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알바도 안해본 대학생이 대박식당 만든 창업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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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7,324 등록일등록일: 2024-06-24본문
부산에는 그릇이 아닌 바나나 잎에 요리를 내주는 이색 맛집이 있다. 필리핀 바베큐 요리가 주메뉴인 <부들파이터>다. 부들파이터의 안준영 사장은 아직 대학생이다. 군대 전역후 2년 정도 해외에 갔다가 한국에 들어와 창업한 후 복학하지 않았다.
부들파이터가 문을 연 것은 2020년 5월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오픈해 2,3개월 가량 시행 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창업 3개월부터 맛집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해 지금은 직영점 5개에 자체 식품제조 공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매장에서 1년동안 일하던 99년생 청년이 독립해서 울산에 가맹점을 냈는데 오픈 하자 마자 울산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 안준영 대표처럼 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창업을 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당 알바조차 해본 적 없는 안준영 대표는 어떻게 한국 사람에게는 낯선 음식으로 대박 식당을 만든 것일까?
◆해외여행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다
안준영 대표는 부산대 토목공학과 학생이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해 2017년 6월에 전역했다. 한 달 후인 7월에 캐나다 어학연수를 떠나 1년을 보냈다. 이듬해에는 중남미 등 다양한 국가로 해외 여행을 했다.
2년 정도 해외 생활을 한 후 2019년 한국에 들어온 그는 복학하지 않고 창업을 했다. 창업 아이디어는 해외에서 얻었다.
해외여행을 다녀보니 영어 설명이 없는 현지 음식점 메뉴는 어떤 음식인지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여행 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저의 음식점 메뉴판 버전을 만드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사업에 도전했다.
예비창업패키지에도 선정됐고 기술보증기금에서 창업자금 대출도 받았다.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창창해 보이던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해외 여행이 올스탑 되면서 관련사업도 셧 다운이 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 스타트업에서 식당창업으로 방향 전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사업을 포기한 안준영 대표의 시선은 음식점으로 향했다. 메뉴 정보 제공 사업과 음식점을 뗄레야 뗄 수 없다. 음식점은 진입장벽이 낮아서 스타트업 기업 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토론토에서 유명한 필리핀 바베큐 음식점이 생각났다. 맛이나 비주얼 측면에서 모두 성공 가능성이 높아 한국에서도 먹힐 거라고 판단했다. 기획이나 마케팅에 자신있던 안 대표는 필리핀 바비큐 사업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서 부모님을 설득해 창업자금 8천만원을 빌렸다.
3개월 정도 창업 준비를 했다. 음식점에서는 아르바이트조차 해 본 경험이 없었기 에 하나하나 독학으로 공부 해야 했다. 캐나다에 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식자재 거래처를 찾고, 소스를 연구하고, 주방 구조를 설계했다. 또 메뉴를 개발하고 조리를 맡을 동갑내기 직원도 구했다.
◆식당 알바도 해본 적 없는 왕초보 대학생의 식당 창업 도전은?
다행인 것은 안 대표의 아버지가 인테리어 사업을 했기때문에 음식점 인테리어 경험이 있었다. 까다로운 인테리어 공사는 아버지의 도움을 얻어 원가로 할 수 있었다. 부산 전포동 카페 골목에 보증금 3천만원짜리 20평 매장을 얻었다. 테이블 8개로 장사를 시작했다.
음식점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픈 후 2주간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사장이 되려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당시만 해도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하면 되지 사장이 다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사장이 현장을 모르니 여기 저기서 문제들이 뻥뻥 터졌다. 주방 직원이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주방장 곤조가 뭔지도 알게 됐다. 오픈 첫날 친구들과 지인이 매장을 방문했는데 3~4인분 조리에 40분이 넘게 걸렸다.
◆그릇 대신 바나나잎에 요리 제공
캔파인애플을 사용하면 3~4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데 그걸 몰라서 비싼 생파인애플을 사용하는 등 식재료 원가 정보가 부족해 팔아도 남는 게 없었다.
식재료 보관, 주방 청결 유지 등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다. 주방 설비에 대한 지식이 없어 업소용 테이블냉장고가 뭔지도 모르다가 나중에야 필요한 설비를 보완했다. 주방 경험이 있는 직원을 믿었지만 결국은 사장이 지식을 갖고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오픈 초기에 매장을 방문한 친구들은 이 음식은 손님에게 팔면 안 된다고 말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굴하지 않고 안준영 대표는 계속 소스와 음식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던 필리핀바베큐 식당은 필리핀 바베큐를 캐나다에 맞게 현지화시켰는데 안 대표는 캐나다식 필리핀바베큐를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현지화했다.
◆2주간 온갖 시행착오 거친 후 맛집으로 알려지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3주차 부터는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고 맛집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무엇보다 바나나 잎에 갈릭버터 라이스를 깔고 그 위에 육해공의 다양한 식재료로 바베큐 요리를 얹어서 제공하가는 독특한 비주얼이 화제가 되면서 오픈 두 달 만에 공중파 방송에서 이색 맛집으로 소개됐다. 다른 공중파 방송에서도 이색 매장으로 잇따라 소개를 하다보니 고객이 급속히 늘어났다.
처음에는 SNS에 민감한 20. 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여성들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자 커플 고객이 늘어났다. 또 30대 여성들은 가족을 동반하고 왔고 그 가족이 나이드신 어르신들과 어린이를 동반하고 매장을 찾았다. 재방문 고객이 많다는 것은 아주 좋은 신호였다.
고객층이 계속 확대되면서 매출은 빠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급속하게 손님이 늘어나면서 다시 사업이 엉키기 시작했다. 성장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서비스 관리, 매장 운영 등 자신의 부족한 점이 하나 둘 눈에 띄었다.
◆두달 간 식당 휴업이 신의 한 수?
그러던 중 2020년 말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일정 기간 동안 매장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발생했는에 안 대표는 그 때를 하늘의 도움이라고 표현한다.
두 달 정도 매출은 멈췄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안 대표는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 외식업 관련 전문 서적을 탐독하고 유튜브나 인터넷을 검색해 장사 노하우를 미친 듯이 배웠다. 짧은 기간이지만 워낙 열심히 파고 든 덕분에 식당 경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지식을 백과사전처럼 쌓을 수 있었다.
다시 문을 열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외식 사업가가 되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사업 시스템과 체계를 잡았다. 외식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경영을 하니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올해 5월은 부들파이터가 세상에 나온 지 4년째였다. 그 사이에 직영점을 5개로 확장했다. 돈을 버는 대로 계속 신규 매장을 내며 투자를 했다.
올해 초에는 매장에서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99년생 직원이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고 부모님에게 창업 계획을 발표하고 설득해서 울산에 매장을 열었다. 울산 매장은 20평대인데 오픈하자마자 지역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맛집으로 소문이 나 하루에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업 중이다.
◆식품제조공장 설립 후 원가, 인건비 절감
안 대표는 가장 잘 한 것 중에 하나가 식품제조 공장 설립이라고 말한다.
2023년 5월에 공장 가동을 시작했는데 덕분에 주방 업무가 단순화되고 인건비 절감이 가능해졌다. 직영점이 늘어나면서 인력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주방을 단순화시켜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것이 공장을 설립하게 된 이유다.
2023년 매장 평균 매출액은 6천만~7천만원대였는데 식품 제조 공장을 만든 후 구매 파워가 생겨 원재료 비용이 7% 정도 절감됐다. 인건비도 8% 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 5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릴 때 세전 순수익은 1500만 원 정도이다. 배달 비중은 매우 낮고 대부분 내점 고객이라 배달 수수료나 홍보 비용 부담이 적다.
울산점처럼 34세 미만의 청년 창업자들은 최초 창업 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50~100%까지 5년간 소득세가 감면되는 혜택이 있다.
공장 설립후 사업 방향에 변화도 생겼다. 창업할 때부터 직영점을 통한 사업 확장만 생각했는데 공장이 설립되니 가맹사업을 해서 구매 파워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다. 공장 운영의 효율을 생각하면 직영점보다 가맹점을 확장하는 게 맞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대한민국에 딱 하나, 이색맛집이지만 재방문율도 높아
부들파이터의 시그니처 메뉴는 포크 피쉬 부들파이터다. 돼지고기와 열기 또는 삼치나 고등어 바베큐 요리가 제공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믹스 치킨 부들파이터다. 소고기, 돼지고기와 닭꼬치, 닭다리, 오징어, 새우, 그린 홍합, 야채 등 세트로 구성된다.
1인당 객단가는 창업 초기만 해도 17000원이었는데 그 사이 음식가격이 조금씩 올라 현재는 20000~30000원 정도다. 싼 편은 아니지만 음식이 특별하고 푸짐해서 재방문율이 높다. 런치세트는 점심때만 2인분에 32000원이다.
현재 매출액의 90%는 시그니처 메뉴에서 나온다. 바베큐 요리 전문점이지만 외식을 위해서 찾는 고객이 많아 주류 매출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주류 매출을 강화해 매출을 지금보다 더 높일 계획이다.
매장 입지에 따라 매출 편차가 있지만 주중 보다는 주말 매출이 두 세 배 가량 더 높고 점심 매출보다는 저녁 매출이 훨씬 높다. 주식보다는 특별한 외식으로 생각하고 찾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하지만 앞으로 주식도 더 강화할 계획이다.
부들파이터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반에서 9시 사이다. 주류 매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는 영업 시간의 영향도 있다. 3시부터 5시 사이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임대료 저렴한 B급 입지에 출점하는 이유
부들파이터의 매장은 대부분 B급 입지에 있다. 그래서 임대료 비중이 낮다. 120만원에서 150만원대 월임대료인 매장이 대부분이다. 음식 가격이 오다가다 들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므로 굳이 비싼 매장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목적성 구매 고객이 대부분이다.
매장 투자비도 저렴해 대부분 1억원대 내외로 창업했다. 현재 대박 매장으로 인기를 얻는 울산점 투자비도 1억4천만원이었다. 주방 설비도 간편해 1천만원대면 충분하다.
부들파이터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 바베큐요리는 한국에서 블루오션 아이템이다. 그래서 더 자신이 있다.
◆좋아서 창업했지만 사업 성장할 수록 책임감 커져
안 대표가 복학도 하지 않고 음식점을 창업한 것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캐나다에서 즐겼던 음식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창업 후에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행복한 모습이 좋았다.
그런데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직영점도 있고 공장도 가동하다보니 직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복학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외식업의 장점은 노력하는 만큼 바로 바로 성과가 나온다는 점, 그리고 식당에서 고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또 울산 가맹점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부들파이터의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마라탕의 경우 처음에는 비주류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전국민이 즐겨먹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안준영 대표도 부들파이터를 통해 필리핀 음식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싶다.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사업을 제대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제는 더 많은 고객들을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하게 하고, 더 많은 창업자를 성공시키고 싶다. 꿈만큼 어깨가 무거워지지만 행복을 함께 나눌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또다른 기쁨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문을 연 최초의 스타벅스 매장은 커피음료를 판매하지 않고 커피원두를 팔았다. 그런데 1982년 스타벅스에 합류한 하워드슐츠는 이탈리아여행을 다녀온 후 커피와 에스프레소를 팔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벅스의 사업 모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성공한 많은 기업가들이 해외여행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에 낯선 것을 결합하면 새로움을 주기 때문에 그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면서 에스닉푸드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다. 차별화를 통해 과열 경쟁을 돌파하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보자.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내 사업을 한다는 것><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