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창업]성공해서 아버지 회사 인수해버린 주부, 친환경 사업 리더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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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766 등록일등록일: 2020-12-23본문
우리 주변에는 원하면 쉽게 구할 수 있고 편리함을 주는 물건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빨대다. 주로 음료를 먹을 때 사용하는 빨대는 무심코 쓰고 쉽게 버리는 도구다. 이 물건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빨대가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하찮고 사소한 빨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올인한 여 사장이 있다. 친환경 빨대를 만드는 동일프라텍 김지현 대표(38)다. 김 대표는 지난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친환경 빨대 ‘디앙’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김지현 대표는 그린비즈니스의 리더다. 사람 입에 닿는 빨대는 음식만큼이나 청결과 안전, 나아가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게 애 둘을 둔 엄마 김지현 대표의 생각이다.
친환경빨대는 왜 만들게 됐고 김 대표가 빨대 때문에 눈물 흘렸던 사연은 무엇일까? 20대때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이 다 해본 김지현 대표가 애 둘 키우는 엄마로서, 그 것도 힘들다는 제조업 분야에서, 또 여사장으로서 빨대 업계의 리딩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창업과 사업 비결을 알아보자.
여행가이드, 댄스 강사 등 안해본 일이 없었던 20대 여성
에너지 넘치는 30대 후반의 여 사장이지만, 김지현 대표는 고등학생 때 공부 밖에 모르던 여고생이었다. 당시 김지현 대표의 아버지는 남대문 시장에서 대형 도매 유통업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거래는 전국 단위였고 당시만 해도 어음 거래가 활발했다. 그러던 어느 날 IMF가 터졌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도로 인해 맞은 타격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였지만 모든 걸 다 버리고 건진게 살고 있던 집과 빨대 공장이었다. 그 빨대 공장은 거래처가 부도나면서 현금 대신 받은 공장이었다.
그 일은 김지현 대표의 청소년기에 일어났다. 오로지 공부밖에 모르던 김지현 대표에게 집안의 몰락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부도는 학업에도 영향을 미쳐 김지현 대표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꿈이 좌절돼 폐인처럼 지낼 때 그녀를 지탱해준 건 일이었다. 김지현 대표의 어머니는 남대문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엄마가 일하는 남대문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새벽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삶의 치열함과 에너지를 얻었다. 그때부터 여행가이드, 살사댄스강사, 음식점 서빙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한마디로 아르바이트 일을 통해 사회를 배우며 대학을 졸업했다.
자영업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탓인지 곱상하고 여린 여성적 이미지와 달리 아르바이트 할때부터 남달랐다. 뭐든지 주인 마인드로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다. 대기업, 공공기관부터 작은 돈까스집까지 늘 칭찬받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대학 졸업 후 김 대표가 들어간 곳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빨대공장이었다. 남대문에서 도매업을 하던 아버지가 물건 값으로 인수받은 공장이다. 그곳에서 3년간 직원으로 일하며 제조업이 뭔지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래처 사장이 급하게 기계를 갖다주면서 일본에 납품할 빨대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아버지 공장은 인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때 김 대표가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공임을 받고 주문량을 소화했다.
주문량을 소화한 후 제공받은 기계를 돌려줘야 했으나 그 당시 큰 사건이 터졌다. TV의 고발 프로그램에서 빨대 위생을 다뤄 전국이 난리가 났다. 우리나라의 빨대 제조 공장은 숫자가 얼마되지 않는다. 산업용 빨대 제조 회사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1등 기업이 있다. 반면 커피숍 등에 납품하는 빨대의 경우 고만고만한 작은 업들이 영세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역과 이니셜만 말하면 업계에서는 어느 회사인지 다 알 정도로 시장이 좁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지현 대표의 회사도 방송국에서 다녀갔던 걸로 밝혀졌다. 다행히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제작된 김 대표의 회사는 방송에 소개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별 포장된 빨대 주문이 폭주했다. 위탁 제조는 끝났지만 기계를 돌려주기보다는 직접 사업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고 위탁받은 기계를 아예 구입해서 직접 제조업에 뛰어들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것이다.
개별포장 빨대 수요 급증. 얼떨결에 사업자등록증 내고 사업 시작
김지현 대표는 쏟아지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일했다. 도매업을 하시던 아버지와 달리 섬세한 여성의 감수성이 녹아들자 인기폭발이었다. 과거만해도 오픈된 빨대를 사용하는 곳이 많았으나 김지현 대표는 개별 포장을 해서 위생적으로 빨대를 제조했으며 예쁘게 로고를 디자인해주기도 했다.
2011년도 들어서면서 개별포장 빨대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급하게 법인을 만들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갔다. 개별포장 뿐만 아니라 구부러지는 빨대와 색이 다른 빨대 등 디자인도 신경 써서 만드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제자리 걸음인 아버지의 빨대 회사와 달리 김지현 대표의 회사는 점점 몸집을 불렸다. 2017년 아버지 회사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워갔다.
2018년 터진 환경이슈... 코에 빨대가 꽂힌 거북이 영상보며 자괴감들어 몸도 마음도 망가지다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려온 김 대표는 어느 날 거래처인 대기업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현장 심사를 받다가 충격을 받았다. 해당 기업과 거래를 하려면 정기적으로 현장 심사를 받아야 했는데 재계약을 위해 받은 심사에서 100점 만점에 32점이 나온 것이다. 주부이자 엄마이다 보니 위생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했는데 이해가 안됐다. 뛰어난 위생관리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낮았던 이유는 공장설립을 위해서 대출받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재무 상태가 좋았음에도 대출 가능한 금액이 너무 적었다. 신용조회를 했더니 형편없었다. 대출을 많이 받으려면 이노비즈, 메인비즈, 벤처, ISO 등등 각종 인증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거래처 위생 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것도 실제 위생 상태가 문제가 아니라 각종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절차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가령 소독을 하면 그냥 소독을 실행하는 걸로 끝나서는 안되고 그 절차에 대한 표준이 서류로 확립되어 있어야 했던 것.
그제야 회사 외적인 부분만 키웠지 내실을 다지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기업가가 아니라 공장장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동안 공장장처럼 기계를 돌리는 데만 집중했지 기업을 경영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각종 인증 절차를 밟고 2018년도 4월에는 FSSC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까지 받아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었다. 이처럼 체제를 갖추자 32점이었던 점수는 글로벌 외식기업 못지않게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달려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앞으로 전진해야 할 시점에 공교롭게도 또 한 번 폭탄이 터졌다. 2018년도 5월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혀 있는 영상이 공개돼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의 주범이 빨대인 것처럼 여론이 들끓었던 것이다.
4월 FSSC22000 인증을 받느라 대출을 받고 수십억원을 들여서 공장을 새로 옮기고 안전하고 위생적이 제조 환경을 만들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에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공장 이전과 시스템 정비에 쏟아부은 돈보다도 더욱 김 대표를 괴롭힌 건 그동안 빨대 제조업을 하면서 환경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코에 빨대가 꽂힌 거북이 영상을 수백번 돌려봤다. 눈물이 핑 돌았다. 직원들 사기도 떨어졌고 김 대표의 몸과 마음이 망겨졌다. 사업 시작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회사 규모를 떠나서 기업의 오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던 것.
친환경 소재 연구개발 착수,국내 최초로 친환경 빨대 개발해 환경표지인증 취득하다
거북이 영상을 보며 몸과 마음이 무너졌을 때 김 대표의 눈에 들어 온 것은 2017년도에 태어난 둘째와 첫째 아이었다. 플라스틱 빨대로 환경이 파괴되면 결국 그 영향은 두 아이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것이다. 지금 내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지 않으면 내 아이들의 미래는 너무 암울할 것이 불보듯 뻔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주저 않을 순 없었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친환경 소재로 된 빨대 개발에 돈과 시간 노력을 쏟아부었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개발한 친환경 빨대 ‘디앙 스트로우’가 국내 빨대 제조사 최초로 제품의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환경부가 부여하는 ‘환경표지인증(생분해EL724)’을 획득한 것이다.
디앙 스트로우는 PLA수지로 만든 것으로 사용감이 플라스틱과 같아 편리하지만 폐기 시 미생물에 의해 100% 생분해된다. PLA(poly lactic acid)는 옥수수 혹은 벼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전분 성분으로 만드는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다. 입으로 물거나 빨아도 환경호르몬은 물론,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
현재 ‘디앙’은 전 제품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요청 하지 않은 검사까지 받고 피부 자극 피부독성테스트까지 했다. 김 대표 자신이 확신을 갖기 위해서 까다롭게 했다. 유통업체가 그런 검사를 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유통회사들이 안전하게 사업을 하려면 제조사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디앙 제품을 유통하는 유통업자나 커피숍 등 매장들이 안전하게 빨대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친환경 빨대는 플라스틱 제품보다 5배 이상 더 비싸다. 때문에 ‘디앙’을 사용하는 매장이라면 가장 안전하고 좋은 빨대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곳이라고 믿어도 좋다는 게 김지현 대표의 말이다.
아쉬운 것은 EL번호만 다른 비슷한 표기법이 많아서 월등히 좋은 상품임에도 소비자들이 비슷한 제품으로 아는 경우가 많아 차별성을 홍보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돼 있는 제품도 표기법만 달리해서 친환경 제품 인증이 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제품의 우열을 가릴 수 있도록 서로 다른 표시법을 제공해서 어떤 제품이 더 친환경적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돼 있지 않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전도사로!!
김 대표는 아침 4시반에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갈 준비를 하고 두 아이를 챙겨서 친정엄마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 9시30분에서 10시 사이다. 출근이 늦는 대신 일찍 일어나서 새벽시간에. 회사의 일정 체크부터 중요한 일을 다 끝내놓는다.
김지현 대표의 회사는 영업 사원이 없고 영업관리부만 있다. 새로운 영업은 김지현 대표가 직접 다 한다. 일하다보면 점심을 못먹을 때가 많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7시에서 8시 사이에 퇴근하는데 아이들 숙제 봐주고 재우다보면 저녁을 못먹고 그냥 자는 날도 많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해준 게 없고 매일 빡빡한 일정 속에 살지만 이제 아이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일에 확신이 없고 자신감이 없다면 그 일은 실패한 것이라고 김 대표는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커피숍들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김지현 회사의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경제적 손실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전에는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했는데 요즘은 8시간만 가동한다.
인건비가 상승한 후 24시간 공장을 돌리면 초과근무 수당으로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고 직원들의 삶도 피폐해지는 것같았다. 8시간 근무로 수입은 줄었지만 직원들이 얼굴도 밝다는 게 김사장의 말이다.
김지현 대표는 매출이 줄어들더라도 환경보호를 위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일회용품을 꼭 사용해야 한다면 재생이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차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빨대처럼 용량이 작아 수거가 어렵고 수거하더라도 음료가 묻어있어 세척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면 사용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생분해성 소재 제품을 개발했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2022년부터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이 규제된다고 한다. 덩달아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 소재의 다양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생분해소재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 이 제품들은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아직 분리수거해서 재생사업을 할정도로 많은 수량이 사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00% 생분해 되는 성분으로 만든 제품의 공급이 많아진다면 생분해소재가 분리수거 품목으로 분류되어 단독 매립되어 퇴비화작업을 하거나 재생이 가능해지기를 김 대표는 바라고 있다.
또한 수많은 친환경인증이 같은 모양으로 사용되어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일부 플라스틱이 섞인 제품과 100%생분해 제품이 같은 모양의 인증을 받고 있어 분리 배출을 하더라도 잘못 버려지면 기존 자원의 재생을 방해하고 물성이 좋지 않게 된다. 따라서 같은 친환경인증이라도 규격에 따라 표기를 다르게 해야하고, 까다롭게 받는 친환경인증인 만큼 관리도 엄격하게 하여 본래의 취지에 맞게 사용되도록 해야한다는것이 김대표의 바람이다.
플라스틱이 일부 함유된 친환경 빨대와 달리 100% 생분해 되는 성분으로 만들어진 디앙제품을 위해서 디앙이 분리수거 품목으로 분류되기를 바란다.
김 대표의 계획은 디앙을 하나의 친환경 브랜드로 만들어 디앙을 퇴비로 사용하는 농업도 하고 싶어한다. 친환경 카페, 친환경 리빙용품, 다앙을 퇴비로 사용하는 농업을 통해 친환경적인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유아용품 제조에도 손을 댔다. 무엇보다 내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써도 해롭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것이 곧 자연이 파괴되지 않고 환경이 파괴되지 않는 지름길일 것이다. 김 대표의 커다란 꿈이 전세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