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 말아?” 4년간 커피숍 운영한 20대 청년사장의 솔직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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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5,747 등록일등록일: 2020-07-08본문
“회사 때려치우고 커피전문점이나 차릴까?”
상사에게 모진 말을 듣고 난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깔끔하고 운영도 쉬울 것 같고 만만해 보이는 커피전문점. 교회 십자가 보다 많다는 커피전문점 창업, 정말 해도 될까? 이 질문을 4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청년창업자, 손민석 사장(27)에게 해봤다. 과연 그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자영업 하는 부모님 밑에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20대 청년
커피베이 용인남서울오토허브점을 운영하는 손민석 사장은 어려서부터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랐다. 부모님 세대가 장사를 하던 때는 뭐든 열심히 하면 잘되던 그런 시절이었다. 손 사장은 막연하게 나도 자영업을 하면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을 다니면서도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면서 장사 감각을 익혔다.
창업하게 된 계기는 청년들의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도 영향을 미쳤지만 부모님 덕분에 자영업 운영에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창업의 동기였다. 커피숍을 택한 것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쉽고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도움도 받았다.
점포는 자영업 경험이 많은 아버지가 선정했다. 용인남서울오토허브는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단지였고 30~40대 남성들이 주로 오고 가는 곳이었다.
여러 브랜드를 검토했는데 상권의 특성과 주고객층, 창업자금 등을 꼼꼼히 따진 결과 커피베이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청년창업자다보니 타 브랜드에 비해서 투자비가 저렴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당시 가맹본사의 마케팅 추세를 살펴보니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손 사장은 2017년 9월에 커피전문점 창업의 길로 들어선다.
오픈 첫해, 계속되는 적자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을 맛보다!!
창업초기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커피전문점을 차린 손 사장을 마냥 부러워했다. 지각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볼일이 있으면 자유롭게 나갔다와도 되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손 사장은 그런 친구들의 시선에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은 타들어갔다. 생각만큼 개인 시간도 없었고 매출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픈 당시 오토허브 건물이 완공 시점이라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았다. 음식점과 달리 커피전문점은 오픈효과도 별로 없었다. 월세, 인건비, 재료값을 제외하면 남는 것도 없었고 오히려 적자가 났다. ‘이걸 계속 해야 돼? 접고 회사에 취직이나 할까?’ 불면의 밤들이 계속됐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며 부모님은 딱 한마디 하셨다. “버텨라!”
버티고 버티면 봄이 올까?
부모님의 묵직한 말 한마디를 듣고 매장으로 출근을 하는데 차안 라디오에서 DJ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운동선수들이 슬럼프를 겪을 때 코치들이 해주는 말은 딱 하나라고 한다. “버텨라”. 부모님의 말씀과 일치하는 라디오 진행자의 이야기에 손 사장은 잃었던 방향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래, 지금 힘들다고 그만두면 어디 가서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한번 버텨보자’
한번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잠시 나태해진 몸과 마음이 재정비되는 기분이 들었다. 점심시간인 12시에 매장에 나왔던 손 사장은 출근시간을 9시로 앞당기고 주말에도 근무를 했다. 처음에는 이벤트도 자주 했는데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궁하면 통한다고 머리를 짜내니 매출을 올리기 위한 묘수들이 떠올랐다. 우선 주고객층인 남성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갖다 놨다. 가벼운 샌드위치와 핫도그는 나름대로 매출에 도움이 된다. 특히 커피 배달 주문 시 객단가를 높이는데 좋다.
커피 마신 후 종이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는데 손님들이 자주 잃어버리곤 했다. 종이 적립 카드 대신 전자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현장경험에서 얻은 촉도 있다. 커피베이의 커피가격은 3천 원대이다. 하지만 현재 상가에서는 적정 가격이 2500원선이라고 판단해 그렇게 팔고 있다. 가맹본사에서도 상권 특수성을 감안해주고 있다. 계속 연구를 하다 보니 최적의 가격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손 사장은 커피전문점을 몇 년 운영해보니 매출을 위한 화려한 이벤트와 마케팅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기본을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일정하게 유지되는 좋은 커피 맛과 ▴적정한 가격, 그리고 ▴꾸준한 서비스가 그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는 데는 성실과 인내가 필요하다. 기본을 실천하니 어느 덧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 시작했다.
‘매장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기본을 지키니 매출이 점점 오르다!
손 사장이 4년간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얻은 장사 철학이 한 가지 있다. ‘매장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 상권의 특성 상 주말 오후 6시 이후에는 손님이 없어도 7시까지 문을 열어놓는다. 그 한 시간 사이에 오는 1~2명의 손님들을 위해서다. 간간히 오는 손님들이 돌아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 손 사장의 철칙이다. 그런 기본을 지키니 매출이 점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손 사장은 ‘커피전문점 창업을 해도 될까’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했을까? 손 사장은 말한다. “매출등락에 따라 스트레스가 심하고, 내 시간이 없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4년 동안 난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했다.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살면서 기본을 지키며 살면 그게 쌓여서 더 큰 것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또 말한다. “커피숍 만만해 보인다. 하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장 문을 열고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토요일에도 고객을 위해 가게를 지키는 것, 그런 꾸준한 성실과 인내를 실천하는 게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그 각오를 하고 커피숍을 창업해야 한다.”
창업초기 낮았던 매출이 지금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이 정도 매출이면 매장에서 직접 뛰면서 열심히 일하면 또래 직장인보다는 높은 소득을 가져간다. 초기에 매출이 낮았던 이유에 대해서 본사 슈퍼바이저에게 물어보니 상가 입주 초기 상권이 활성화가 안됐을 때 장사를 하면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매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위로를 해줬다.
매년 매출이 오르고 있어 올해는 틀림없이 월 천만 원대 중후반의 매출을 달성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상가에 문제가 생겨서 목표 매출에 차질이 생겼다.
특수 상가에 입점해있어 매출에 한계가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매년 매출이 오르고 있는 게 희망이고 신기할 따름이다. 인근에 매출 부진을 견디다 못해 문을 닫고 없어진 업종도 부지기수인데 말이다.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실망감도 있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손 사장은 이 어려운 코로나시기에 매출이 계속 오르는 게 ‘은혜’라고 말한다.
기본을 지키고 꾸준히 하면 더 큰 것으로 돌아온다!
손 사장의 꿈은 회사 생활을 한 번 해보는 것. 남들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만원 지하철 안에서 시달려도 보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직장 생활에 대한 환상일지도 모른다. 일반 사람들이 커피전문점 창업에 대한 환상이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손 사장은 4년간의 커피전문점을 하며 배운 ‘기본을 지키고 꾸준히 하면 큰 것으로 돌아온다’는 신념이 있기에 이제 어떤 일을 해도 해낼 자신감이 생겼다. 그 건강한 자신감이야말로 스물 일 곱살 청년이 가진 값진 재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