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투잡]과학적인 식당 경영으로 투잡에 성공한 직장인 창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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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125 등록일등록일: 2021-02-05본문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어떤 일이 안 될 때는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밥프랜차이즈 ‘더 진국’의 본사 직원이었던 손용구 씨는 슈퍼바이저로 일하며 많은 매장의 가맹점주들을 만났다. 점주들은 손씨에게 이런 저런 애로점들을 묻고 마케팅방법 직원 관리 방법 등을 상의한다. 그중에서도 매출 분석을 가장 많이 하는데 매출이 떨어질 때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예를들어 음식 맛이 안 좋아 매출이 떨어지는 매장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사장이 재료비 아끼려고 적정양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한 매장은 손익은 괜찮은데 가맹점주가 경영 자체를 힘들어했다. 그래서 손용구 씨는 ‘이런 정도면 수익성이 괜찮은데 내가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가게를 인수한다. 처음에는 매장에 집중하려고 본사에 사표를 냈지만 다시 입사해 지금은 직장과 식당 운영을 병행하는 투잡러가 됐다. 현재 손씨가 투잡으로 운영하는 매장은 2개다. 한때는 3개까지 운영했으나 한 매장은 현재 살고 있는 집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 양도를 했다.
손씨는 어떻게 코로나19에도 매장을 인수·확장하며 어려운 시국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또 회사 생활을 하며 투잡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손용구 씨는 그 비결을 ‘과학경영’이라고 말한다.
투잡가능한 식당 조건은 ‘단순한 운영시스템’ 매장 인수전 매출 분석 꼼꼼히 해야
손용구 씨(47)는 현재 ‘더진국’의 야탑점과 분당정자점을 운영하고 있다. 손씨는 더진국 직영점의 실습 사원으로 입사해 부점장, 점장을 거친 후 슈퍼바이저를 하다가 현재는 본부장을 맡고 있다. 아무리 잘 아는 매장이지만, 투잡으로 여러개 매장을 운영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더진국의 운영 시스템이 일반 한식집에 비해서 심플하기 때문이다. 투잡 업종의 첫째 조건은 매장 운영이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조리 시스템은 인력관리만 쉬운 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정자점이 배달 매출을 강화해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은 매출을 올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매장 인수에 필요한 두 번째 조건은 업종에 대한 지식이다. 직원을 두고 매장을 운영하려면 사장이 매장에서 돌아가는 내용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 매출과 손익분석 등 업종에 대한 지식은 인수 과정에도 꼭 필요하다. 여러 번 기존 매장을 인수를 해서 운영하다보니 나름대로 매장 인수 노하우가 생겼다.
매장을 인수 하기 전에는 물건을 얼마나 쓰는지 확인해야 한다. 포스 자료를 보면 메뉴별로 매출과 재료비가 다 나온다. 그것을 엑셀로 작업해 분석하면 매출 추이와 적절한 재료비 사용을 알 수 있다. 계절별 매출분석, 세일즈믹스 즉 전체 매출에서 상품별 매출 구성 비율 등을 분석해서 해당 매장의 성장 가능성을 나름대로 판단한다.
매장 인수후에는 신장개업 분위기를 내야 한다. 매장 비품들의 정리 정돈만 잘해도 매장 분위기가 확 산다. 특히 매장 전면의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면 효과가 좋다. 매장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매장에 대한 재투자를 해야 한다. 일부 점주들은 돈이 아까워서 재투자를 안하는데 매출이 하락하는 지름길이다.
2억원 투자로 첫매장 인수, 65%나 됐던 대출금을 지금은 다 갚아
손용구 씨는 첫 매장인 야탑점을 2억원에 인수했다. 은행 대출도 받고 가족, 지인을 설득해서 빌리기도 했다. 전체 필요 금액의 65%를 대출 받았다. 무리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본사 직원이었기에 사업에 대한 그만큼 잘 알고 있고 확신이 있었다. 또 맨땅에 헤딩하기가 아니라 이미 매출 실적이 나와 있는 매장을 인수하는 것이고 회사에서 받는 월급도 있어 용기를 내는 게 가능했다.
매장 인수를 할 때는 점포 보증금과 권리금을 잘 파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주변 시세를 감안해서 시세와 큰 차이가 안나면 회수가 가능하다. 시설 권리금은 감가상각비를 고려해서 인수했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창업할 때 교차 검증을 안해서 실패 한다. 무슨무슨 업종이 뜬다는 얘기와 본사의 설득에 넘어가 창업을 한다. 하지만 업종의 사업성 분석과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하고 발품을 팔아 인근 상권을 파악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내 머리에 든 정보와 자료가 많으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
현재 손용구 씨는 야탑점의 대출금을 다 갚은 상태이다. 직장에서 받는 급여로 대출금을 우선적으로 갚아나갔고, 수입이 생기면 일정 부분 항상 저축을 해서 다음 투자를 대비했다. 매장의 시설은 오래 되면 낙후되게 마련이다. 5년 정도 후면 재투자도 준비해야 한다. 노란우산공제 등과 같은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들면 세금은 줄이면서 자본은 축적할 수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한다’ 투잡 식당 가능한 이유, 포스 시스템 활용이 비결
손용구 씨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다보니 야탑점과 분당점을 오토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토매장이란 사장이 직접 매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 의해서 매출이 발생하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사장이 가져가는 방식을 말한다.
손 씨는 오토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전체 업무를 다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말에 매장에 나와 일을 해서라도 주방, 홀 업무, 냉장고 식재료 보관상태, 재고 상태를 꿰뚫고 있어야 직원들이 사장 말을 따르고 믿어준다.
또한 포스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한다. 포스 내역을 보면 판매 내역이 다 뜬다. 손씨는 느낌으로 식당을 경영하지 말고 포스로 숫자 경영을 해라고 조언한다.
엑셀로 전환해서 판매내역을 보면 본사 구매 내역이 다 나온다. 어떤 재료가 덜 쓰이고 더 쓰이고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포스로 매출을 보면 어느 메뉴가 더 잘 나가고 안 나가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계절별로 잘 나가는 메뉴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매출이 하락하기 전에 매장 포스터 변경, 신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등이 가능하다. 손씨는 “슈퍼바이저로 매장 매출을 관리하다보니 매장 관리가 조금 더 수월했다. 정확한 팩트로 매장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오토매장은 점장과의 신뢰가 중요! ‘객관적인 데이터 공유’가 신뢰의 첫걸음
더진국의 메뉴들은 레시피가 간단해서 초보자도 쉽게 조리가 가능하다. 직원 숙련도가 큰 영향을 안 준다. 그래서 일반 직원은 쉽게 채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점장은 다르다. 사장 대신 매장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점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식당 운영의 성패가 갈린다.
현재 손씨와 함께 일하는 점장은 6~7년을 함께 일했다. 점장은 중년 주부다. 중년 주부의 경우 젊은층보다 근무에 안정성이 있다. 한식이 유리한 이유 중 하나다. 장기근속의 또다른 비결은 신뢰다. 그냥 잘해주고 친해지는 것만으로는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손씨와 점장은 식당의 매출을 비롯해 흘러가는 사정을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해서 정확하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파악하고 의논한다. 어디서 매출에 문제가 생겼는지 진단을 하고 소통을 하는 가운데 신뢰 관계가 생긴 것이다. 식당의 자본의 흐름을 꽉 쥐고 있다는 동지의식이 서로를 끈끈하게 만들어준다.
코로나 타격에 일희일비...유흥업소 많은 매장은 타격, 주택가 낀 매장은 배달로 극복
손씨의 매장도 코로나를 비켜가진 못했다. 야탑점은 24시간 매장이고 유흥업소가 많은 상권이라 타격이 컸다. 그러나 정자점은 달랐다. 오피스 상권이라 홀 매출에 큰 영향이 없었고, 거기에 주변이 아파트 밀집 지역인 덕에 배달 매출이 껑충 뛰었다. 배달매출이 1천만원에서 2천5백만원대로 상승했다.
가맹본사에서 배달 전용 상품을 브랜딩해서 배달앱내 카테고리를 확장했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 또 일반 국밥과 달리 토렴방식이라 주문후 조리 시간이 짧다는 것도 배달 매출을 늘리는데 도움이 됐다. 세트 메뉴 구성으로 배달 이후 객단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배달 매출이 상승하자 손용구 씨는 이 또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리뷰 관리를 디테일하게 했고, 소상공인 상권 분석 프로그램에 맞춰서 역타겟 마케팅을 한 것이다. 배달 카테고리도 한식 파트에서 나눠서 별도의 브랜드로 들어갔다.
메뉴도 배달 묶음 판매가 가능한 세트 메뉴를 개발했다.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숍인숍 매장도 들였다. 배달 전용 상품인 ‘쭈꾸미에 빠지다’라는 부캐 브랜드를 개발한 것이다. 정자점은 코로나 이후 배달마케팅을 강화하던 초기에는 배달앱에서 6~7개까지 깃발을 꽂았다. 현재는 5개 정도 꽂고 있다.
국밥 배달 용기도 전자렌지에 바로 돌릴 수 있는 PP용기를 사용한다. 용기가 조금 비싸지만 좀 더 두꺼워서 보온성이 높다.
더진국의 토렴방식은 뚝배기를 달궈놓았다가 육수만 부으면 되도록 했다. 순대국밥, 돼지국밥은 냄새가 나서 그렇게 못하는데 특별한 노하우로 고기 냄새를 잡아서 그게 가능하다. 국밥 고기 냄새가 안 나기 때문에 배달온 음식을 포장지째로 전자렌지에 1분 30초만 돌리면 매장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이 난다.
“코로나는 지나갈 것이고...그때가 되면 좋은 기회 찾아올 것”
손용구 씨는 정자점의 배달 매출이 잘 나온다고는 하지만 코로나로 지난해 많은 피해를 봤다. 배달이 가능한 정자점은 오히려 매출이 올랐지만 인근에 유흥가가 많은 야탑점의 경우 배달 매출도 한계가 있고 매출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었다. 매출이 떨어지면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데 투잡매장이라 인건비를 줄이지 못한 것도 손실을 본 이유다.
요즘처럼 인건비가 상승하면 가족 경영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지금은 혼자 직장 생활과 식당 운영을 감당하고 있지만 은퇴후에는 가족과 함께 경영하는 게 손씨의 목표다.
손씨는 코로나는 개인의 재앙이 아닌 전세계적인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그 이후까지 생각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좋은 조건의 점포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고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게 손씨의 생각이다. 그때를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는 자만이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 또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게 손씨의 지론. 때문에 오늘도 손용구 씨의 정보수집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계속 가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