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평 로봇초밥집으로 월 600 소득, MZ엄마의 식당 창업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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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3,822 등록일등록일: 2024-06-07본문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좋은 상권에도 빈 점포가 많았다. 권리금없이 매물로 나온 점포도 많았다. 팬데믹 이후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 사람들은 그 기회를 잡지 않았지만 팬데믹 기간이 기회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권리금없이 좋은 조건으로 나온 점포를 잡았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 강남 최고의 아파트가 미분양이 났다. 그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 사람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무시했지만 위기 이후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 사람들은 미분양 아파트에 도전했다.
살다보면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재테크를 할 수도 있고, 투자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이혜지 사장(30세, 가산팔복초밥 송도달빛축제공원점)도 그랬다. 두 살, 네 살된 아이를 가진 이 사장이 창업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모두 반대했다. 아이가 어려서 너무 이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상권이 막 살아나는 곳에 빈 점포를 발견했고 지금이야말도 도전할 적기라고 판단해 매장을 얻고 창업했다.
창업한 지 얼마 안됐지만 현재 월 6백만원대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결혼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30대 경력단절 주부가 창업에 도전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좋은 상가는 미리 선점해야 한다
인천 연수구 송도 신도시에 위치한 송도달빛축제공원 앞에는 14평짜리 초밥집이 있다. <가산팔복초밥 송도달빛축제공원점>이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이혜지 사장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4~5년 정도의 공백기를 가졌다. 풀무원에 근무했던 그는 결혼후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 둘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다시 일을 하고 싶은 욕심도 컸다. 둘째가 어린이 집에 갈 수 있는 시기가 되자 결심을 했다. 다시 직장 생활을 할 수도 있고 30대 초반이라 나이도 어렸지만 경력단절 여성에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차라리 내 사업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던 그녀가 택한 업종은 식당이었다.
◆창업을 결심하고 매장부터 구한 이유
창업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장사할 매장을 구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거주하는 송도 신도시는 좋은 상권이 많았다. 큰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둘째는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매장을 물색했다. 2주 정도면 매장을 구할 수있을 것같았는데 투자비도 생각해야 하니 금액이 맞는 점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두 달이나 걸렸다.
창업자금을 1억원 이하로 잡았기 때문에 너무 비싼 점포는 얻기 어려웠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인테리어 공사 등 각종 비용이 올랐다고 해서 최대한 점포 구입 자금을 절약해야 했다.
마침 송도신도시에 좋은 상권이 눈에 들어왔다. 송도달빛축제공원 앞에 37층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이 건물은 코로나 직전에 지어진 빌딩이었다. 코로나 기간인 2~3년 동안 거의 공실로 있다가 2023년에 코로나가 끝나며 본격적으로 가게들이 입주하기 시작한 곳이다. 앞에는 공원에 있고, 뒤에는 1500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해당 상가는 앞으로 상권이 활성화될 일만 남았다고 판단했다. 권리금없이 공실로 나온 지금이 투자의 적기였다. 시간이 흐르면 권리금이 붙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그 지역에서 매장을 구할 수 없을 것같아서 의사 결정을 했다. 14평 매장은 권리금 없이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는 200만원이었다.
◆초밥 로봇으로 조리
보통은 창업 아이템을 정하고 적합한 점포를 구해야 하는데 이 사장은 거꾸로 했다. 먼저 매장을 얻은 뒤에 본격적으로 창업아이템을 물색했다. 저렴하게 점포를 얻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14평에는 분식업이 적합할 것같아서 처음에는 김밥집을 알아봤다. 유명하다는 김밥 프랜차이즈들을 찾아가 상담도 받고 음식도 먹어봤다. 그런데 김밥집은 영 마음이 가지 않았다. 김밥 만드는 것은 품이 많이 드는데, 메뉴 단가가 낮아 노동 강도도 높고, 판매량이 많아도 원하는 매출을 올리기 힘들 것같았다.
객단가를 고려하고 경쟁도 덜한 아이템을 생각하다가 눈에 들어온 게 초밥집이었다. 주변 상권과 매장 위치에 초밥이 잘 맞는 것같았다. 다양한 초밥 프랜차이즈를 알아보다가 선택한 것이 <가산팔복초밥>이었다.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 맛이었다. 내 입맛에 맞아야 고객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간편한 운영 시스템이었다. 일반적으로 초밥집은 주방장 구하기가 힘들지만 가산팔복초밥은 초밥로봇을 이용해 주방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기계에 밥을 넣으면 13그램씩 초밥용 밥이 나오는데 거기에 초밥용 네타를 얹기만 하면 된다. 초밥로봇에서 초밥용밥 10피스가 나오는데 30초도 안 걸린다. 예전에는 로봇이 만든 초밥의 밥이 딱딱하고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기술이 발달해서 사람이 만든 것 못지 않다. 부드럽고 밥 안에 공기층도 어느 정도 들어있어서 맛있다.
◆불황기에는 가성비 메뉴가 뜬다
세 번째 이유는 가성비였다.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양극화가 심하다고 판단했다. 맥주집도 9900원 무한리필 술집이 인기이고, 음식점도 전체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매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초밥집도 비싼 곳보다 가성비가 있는 곳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가산팔복초밥>은 가성비 초밥으로 유명하다. 초밥 31피스에 2만4900원인 메뉴가 특히 인기가 있었다. 31피스 초밥이 완성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지만, 10분도 안 돼 초밥이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나름 대로 기준을 갖고 업종을 정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총 창업비용은 보증금 2000만 원 포함 8000만 원 정도 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놓은 돈과 언니의 지원, 은행대출금올 합해서 창업자금을 마련했다.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주일간 조리 교육을 받았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2주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혜지 사장은 조리에 자신이 있어 일주일 교육으로 충분했다. 레시피대로 조리하는 방법과 포스 작동법, 배달어플 시스템 관리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받았다. 매장은 2024년 3월에 문을 열었다.
◆10분도 안 돼 31피스 초밥 한 판이 완성
매장을 오픈하면 이벤트와 마케팅을 하게 마련이다. 지역 상권 주민들에게 매장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혜지 사장은 어떤 이벤트나 홍보도 하지 않았다. 맛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전단지도 돌리지 않았다.
간판이 홍보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고, 가격이 비싼 매장이 아니라 좁은 상권에서는 금방 소문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한 번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오픈 첫달에 3천만원 매출을 올렸다.
이혜지 사장은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요리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초밥 로봇을 활용해 5분이면 31피스 초밥을 만든다. 그래서 주문부터 음식을 낼 때까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점심시간 등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회전율이 높다.
가게에서 판매되는 80%의 초밥을 이 사장이 만들고 있다. 초밥로봇이 있기 때문에 조리 경험이 없는 사장들도 1~2주 정도만 교육받고 연습하면 초밥 만드는 게 가능한데 이혜지 사장은 요리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더 잘 적응했다.
31피스 초밥세트 이외에도 15피스 생선모둠초밥과 토핑유부초밥도 잘 나간다. 15피스 생선모둠초밥은 연어와 광어, 참치가 나온다. 1만6900원이다. 토핑유부초밥은 5개짜리가 6900원, 10개짜리가 1만2900원이다. 초밥 못먹는 애기들을 위해 엄마 아빠들이 많이 사간다. 그 외 덮밥류와 우동류의 식사 메뉴도 있다.
◆특허받은 배달 용기로 초밥 배달
이 사장 가게에는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오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다. 신규 고객보다 재방문 고객이 많다. 가격과 품질에 만족하면 재방문 고객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이 사장은 창업에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손님들은 초밥이 신선하고 잡내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또한 맛이 언제나 일정하다.
이 사장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식자재를 공급받는다. 평일에는 하루에 연어 2킬로, 광어 1킬로가 들어오고 주말에는 연어 6~8킬로, 광어 3~4킬로 정도가 들어온다. 매장에 배송된 초밥용 네타는 쇼케이스 포함 3대의 냉장고 보관한다. 손질이 다 되어서 필렛으로 들어오는 네타를 가급적 그날그날 소진하려고 한다.
신선하고 맛있고 가성비 있는 초밥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단골 손님들 중에는 일주일에 4~5번을 오는 경우도 있다. 특히 혼자서 오는 40~50대 남성손님이 많다.
매장이 14평 밖에 안되니 매출을 더 높이려면 배달이 강화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내점 고객 중심이었는데 매장 운영이 안정화되면서 배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배달에 신경 쓴 후에는 배달 매출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배달용기는 특허받은 용기다. 초밥이 한 개씩 쏙쏙 들어가는 용기에 넣기 때문에 흐트러짐이 없이 초밥을 배달할 수 있다. 거기에 아이스팩을 올려 신선도를 유지한다. 깃발은 3개 정도 꼽았다.
◆초보 사장은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식당 초보 사장이다보니 창업 초기에 어려움도 많았다.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재료 관리, 원가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툴렀다. 가맹본사가 많은 것을 도와줬지만 식자재 관리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올지 예측이 안되다보니 초밥에 쓸 네타 양을 못 맞춰서 애를 먹었다.
가맹본사에서 완제품 네타가 공급되지만 어떤 날은 준비한 네타가 모자라서 그때그때 썰면서 나간 적도 있고, 어떤 날은 남아서 집에 가져가서 먹은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매출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당일 소진하려고 노력한다. 본사에서 신경을 많이 써줘도 사장이 신경써야 되는 부분도 많았다.
여 사장의 장점은 섬세한 관리다. 예를들어 직원 관계에서 예민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주부로서 살림과 육아와 병행하는 것은 힘들다. 이제는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녀서 조금 수월해졌다. 남편도 많이 도와줘서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나만의 소득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월 매출 3000만 원 중 식자재 원가는 35%선이다. 배달 포장용기까지 포함된 것이다. 요즘은 원가율이 40%를 훨씬 넘는 경우도 많은데 다른 음식점에 비해서 원가율이 낮은 편이다. 거기서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의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에 따른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500~600만 원 정도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내가 번 돈을 내 맘대로 썼는데 일을 그만두면서 남편에게 생활비를 타서 쓰는 게 편하지는 않았다. 창업후 가장 좋은 점은 몸은 좀 힘들지만 내가 번 돈을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식당업이 자영업이라 매장에 묶여있는 시간이 적지는 않지만 사장이기 때문에 직원들을 잘 활용하면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장의 책임감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이혜지 사장은 ‘자기 일을 갖기 원하는 경력단절 젊은 주부들이 많다’고 말하며 창업 전에 너무 즉흥적인 결정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매장 선정, 창업 아이템 결정까지 신중히 생각하고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식당 경험이 없다면 창업 전 6개월에서 1년 정도 식당에서 일해보라고 조언한다. 시행착오를 훨씬 줄일 수 있다.
◆손님에게 휘둘리지 말고 맛의 중심을 지켜야
경쟁이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이혜지 사장이 말하는 생존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브랜드의 음식이 창업자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매장을 방문하면 음식 맛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하는데 우리 음식점의 맛이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손님들이 한 두 마디씩 하는 말에 휘둘리기 쉽다. 이건 짜다, 싱겁다는 말에 흔들리면 음식 맛이 자꾸 변하기 때문에 일관성을 가져가기 어렵다.
내 입맛에 맞고 내가 파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맛으로 손님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월 3천만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테이크아웃과 배달을 강화해 매출을 더 높여나갈 계획이다. 3년 정도 매장을 운영해서 안정되면 매장은 직원에게 맡기도 반오토 또는 완전 오토로 돌려서 육아에 다시 전념하고 싶다. 그 때면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한 후에는 포장마차 창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 평소 요리 실력이 좋아서 술안주를 잘 만드는데 술 맛 나는 나만의 포차 주점을 창업해 핫 플레이스로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