많은 어르신들은 ‘쟤들이 얼마나 장사하겠어’, ‘좀 하다말겠지’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러나 그분들이 이제는 단골이 되셨다.”라고 말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한 덕분이다.
앞으로 김 사장의 계획은 특별한 게 없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부담 없이 좋은 안주와 술을 먹고 가는 주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 사장은 말한다. “지친 하루를 이곳에 와서 소주 한잔으로 마무리하고 가는 손님들에게 동네 아지트 같은 곳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