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몸을 죽이는 화학기업의 비밀과 싸운 변호사의 실화, 다크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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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713 등록일등록일: 2020-07-06본문
일을 안하고 살 수는 없는데 양심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런 갈등이 생길 때 꼭 봐야 하는 영화.
다크 워터스는 직업 소명과 기업 윤리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거대 기업 듀폰사의 문제에 맞서는 한 변호사의 지루하고 치열한 사투를 기록한 실화다. 마크 러팔로가 주인공 롭 빌럿 역을 맡았고 앤 해서웨이가 아내 사라역을 맡았다.
◆위대한 투쟁의 시작은 소박한 일상에서 시작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인 롭에게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농부가 찾아온다. 증거를 가득 들고온 그들이 고발하고 싶어하는 회사는 ‘듀폰’이다. 농부는 롭의 할머니 소개로 왔다. 하필 듀폰은 로펌과 친한 기업인데 그 회사를 고발한다니,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처음에는 그냥 돌려보냈지만 절박하게 도움을 바라는 농부의 모습이 신경쓰였던 롭. 농부를 찾아가 현장을 보기로 한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자연. 별 문제가 없어보이는 시골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농부의 소 190마리가 계곡물을 마시고 떼죽음을 당했다. 온순하던 소가 갑자기 미친소처럼 난폭해지기도 하고, 죽은 소의 발톱 이빨 내장이 기형적으로 변해있었다.
농장 인근에는 듀폰사가 사들인 드라이런 매립지가 있었다. 병든 사람들과 현장에서 확인한 가축의 변화 등을 확인한 후 롭은 농부의 의뢰를 받아들인다.
◆ 최고의 기업을 함부로 건드렸다간
왠만한 베짱이 아니고서는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을 건드리기란 쉽지 않다. 지역 주민이 원인모를 병을 앓고 있었고 지역 환경 문제가 심각했지만 듀폰사는 그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렸다. 롭이 자료를 요청하자 듀폰은 ‘엿먹어라’는 듯이 어마 어마한 서류를 통째로 보내와 조사할 엄두가 안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롭은 성실하게 그 모든 서류를 다 뒤졌다. 드디어 서류더미에서 듀폰사가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한다.
하지만 다른 세상 일처럼 증거 발견은 거대한 싸움의 시작일 뿐이었다. 현대 사회의 황제는 ‘돈’을 쥐고 있는 기업이다. 정치가는 기업의 돈을 받고, 과학자들도 기업 편에 서고, 기업이 제공해주는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반인들도 듀폰을 사랑한다고 외친다. 지역주민들은 듀폰을 고발한 농부의 가족과 진실을 증거한 듀폰 출신 화학자 가족을 왕따시킨다. 자본의 부스러기로 안락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알려는 노력보다 기업으로부터 받는 이익이 더 중요했다.
◆ 조직원의 양심을 지지하는 경영자
고성이 오가지도 않고 엄청난 클라이막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영상이 다이나믹 하지도 않다. 하지만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롭의 모습에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희미한 양심의 빛’을 볼 수 있다. 영화는 롭을 정의의 사도로 묘사하지도, 위대한 영웅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발단부터 해결될 때까지 롭의 모습을 차분히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 그때문에 더 감동적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로펌 대표인 톰 터프(팀 로빈스)와 아내인 사라의 태도는 뭉클했다. 로펌 회의에서 한 흑인 변호사가 ‘당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알량한 허영심에서 미국의 자랑인 기업 듀폰을 건드리는 것 아니냐’며 롭을 비난하자 로펌의 대표는 그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롭을 옹호했다.
‘미국인들이 변호사를 싫어하는 이유는 자료로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기 때문’이라며 ‘롭이 정리한 내용이나 읽어보고 나서 그런 말을 하라’고 말 한다. 이어 ‘미국의 최고 기업이라면 적어도 이 보다는 더 나아야 하는 것 아니냐, 기업들이 잘못된 길을 가면 우리가 그 것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일갈한다.
◆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힘은?
듀폰사가 사용한 C8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위해 무려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광범위한 역학조사가 이뤄졌다. 그 기간 동안 거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롭에게는 일을 맡기는 고객이 없었고 그의 급여는 계속 감봉되었다. 아내 사라는 생활고로 롭에게 화를 낼 때도 있다. 하지만 진실을 향한 롭을 지지해주는 가장 큰 후원자였다.
영화 중간 중간 롭의 가족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나온다. 기독교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롭에게 거대 기업인 듀폰사와 싸울 마음을 주신 존재이자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루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게 한 힘, 결국 롭의 승리를 이끈 힘이 하나님이라고 생각할 것같다.
영화 후반부에서 롭이 절규했던 말이 인상적이다.
“국가시스템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아.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아.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켜야해. 중학교밖에 안나온 농부가 그걸 내게 알려줬는데 나는 그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어”
◆ 진실이 승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영화를 보면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되려면 공정한 법 집행과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정치인도, 학자도, 전문가도, 직원들도, 심지어 소비자들까지 안락한 생활을 위해서 기업 편에 섰지만, 롭은 법정소송에서 연속적으로 이긴다. 지금도 롭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후라이팬을 비롯해 심지어 콘텍트렌즈까지 C8이 들어간 제품들로 듀폰사는 어머어마한 수익을 남겼다. 그만큼 피해규모도 글로벌하다. 덕분에 C8은 지구의 모든 곳에, 그리고 99%의 인간의 몸속에 축적돼 있다. ‘다크 워터스’를 보면서 ‘크고 작은 이익과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위해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를 자문했다.
콘텐츠가 나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는 커녕 머릿속에 쓰레기가 들어온 느낌이다. 반면 좋은 콘텐츠는 몸살에서 회복됐을 때의 개운함처럼 머릿속을 맑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