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명문대 공대출신 30세 사장의 다이어트 사업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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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687 등록일등록일: 2021-07-15본문
체중 감량이 목적이든, 건강을 위해서든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다이어트는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알지만 실천이 어렵다.
식단관리 스타트업 채식단은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식단관리를 해주며 살 빼는 것을 돕는 회사이다. 채식단이라는 이름은 ‘채찍들고 식단관리’의 줄임말. 채식단의 이름만 들으면 독하게 다이어트를 시키는 곳 같지만 채식단은 철저하게 운동과 영양을 바탕으로 한다.
채식단의 문예현 대표(30)는 한양대학에서 자원공학을 전공했다. 건강과는 거리가 먼 이력을 지닌 문 대표는 어떻게 해서 식단관리 스타트업을 창업해 다이어트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청년창업자 문예현 대표를 만나 채식단은 어떤 곳이고 건강컨설팅 회사를 꿈꾸는 그의 포부를 들어본다.
◆뒤늦게 들어간 대학, 실험실 안보다 바깥 세상에 흥미를 느끼다
공대출신이라고 하면 건강과는 거리가 먼 이력을 가진 것 같지만 사실 문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유도를 해온 운동선수였다. 학교 사정상 중간에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공부를 해 삼수를 해서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실험실에 앉아서 돌맹이를 들여다보며 분석하고 연구를 하는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보다 관심이 많은 분야는 운동과 영양이었다.
운동을 해서 그런지 문 대표는 자연히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았고, 다이어트를 하려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식단은 어떻게 짜야하는지 얘기해주는 게 재밌었다. 문 대표가 짜준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해서 성공한 친구들도 많아졌다. 학교에는 문예현이랑 다니면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문 대표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공부를 깊이있게 하게 됐고 지금의 사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동생과 함께 부모님의 고깃집을 맡게 되다
문 대표가 흥미를 느낀 또 다른 일은 부모님이 하시는 고깃집에서의 알바였다. 요리사였던 부모님은 음식 솜씨가 남달랐다. 그 밑에서 요리를 배우고 도와드리는 게 재밌었다.
그러다가 부모님의 병환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맡아서 하게 됐는데 동생과 사이드메뉴를 고민하다가 샐러드를 생각했다. 시장에서 생각보다 못난이 과일이 싸다는 걸 알고 그것을 사다가 야채와 함께 섞어서 샐러드로 만들어 손님 테이블에 내놨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것을 기점으로 문 대표는 이것을 사업화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만해도 샐러드가 흔치는 않았는데, 자신이 평소 관심있는 건강 다이어트와 샐러드를 조합하면 뭔가 될 것 같았다. 문 대표는 생각만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사업화하기 시작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생각보다 쉬웠던 창업 준비과정
머릿속에 잇는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려니 두려움이 앞섰지만 창업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됐다.
일단 부모님 어깨 너머로 배운 요리 솜씨를 발휘에 샐러드 레시피를 만들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 창업융합전공을 부전공으로 했는데 교수님에게 서류 등록 루트도 배우고 사업자등록증 내는 것부터 해서 세밀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자본금은 문 대표가 모아놓았던 9백만원에 2천만원을 투자 받았다. 주위에서는 투자 받은 과정을 얘기하면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예비군 훈련에 갔을 때 옆자리에 앉은 회계사 한 명이 있었는데, 부모님 고깃집의 회계문제로 고민이 있어서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자연히 자신의 창업 계획을 얘기했는데 그 회계사가 관심을 표했다. 문 대표와 회계사는 그날 저녁 술을 먹으면서 사업 얘기를 했고 그 회계사는 그 자리에서 2천만원을 투자하기로 한다. 그 회계사가 바로 현재 채식단의 공동대표인 이지섭 씨이다. 생각보다 쉬웠던 채식단의 창업은 2019년 3월 스타트를 하게 된다.
◆‘얼마나 가겠어?’ 어린 청년창업자를 바라보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
창업과정은 생각보다 쉬웠지만 창업 후 세상의 벽은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았다. 우선 주위의 반응이 차가웠다. 코로나19 이후 청년창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20대 청년창업자들은 많지 않았다. “되겠냐? 얼마나 가겠어?”라는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시선은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보다 큰 문제는 적은 매출과 생각보다 낮은 마진율에 있었다. 식단 파는 게 마진율이 안 좋다. 오프라인 음식 장사가 마진율이 좋지 않은데 온라인 식단사업은 더 안 좋았다. 채소, 야채값도 비싸고 포장도 보냉박스를 써야 하고, 새벽배송을 냉장으로 해야하니까 배송비도 2배 가까이 비싸다. 그러다보니 마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샐러드 판매를 위주로 했다. 온라인 판매를 했지만 매출이 크지 않아서 한달에 100만원 매출이 나면 20만원 정도를 재료비로 쓰고 이렇게 해서 조금씩 불려나갔다. 그러다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2019년 10월부터 매출이 점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알아보는 채식단의 식단관리 프로그램
채식단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메뉴를 바꿨다. 초창기에는 샐러드만 판매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하루를 책임지는 식단을 짜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를들어 아침에는 사과같은 것을 먹고 점심에는 탄수화물 보충을 위해서 어느정도 현미나 잡곡이 섞인 도시락 같은 것을 먹는다. 그리고 저녁에는 탄수화물을 조금 끊어주고 운동을 하는게 좋아서 샐러드를 먹은 다음에 간식으로 계란같은 것을 먹도록 식단을 짰다. 이렇게 아침 점심 저녁까지 다 세팅이 되어 있는 식단을 매일매일 보내주는 것으로 식단을 구성해 판매 중이다.
문예현 대표가 생각하는 채식단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고객의 신뢰’이다.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고객들 사이에서는 ‘채식단과 다이어트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음을 느낀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식단이나 운동프로그램을 보면 거짓되고 과장된 게 많다. 소비자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고 유튜뷰를 통해 지식이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문 대표는 거짓없이 과장되지 않게 사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지 채식단의 고객들 중에는 헬스 트레이너들이 많다. 전문가가 전문가를 알아보는 거다. 그 트레이너 고객들이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소개도 많이 해주고 있다.
◆수익 생각하면 사업 못해...사명감으로 버틴다!
현재 채식단은 식단을 1주일 단위로 판매한다. 최소 주문이 한 주 5회 배송이며 가격은 9만8500원, 4주 배송은 할인되어 36만2500원이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칭찬은 음식 자체에 대한 것이다. 문 대표는 “닭가슴살 100g이 약 4백원이다. 4백원 아끼자고 식단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마진을 포기하고 최대한 재료를 안 아끼려고 노력을 해서 음식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채식단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또 다른 것은 일대일 맞춤 피드백 서비스다. 채식단에서는 고객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자가학습이 될 때까지의 기간을 4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 그 기간동안 다이어트에 대한 지식이나 건강상식, 그리고 다이어트에 좋은 운동을 직접 찍어서 고객에게 보내주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거나 건강이 좋아졌다는 고객의 피드백이 문 대표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지금은 매출이 많이 좋아졌다. 2019년에 비해 지난해는 매출이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아직 한참 모자라다. 문 대표는 처음에는 사업을 하거나 장사를 하면 대박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힘들기도 하다.
문 대표는 말한다. “돈도 안 되걸 1년, 2년 반복하다보면 지친다. 금전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버티기가 힘들다. 돈 버는거 이외의 사명감 같은거, 그런걸로 버틴다. 그래서 주위에서 ‘너희 그냥 온라인으로 음식 파는 애들이잖아. 너네가 무슨 기술이 있어?’라고 하면 속상하다.”
◆가장 고마운 것은 ‘고객’, 가장 무서운 것도 ‘고객’
채식단의 주고객층은 초창기에는 30대 중반 여성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다양해졌다. 고령층이 생각보다 많다. 인터넷을 보고 전화로 주문을 많이 한다. 그 고객들 중에는 당뇨 상담을 한 뒤 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채식단은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신규고객 유입율,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다. 고객 4명 중 1명은 재구매 고객이다. 입소문으로 많이 구매하는 편이다.
문 대표는 가장 고마운 것도 고객이지만, 가장 무서운 것도 고객이다. 문 대표는 말한다. “고객이 무섭다. 저희를 떠날까봐 무섭다. 채식단의 식단이 건강식이니까 맛있지도 않고 생활습관에 따라서 실제로 살이 안 빠질 수도 있다. 채식단은 굶기지를 않는다. 굶으면 근손실이 오고 몸이 악화될 수 있다. 채식단은 천천히 다이어트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정직하게 하는데 그러면 효과를 보지 못해서 고객이 떠날까봐 무섭다.”
◆정직한 건강컨설팅을 해주는 다이어트 회사가 되는 게 목표
문 대표가 마케팅을 별도로 하지 않는 것은 아직은 입소문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지금 SNS 광고도 하고 있지만 그거보고 들어온 고객은 관심으로 끝난다. 실제로 결제하는 고객은 실제로 채식단의 음식을 먹어본 고객이다. 결국 고객이 좋은 감정을 느껴야 재구매를 하고 그게 사업이 굴러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문 대표는 “중요한 건 감정적인 소비가 돼서 입소문이 나서 추천을 많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브랜드를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확실한 길이라 믿는다.”고 말한다.
또한 문 대표는 말한다. “사업의 전망 이런걸 떠나서 식단관리에 대한 니즈는 커질 거 같다. 재작년에 만났던 고객들이 질문하는 정도와, 현재 고객들이 질문하는 것들을 보면 질문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학습이 많이 돼 있는 상태로 저희에게 진입을 하는거 같다.”
그런 고객의 성장을 보면 문 대표는 좀 더 사업을 의욕적으로 하고 싶은 동기유발이 된다. 현재 생활지도사 자격증이 있는 문 대표는 식품 영양 공부도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이 사업을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말한다. “큰 돈벌이가 안 될 수 있다는 걸 직감 하고 있기 때문에 서서히 성장하고자 하는게 목표다. 언젠가는 오프라인 PT숍을 만들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식단뿐만 아니라 운동까지 알려주는게 목표다.”
아직 30세.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지만, 돈벌이보다 사명감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다는 청년창업자. 10년 후가 되면 이 청년창업자는 큰 성장을 하지 않을까 예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