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창업]‘커알못’ 주부의 카페 창업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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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429 등록일등록일: 2020-10-16본문
커피하면 달달한 믹스커피 밖에 모르던 한 주부가 있다. 커피의 쓴 맛이 싫어서 카페조차 자주 가지 않던 이 주부는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카페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말이 제안이지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덜컥 겁이 났다. 그동안 10년간 전업주부로만 살아왔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커피를 파는 카페라니!!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란 말이 떠올랐다. 카페 오픈을 앞두고 새벽기도를 다닐 정도로 긴장을 했다. 그렇게 ‘커알못(커피를 알지 못하는)’주부의 카페 창업이 시작됐다.
남편에게 떠밀려 창업한 커알못, 본사 덕분에 전문가 돼
윤성희 사장(49)이 2019년 1월 카페를 하게 된 <커피베이>성수세종타워점은 남편이 카페 독점으로 분양을 받은 곳이다. 처음에는 전매를 하거나 임대를 하려 했지만 계획대로 안 됐다. 남편은 개인 사업을 하고 있었고 마땅한 적임자가 없었다. 결국 윤 사장이 맡게 됐다.
커피베이를 선택한 이유는 주 고객층이 18층 건물 내 사무실 사람들이다보니 고가의 커피보다 중저가의 실용적인 커피가 어울릴 것 같다는 남편의 조언 때문이었다. 본사와의 상담과 계약 진행까지는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윤 사장이 직접 해야 했다.
본사의 교육이 있기 전날 밤 수십 개나 되는 메뉴를 살펴보는데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도망치고 싶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커피베이 본사 교육장을 찾아갔다.
20대의 젊은 커피베이 본사 직원들이 윤 사장을 맞이했다. 본사 직원들은 커피에 대해 1도 모르는 윤 사장에게 A부터 Z까지 꼼꼼히 상세하게 교육을 해줬다. 특히 커피 맛을 모르는 윤 사장은 맛을 보지 않고 양과 시간조절로만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커피베이 본사의 교육은 커피 초보 윤 사장에게 ‘나도 카페를 운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용기를 심어줬다. 그리고 드디어 카페 운영이 시작됐다.
떨림과 두려움 속에 첫 오픈! 6개월간은 새벽기도 나가며 마인드컨트롤
카페를 오픈하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6개월 동안이다. 본사로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지만 워낙 커피에 대해 잘 모르니 레시피와 메뉴 익히는 것도 더뎠다. 핫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헷갈려 손님에게 잘못 갖다드리는 일도 있었고 물 양을 잘 조절하지 못해 컴플레인을 받는 날도 있었다. 새벽기도를 다니며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했다.
건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평일에는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일을 했지만 주말에는 손님이 적어 혼자서 카페를 지켰다. 처음 얼마 동안 주말에 혼자 일 할 때는 긴장이 많이 돼서 손님이 많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도 있다. 손님들이 줄을 서 있으면 20분 정도 걸린다고 돌려보낸 적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카페에서 일한지 2년 가까이 된 지금은 여유가 많이 생겼다. 일이 안 풀릴 때는 기본대로, 본사의 매뉴얼대로 하면 됐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임을 배웠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목소리와 상냥함으로 단골들을 모으다!
윤 사장의 매장은 18층 건물 내에 있는 유일한 카페다. 지리적 이점으로 장사가 꾸준히 잘 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건물 밖에도 많은 카페들이 있고 윤 사장 매장의 커피 맛이 좋지 않으면 손님이 오지 않을 것이다. 커피 맛 이외에 단골들이 윤 사장의 카페를 자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목소리에 있다.
윤 사장은 대학 졸업 후 13년 간 학원 강사를 했다.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며 좀 더 밝고 활기차게 말하는 법이 몸에 익었는데 그게 카페 운영에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손님들은 윤 사장이 밝게 인사하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출근 시간에 오는 직장인 손님들에게는 중요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단골들 중에는 매일 같은 음료를 시키는 손님들이 있다. 그런 손님이 오면 윤 사장은 굳이 메뉴를 물어보지 않고 음료를 내어 드린다. 자신을 알아봐주고 기억해주는 것만큼 기분 좋은 것은 없다.
적당한 긴장감으로 삶의 활력을 얻다
윤 사장은 카페 운영 전 10년 간 전업주부 생활만 했던 터라 카페 운영 전까지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카페를 시작하고 나니 좋은 점도 많다.
주부로 집에만 있을 때 가장 큰 문제가 아이들과의 갈등이었다. 남매를 키우는 윤 사장은 특히 12세 아들과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과 생활습관 등으로 싸워야 했다. 그러나 카페를 운영하면서부터는 아이들한테 간섭도 덜 하게 되고 덜 집착하게 돼서 갈등이 줄었다. 옆에 붙어서 잔소리해야만 아이들이 잘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을 하면서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항상 긴장하고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 한다는 점이다. 카페는 나 혼자 있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어야 하니까 항상 긴장하고 있게 된다. 약간의 긴장감은 삶에 활력을 준다. 전업주부로 있었으면 얻지 못했을 건강한 기운이다.
커피는 이제 친구 같은 존재
커피베이 운영 2년 차. 윤 사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가짐과 자세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남편의 조언대로 정직하게 운영하고 프랜차이즈 카페인만큼 본사의 매뉴얼을 따르고 편법을 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윤 사장은 아직도 커피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제 커피는 윤 사장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 친구처럼 편하고 늘 옆에 있어서 좋다. 물론 처음에는 나랑 성격이 맞지 않는 친구 같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커피에 대해 알게 되고 이해해가고 있다. 그러면서 정이 들었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정을 나누며 함께 지내고 싶다. 평생지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