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의 1인 코딩학원 창업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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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297 등록일등록일: 2024-11-13본문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너무 게임에 빠져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IT전문가나 디지털 역량을 갖는데 필요한 기초 소양과 기본바탕을 만들어주면서 학부모들의 고민 해결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 <로봇앤코딩학원>을 운영하는 이종림 원장(43)이다. 이종림 원장은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인데 2019년 코딩 열풍이 불자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했다.
◆좋아하는 일로 보람과 경제적 만족 모두 달성
흔히 프로그램 개발자나 연구원은 경영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데 이종림 원장은 창업 후 닥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미 코딩을 배우고 있지만 완전히 의무화되면코딩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종림 원장도 커리큘럼을 재정비하며 신규 학원생들의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아서 코딩 교육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를 도입해 내년도 교육 업그레이드 준비도 끝냈다. 개발자 출신 코딩학원 원장이 말하는 코딩학원 창업비결은 무엇일까? AI 시대에도 코딩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딩학원 창업에 투자한 비용은
이종림 원장은 프로그램 개발자로 10년 넘게 일했다. 회사에 소속되어 병원, 은행 관련 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해왔다.
이 원장이 코딩학원을 차리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코딩 열풍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당시 정부에서 코딩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코딩법은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학원 창업을 결심하고 자리를 알아보는 데 한 달 정도가 걸렸다. 코딩학원은 부촌에서 잘 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런 곳은 임대료가 부담됐다. 마침 서울 송파구 석촌동 헬리오시티 가락초등학교 후문 쪽에 저렴하게 나온 상가가 있었다.
인테리어는 모두 셀프공사로 했다. 전기자격증이 있어서 전기공사도 직접 다 할 수 있었다. 30평 규모의 학원 창업비용은 총 8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 보증금 5천만 원과 3D프린터 4대와 노트북과 PC 구입 비용이 포함됐다.
◆코로나로 3,4개월 교육 중단
2019년 어렵게 학원을 오픈했다. 오픈 첫달은 알려지지 않아 매출이 200만원이었다. 월세를 내려고 프로그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텼다. 다행히 오픈 후 7개월차가 되자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학생 수가 100명까지 늘어났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슈가 확산되던 시기라 코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중요한 핵심 과목인 국영수 외에 코딩은 꼭 해야 하는 필수 과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학원 운영이 원활하지 않았다. 집합금지로 3~4개월은 문을 닫아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 후 방역수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수업이 가능해졌다. 학생 수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로봇앤코딩학원>은 인근 도보권 내에 코딩학원이 없어서 경쟁력이 있었다. 다만 코로나 이후 학원들의 원생 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인구감소와 어린 자녀를 둔 서울 주민들의 경기도 이주 영향이다.
이종림 원장도 원래는 강사 1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있었는데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지금은 1인 사업자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로봇과 코딩을 함께 가르치는 이유는?
학원에서 가르치는 수업은 로봇제작과 코딩 수업이다. 초등학생은 키트로 로봇을 만들지만, 중학교 이상만 되면 3D 프린터로 직접 로봇을 만든다. 모터와 센서 등 기성품을 구매해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방식이다.
정부에서 로봇 교육을 장려하지는 않는데 그 것은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코딩 교육을 하기 위해서 로봇이 필요하다. 코딩은 계산기를 눌렀을 때 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화면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같은 거다. 하지만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면 중간에 길을 잃게 된다. 대신 로봇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면 결과를 눈으로 볼 수 있어 계산기가 작동되는 원리를 피부로 느끼면서 배울 수 있다. 코딩을 통해 로봇이 움직이는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면 나이가 어릴수록 이해력과 사고력이 발달돼 전반적으로 지능발전에 도움이 된다.
◆소수 정예제 수업으로 학습효과 극대화
학원 수업은 초·중·고반으로 나뉜다. 초등학생 비율이 70%로 많다. 주 1회 수업이고 한 반에 정원은 4명 정도다. 저학년은 1시간 30분, 고학년은 2시간씩 수업한다. 수업료는 16~20만 원이다. 한번 등록을 하면 3~4년은 지속적으로 수업을 받는다.
<로봇앤코딩학원>의 2023년 매출액은 1억 원대다. 1인 사업자라 소득이 나쁜 편은 아니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편이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대학 강의도 병행한다. 중앙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코딩 강의를 했다. 지금도 중앙대 산학자문위원으로 등록돼 있다. 지난 해에는 2학기 동안 강의도 했다.
어린 학생들의 미래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보람도 크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활동도 만족스럽다.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비록 작은 규모지만 창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인 이종림 원장이 로봇 코딩 학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은 조금 달라
첫째, ‘원장이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이라는 것이다. 코딩학원 원장 중에는 비전공자들도 많다. 원장이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일 경우 커리큘럼을 짜는 것부터 전체적인 수업을 총괄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수업도 진행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모두 코딩수업을 할 수 있을까? 이종림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코딩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개발자들이 모두 학생들에게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르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특히 초등학생 같은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코딩을 쉽게 가르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코딩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논리적인 사고를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에 단순한 코딩지식만으로는 코딩수업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과물 위주 교육 지양...과정의 중요성 강조
둘째, ‘과정 중심이 교육 방식’이다. 이종림 원장은 결과물 위주의 교육을 지양한다. 결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원장은 예제를 하나 주고 응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라고 교육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본인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경험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때문에 정답이 없는 어떤 결과들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종림 원장은 말한다. “1+1=2가 아니어도 된다. 2가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그 과정이 논리적으로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교육하고 있다.”
◆다양한 대회 참가로 실전 응용능력 키워
셋째, “다양한 대회 참가‘이다. 이종림 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을 대회에 출전시킨다. 발명품대회나 해커톤, 로봇대회에 주로 나간다.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1년에 크고 작은 것까지 하면 20개는 된다. 모든 대회에 다 참가할 수는 없다. 한 대회가 있으면 보통 3~4개월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년에 대회가 4개만 있어도 1년 내내 준비해야 한다. 이 원장은 보통 큰 상이 걸려있는 큰 대회 위주로 학생들을 참가시킨다.
발명품대회부터 로봇대회까지 모든 대회는 코딩을 베이스로 한다. 코딩을 활용해 발명품을 만들고 로봇을 만든다.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실전 응용능력을 키울 수 있다.
◆과학영재학교 입학, 장관상 받은 학생도
이종림 원장이 가르친 학생 중에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학원에 나와 한국 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한국 과학영재학교는 카이스트에서 만든 부산의 고등학교다.
이 학생은 꾸준히 대회에 출전해 매년 상을 3~4개씩 받았다. 장관상을 받은 적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이 원장과 같이 제품도 개발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화장실 변기 관련 특허다. 변기 뚜껑을 닫지 않아도 세균이 발산되지 않는 장치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현재 특허만 있고, 실용화는 되지 않았다.
많은 대회 참가는 학생들의 경험과 사고력 증진, 실전응용능력을 키워준다. 학생들이 대회에 나가 입상 할 경우 학원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홍보가 된다.
◆게임 좋아하다가 코딩 배우게 된 학생들도 많아
넷째, ‘학생들의 장점을 살리는 교육’이다. 엄마들이 자녀들을 코딩학원에 데리고 오는 이유는 정부에서 코딩교육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자녀들이 게임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는 코딩을 익히는게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초등학생 언어인 ‘엔트리’가 있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쉽게 코딩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툴이다. 이것을 사용하면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코딩이 되게 간단하게 된다. 어린이 입장에서는 이걸 한번 해보면 내가 좋아했던 게임을 비슷하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 장르를 그렇게 하다가 만들기 시작하고, 본인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따라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코딩의 사고력을 익히는 것이다.”
◆국비 지원받아 신형 3D프린터도입, 속도4배 빨라져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완전히 의무화된다. 정규수업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도 본다.
이종림 원장은 코딩교육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학원을 재정비했다. 특히 3D 프린터를 1대 더 도입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프린터 4대 이외에 1대를 더 추가로 들여놓은 것이다. 프린터 도입에는 정부 지원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하는 ‘2024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신청해 선정이 됐다. 1인 사업자라 국비 80%를 지원받았다. 자부담금은 30만 원이 조금 넘게 들어갔다.
기존에 사용하던 3D 프린터는 구형기종이었다. 이번에 도입한 프린터는 신형기종이라 성능이 좋다. 결과물의 퀄리티, 해상도도 좋고 속도도 빠르다. 기존보다 4배는 빨라졌다.
과거에는 제품을 만들 때 나무를 깎거나 금속을 가공해서 만들었는데, 이제 그것을 3D프린터로 직접 만들 수 있다. 컴퓨터로 어떤 제품을 설계해서 3D프린터로 출력하는 것인데, 3D 모델링이라는 과정을 알아야 된다. 이종림 원장은 메이커 창작활동이나 발명품 대회에 나가기 위한 제품을 만들 때 3D프린터를 많이 활용한다.
◆AI 시대에도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
코딩에 관심있는 사람들 중에는 인공지능 AI시대에 코딩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이종림 원장의 생각은 어떨까?
“AI가 코딩을 해주긴 한다. 그러나 AI가 완벽한 답을 다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코드를 가져다가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고, 또 사람이 수정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 만드는 과정과 개념을 모르면 AI가 만든 것이 잘못됐는지 잘 된 건지 모르고 쓰게 된다. AI 시대에도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코딩을 알면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이종림 원장은 얼마 전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했다. 휴대폰 어플에서 학생 이름을 누르고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그 학생 이름에 폴더의 사진이 들어간다. 나중에 갤러리에서 일일이 사진을 찾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학부모들은 학원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수업하는지 현장을 보고 싶어하는데, 그 모습을 찍어서 피드백을 보낼 때 유용하다.
이종림 원장은 혼자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 다른 학원에도 제공했다. 유용하게 쓰고 있어서 제품화해 유통해보려고 계획 중이다.
◆지식 전달자를 넘어 사고력 키워주는 교육
로봇코딩학원 6년차가 된 이종림 원장이 학원을 운영하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것은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저학년 학생들은 로봇을 만들고 조립하다보면 서서하거나 움직이는 일이 많다. 국영수 과목처럼 앉아서 하는 게 아니다. 때문에 감정이 고조된 경우가 많아 교실 분위기가 놀이방처럼 연출될 때가 있다. 그럴 때 학생들을 질서정연하게 통제하는 게 힘들다.로봇코딩학원이 코딩 지식만 갖고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성과 부분이다. 코딩을 배운다고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국영수 과목은 시험을 보면 점수로 바로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코딩교육은 사고력이 얼만큼 향상됐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이종림 원장은 “저학년 학생들이 키보드를 움직여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은 굉장한 발전이다. 캐릭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좌표의 개념을 알아야 하고, 크기를 알아야 하고, 방향을 알아야 한다. 저학년 학생이 그것을 한 것은 굉장한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가 봤을 때는 별게 아닐 수 있다. 그게 코딩교육의 어려움 점 중 하나다.”라고 말한다.
코딩을 배우는 사람도 많고 관련 학원들과 강사도 많아지고 있다. 이종림 원장은 어떤 로봇코딩교육 철학을 갖고 있을까?
이종림 원장의 교육 목적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코딩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사고력을 높이고 상상력을 키워주는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IT 강국이던 우리나라는 AI시대를 맞아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전세계 데이터센터 수에서도 밀리고 있고, 우수한 인재들은 이공계 대신 돈을 잘벌거나 권력을 가진 전문직으로 몰리고 있다. 우수한 이공계 인력의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이나 코딩 관련 조기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사업에서는 배우는 것 못지않게 커뮤니티 운영도 중요하다. 졸업생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졸업장을 만들어주고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단순한 교육사업을 넘어선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 탄생><내사업을 한다는 것><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